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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아카데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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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
작품등록일 :
2021.08.09 06:30
최근연재일 :
2021.10.14 23: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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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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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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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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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화. 착각

DUMMY

강동구에 위치한 한 고층 빌딩.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그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는 대방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직도 범인은 못 찾았어?”

“예, 그때 있던 헌터들 전부 찾아가 심문했습니다만, 딱히 진전이 없었습니다.”

“아오···! 대체 어떤 새끼가 그런 식으로 게이트를 닫은 거야?!”


콰앙-!

대방석의 주먹이 스톤 우드로 만들어진 책상에 떨어졌다.


파직-!

그러자 책상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력을 함유한 스톤 우드.

그 강도는 철보다 단단하건만, 고작 주먹 한 방에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던 부 길드장인 이병천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애초에 그가 저 단단한 스톤 우드를 부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후우······ 그때 거기 맡겼던 새낀 어떻게 됐어?”

“그쪽도 별 진전이 없습니다.”

“그 새끼 또 밑에 애들만 시키고 노는 거 아니고?”

“절대 아닐 겁니다. 이번에 정보 하나라도 못 가져오면 맨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다시 시작시킨다고 못 박아 뒀으니까요.”

“그거 아무것도 못 가져오면 무조건 강등시켜. 망할 새끼가 팀장 좀 달았다고 쳐 놀고 말이야.”


대방석은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마음은 우중충해 기분이 더러운데 이놈의 하늘은 너무나도 맑은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그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 그때 블랙 카드 가져온 그 사람은 조사했어? 결과는 나왔고?”

“아뇨, 게이트 닫히기 10분 전에 이미 나와서 조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안 했다고? 그 사람이 가장 유력하잖아?”

“설마요. 조사는 진행했습니다. 단지, 막혔다는 게 문제지만요.”

“뭐? 왜 막히는데?”

“길드장님도 아시잖습니까? 블랙카드를 가진 사람이 누군지 말입니다.”


하아-

대방석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블랙카드를 가진 헌터, 그 사람은 한국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김준식.

영웅들이 감추려던 인물이자.

며칠 전에 있던 게이트 명의를 건네받았던 유일한 헌터였다.


“또 협회 그 망할 새끼냐?”

“정확히는 두 영웅이죠. 조사만 하려고 찾아가면 어떻게 알아차리는지 곧장 방해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아니 그 새끼들은 대체 그걸 왜 막고 지랄이야? 명분은 우리한테 있는 거 알 거 아냐?”

“예, 근데 그 사람이 거기서 한 거라곤 낚시가 전부니까요. 게이트 너머에서도 자주 그랬답니다. 그리고 거기서 낚은 걸 자기들도 자주 먹었다고 하고요.”

“거기선 강하게 따졌어야지! 뭐라도 대화는 해야 할 거 아냐?!”

“그건 길드장님께서 직접 해주시죠. 저희라고 그런 말 안 하고 싶겠습니까?”

“······.”

“솔직히 그 말조차 하는 게 힘들죠. 애초에 저희 길드원 한 명이 그 뒤를 몰래 따라가 동영상까지 찍고 있었으니까요.”

“후우··· 그래, 그리고 그걸 그 사람에게 들켰다는 것도 말이지.”

“예, 잘 알고 계시네요. 아시죠? 헌터에게 있어 몰카는 중죄에 해당하는걸요. 그거로 처벌 안 받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가 강하게 나갈 수가 없습니다.”


왜 모르겠는가.

대방석 역시 헌터였다.

그런 그가 몰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게이트 내부에서의 불법 촬영은 더 큰 처벌을 받는다.

헌터에게 있어 사냥하는 방식은 하나의 재산이다.

그런 재산을 몰래 촬영한다는 건, 말 그대로 그 사람이 쌓아 올린 헌터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오겠단 뜻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범죄를 길드원이 한 것이다.

최근에야 자발적으로 찍는 이들이 늘어났다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사람, 김준식은 후자였고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강하게 나갈 방법이 없던 것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치부를 들추고 싶진 않았으니까.


길드원이야 자르면 된다지만, 길드의 명성에 흠이 생기는 건 문제였다.


“하아······.”


몇 번째일까?

대방석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며 물을 마셨다.

냉수를 마셨음에도 왠지 입 안에 쓴맛이 맴도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속이 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진짜 상황이 마음대로 안 돌아가는군.’


그는 며칠 전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한 개인에게 건넨 명의 문제.

그 일을 드러내 협회를 압박하고, 그걸 빌미로 게이트를 얻어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산되어버리고 말았다.

회견 도중 게이트를 전부 클리어해버린 것이다.


이미 있었던 일이니, 공론화라도 할 생각이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은 마치 없던 일이 된 것처럼 소리 없이 묻히고 말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길드의 뒷배를 신경 쓴 그들이어도 영웅을 무시할 순 없었다.


이미 빠르게 꼬리를 내린 기자들이 대다수였고.

게이트 명의를 더 바꾸지 않을 테니 닥치고 있으라는.

민준호의 협박이 곁들어졌기에 기자들은 물론, 그들 역시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태였다.


만약 여기서 명의를 바꾸는 게 추가로 발생한다면 나설 순 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음에도 지금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았고.

더욱이 갑자기 사라진 게이트 문제로 그쪽은 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상태였다.


‘하, 대체 왜 우리 길드에 속한 게이트가 이렇게 된 거야!’


사라진 게이트는 고작 E급이다.

하지만 그 E급 게이트 역시 수없이 많은 돈이 나오는 돈나무였다.


E급 게이트 오크부락.

거기서 나온 오크의 부산물은 생각보다 많은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가죽은 질기고 튼튼해 갑옷이나 의류 제작에 사용되었고.

뼈는 철과 섞으면 강도가 몇 배나 뛰게 할 수 있는 재료였다.


심지어 오크의 이빨과 손발톱 역시 가공만 한다면 보석보다 영롱하게 바뀔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돈을 퍼주는 몬스터인 셈이었다.


투자한 금액조차 반년만 지나면 흑자로 돌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게이트가 사라졌으니, 대방석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후우. 야, 그 후로 다른 게이트에 문제는 없지?”

“예, 지시하신 대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입장 자체도 제한하고 있고요.”


게이트는 하나의 사업이다.

옛날에는 게이트를 소유하면 독점하는 시장이 대부분이었다.

게이트는 돈이 자라는 나무니까.


사실상 이득만 본다면 이게 맞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길드가 소유하는 게이트가 늘어날수록, 인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대형 길드라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게이트의 개수가 많으면 처리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입장 시에 돈을 받고 게이트에서 잡고 나온 몬스터의 일정 퍼센티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길드에 속하지 않은, 혹은 게이트 소유권이 없는 중소 길드는 사냥과 소재를 획득하고.

그들은 가만히 앉아 일정 금액을 계속 징수하는 것.

비록 소재는 얻을 수 없지만, 들어오는 돈이 없는 것보단 나았다.


그렇다고 그들도 마냥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게이트가 클리어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보스 룸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

거기서 나오는 몬스터는 적당히 처리하며 추가적인 수입도 챙기고 있었다.


“그래, 쓰라리긴 해도 철저하게 관리해. 또 이딴 일이 벌어지면 진짜 답이 없어지니까.”


그만큼 대방석은 지금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의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갑자기 사라진 원인이 자연적인 현상인지, 누군가의 계략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니까.


사실 협회는 물론이고 다른 길드에도 이야기를 꺼내긴 했다.

이 사건이 만약 다른 이들의 소행이라면 잡으면 그만이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문제가 되니까.


지금껏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었기에 그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에게 다가왔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병천이 마저 일처리를 위해 움직이려는 찰나.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한 길드원이 들어왔다.


“기, 길드장님! 크, 큰일 났습니다!”

“뭐야, 갑자기?”


대방석은 막 들어온 길드원, 석운승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석운승, 너 내가 찾으란 건 찾고 오는 거냐? 어?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게, 게이트가 사라졌습니다!”

“···뭐?”


잠깐의 정적.

하지만 이내 대방석의 얼굴에 깊은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게 왜 또 사라져!!!!”


콰앙-!

콰자작-!!

그가 내려친 주먹에 의해 스톤 우드 책상이 산산조각이 나며 공중에 흩날렸다.


“어, 어디야. 어디가 사라졌어?!”

“그, 오금동에 있는 C급 게이트······.”

“뭐?! C급?! 그것도 오금동에 있는 거라고?!”


대방석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E급도 타격이 큰데 C급이라니.


심지어 오금동에 있는 건 금싸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이트였다.

E급 오크부락보다 더 큰 비용과 더 많은 이윤을 주는 곳이건만.

그게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대방석의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 또 아무것도 모른 채 온 거면······!”


죽여버리겠다.

그런 뜻의 눈빛에 석운승을 침을 꼴깍 삼켰다.


“봐, 봤습니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가 여기에 자진해서 달려온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게이트가 닫힌 이유.

그리고 그걸 누가 닫았는지.

석운승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


“···뭐? 봤다고?”

“예! 게이트를 닫은, 아니··· 정확히는 수상하게 움직이던 녀석들을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석운승의 말에 대방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드디어 게이트가 닫힌 실마리가 잡혔으니 눈이 돌아간 것이다.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게이트를 닫았냐고!”

“사, 사이비 녀석들입니다!”

“사이비? 설마 위쪽 그 새끼들?”

“예!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해줬는데···!”

“해줬는데 뭐?! 빨리 말해!”

“그, 혹시나 해서 몰래 따라갔는데 바닥에 이상한 액체를 부어버리곤 가버렸습니다. 그리곤······.”


석운승은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거기까지 들은 대방석은 어떻게 돌아간 건지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의 결과는 오크부락과 같았다는 걸 말이다.


“그 사이비 새끼들이······! 감히 철혈의 영토에서 개수작을 부려?! 야! 당장 차 대기시켜!”

“아, 알겠습니다!”


대방석의 사나운 표정에 석운승과 이병천이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개자식들,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똑똑히 알게 해주마···!’


대방석의 눈이 사납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몰랐다.


“이 개자식들이 감히···!”

“우리 신께서 주신 선물을···! 이 천벌 받을 녀석드을!!”

“하, 이것들이 감히 우리 약초밭을 건드려···?”


다른 세 곳 역시 똑같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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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새 동료 21.09.10 1,089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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