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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아카데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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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
작품등록일 :
2021.08.09 06:30
최근연재일 :
2021.10.1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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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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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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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마음에 안 들어

DUMMY

며칠 뒤.

영웅 식당 주방에 들어온 김준식은 곧장 오늘 필요한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늘 메뉴는 텐동.

쉽게 말하면 튀김을 올려둔 덮밥 음식이었다.


튀김의 재료는 여섯 가지.

새우, 김, 연근, 꽈리고추, 달걀, 김이었다.


‘우선 새우부터 해볼까.’


재료는 단순했다.

하지만, 새우만큼은 아니었다.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새우는 상자 새우라는 D급 몬스터였다.

작게는 15cm에서 크게는 20cm는 되는 녀석 중 20cm인 녀석만 골라 손질한 우량 물건이었다.


‘크흐, 녀석들 실하네.’


상자 새우를 보며 김준식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상자 새우는 몬스터라고 부르기엔 민망했다.

애초에 공격성도 없는 녀석이니까.


사실 당연했다.

녀석은 한 게이트의 주 몬스터의 식량으로 생성되는 놈이었으니 말이다.


D급 몬스터 레이 스네이크.

일명 호수뱀으로 불리는 녀석의 먹이였다.


그리고 그런 재료를 김준식이 공수할 수 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의 게이트에 새로운 식자재를 생성한 것이다.


방법? 간단하다.

그저 다른 게이트를 흡수했다.

단지, 그 게이트는 협회 명의 게이트가 아니었다.

다른 길드, 서울을 땅따먹기 중이 길드의 게이트였다.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 오크부락을 흡수한 뒤, 각 게이트의 경계가 삼엄해진 것이다.


사실 가려면 갈 순 있다.

그에겐 블랙카드란 입장권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걸 사용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좀 괘씸한 마음이 들어서 간 것이다.

자신에게 명의를 줬다고 공론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니까.

심지어 지들 게이트도 아닌 협회 명의로 된 게이트였다.


사실상 그들에겐 피해는 제로였다.

그런데도 귀찮게 만드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막말로 김준식이 게이트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쯤 재료 수급이 가능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흡수한 것이다.

마침 원하는 식자재도 나오겠다.

조금 골탕 먹이려는 속셈으로 말이다.


덕분에 지금은 움직이기가 애매해진 상태였다.

아무리 블랙카드가 있어도 입장 거부를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며칠 전 왔던 민준호 덕분에 그걸 해결할 수 있었다.


‘역시 준호야. 처리 한번 잘했어.’


그가 했던 부탁은 간단했다.

라임이의 분체와도 같은 슬라임.

녀석들을 액체화시킨 뒤 병에 담아 게이트에 가져간 뒤 바닥에 뿌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김준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말이다.

그걸 대충 뿌리고 나면 슬라임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녀석들은 슬라임인 동시에 라임이었으니까.

이미 같은 힘을 가진 존재였기에 혼자여도 흡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아주 심플한 일이었다.

슬라임을 뿌린 헌터는 그대로 조금 사냥하는 척만 하다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


들켜도 증거가 없다.

뿌린 액체는 사실 슬라임이니까.

병에 잔여물이 남지도 않고, 직후 땅을 뒤적거려도 이미 슬라임으로 뭉쳐 사라진 상태일 테니까.


하지만 민준호가 그런 부탁의 내용을 조금 변형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게 또 잘 먹혔단 말이지.’


바로 들어가야 할 인원들.

그들은 각 길드에 앙심을 품은.

정확히는 꼬리 자르기로 잘려 나가거나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본, 용병으로 뛰고 있던 사람들을 이용한 것이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서울을 4개로 분할시킨 녀석들의 게이트를 각각 하나씩 휩쓴 것이다.


덕분에 지금 그들은 서로 물고 뜯기 바쁜 상태였다.

솔직히 시간이 좀 지나면 그들도 알게 될 거다.

이번 원흉이 길드 인원이 아닌 다른 녀석들이라는 걸.

하지만, 그걸 시킨 원흉이 김준식이란 건 특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시간에 김준식은 식당에 있었으니까.


‘진짜 달다, 달아.’


덕분에 김준식은 C급 게이트 두 개와 D급 게이트 두 개를 얻은 상태였다.

비록, 당장 식자재로 쓸 건 상자 새우 하나였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에겐 식자재도 중요하지만, 게이트 점수를 얻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앞으로 남은 점수가 10점인가.’


C급 게이트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숫자는 30.

D급 하나에 4점이고 C급 하나에 6점이니 앞으로 10점만 더 모으면 게이트 등급을 올릴 수 있었다.


‘자,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시작하자고.’


대충 계산이 끝난 김준식은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할 건 새우 손질이었다.


손질은 새우랑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녀석이 몸을 말면 네모나단 것만 다를 뿐.

그 외에 방식은 새우 손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직-

우선 새우 머리를 제거한다.

일반 새우라면 손으로도 가능하나, 이건 상자 새우.

딱딱한 껍질을 뜯기 위해선 무조건 칼을 쓰는 것이 좋다.


머리를 뜯은 뒤엔 내장을 빼내는 작업이다.

위치는 두 번째 마디.

그곳에 꼬치 같은 걸 이용해 내장을 꺼내면 된다.

몸이 큰 만큼 내장 역시 보기 쉬워 꺼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장 제거가 끝나면 다음은 물총을 제거한다.

꼬리 부분의 가운데에 뾰족 튀어나온 걸 잘라낸 뒤 꼬리 면을 칼로 긁어주면 끝이다.


이제 나머진 간단하다.

칼로 껍질을 조금씩 분할시킨다.

그리고 그대로 벗겨주면 상자 새우의 기본적인 손질은 끝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바로 녀석의 말린 몸을 펴주는 과정이었다.


상자 새우는 말 그대로 상자처럼 몸을 마는 게 특징이다.

그건 죽어서도 마찬가지.

그건 길게 펼쳐야 튀겼을 때 더 이쁜 모양이 나오게 된다.


‘이건 간단하지.’


물론, 방법이 어렵진 않다.

녀석의 몸이 말리는 이유는 몸 안에 있는 힘줄이 원인이니까.


녀석의 몸 양옆.

그곳을 칼로 찔러 힘줄을 끊어주기만 하면 모든 준비는 끝나게 된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우선 새우의 몸에 튀김가루를 얇게 묻힌다.

그리고 튀김 옷을 입혀주면 된다.

튀김 옷 비율은 튀김가루 1, 찬물 1/2, 탄산수 1/2, 달걀 1이다.


여기에 탄산수를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좀 더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치이익-!

튀김 옷을 입히면 그대로 달군 기름 안에 투하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건 그냥 놓는 게 아니다.


‘바로 휘저어 주는 거지.’


그래야 튀김 꽃이 핀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다른 재료 역시 마찬가지.

이쁜 튀김 꽃이 피도록 튀긴 뒤 잠깐 기름이 빠지도록 튀김 트레이에 올려둔다.


‘하지만 달걀은 좀 다르지.’


텐동은 원래 일본 음식이다.

그러니 이 달걀 역시 그 방식으로 만들게 된다.


‘흔히 온천 달걀이라고 하지.’


온천의 증기로 익힌 반숙 형태의 달걀이다.

물론 온천에서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불에 물을 올리고.’


보글보글-

물이 끓으면 불을 꺼버린다.

그리고 곧바로 계란 투하.

크기마다 다르지만 대략 12분 정도면 된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그가 꺼낸 건 쌍닭의 달걀.

그 크기만큼이나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약 15분.

그렇게 익은 달걀은 날달걀을 깨듯이 깨서 그릇에 담아준다.


‘그리고 반죽을 살짝 넣어준 뒤.’


치이익-

그대로 기름에 살짝 담가 튀겨주면 된다.


‘좋아, 다음은 그릇에 밥을 푸고.’


앞접시 하나를 밥 옆에 꽂아준 뒤 나머지 공간에 튀김을 올려준다.


‘메인인 새우튀김은 두 개.’


20cm 새우튀김이 두 개가 위에 올라가고 그 주위에 연근과 꽈리고추, 김, 달걀 튀김이 줄을 이었다.


꽈리고추는 여섯 개가 들어가고 김은 두 장, 연근 세 개와 달걀 하나를 쌓아 올려 완성했다.


‘다음은 소스.’


간장 소스 만들기는 간단하다.

간장 4, 물 4, 미림 2, 설탕 2 비율에 다시마를 추가해 끓인 뒤.

가다랑어포를 넣어 적당히 우러나면 채에 걸러 주면 완성이다.


그걸 튀김과 밥 위에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었다.

접시 하나에 김치를 올리고 쟁반에 올려 마무리를 지었다.


“자! 튀김 덮밥 나왔다!”

“미, 미쳤다······!”


덮밥을 받은 학생의 눈이 커졌다.

아니, 그만이 아니었다.


“미, 미친. 오늘 다 먹을 수 있겠지?”

“시발, 어떻게 얻은 기횐데! 무조건 다 먹는다!”

“난 이걸 위해서 매일 아침을 굶는다고!”

“흥, 아침 가지고 되겠냐? 적어도 어제저녁까지 굶어야지!”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들의 눈빛.

김준식은 그런 학생들의 눈빛을 받으며 요리에 전념했다.


물론 혼자 하는 건 아니다.

튀김과 세팅 그 모든 건 그와 라임, 레몬이 함께 만들었고.

각종 정리와 재료 손질은 다른 슬라임들이 돕고 있었다.


그렇게 절반 정도 팔았을 즈음, 문득 김준식의 손이 멈췄다.


“야, 라임아!”

“뀨우!”

“이쪽도 네가 좀 하고 있어봐라.”

“뀨이!”


라임의 힘찬 대답과 함께 슬라임 한 마리가 다가와 김준식을 대신해 요리를 시작했다.


그걸 본 김준식은 이내 주방을 나와 밖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여기선 흔한 일이었다.


또 누군가 남기려고 했나?

그런 생각을 하던 학생들이었지만, 그는 식당을 지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탁 좀 할게? 알았지?”

“으, 응······.”


그리고 보인 모습.

줄을 서고 있던 학생들 사이에 한 무리가 끼어들고 있었다.


‘친구는 아닌 거 같고.’


왜냐고? 친구였으면 상대를 밖으로 내쫓진 않았을 테니까.


자리를 빼앗긴 학생은 이내 어깨가 축 처진 채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애초에 지금 줄을 다시 선다고 해봐야 먹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긴 다르다.


“야! 방금 자리 뺏긴 새끼! 이리 와!”


이곳의 주인, 김준식이 그 상황을 봤으니까.


“저, 저요?”

“그래 새끼야! 터덜터덜 어깨 축 처지지 말고 빨랑 안 튀어 오냐?!”


김준식의 호통에 조금 전 자리를 뺏긴 남학생이 뛰어왔다.


“새끼가 자리를 뺏겼으면 되찾을 생각을 해야지. 쯧쯧.”


턱-

그대로 김준식에게 어깨를 잡힌 남학생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네놈은 오늘 밥 공짜다.”

“예, 예?”

“공짜로 처먹으라고 새끼야. 말귀가 뭐 이리 어두워?”


김준식은 그를 식당에 초대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재미가 없었다.


“근데 이대로 가면 마음이 안 내킨단 말이지?”

“······?”

“잘 보고 있어. 네 복수 대신해주는 거니까.”


김준식은 학생을 보며 씨익 웃고는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저기 새치기한 개새끼들 때문에 기분 잡쳐서 오늘 영업은 여기서 끝낸다!”


영업 조기 종료.

그 말에 줄을 서고 있던 학생들의 몸이 굳었다.


“야! 라임아! 방금 산 놈까지만 받고 판매 끝내!”

“뀨이!”

“뀨우!”


그리고 이어지는 판매 종료.

김준식은 아직 식권 구매가 끝나지 않은 학생을 모조리 밖으로 쫓아냈다.

모든 건, 대신할 복수를 위해서.


“야이 개새끼들아아아!!”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니들 일로와!”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들.

코앞에서 계산을 못 한 학생은 물론이고.

잘 서 있던 학생들까지 새치기했던 주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포, 폭력 멈춰어!”

“멈춰어어!!”


새치기한 주범 무리.

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인터넷에 떠돌던 말을 내뱉었으나.


“멈추긴 뭘 멈춰 이 새끼들아!”

“오늘 튀김을 못 먹은 만큼 처맞을 줄 알아!!”


통하지 않았다.


“으아아! 도망쳐!”

“사, 살려줘어!!”

“거기 안 서?! 저 새끼들 잡아!!”

“오늘 잡히면 니들 제삿날일 줄 알아 새끼들아아!!”


이내 도망치는 무리를 향해 더욱 큰 무리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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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방문객 +1 21.10.05 751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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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파티 +2 21.09.26 867 19 13쪽
33 32화. 최고의 방어 +1 21.09.24 877 23 14쪽
32 31화. 슬라임 짐 +2 21.09.23 910 19 12쪽
31 30화. 지금 수업이 중요해? +1 21.09.22 916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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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착각 +2 21.09.20 949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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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정력에 좋은 재료 +2 21.09.18 985 18 12쪽
26 25화. 대체 누가 닫았어?! +1 21.09.16 98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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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새 동료 21.09.10 1,089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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