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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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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7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7.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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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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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DUMMY

명동 엔서니 밴드가 클럽에서 다시 뭉쳤다.


“12월 24일 성탄전 이브날 콘서트를 열자고?”


“그래..”


현우는 반색을 하고 기뻐한다.


“우리 앨범 첫 발매 기념으로 병원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열거야.”


“사장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종현이 말했다.


“우와~ 갑자기 기분이 묘하게 짜릿해지는데....”


“그거.. 할려면 우선 돈이 장난 아니게 들어가 잖아? 우리한테 무슨 돈이 있어?”


현우가 자신 없어 하는데


“걱정마.. 그 고민을 해결해주실 분, 저기 오네?”


진구가 말했다.


“아?”


4명의 밴드 친구들의 눈이 동시에 한 사람을 향해 멈춘다.


“병원장님 빽으로 어떻게 좀 안될까? 흉부외과 안성진 교수님?”


성진이 고심하는 표정으로


“난 아버지랑 사이가 그닥 좋은 편은 아닌데?”


“에~ 너무 폼 잡지 말고 해줄거면서 성진이 형은 꼭 이런식으로 나온다니까”


막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토라지며


“관객 수는?”


“500명제한?”


“병원에서 진료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이벤트니까.. 작년에도 성진이 형 병원에서 음악회를 했었다는데? 야외특설무대에서 하니까.. 관객 수는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


“그날 하루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한 관현악단 연주자들을 섭외할까 생각 중인데?”


“실용음악과 정통클래식 절묘함! 우리랑 딱 맞는 컨셉으로 아주 환상의 궁합일걸?”


현우가 표정이 밝아지며 입이 떡 벌어진다.


“와.. 괜찮은 생각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난 이렇게 클라스가 막대한 콘서트는 처음이라... 실수하면 어떡하지? 형?”


“앞으로 보름 정도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연습!!”


진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혹시 알아? 지금은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지만 사장님이 갑자기 일어나서 병원 밖으로 뛰쳐 나올지?”


“하하하..”


“맞아, 어디 협찬 받을 때 있는 지 알아보고! 사장님 의상이랑 우리 의상도 따로 준비해야니까?”


멤버들이 해맑게 웃으며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과 의욕이 마구 솟구친다.


“그리고 이 콘서트는 마지막 공연이라.. 우리들도 슬슬 해산 해야지?”


현우와 종현이 금새 코끝이 시끈 거리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내가 알기론 사장님, 금년 밖에 못 버티실 것 같아... 리드보컬이 없는 밴드는 원래 생명력이 짧어...”


“이번에 그 명곡과 우리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거야. 실수 없이 완벽하게 준비해야해!”


“한 겨울 밤에 펼쳐지는 엔서니 한의 랩소디 화이트 크리스마스 고별 콘서트라... 와~ 끝내준다!”


“응.. 그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도록 해 줄거야...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 숭고하게 음악만을 사랑했던 최초 재독한인 천재 라흐마니노프로 전파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선물이 될 거야?”


성진이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


**


암부들이 진중하게 회합을 도모하기 위해 선암사에서 전략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쾅!”


윈턴스가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테이블 위를 쿵 소리가 나게 주먹으로 세게 때린다. 뒤늦게 선암사에서 생긴 자초지종을 듣고 화가 아주 단단히 났다.


“정보부장님... 내 결국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습니다. 언제까지? 그놈 역성 들어가며 비위를 살살 맞추고 우리만 등신같이 당할 건데! 그때 그 자리에서 내가 확실히 숨통을 끊어 놨어야 했다고 류태양 원장이 날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윤태석 목을 땄어!”


원턴스가 살기어린 눈빛으로


“참모총관님... 류태양 원장이 알고 있다는 윤태석의 아킬레스건 그게 무엇입니까?”


손혁권은 창룡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물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뚜뚝하고 과묵한 표정인데 창룡이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윈턴스가 폭폭하고 답답한지 벌떡 일어났다.


“형님! 계속 그놈을 감싸고 두둔하는 이유가 대체 뭡니까! 이미 그 선을 넘어섰어!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죄송합니다. 이 자리에선 바로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류태양 원장을 한번 믿어보려고 합니다.”


창룡이 초연한 눈빛으로


“정... 뜻이 그러하다면 참모총관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손혁권은 덤덤한 표정으로


윈턴스가 말문 막히며


“정보부장님까지 정말 왜 그러세요!”


“난 박영주이건 류태양이건 그 자에게 아무런 사심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난 참모총관님의 판단과 고견을 믿고 거기에 한 표를 던진 셈이야.”


“뭐야! 네들도 같은 생각인 거냐!”


윈턴스는 원술과 무영을 바라보며 엄하게 다그쳤다.


“다들.. 나 없을 때, 여기서 뭐 이상한 가스 마시고 뇌가 어떻게 된 게 아니야! 머리에 총 맞았어요? 그렇게 뒤통수 맞고도 아무렇지 않아! 왜 우리만 당해! 안 억울해!”


윈턴스가 어이가 없는지 비소를 터트렸다.


“알았어. 다들 총관님 의견에 찬성 한다 그거지? 오케이 그럼 난 반대니까.. 빠져줄게.. 이제부터 나도 내 마음대로 설치고 다녀도 불만 없는 것으로 간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선택,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걸? 만일 내가 하는 일에 찬물 끼얹으며 사사건건 감놔라 배놔라 그딴 시비나 걸지 마십시오. 안 도와주면 나 혼자서라도 할 거니까.”


창룡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철한 표정으로 버럭 소리 질렀다.


“윈턴스 팀장!”


창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윈턴스가 그대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간다."


“이 자식 어딨어?”


윈턴스 다짜고짜 어느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오면 블리스가 방 한쪽 구석진 곳에 죄인 마냥 웅크리고 앉아있다. 겁먹은 블리스가 윈턴스를 보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공포심이 올라온다.


원턴스는 성질이 불같아서 웬만해서는 쉽게 화가 풀리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방으로 침입하더니 블리스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하며 폭력을 쓰기 시작했다.


“너!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어디 가서 몽둥이 하나만 가져와!"


“소령님! 진정하십시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원술과 무영이 경악하며 얼른 뛰어와 윈턴스를 막으며 거친 행동을 삼가게 한다.


“넌 오늘 형한테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블리스는 몹시 긴장했는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글썽인다.


“형님! 진정 좀 하세요!”


윈턴스 눈이 뒤집히며 손에 잡히는 물건들을 블리스 쪽으로 내던진다.


“네 자식새끼 살리겠다고 윤태석과 어떤 모종의 계략을 한 거야! 한 번 배신한 새끼가 이 다음 번에는 배신을 안 할 거라는 보장 있어! 감히, 피를 나눈 의형제들 가슴에 칼을 꽂을 생각을 머리에 잠깐이라도 담을 수 있었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가거든! 그러니 내가 납득하게 너한테 설명을 좀 들어야겠어! 무슨 생각으로 그 같은 짓을 꾸몄는지 어디 말해봐!”


윈턴스가 눈썹한번 안 흔들리고 블리스의 멱살을 잡더니 그의 오른쪽 뺨을 손바닥으로 세차게 날리자 그대로 블리스는 넘어진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목숨을 구명 해주고 새로운 주권과 신분을 준 사람이 누구야! 네가 국왕의 은혜를 감히 무시하고 반역을 꾀해! 사지 멀쩡한 녀석이 던질 게 없어서 네 생명을 담보로 계약을 해! 누구 좋으라고 팔아! 이 모자라고 형편 없는 쓸개 빠진 새끼야! 그런 배짱도 없다면 차라리 죽어!”


“그만 좀 하시라구요! 소령님! 블리스팀장님은 아직 회복이 안 된 환자라구요!”


아인이 상당히 불만스런 표정으로 버럭 소리 지르며 팔로 윈턴스를 막아내며 밖으로 밀어내려 했다.


“내가 정말 왜 그러는지 몰라! 네들이 뭘 알아! 블리스 네가 생명을 걸고 이번 거사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들 있지? 넌 그게 단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누구에게는 억만금을 줘도 되돌릴 수 없는 아까운 시간들이다. 하루 하루를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하고 지독한 암이라는 놈과 사투를 벌이며 단지 음악과 정을 때기 싫어서 하루라도 악착같이 살려고 노력하는 그 불쌍한 놈도 있다고.. ”


윈턴스이 결국 말끝을 흐리며 에드윈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지 금새 목이 매이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블리스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낯빛이 아주 어두워지며 경악한다.


“에드윈 팀장.. 도저히 가망이 없대.. 미리 알고 있으라고 말해두는 거야.”


윈턴스가 방바닥에 그대로 천천히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손으로 눈가 밑으로 주르륵 떨어지는 눈물을 얼른 손으로 훔치고 버젓이 일어나 등을 보인 채로 곧바로 행랑채를 벗어난다.


창룡과 손혁권 부장이 문밖에서 듣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에드윈 밴드는 콘서트 준비로 아주 바쁜시기다.

성진은 능력이 출중한 실력있는 흉부외과 의사다. 활동량이 비교적 낮은 저녁에는 외래환자만 보고 회진을 한 바퀴 돌고 야간진료타임때 잠자는 시간을 비워놓고 오늘도 연습 삼매경에 빠져있다. 성진이 이번에도 메스가 아닌 일렉 신디사이저 키보드(건반)을 맡았다.


밴드가 이번에 자체 제작한 크리스마스 캐롤송 변주와 클래식, 외국민요, 시대별동요메들리, 가곡등을 어쿠스트 분위기로 재편성했다. 이번에 음원 발매한 앨범 중 타이틀곡 2곡을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자타가 인정한 입소문난 실력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컴백 무대나 다름없고 라스트 굿바이무대가 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긴장도 되고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게 다분하다. 그래서 멤버들은 음악에 오랫동안 몰입하며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최고 팀웍과 완벽한 하모니를 구현하며 진정한 파트너쉽을 보여준다. 서로 반주를 맞추고 있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성실함이 아주 돋보인다.


지금도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비영리 국제 복합 군사원조국이라 불리우는 메이큐레이제국 뿐만 아니라 유엔안보리, UNHCR에서 후원까지 해주기로 했으니 아마도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큰 행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행사에 쓰일 악기는 일렉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앰프, 카혼 드럼, 어쿠스틱 기타, 어쿠스틱 베이스, 드럼은 심벌질드진이 등장한다.


기존 일반적인 캐롤송에 중독성 강한 비트는 노래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즉흥연주에 돌입했다. 아주 매력적인 사운드, 리드미컬하고 요즘 트랜드에 맞게 신나고 흥을 돋군다. 동심에 세계로 들어간 듯, 어른이며 아이들도 좋아할만한 타입이다.


에드윈이 빠진 멤버들은 덩달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밤새 몰입하며 콘서트 준비가 한창이다. 에드윈과 함께 했다면 아마 기쁨은 지금보다 2배가 되었을 것이다.


천재기타리스트 종현과 현우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뛰어난 어쿠스틱 기타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오프닝무대에서 선보일 솔로 독주를 책임질 재림이 능숙하게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여기.. 후렴부에서 알레그로 좀 더 빠르게 가는 게 낮지 않을까.. D코드를 G코드로.. 변주 따라라.. 띠라라... 따다라...”


성진이 건반을 치다가 그때그때 더 괜찮은 악상이 떠오르면 진구에게 조언도 해준다.


“어.. 아까보다 훨씬 괜찮네.. 형.. 우리 맞춰볼까...”


“예압!”


“아무리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뭐라도 먹으면서 해야지!”


세련되고 깔끔한 회색 모직코트 차림으로 와인색머플러를 목에 두른 펙시스가 씩 웃으며 반지하 그들의 아지트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에드윈 못지 않게 그도 다정다감하고 너무나 친절한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가 너무나 반가운지 성진이 예의바르게 허리 숙이고 인사했다.


“오셨어요?”

“잘 지냈어요?”


상냥한 펙시스가 눈웃음지으며 가볍게 성진과 인사 나누며


“어? 소믈리에 아저씨다!”


현우가 잽싸게 뛰어온다.


“막내야.. 내가 올 때마다 얘기하는데 제발 부탁이니까.. 형이라고 불러줘.. 나이도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하하하... 네, 형님.”


펙시스가 편하게 왕래하며 양손에 묵직하게 든 것은 L사이즈피자한판, 치킨2박스, 훈제족발, 맥주, 간식들이다. 무거워보여서 멤버들이 거들어 준다.


“역시 센스만점이십니다. 어떻게 제 마음을 한 번에 쏙 읽으셨어요. 시원한 캔맥주한잔 하고 싶었는데...”


종현이 말했다.


“내가 너희들 속내를 뼛속까지 다 파악하고 있지...”


펙시스가 능청스럽게 재치 있게 농담하며


“하하하...”


“잘 먹겠습니다.”


음식들을 하나씩 세팅하며 테이블로 펼쳐 놓는다. 4명이 다 먹고도 남을 충분한 양이다. 허기가 몹시 찼는지 식탐이 많은 현우는 잠깐 그사이를 못 기다리고 성격도 참 급하다. 물티슈로 번개같이 손을 닦고 후라이드 치킨 포장된 뚜껑을 개봉하고 뜨끈뜨끈한 닭다리 하나 날름 손에 쥐고 입에 물었다.


“이건.. 내가 찜!”


똑같은 치킨 2박스 중 1박스 자기 쪽으로 끌어온다.


종현이 어이없게 바라보며


“저녁 먹은 지 3시간 됐다. 뱃속에 거지가 들었냐! 너 피자 먹기만 해봐!”


“이거 먹고 우리 배불러서 연습이 가능할까?”


성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에~ 형 별걱정을 다하네.. 난 딱인데.. 흠.. 맛있다. 허~ 내꺼 피자는 한 조각만 남겨줘.”


현우는 급하게 후라이드 치킨을 입안에 가득 몰아 넣느라 뜨거운지 혀를 굴리며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다.


“콘서트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어?”


“네..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게 저희는 처음이기도 하고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몰라서 막막했거든요. 저희가 미흡하고 막히는 부분도 많은데.. 여러 가지로 형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네요. 다시 한번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쑥스럽게 왜들 그래.. 오히려 내가 더 너희 멤버들에게 감사해야한다고 네들이 나보다 낮잖아. 에드윈을 위해서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어디야.”


펙시스가 씁쓸하게 미소 짓는다.


그러자 멤버들 표정이 다들 기운 없고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로 바뀐다.


“아~ 미안!! 내가 괜히 쓸데없는 얘기해서.. 이러다 체 하겠네! 어서 얼른 먹어!”


**


대청도 섬은 저녁 7시라 해가 저물어서 어두컴컴했다. 조금 뒤 개인 전용 헬기 한 대가 편편한 곳에 착륙 한다.


혼자 섬마을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강우가 어두운 자기 방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다.

만성동통과 편두통 때문에 밤새 뒤척이다가 8시간 만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인기척을 느꼈는지 강우가 침대 위에서 몸을 들썩 거린다.


정적이 감도록 조용한 거실,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검은 옷을 입은 이 방화범은 이미 실내 안으로 침입에 여기저기에 휘발유를 부워 놓았다. 그리고 고아원 밖으로 나와 창문 열린 곳으로 화염병을 내던지자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심지에 불이 붙은 불꽃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진다.


강우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형님.. 오셨어요?”


강우는 침대위에서 사뿐히 일어나 옆에 탁자에 올려놓은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쥔다. 밖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 인기척에 강우는 영주가 온 줄 알고 표정이 밝아진다.


누군가 문손잡이에 손을 대고 딸깍거리며 잠금 버튼을 누른다.


“소리가 들렸는데...”


강우가 불안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지팡이로 방향을 감지하며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밖에서 잠겼는지 열리지 않는다.


“어...”


매쾌한 연기가 문틈으로 들어오고 조금 뒤 방안에서 강우의 기침 소리를 들린다.


강우가 불냄새가 나서 입을 얼른 손으로 막고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자세를 낮춘 상태로 오른쪽으로 기어가서 책상 쪽에 있는 의자 다리를 손에 힘을 꽉 쥐고 일어난다. 강우는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의자를 들어 올려 그대로 왼쪽으로 돌아 창문을 인정사정없이 깨트려 버린다.


창문 밖으로 무사히 탈출은 성공했지만 강우는 맨손과 맨발이라 깨진 유리에 발이 배일 수밖에 없었다. 강우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깨진 유리파편들이 떨어진 곳을 그대로 손을 짚고 말았고 손바닥이 잘게 떨어진 유리조각들이 박혀서 선붉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강우가 손으로 벽을 짚으며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선명한 핏자국이 복도에 발자국처럼 새겨진다.


시각장애인용 연기감지 및 화재경보기가 어린이들이 장시간동안 활동하는 교실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고아원 각 내부마다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자동으로 물이 쏟아진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로 방향을 감지하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소리에 강우가 걸음을 뚝 멈춘다.


강우가 민감한 귀를 쫑긋 세우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검은 복면을 쓴 자객은 뒤에서 살금살금 걸어와 인정사정없이 강우 뒤통수를 각목으로 때리려 하는데 강우는 민첩하고 유연하게 옆으로 피했다.


강우가 천천히 뒤를 돌며 얼마나 화가 났는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다.


때마침, 강우의 귀여운 애완동물인 러시안블루 요리가 조셉처럼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으르렁 거린다. 잔뜩 상대방을 경계하듯 귀를 쫑긋 세우며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꼬리를 들어올렸다. 차가운 눈빛으로 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러시안블루 회색고양이 요리가 강우 앞을 보호하듯 막는다.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는지 강우가 예민한 후각으로 감지한다.


복면을 쓴 자객 4명이 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산탄총을 내밀었다. 그들이 들어오고 한참 뒤, 집주변을 돌아다녔는지 뒤늦게서야 또 다른 한 명이 천천히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이 섬마을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군.”


의문이 도저히 풀리지 않았는지 직접 확인 하기 위해 그가 이번에 큰맘 먹고 나섰다.


품위 있고 럭셔리한 신사 정장차림으로 귀족처럼 고상한 풍채로 서있는데 태석이 위풍당당하게 서서 넌지시 바라봤다. 강우가 어딘지 낯설지 않은 목소리 때문에 움찔한다.


“유... 윤실장님...”


태석이 덤덤한 표정으로


“이게 누구야? 난 류태양이라는 자가 이 집에 있을 거라고 해서 직접 만나러 왔는데.. 우연치 않게 자네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내가 기뻐해야 하는 건가? 나머지 일행들은 자네를 이리 혼자 남겨 놓고 어디 소풍이라도 갔나보군요?”


강우가 당황하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던데.. 비유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아무쪼록 이렇게 만나니 기쁜데... 그렇지 않나? 김강우...”


태석이 차갑고 섬뜩한 미소를 흘린다.


선암사에서 강우를 혼자 두고 온 게 마음이 걸렸는지 영주는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자 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대청도 섬, 초원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영주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져서는 무언가를 보고 경악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영주가 3년 동안 열심히 일궈 놓은 농작물이 모두 불에 타고 있었다. 이미 비닐하우스도 폭삭 가라 앉아버렸다.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초원의 집 식구들이 여간 1년 동안 끼니로 때울 수 있는 일용할 양식들이 손실을 보며 생계가 앞으로 곤란해진 상황이다.


“누가 이런 짓을...”


그리고 초원의 집 건물 안에서도 붉은빛이 감돌자 영주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진다. 그 안에 분명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황급히 뛰어간다.


“강우야!”


영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제발.. 무사해야되..”


강우를 재빨리 불구덩이 속에서 구하기 위해 정신 없이 숨가쁘게 집으로 달려간다.


작가의말

윤태석이 대청도 섬에 결국 나타났어요. 

우리 러시안블루 강우가 위기에 몰렸네요 

윤태석은 오래전에 장례식을 치른 박영주와 곧 재회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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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59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5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8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49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5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3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0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7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49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0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3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4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2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1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4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8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8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8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8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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