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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아카데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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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
작품등록일 :
2021.08.09 06:30
최근연재일 :
2021.10.14 23: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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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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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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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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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7화. 눈물의 이유

DUMMY

‘뭐, 알아서 하겠지.’


김준식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기가 귀화하겠다는데, 그걸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한국으로선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영웅이다.

이서아와 민준호.

이미 두 명이나 영웅이 나온 국가에 샤오 린이 추가되는 것이다.


영웅 보유 국가.

그 하나만으로도 국가 간의 대화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는 시국인데 거기서 한 명이 추가된다면?


‘어떤 대화든 주도권을 가져오기 쉽게 되는 거지.’


물론, 그건 김준식이 신경 쓸 건 아니다.

하지만 샤오 린이 오면서 아마 민준호의 발언권 자체가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민준호와 이서아 역시 샤오 린을 환영할 게 분명했다.

샤오 린. 그녀는 영웅들 사이에서도 막내딸 같은 아이였으니까.

아마 그녀가 무슨 선택을 하든, 민준호든 이서아든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물론, 김준식 본인도 말이다.


‘중국 측은······ 뭐, 안 봐도 비디오겠네.’


아마 지금쯤 눈이 뒤집혀 개 거품을 물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중국은 그 큰 땅을 가졌음에도 영웅이 샤오 린 한 명뿐이었다.


이유? 간단하다.

애초에 그건 그들의 잘못이니까.

측정 불가 게이트는 원래 중국 땅인 베이징에 열린 게이트였다.


하지만 게이트에 들어가려 한 중국 헌터는 샤오 린을 제외하고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베이징 자체를 통제하고 안에 있던 시민을 버리는 선택마저 한 것이다.


그럼 왜 샤오 린이 게이트에 들어갔을까?

이유는 한 마디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고향.

베이징에 살던 그녀가 잠시 사냥 갔던 사이, 가족이 휘말리고 죽은 것이다.


흔한 사고였다.

하나 그 충격은 컸고, 동시에 샤오 린이 게이트에 돌진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귀화하겠다 한 것이다.

아니, 만약 그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향을 버린 국가다.

그런 국가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선택지가 없다면 몰라도, 선택할 수단이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니 김준식은 샤오 린의 선택을 존중했다.

뭐, 그 목적이 ‘밥’이라는 게 문제지만, 큰 건 아니었다.


‘최소한 이서아 그년보단 덜 먹으니까 말이지.’


김준식은 어깨를 으쓱거린 다시 스마트폰에서 연락처로 넘어갔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신호가 울리고.

뚝-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 할배.”

-준식이냐?


바로 배덕춘이었다.


“할배 바빠?”

-바쁘기만 할까. 지금도 일하던 도중에 받은 거다. 무슨 일이냐?

“아, 사실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말이야.”

-부탁?

“어, 다른 건 아니고 지금 내가 춘천에 있는데 여기에 할배가 좀 봐줘야 할 아이가 있거든.”


김준식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바쁘다는데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본인도 그리 길게 말할 생각도 없었지만.


-······내가 지금 바쁘다고 안 했었나?


하지만, 배덕춘은 그런 그의 말에 못마땅한 듯한 말을 내뱉었다.


“아 거참, 이 할배가 진짜 퍼줘도 못 먹네.”


김준식은 그런 배덕춘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라.

“아이고 할배. 내가 지금 어디 있다고 했어?”

-어디긴 어디야. 춘천······.

“그래, 춘천이지.”

-······.

“그리고 내가 여기서 아이라고 하는 게 어디에 있는 아이겠어? 그냥 길 가다가 만난 아이겠어?”

-설마, 보육원 아이냐?


배덕춘의 말에 김준식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맞아. 그리고 할망구가 지원하는 보육원이기도 하지.”

-······.

“생각해봐. 내가 굳이 할배를 찾은 이유가 뭘까? 평범한 아이가 아니란 거잖아. 그치?”

-···그렇지.

“그러면 자연히 시간이 걸리게 되겠지? 근데 아이를 그쪽에 보낼 수는 없어. 일에 찌든 생활은 아이의 정서에 좋은 건 아니니까. 그럼 할배가 이쪽으로 와야겠네?”

-······.

“그럼 자연히 시간은 오래 걸릴 거고. 그럼 자연히 머물 곳이 필요하겠다. 그치? 근데 웬걸? 여기에 빈방이 많은 곳이 있어요. 심지어 집주인과 아는 사이네?”

-······.

“근데 여기 집주인이 매일 밥도 차려주네? 심지어 어디 다니는 사람도 아니라 자주 마주치기까지 하네?”

-당장 내려가마.


뚝-

전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김준식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역시 할배 움직이기엔 할망구가 최고라니까.’


바쁜 거? 인정한다.

근데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해야지.

부탁하는 입장이지만, 어차피 선택은 배덕춘 본인이 하는 것니까.

김준식이 한 거라곤 그저 몇 마디 건네주는 게 전부니까 말이다.


“마마! 밥 더 줘!”


그때, 샤오 린이 빈 그릇을 김준식에게 들이댔다.

부족하니 밥을 더 달라는 뜻이었다.


“이년아. 적당히 먹어.”

“마마 밥이 맛있는걸. 그러니까 싫어!”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김준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허허, 오랜만입니다. 누님.”


다음 날 아침.

배덕춘이 실실 웃는 얼굴로 도착했다.

참으로 빠를 수가 없었다.

전화한 게 어제 오후였는데, 아침에 올 줄이야.

생각보다 행동 하나는 빠르다고 생각한 김준식이었다.


“······네가 저 꼬맹이를 부른 게냐?”


이춘자 여사가 김준식을 노려봤다.

사나운 눈초리였다.

하지만, 김준식은 그저 실실 웃었다.


“보육원에 할배가 좀 케어해 줄 아이가 있어서 불렀지. 그치? 할배.”

“크흠, 그렇지.”

“그럼, 거기나 가지 대체 왜 여기에 앉는 게냐? 꼬맹아.”

“허허허, 오랜만에 춘천에 내려왔으니 누님께 먼저 인사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쯧, 말이라도 못하면······.”


이춘자 여사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곤 밥그릇 하나를 더 챙기기 시작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챙길 사람은 챙기는 게 이춘자 여사였다.


“허허, 역시 누님이 만든 건 뭐든 맛있네요.”


식사가 시작되고, 배덕춘은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반찬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마치 관심 좀 가져달라는, 어린아이의 행동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춘자 여사는 그런 배덕춘보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넌 언제쯤 직접 이야기해줄 생각이냐?”

“응? 뭐가?”

“저 아이 말이다.”


이춘자의 말에 김준식은 밥을 먹다 말고 옆을 바라봤다.

거기엔 샤오 린이 다람쥐마냥 볼에 음식을 가득 담고 먹고 있었다.


“색시를 데려왔으면 제대로 소개를 해야지.”

“푸훕···!”


순간, 입에 넣었던 밥풀이 튀어나올 뻔했다.


“이 할망구가 진짜?! 뭔 색시야!”


김준식의 노성이 터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샤오 린을 그렇게 바라보다니.

김준식으로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여자와 연이 없는 인생이었다지만, 샤오 린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영웅들 중에서는 그럴 녀석이 전혀 없었다.


이유? 간단하다.

볼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니까.

밑바닥 성격까지 모든 게 까발려진 상태인데 연애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다.


“네가 처음으로 데려온 아이니까 그런 줄 알았지.”

“하아, 아니. 할망구는 뉴스도 안 봐? 얘 몰라?”

“안다. 그러니 더 그쪽으로 오해한 게 아니냐? 그러니 미리미리 말했어야지.”

“하아······.”


김준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째 말할수록 자신이 잘못한 거로 결론이 지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얜 그냥 밥 먹고 싶어서 온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 다신 하지 마. 알았어?”

“그래, 알았으니 그만 떠들고 마저 먹거라.”

“······ 누구 때문에 지금 이러는 건데!”

“어허, 버릇없대도.”

“아오···!”


김준식이 가슴을 친다.

하지만 뭔가 말할 수가 없었다.

이번 말싸움에선 자신이 패한 것이다.


“쓰읍, 야. 넌 아무렇지 않냐?”

“······?”


김준식은 이번 이야기의 대상인 샤오 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볼을 다람쥐마냥 빵빵하게 음식을 채운 상태였다.


우물우물-

그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

꿀꺽-

그리고, 그게 목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음식 맛있어.”

“······하아, 그래. 넌 그런 녀석이지.”


샤오 린의 대답에 김준식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


식사가 끝나고, 김준식은 곧장 배덕춘과 함께 보육원으로 향했다.


샤오 린은 없었다.

그녀는 이춘자 여사가 간식을 준다는 말에 그곳에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아이가 어떻길래 날 부른 거냐?”

“일찍도 물어본다.”


김준식은 배덕춘에게 서장미의 상태를 설명했다.

선천적 각성자라는 것.

교감 능력이 있는 것.

그 능력이 하나에 특정된 게 아닌, 만물에 통용되는 것.

그로 인해 입으로 대화 자체를 못 하는 것까지 말이다.


“심각하군.”

“맞아. 당장은 편법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해도 나중을 생각하면 이대로 둬선 안 되거든.”


서장미의 나이는 6세.

당장은 아이니까 괜찮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문제는 커지게 된다.


사회에선 말을 못 한다는 건 큰 문제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할배가 어떻게 좀 해봐. 정령 한정이긴 해도 교감 관련해선 전문가잖아?”

“흐음······ 그거 꼭 내가 필요한 일이냐?”


배덕춘은 잠시 고민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편법으로 대화가 가능한 방식이 있었다.

그럼 굳이 자신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김준식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할배, 편법으로 대화가 될지언정, 능력 발전은 안 돼. 지금 장미에게 필요한 건 능력을 제어하는 방법이라고.”


교감 능력 제어.

서장미에게 필요한 건 그거였다.

이건 라임이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다른 직원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교감 능력자.

배덕춘 같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후우, 이 나이 먹고 아이 뒤치닥거리나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좀 부탁해. 그래도 할망구랑 계속 만날 수 있잖아?”

“크흠, 뭐 꼭 누님을 봐서 하는 건 아니다. 알겠냐? 나는······.”

“예, 예. 아이를 위해서. 맞지?”

“크흠!”


김준식의 말에 배덕춘이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도 내가 할 줄 아는 건 정령과의 대화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할배가 못 하면 한국에선 장미를 교육할 사람이 없는 거지. 그땐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보육원 앞에 도착했다.

김준식은 곧장 배덕춘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배덕춘이 온다는 건 길원오 원장에게 설명해둔 상황.

아마 지금쯤 대충 준비는 해뒀을 게 분명했다.


-으아아앙!!


그때, 안쪽에서 아이 울음이 들려왔다.


‘뭐지?’


보육원에선 흔한 일이다.

아이들이 있는 이상, 우는 아이도 분명 존재하니까.

하나, 여긴 평화 보육원.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아이가 우는 것보단 웃는 일이 많은 보육원이었다.


“할배 가자.”

“허허, 그래. 어떤 아이인진 몰라도 소리가 장군감이네.”


시시덕거리는 배덕춘과 함께 김준식은 소리의 근원지로 발을 돌렸다.


위치는 놀이방.

아이들이 여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소였다.


김준식은 복도에서 창가로 놀이방 안을 들여다봤다.

거기엔 오늘 찾아온 이유인 서장미가 있었다.

하지만, 우는 건 장미가 아니었다.


‘저 아이는······.’


김준식은 서장미의 앞에서 울고 있는 남자아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으아앙! 나도 슬라이랑 놀 거야아-!!”


춘천 KTX.

그 안에서 봤던 꼬마, 김경수가 서장미가 데리고 있던 라임이를 붙잡은 채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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