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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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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8.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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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262화 - 노숙자가 된 영주

DUMMY

영월터미널에서 영주는 안타깝게도 마을버스 막차를 놓치고 결국 영주는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대기실에서 신세를 져야만 했다. 시골이라 터미널 근처에 모텔이나 여관도 없었다.


선암사로 향하는 마을버스 시간때가 텀이 길었고 영주의 빈곤한 처지를 볼 때 택시를 탈 수 있는 여건도 충분치 않고 휴대폰도 없다.


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악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여태 피죽 조차 먹지 못한 영주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녹초가 되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벤치 위에서 배낭을 베게 삼아 깊이 잠들었다. 누군가 그가 안쓰러운지 신문지 한장을 덮어 준 모양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어느 덧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터미널은 굉장히 조용하고 한산했다. 여전히 영주는 머플러로 눈만 빼놓고 전부 가려버렸다. 매표소 직원은 열쇠를 채우고 자리를 잠시 비웠다.


그때, 후드점퍼를 입은 젊은 청년이 영주가 누워 있는 반대편 의자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주위가 산만한 그는 초조한지 무의식적으로 한쪽 다리를 덜덜 떨면서 주위를 힐끗 바라보고 사람이 있는지 확인 한다.


그런 다음 손에 있던 동전 몇개를 일부러 떨어뜨린다. 신문을 두르고 자고 있는 사람이 단순히 자고 있는 건지, 만취한 취객인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였다.


영주가 반응이 없다. 젊은 청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와 영주의 야상자켓을 더듬 거리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 하는데 순간 동작을 멈춘다.


어리버리한 이 소매치기는 눈이 반쯤 떠진 영주와 정면에서 마주치자 어찌할지 몰라서 매우 당황했다. 소매치기는 영주를 보며 씩 웃더니 그대로 소리없이 굽혔던 허리를 피고 천천히 뒷걸음질친다.


“잠깐...”


영주가 건조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소매치기 청년은 뜨끔 했는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져서 얼음처럼 굳는다.


“난 사람 얼굴 딱 한 번 봐도 잘 기억하거든.. 너 김철수 맞지? 아직도 그 못된 손버릇 못 고쳤냐?”


젊은 청년이 경악을 한다.


영주가 머플러를 풀어해치자 그제야 그 소매치기 청년이 영주를 알아본다.


“엇? 그 깡패누나랑 초코파이?”


그는 고등학생에서 졸업을 한 건지 정학을 당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이젠 어엿한 21살이 되었다.


“너.. 밥 안 먹었지?”


영주가 시계를 보더니 까칠한 어투로 말했다.


“네?”


뜬금없는 소리에 철수는 바로 놀란다.


“나랑 밥 먹을래? 경찰서 갈래?”


영주가 무섭고 엄하게 군기를 잡는다.


“두 말 하는 거 질색이거든..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참 성격 별나네! 그 꼬맹이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딱 아저씨네?”


철수는 불쑥 짜증을 내지만 호기심 삼아 영주를 뒤따라 간다.


“이모! 여기 설렁탕 곱배기로 두 개 주세요!”


영주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오랫동안 고민도 하지 않고 기사들이 자주 찾는 심야식당인지 낡고 오래된 초라한 설렁탕 식당으로 버젓이 들어 간다.


영주는 귀공자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물과 반찬은 셀프서비스라서 영주가 알아서 모범을 보이듯 일어나서 착착 준비한다.


“와! 끝내준다. 진짜 맛있겠다!”


영주는 입에 군침이 나돌정도로 투가리를 열어보면 빨갛게 익은 선박지를 야무지게 집게로 꺼내서 그릇에 담고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는데 제법 서툴지않고 능숙하다. 고아들과 식사를 하는 것처럼 반찬을 소박하게 그릇에 담아서 가운데 내려 놓는다.


조금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 뚝배기를 중년 여성이 가져온다.


영주는 마구 들떠서 환희로 가득찬 표정을 짓는다.


“총각 둘 다 훤칠하게 잘 생겼네? 오늘 담근 겉절이여! 맛이나 어떤지 보라구?”


인심 좋은 여주인은 웃으며 배추겉절이 한접시를 차분하게 내려 놓는다


“와! 감사합니다.”


영주가 더욱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여주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너.. 설렁탕 안 먹어봤지? 나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인상깊었어.. 아마 청해수산에서 만난 그 김은재씨 때문에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어.”


영주는 종지그릇에 담겨 있는 파대기와 새우젓을 철수 그릇에도 넣어 주고 자기 그릇에도 똑같이 넣는다.


“설렁탕에 소주가 빠졌네.. 소주 한 잔 할래?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철수는 어이 없는 표정을 짓는다. 여주인이 참이슬 한 병 가져온다.


영주는 매우 시장했는지 뜨끈한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살며시 음미한다. 6일만에 병원밥이 아닌 강원도 영월에서 첫끼다. 따뜻한 국물이 혀끝으로 부드럽게 넘어가자 온기가 서서히 퍼졌고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해? 사람 앞에 앉혀놓고 제사 지내냐! 얼른 먹어?”


영주가 인상을 험악하게 찌푸리자 협박처럼 느껴져서 철수가 무서워서 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었다.


“네! 잘 먹겠습니다.”


영주는 자연스럽게 공기밥도 싹싹 숟가락으로 긁어서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설렁탕에 모두 집어 넣고 편하게 식사한다.


“소매치기해서 그 돈으로 뭐할려고?”


영주는 밥 먹다가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철수가 설렁탕 먹다가 영주가 제대로 돌직구를 날리자 갑자기 사래가 걸렸는지 콜록콜록 거리며 연실 물을 벌컥 마셔 댔다.


“네가 이번에도 나를 만나서 천만다행이지.. 내 수중에 꼴랑 네 밥값까지 포함에 25,000원있거든.. 그거 털다가 경찰서 가면 안 쪽팔리냐?”


“자꾸 습관이 들어서 그런데 어떡하라구요! 고등학교 자퇴해서 고작 할 수 있는 게 편의점, 피시방이나 주유소에서 잠깐 일은 해봤지만 성격상 한 달을 못 가더라구요. 적응을 잘 못했어요. 매번 시도때도 없이 빚쟁이들한테 협박 연락 오지. 그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 보다 차라리 깜방 가서 마음 편히 지내는게 훨씬 나아요. 때 되면 밥 주지? 방있지? 나 피 말려 죽이려고 하는 사채업자 아저씨를 일단 피할 수 있잖아요! 난 하루 종일 무한도전 볼 수 있게 텔레비젼 한 대 갖다주면 그야말로 땡큐죠.”


“아버지 전대 지갑이라도 훔쳐서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기질을 발휘 했다는 게 너의 큰 장점이지.”


영주는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따뜻하게 조언했다.


“네?”


철수는 바로 당황한다. 상대방도 눈치채지 못한 숨겨진 잠재력, 장점을 찾아주는 것, 경영을 직접 해 본 박영주다운 논리였다.


“나한테 왜 이렇게 친절하게 잘 해줘요?”


“너한테서 기대이상의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비전들이 자꾸 눈에 비치니까.”


영주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뚝배기를 손에 들고 국물을 천천히 마신다.


“내 머리 쟁반으로 때린 깡패누나는요?”


철수는 어디 창문을 열어놨는지 찬바람이 느껴져 어깨를 움츠리며 오들오들 떨었다. 어느 새 영주의 눈빛이 면도날처럼 싸늘해지며 냉소를 터트렸다.


“까.. 깡패?”


“앗! 그게 아니라! 요리 잘 하는 누나있잖아요? 그 누나랑 아저씨랑 사이 좋아보였는데 잘 되고 있나 해서...”


철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 여자가 지금 매우 안 좋은 일에 휘말렸거든.. 내가 옆에 있다고 해서 딱히 도움이 되는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냥 먼발치에서 지켜만 봐도 가슴이 무척 아려오는 사람이지.. 내 정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혈액공포증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여자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서로 서로 자신의 심장에 각인처럼 새겨진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무서운 기억으로 부터 도망치지 말고 용서하고 화해하자며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던 마음이 정말 천사처럼 따뜻하고 고운 사람이야."


영주가 아련하고 애달픈 눈빛으로 떨떠름한 미소를 짓고 옆에 있던 소주병을 잡고 자기 빈잔에 따를려고 하는데 철수가 손으로 잡았다.


“에이~ 아저씨? 진짜 친구 없나보다 자작하지 말아요?”


“자작? 그게 뭔말이냐?”


영주는 정곡을 찔렀는지 순간 말을 더듬거리며 손을 허둥댔다. 17살 때부터 그는 대한민국 상위 1% 억만장자 재벌3세 공인이었기 때문에 경영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윤태석과 서혜인을 제외하고 제대로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앞 사람이 3년간 연애를 못 하거나 재수가 없대요.”


철수는 소주병을 재빨리 빼앗아 자기가 영주의 잔에 가득 부워준다. 어느 순간 영주와 낯가리지 않고 친해졌는지 철수는 술잔을 앞으로 내밀고 영주의 술잔과 부딪혀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영주가 모처럼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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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61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7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9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50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6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4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0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8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50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1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4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5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3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2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5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9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9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9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9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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