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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아카데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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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
작품등록일 :
2021.08.09 06:30
최근연재일 :
2021.10.14 23: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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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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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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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화. 슬라임 짐

DUMMY

점심이 끝난 직후.

학생들이 하나둘 식당을 빠져나갔다.


“엄마~! 우리도 간다!”

“저, 안녕히 계세요.”

“알았으니까 빨랑 꺼져.”


이서아와 한송훈 역시 빠져나가고, 드디어 마지막으로 강민호가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넌 내일 아침 9시까지. 여기로 와라. 그리고 아침은 거르고. 알겠냐?”

“네, 넵······!”

“만약 안 오면 내가 찾아서 강제로 끌고 올 거다. 알았어?”

“아, 알겠습니다!”


김준식의 협박에 강민호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김준식의 말을 믿건 안 믿건 상관없었다.


‘안 오면 그냥 끌고 오면 그만이니까.’


강민호가 나간 후.

김준식은 식당 마감을 시작했다.

물론, 그 사이 강민호의 수업에 관한 걸 해결한 건 덤이었다.


-알겠네. 그 학생 점수나 수업 쪽은 내 쪽에서 처리해두마.

“부탁 좀 할게. 할배.”

-그래,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거나 한 번 더 부탁하네.

“그래, 그래. 알았어. 할배는 언제 오든 해줄 테니까 맘 편하게 와.”

-허허, 고맙구만. 그럼 난 이만 일하러 가봐야겠네.

“어, 수고해.”


바로 총장, 배덕춘이란 치트를 쓴 것이다.


“좋아, 그럼 가볼까.”

“뀨~!”

“뀨이~”


식당 마감을 끝낸 뒤 김준식은 양어깨에 라임과 레몬을 올린 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오, 준식이냐? 무슨 일로 전화했어?

“야, 게이트 하나만 내놔.”


바로, 협회장. 민준호였다.

사실 김준식은 이런 식으로 게이트를 요구하고 싶진 않았다.


괜히 또 말이 나오면 문제가 될 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필요한 재료가 있는 만큼,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강민호.

녀석에게 가장 적합한 식자재가 당장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이트? 어떤 거?

“하얀 거 있잖아. 그 헬창 새끼가 맨날 처먹던 거. 그거 나오는 거 아무거나 좀 내놔. 가능하면 D급으로.”

-아~ 그거?


김준식의 설명에 민준호는 뭔지 알겠다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급한 거냐?

“당장 내일 써야 해. 그러니까 찾을 수 있는 거 바로 좀 부탁해. 아, 그리고 클리어해도 괜찮은 거로 내놔.”


안 된다면 아무곳이나 가서 수집만 하고 나올 생각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흡수하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그래야 재료 수급이 수월해질 테니까.


그가 가진 생산형 게이트는 몬스터만이 아닌, 환경 그 자체도 ‘재료’로서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네 부탁인데 당연히 해줘야지. 찾아서 바로 연락해주마.


민준호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뒤.


띠링-

민준호에게 한 통의 문자가 김준식에게 날아왔다.


‘역시, 이 새끼 일 처리 하나는 기똥차네.’


당장 클리어해도 문제없는.

그가 원하는 재료가 나오는 D급 게이트의 주소를 보내준 것이다.


“좋아, 그럼 가볼까? 얘들아.”

“뀨이~!”

“뀨-!”


필요한 게이트를 확인한 김준식은 곧장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자, 그럼 시작해볼까.’


다음 날.

김준식은 식당에 오자마자 곧장 필요한 재료를 꺼냈다.

오늘 아침, 그가 만들려는 건 바로 닭죽이었다.


닭죽에 가장 중요한 건 닭과 쌀이다.

애초에 죽이라는 음식은 쌀로 만드는 음식이니까.


하지만 김준식이 꺼낸 재료는 조금 달랐다.


‘피톤 씨앗.’


그가 어제 게이트에서 찾은 재료.

주먹만 한 열매 안에 담긴 흰색 알갱이 씨앗이었다.


‘이번 음식에선 이게 가장 중요하지.’


피톤 씨앗의 효능은 간단하다.

체력 회복 상승과 근 성장 상승.

이 두 가지가 결합한, 사실상 헬창에게 좋은 만능 식품이었다.


하지만 이 재료에 단백질이 들어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칼로리 자체는 0에 수렴할 정도로 가벼운 녀석이었다.


‘그러니 닭과 함께 먹어야지.’


단백질 하면 떠오르는 재료.

바로 닭가슴살과 말이다.


‘우선 피톤 씨앗을 찬물에 넣어 불린다.’


불리는 시간은 한 시간.

그 이상 불리면 씨앗이 발아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한 시간이 제일 식감이 좋을 때지.’


그러니 이 시간을 확실히 지켜주며 요리를 하는 것이 첫 번째 포인트였다.


‘자, 다음은 닭이다.’


김준식은 수컷 쌍닭 한 마리를 꺼냈다.


‘조금 퍽퍽하긴 해도 이 녀석이 가장 단백질이 많지.’


김준식은 곧장 손질에 들어갔다.

아니, 손질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기본적인 건 라임이와 슬라임들이 끝냈으니까.

그가 하는 거라곤 누린내가 나는 누런 지방을 제거하는 정도였다.


사실 지금 만드는 닭중의 성질을 보면 닭가슴살만 쓰는 게 가장 베스트다.

하지만, 김준식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너무 단백질만 섭취하면 문제가 되니까.’


단백질도 적당히다.

그것만 계속 찾아 먹었다간 통풍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특히나 극성 바이러스가 생기는 지금, 그런 거에 걸렸다간 헌터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쓰더라도 골고루 써야지.’


그가 사용하는 건 모든 부위.

다리 살은 물론이고 날개와 가슴 등.

살코기가 있는 건 전부 쓸 예정이었다.


쌍닭 손질이 끝나면 이젠 삶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닭죽에 쓸 닭 육수 역시 뽑아내는 과정이었다.


김준식은 쌍닭이 들어갈 만한 큰 냄비 하나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닭을 넣은 뒤, 물을 부었다.


여기서 물 비율도 중요하다.

닭 육수의 질은 물 비율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누어지니까.


그래도 조절은 간단하다.

닭 크기의 2배에서 3배 정도의 물을 사용하면 된다.

물론, 평균적인 닭이라면 말이다.


‘양은 4배.’


하지만 김준식이 택한 건 4배다.

물은 많을수록 육수가 싱거워진다.

하지만 김준식은 애초에 그걸 노리고 이만한 양을 잡은 것이다.


‘쌍닭 육수는 엄청 진하니까.’


솔직히 5~6배까지 잡아도 되는 게 바로 쌍닭이었다.


물 준비가 됐으면 거기에 추가적인 재료를 넣어야 한다.

거기서 김준식이 택한 건 양파, 대파, 마늘, 생강이었다.


‘생강 하나, 양파는 두 개, 대파는 두 개를 잘라 넣고······ 마늘은 왕창.’


양이 좀 많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이 모든 건 저 진한 쌍닭의 육수를 잡기 위한 재료였다.


보글보글-

조금 지나자 물이 끓기 시작했다.

이 역시 한 시간을 끓여주면 된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애초에 닭 육수를 내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일 뿐이었다.


물이 끓는 걸 확인한 김준식은 이내 다른 재료도 꺼냈다.

당근, 양파, 애호박이었다.


‘닭죽이긴 해도 채소가 없으면 안 되지.’


타다다다-!


크기는 작게.

피톤 씨앗과 비슷한 크기로 잘게 썰어 준비하면 된다.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육수를 봐주면 된다.

중간중간 닭을 뒤집어주고 물이 절반까지 줄어들면 된다.


‘좋아, 다 됐어.’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다.

김준식은 우선 불리고 있던 피톤 씨앗부터 건져 물기를 뺐다.


그다음엔 닭이다.

닭을 건져낸 김준식은 곧장 살코기만 발라내기 시작했다.


모든 살코기를 발라냈으면 다음은 육수였다.

체에 육수를 부어서 같이 넣었던 채소나 위에 뜬 기름을 걸러내면 닭죽 끓일 준비가 끝난다.


‘후우, 시작해볼까.’


가장 처음은 불린 피톤 씨앗을 볶는 것이다.

냄비에 피톤 씨앗을 넣고 참기름을 넣어 볶아준다.


씨앗이 적당히 투명해지면 그때 걸러낸 육수를 절반 부어준다.


보글보글-

이때 핵심은 잘 저어주는 것.

젓지 않으면 타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슬슬 넣으면 되겠네.’


적당히 끓으면 썰어둔 채소를 전부 넣고 잘 저어준다.

육수가 조려지며 걸쭉해질 때까지.


그렇게 걸쭉해지면 그제야 미리 손질해둔 닭고기를 투하한다.


‘마지막으로 간.’


간의 종류는 다양하다.

간장과 소금을 넣어도 좋고 다진 마늘과 소금 등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김준식이 택한 건 소금과 간장이다.

간장은 너무 많이 넣으면 색 자체가 바뀌니 적당히 넣어주고 소금으로 맛을 보강하면 완성이다.


끼이익-

닭죽이 완성된 직후.

문이 열리며 어제 봤던 강민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거기 앉아라.”


김준식은 강민호에게 자리를 권유한 뒤 막 만든 닭죽을 적당히 그릇에 퍼 담았다.

그리곤 자리에 앉은 녀석 앞에 그릇을 내려놨다.


탁-!


“먹어라.”

“이건······?”

“닭죽이지 뭐긴 뭐야. 새끼야. 다 처먹어라.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알겠냐?”

“네, 네엡···!”


김준식의 말에 강민호는 숟가락을 들었다.


꼬르륵-

닭죽의 냄새를 맡자마자 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공복 상태였다.

어제 김준식이 아침을 무조건 거르고 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스읍, 맛있겠다.’


그는 침을 삼킨 뒤 곧장 닭죽을 떠서 입으로 넘겼다.


후룹-


‘으허······!’


뜨거운 맛에 순간 입이 놀란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익은 알갱이와 닭이 혀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맛있다······.’


너무 맛있었다.

그저 공복 상태여서 맛있다고 느끼는 게 아니었다.

그 이상으로 이 닭죽에는 묘한 매력이 존재했다.


‘으허, 부드러워······!’


후루룹-!

입에 넣고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죽이 술술 넘어갔다.


“크하! 맛있다!”


단 몇 분 만에 그릇이 비워졌다.


쩝쩝.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양이 뭔가 부족해.’


배는 좀 불렀다.

아니,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평소 영웅 식당의 양을 생각하면 조금 달랐다.


분명, 이 역시 많은 양이긴 했다.

하지만 어제 다른 사람들이 먹던 밥양과 비교하자면 좀 적은 느낌이 들었다.


“다 먹었냐?”

“아, 네···! 근데 혹시 더 없나요······?”

“더?”

“네, 네!”


좀 더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쏙 들어가고 말았다.


“만들어 줄 순 있는데 그러면 이제 막 시작할 훈련에서 다 게워낼 텐데?”

“······네?”


강민호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훈련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 훈련이라니 그게 무슨······.”

“이 새끼, 생각 없이 살래? 아침부터 널 부른 이유가 그럼 뭐겠냐? 응?”

“······?”

“어휴, 답답한 새끼. 됐다. 어차피 너 같은 녀석들은 그냥 몸으로 알게 해주는 게 답이지. 라임아!”

“뀨이!”


김준식의 말에 라임이가 다가왔다.

정확히는 몇 마리의 슬라임이 추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게 무슨···?!”


슬라임들이 강민호의 몸에 달라 붙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무릎, 허리, 복부 등등.

마치 로봇 슈트의 프레임만 짜둔 듯한 형태로 녀석의 몸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그대로 밖에 나가서 훈련 시켜. 방법은 알지?”

“뀨이~!”


라임이가 대답한다.

그리곤 곧장 강민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당 밖, 정확히는 식당 뒷문 쪽으로 말이다.


“모, 몸이 멋대로···! 사, 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대? 네 성격 고쳐준다니까? 덤으로 능력도 올려주고 말이야.”


물론 그게 강제적이고, 근육이 찢어지겠지만 말이야.

김준식은 그런 뒷말을 삼키며 웃는 얼굴로 녀석을 배웅했다.


덜컥-!

이내 강민호가 라임이에게 이끌려 뒷문으로 나가버렸다.


콰아앙-!

그리고 굉음이 들려왔다.


“사, 사람살려어-!!”


그리고 이어진 녀석의 비명.

그 소리를 들으며 김준식은 피식 웃었다.


“거봐, 벌써 효과 나오잖아.”


자존감도 낮고 소심했던 녀석이 벌써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김준식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역시 효과가 좋다니까.’


영웅 중 한 명이 보증한 헬스장.

슬라임 짐(Gym)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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