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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의 서재입니다.

귀환자의 아카데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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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북
작품등록일 :
2021.08.09 06:30
최근연재일 :
2021.10.14 23: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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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1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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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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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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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4화.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데?

DUMMY

“자, 장미야······!”


길원오가 눈물을 흘린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곁에 있던 직원들 역시 장미의 목소리를 듣곤 눈물을 흘렸다.


말을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장미는 언제나 말했으나 자신들이 듣지 못했을 뿐이었다.


미안했다.

아이가 말하는데 그들은 들어주질 못했으니까.

누구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나이인 서장미였다.

그런데 그조차 제대로 해주질 못했으니 모두 눈물을 뚝뚝 흘린 것이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장미야······.”


길원오는 눈물을 흘리며 서장미를 끌어안았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미안하다고 여기는 건 길원오였다.

원장인 만큼, 더 챙겨줘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으니까.

아니, 챙긴다고 챙겼으나 정작 서장미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던 죄책감이 더 컸다.


물론, 그가 잘못한 건 아니다.

애초에 서장미는 말할 이유를 배우지 못했을 뿐이니까.

아무리 보육원 원장이어도, 모든 아이를 케어하기란 쉬운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미안했다.

챙겨주지 못해서, 알아주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수록 계속 마음에 죄악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왜 울어요?


하지만 장미는 순수했다.

그가 왜 우는 건지, 주변이 왜 눈물바다가 됐는지 몰랐다.

그저, 의문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길원오가 우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언제나 말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을 거다.

그러니 지금 대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런데 서장미는 그러지 않았다.


“자, 장미야······.”


길원오는 당황했다.

서장미는 왜 의문을 품지 않는 건지.

혹여나,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길원오의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우웅? 지금 목소리 누구야?”

“누구지? 처음 듣는 목소린데!”

“근데 왜 귀가 아니라 뭔가 머리에서 울리는 거 같아!”

“아하하! 머리에서 소리가 들려!”


갑자기 머리에 울리는 목소리에 아이들은 간식을 먹다 말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 정확히는 신기해서 서로 떠들기 바쁜 상태였다.


-응? 다들 왜 그래?


그때, 다시 장미의 목소리가 퍼졌다.

그제야 아이들의 시선이 장미에게 몰렸다.


“설마 장미 목소리야?”

“와! 장미가 말한다!”

“와아아~! 장미가 말해요! 선생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퍼진다.

동시에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미에게 모여들었다.


“장미야! 이제 말할 수 있는 거야?!”

“장미 목소리 이쁘다!”

-으··· 답답해······.


하나둘 장미에게 말을 건다.

아니, 오히려 말을 거는 건 빌미에 지나지 않았다.

너무 몰린 탓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장미를 껴안는 모습이 되었다.


풋-

그 모습에 울던 직원들의 얼굴에 하나둘 웃음꽃이 피어졌다.


“하, 하하하!”


길원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가엔 눈물이 글썽거렸으나,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자연히 터져 나왔다.


그는 잠시 호흡을 진정시켰다.

이내 눈가를 닦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슬픈 것보단 기쁜 게 나았다.

아이들에게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은 법이다.


“자자, 얘들아. 너무 그러면 장미가 괴로워하잖니.”


그는 다시 원장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보이는, 상냥한 원장으로.


물론, 다른 직원도 마찬가지다.


“자, 얘들아. 어서 자리로 돌아가야죠?”


그들 역시 길원오를 따라 몸을 움직여 아이들을 제자리에 다시 착석시키기 시작했다.


얼굴에 웃음을 띤 채로.


**


간식시간이 끝난 뒤.

길원오는 김준식과 함께 다시 원장실로 돌아갔다.

물론, 둘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있지······.


서장미.

그녀 역시 함께였다.

길원오가 두 팔로 그녀를 안은 채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소통을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하하, 그렇구나.”


길원오의 얼굴엔 웃음꽃이 한가득이었다.

어찌 안 웃을 수 있을까?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서장미는 말이 많았다.

떠드는 걸 좋아했고, 자랑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슬라임이 뭐라고 했냐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서장미는 손에 쥔 슬라임과 했던 대화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특징인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행동이었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일.


“하하, 정말? 대단하네.”


하지만, 길원오는 그런 장미의 말에 계속 호응하고 있었다.


“어이, 아저씨. 다 왔어.”

“어? 하하. 벌써 여기에 왔네?”


김준식의 지적에 발을 멈춘 길원오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물론, 서장미를 안은 채로.


“장미야.”

-네에?


길원오는 서장미를 불렀다.


“사실, 오늘은 원장 선생님이 장미에게 사과하고 싶은 게 있어요.”

-사과요···?


길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장미를 데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못다 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래요. 원장 선생님이 그동안 장미 말도 제대로 안 들어주고 그랬잖니? 그걸 사과하고 싶었어요.”


길원오가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말을 듣지 못해 답답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하지만, 서장미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괜찮아요.


서장미는 오히려 길원오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익숙한걸요.


익숙하다.

그 한마디에 길원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장미의 나이는 고작 6세.

그런 어린 것이, 저게 익숙하단 말을 하다니.

그 사실에 길원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친구들하고 대화하면 재밌는걸요?

“으, 응? 친구?”


하지만, 이내 이어진 서장미의 말에 길원오는 눈물보다 의아함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와 대화라니?

길원오는 거의 매일 아이들을 보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서장미가 친구들과 노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야 말을 걸던 아이들도 말이 없단 걸 알고 가버렸으니까.

관심은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도 채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있는 곳은 둘 중 하나였다.


보육원 내에 있는 대추나무 밑.

그리고 보육원 안에 있는 놀이방이었다.


“그 친구들이 누구예요?”


그래서 물었다.

친구들이 누구냐고.

그리고 들려온 건, 그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였다.


-으음, 그러니까······ 개미 씨랑, 나무 씨랑······.


개미에 나무.

심지어 돌이나 잡초, 꽃 등.

사람이 아닌 존재를 친구라며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개미 씨랑 나무 씨, 그리고 돌 씨랑 놀았다고······?”

-네에!

“서로 대화도 하고?”

-네에!


서장미가 해맑게 웃는다.

그 모습에 길원오는 뭐라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못 볼 때 사귄 보육원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 원장 선생님 제 말 안 믿어요······?


그런 길원오의 마음을 읽은 걸까.

서장미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길원오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질책했다.


“아니. 아니에요. 원장 선생님은 우리 장미 말 믿어요.”

-정말요······?

“그럼~ 나중에 친구들 소개해줄래요?”

-···! 네에! 소개해줄게요!


서장미가 친구들 이야기에 신난듯 떠들기 시작했다.

길원오는 그런 장미의 말에 호응하며 웃었다.


항상 하고 싶었던 일.

그 일을 하니 세상 즐거운 길원오였다.


‘대단한데.’


그런 둘을 보며 김준식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와 놀아주는 길원오를 보며 놀란 게 아니었다.


“설마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응? 무슨 소리냐? 준식아?”

-···?


김준식의 중얼거림에 길원오와 서장미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 모습에 김준식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아무래도 장미가 가진 능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거 같아서 말이야.”

“뭐? 그게 정말이냐?”

-나······ 대단해요?


둘의 말에 김준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장미 너 정말 대단한 아이야.”

-와아···! 나 대단하대요!

“하하하, 그럼~ 우리 장미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데~!”


김준식의 말에 둘은 기분이 좋은지 들썩거렸다.

그런 둘을 보며 김준식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빈말은 아니었다.

김준식은 서장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친구로 개미와 나무, 잡초, 꽃······ 심지어 돌까지 있다고 했지.’


종족을 구분하지 않는다.

심지어 생명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돌마저도 교감할 수 있다는 건······.


‘일단 모든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다고 봐야 해. 만약 굳이 명칭을 따지자면······.’


만물 교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교감하는 힘.

그게 서장미가 가진 힘이라고 말이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다.

애초에 능력이란 건 너무 광범위하니까.


‘그래도 알아봐 줄 사람은 있지.’


배덕춘.

세상에는 정령사로 알려진 그였지만, 사실 배덕춘 역시 교감 능력자였다.


정령 교감.

정령들과 소통하고, 부탁하며, 힘을 빌리는 정령사.

그게 배덕춘의 진짜 힘이었다.


‘뭐, 그걸 알기 전에 우선 그 이야기부터 해결한 뒤에 해야지.’


김준식은 길원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

“응? 왜?”

“장미랑 못다 한 이야기 푸는 것도 좋은데 어제 그 사람에 대한 것도 물어봐야지.”

“아아, 그래. 그랬지, 참.”


김준식의 말에 길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장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장미야.”

-···네에?

“원장 선생님이 장미에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답해줄 수 있니?”

-뭔데요?

“저번에 왔던 그 아저씨 있잖니···.”

-···?! 서, 설마 그 아저씨 와요······?


서장미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 모습을 보자 길원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아니야. 그 아저씨 안 와요.”

-저, 정말요······?


“그래, 왜? 그 아저씨랑 만나는 게 싫니? 그 아저씨는 장미랑 함께 지내고 싶어 하던데.”


길원오의 말에 서장미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그 아저씨 저만 보면 저 이상한 곳에 보낼 생각만 한단 말이에요···.


서장미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니 길원오의 마음이 울컥했다.


‘이렇게 싫어하는데 계속 만나게 하다니······.’


실책이었다.


“아이구, 우리 장미. 걱정하지 말렴. 그 아저씨가 장미 어디 이상한 곳에 안 보내게 해줄게, 아니. 다신 안 만나게 해줄게요.”

-정말요······?

“그럼~ 원장 선생님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자, 약속!”

-약속···!


길원오의 새끼손가락에 서장미의 작은 손가락이 감겼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던 김준식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일방적인 교감조차 가능한 건가?’


교감 능력은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만 가능한 능력이다.

근데 서장미가 한 말을 들어 보면 이미 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수준이었다.


‘일방적인 교감이 가능하다.’


그건 이미 교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속마음을 읽는 새로운 능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야.’


아직 그녀는 6세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잘못 느낀 걸 수도 있고, 오인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처는 해두는 편이 좋았다.


“나도 도와줄게.”

“아이고, 우리 장미 좋겠네? 여기 요리사 삼촌도 장미가 어디 안 끌려가도록 도와준대요.”

-정말요······?


길원오의 말에 서장미가 김준식을 바라봤다.

기대어린 눈빛이었다.

아무래도 서장미는 교감으로 김준식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네가 어디 안 끌려가고 친구들이랑 놀 수 있게 해줄게. 그리고 그 아이도 도와준다고 하네?”

“뀨이~!”


김준식의 말에 서장미의 손에 있던 슬라임이 몸을 흔들었다.


-와아···! 고마워!


서장미가 살포시 슬라임을 끌어안았다.

교감이라는 능력이 있는 이상, 그녀는 김준식보다 더 자세하게 녀석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녀석이 붙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지.’


몬스터도 때려잡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영웅들과도 싸울 수 있는 녀석이다.

그만큼 상대가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라임이라는 안전띠는 강하게 서장미를 붙잡아 줄 것이다.


“우리 장미, 친구가 늘어서 좋겠네?”

-네에···!


서장미가 실실 웃는다.

마치 천사가 내려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부디 장미가 잘못 느꼈길 바라야지. 내가 지내던 보육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걸 볼 순 없으니까.’


김준식은 서장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디, 그녀가 읽은 마음이 틀리길 바라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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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기습 +4 21.10.12 601 28 13쪽
» 44화.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데? +3 21.10.11 601 22 13쪽
44 43화. 누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 +1 21.10.09 675 26 14쪽
43 42화. 말을 안 하는 게 아니야 +2 21.10.07 701 25 12쪽
42 41화. 말 없는 아이 +4 21.10.06 705 24 11쪽
41 40화. 방문객 +1 21.10.05 750 21 14쪽
40 39화. 적은 것보단 많은 게 좋지 +4 21.10.04 779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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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너한테 한 말 아니다. +1 21.09.29 847 18 14쪽
36 35화. 내가 좀 급해서 +1 21.09.28 851 18 13쪽
35 34화. 조용한 날이 없네 21.09.27 827 21 13쪽
34 33화. 파티 +2 21.09.26 866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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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슬라임 짐 +2 21.09.23 909 19 12쪽
31 30화. 지금 수업이 중요해? +1 21.09.22 915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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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정력에 좋은 재료 +2 21.09.18 985 18 12쪽
26 25화. 대체 누가 닫았어?! +1 21.09.16 988 19 12쪽
25 24화. 상관없어 +1 21.09.15 1,01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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