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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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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7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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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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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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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DUMMY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날 12월 26일 새벽,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를 해보았지만 이미 후두암세포가 여기저기 다른 곳까지 전이 되어버린 상태라 때가 늦었고 사람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온 셈이다.


에드윈은 약30분 동안 극심한 호흡곤란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심실세동으로 심기능이 1시에 정지되고 심폐소생술을 54분간 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았다. 그렇게 에드윈은 암부들 앞에서 눈을 감고 1시 54분 사망선고를 받고 운명한다.


영원히 잠들어서 아픔도 고통도 없는 천국에서나마 마음껏 노래도 부르고 좋아하는 작곡도 하고 안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머큐리는 삼재가 꼈는지 오래들어 비관적인 소식만 들려온다. 케인이 실종되고 아직 확인이 불분명하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 박세혁에 장례식을 치른 이후 또 한 번 절망하며 낙심하며 비통한 눈물의 영결식을 치른다.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던 사람은 미카엘이었다.


화장터에서부터 3일장 발인하는 날 까지 시종일관 그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밤새 울다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장례식이 끝나고 어떤 메시지도 남기지 않고 미카엘은 잠적했고 머큐리와도 소식이 끊어진다.


에드윈 유언대로 음악으로 번 수익금 전액과 에드윈 밴드 싱어, 신곡앨범 음반제작, 에드윈이 집필한 실용음악론, 교재출판, 락, 재즈, 가곡, 팝페라 수록곡, 클래식 오케스트라 교향곡 교본, 피아노 기악곡 악보전집 출시 및 발매, 머큐리재단 의형제들 중 국내외로 자리를 제대로 잡고 취업에 성공한 재직 중에 있는 2만명이 각자 십시일반 모아서 후원함으로써 운영자금이 충분히 확보됐다.


한국에 음악학교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에드윈의 마음을 기리는 기념비도 세워졌다. 특히 에드윈의 클래식교향곡 교본이 전국에 확산되고 고 에드윈 기일 때마다 매년 추모음악회를 열기로 서울 예술의전당과 독점 계약한다.


성진도 다시 흉부외과 원래세상으로 돌아와 현재 직무에 소홀함 없이 성실하게 임한다. 성진은 흰 의사가운을 입은 모습이다.


“양지수 선생.”


“네.. 교수님.”


인턴이 바짝 긴장하고


“이명례환자 간수치 확인했나요?”


“네.. 40..”


성진의 표정이 굳어지며


“내가 이 환자는 각별히 옆에서 챙기고 날밤을 세더라도 수시로 체크하라고 누누히 강조했을 텐데.. 내가 방금 확인할 때는 41이야.. 진료차트 다시 수정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공사구분이 확실한 그는 날카롭게 지적하며 후배들을 대할 때나, 인턴이 한눈을 팔고 방심해서 실수를 하면 엄격하게 호되게 질책하는 사람이다.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신참인 레지던트1년차는 당황해서 쩔쩔매며 정중히 고개 숙인다.

성진은 다시 의료진들과 회동하고 다급히 분주하게 사라진다. 음악과 피아노에 손을 땐지 열흘이 지났다.


“안교수 바쁜가?”


연구실 문이 열리고 부친이 들어온다.


“병원장님.”


뜻밖이라 성진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소파 테이블 쪽으로 걸어온다.


“너도 참 하여간 말 지독하게 안 듣는다. 둘만 있을 때.. 편하게 애비라고 호칭을 쓰라니까... 점심은?”


자연스럽게 두 부자는 소파테이블 쪽으로 가서 앉는다.


“습관이라서요. 아직이요. 바빠서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아버지는요.”


“그럼.. 나랑 같이 가자. 아산병원장하고 2시에 점심약속이 있어.”


“전 괜찮으니까.. 다녀오세요. 저한테 따로 하실 말씀 있으신 거예요? 차 한잔 드릴까요.”


“맞다. 너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 왔다. 병원에 꼼짝없이 발을 묶어 놨는데 어떻게 자식 놈 얼굴 마주보며.. 대화할 시간도 없어? 가끔 네가 내 자식 놈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루 이틀 아닌데.. 아버지도 나이가 드셨나보네요.”


성진이 씩 웃으며


“애비도 늙었다는 증거겠지?”


성진이 수심이 가득 찬 아버지를 바라보며


“1년 365일 병원에서 먹고 자고 환자밖에 모르고 산.. 미친 똘아이었지. 너한테 애정을 많이 못 줬던 것이 요즘 들어 계속 후회도 되고 몹시 걸리는 구나. 애비따라 무작정 병원에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토록 네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극구 반대한 이유는 이 병원을 너한테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음악회 할 때 피아노 치는 네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내 아들이 이토록 소질이 있었고 음악을 좋아했는지. 애비는 정말 몰랐다. 이제 와서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피아노치는 널 바라볼 때 그 모습이 애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구나.. 병원에 있을 때 보다 표정이 어느 때 보다 밝아보였고 아주 행복해보였다.”


“그냥 제 인생에서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죠. 그래도 짧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보람차게 마음껏 즐겼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성진이 의젓하게 태연한 표정으로


“그러냐.. 그럼 그 못난 인상 좀 피고 다니라.”


“네?”


“너 요즘 병원에서 나도는 소문 모르지? 피아노 칠 때는 시크한 큐티가이 닥터.. 지금은 호통만 치는 까칠 닥터라고 하던데...”


성진이 볼에 홍조가 띄워지며 전혀 몰랐는지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젊은 나이에 33살에 병원장 부친에 백이 아닌, 미 명문대학에서 의학전공의 과정을 순탄하게 마쳤다. 심리테라피스트 박사과정을 밟은 한동주와 한솥밥을 같이 먹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적응하면서 3년만에 종합병원 레지던트를 모두 총괄하는 의국장으로 부임을 받고, 전담교수, 흉부외과 전담 과장까지 올라왔다.


**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태석이 어릴 때부터 혜인과 영주랑 이 별장에서 놀러 와서 보냈다. 성탄절날은 어느 때보다 영주의 마음이 심란해지고 예민해지는 가장 싫어하는 날, 문득문득 악몽같은 교통사고 후유증이 떠올라 가슴을 문드러지게 헤집어 놓기에 괴로운 날이다.


크리스마스 이 하루만큼은 아무 일도 없이 쉼없이 빠르게 지나가길 손꼽아 기다린다. 양부모가 한날한시에 사망한 끔찍한 날, 부모님 기일이라서 자기 생일도 잊고 건너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부러 영주는 한 달 전부터 해외로 장기출장 일정을 잡아버린다.


그래서 생일이 지나고 회사 일로 바쁜 영주가 이렇게나마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연말을 보내고 어떻게 서든 숨이 트이게 해주는 역할이 비서인 태석의 할 일이었다.


실내온도가 따뜻해지게 벽난로에 불이 켜지고 캔들에 영롱한 촛불들이 일렁인다. 혼자서 예쁜 크리스마스트리도 완성했다.


잠시 후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태석이 소리를 들고 영주 침실로 들어간다. 식은땀이 번질거리며 상체를 조금씩 뒤틀며 영주가 자다가 악몽을 꾸는지 약하게 앓는 신음소리를 낸다.


영주는 브라이어와 도망치려고 했으나 한국 경찰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결국 브라이어를 향해 총알 한 발이 무섭게 돌진하는데 영주는 재빨리 뛰어와 브라이어를 뒤에서 감쌌다. 몸이 앞으로 쏠릴 만큼 강력한 충격이었다.


콩알만한게 등쪽에서 느껴지는데 숨이 안 쉬어 질 만큼 어떻게 헤아리지 못할 만큼 지독하게 아프다. 총알이 관통한 게 틀림없었다. 점점 의식이 가물가물 해지며 갑자기 온몸에서 느껴지는 시린 고통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져만 가는데 그 짧은 잠깐 사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머릿속에 스쳐 지나 갔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얼음장 같이 시린 한강 물 속으로 떨어지며 피부와 마찰되는 순간 살이 베일듯 지독한 한기가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지 못 할 만큼 코가 매워지기 시작했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모든 감각기관들이 서서히 굳어지듯 얼얼해지고 심장이 뻐근 해지기 시작했다. 브라이어가 피를 흘리며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는 영주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두팔로 힘을 주워 몸을 붙들었고 마지막까지 아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두 부자는 수면 밑으로 아주 깊은 곳으로 꼬르르 가라 앉는다.


그동안 영주가 대청도 섬에 은신하며 삼시세끼는 커녕 고생을 많이 하고 피죽도 제대로 못 먹었는지 팔에 군살도 하나 없고 얼굴선이 매우 갸름해져졌다. 그의 건강에 큰 이상신호가 있을 것 같아 태석의 상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영주가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태석이 살포시 가운데를 손끝으로 누른 뒤 천천히 손으로 상체를 다독이며 영주를 진정시킨다. 그의 혈액공포증은 마음의 상처가 틀림없다. 마치 영원히 나을 수 없는 난치가 되어버린 것은 영주 스스로가 진정한 행복과 안식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아마 영주가 죽는 날까지 쫓아오는 것 같았다.


“긴장 풀어.. 코로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이번에는 들이마신 공기를 천천히 내뱉어봐.”


태석이 알려준 방법대로 영주가 곧 눈물을 글썽이며 심호흡을 하자 낯빛이 평온해지며 눈을 뜨는데 시야가 밝아지며 아버지가 아니고 태석의 눈과 마주친다.


“꿈.. 꿈이야.”


“아니.. 이번에도 가위 눌렸어?”


태석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주는 기진맥진한 안색으로 약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하며 눈동자도 풀려 있었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태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강우는 아버지랑 날 살려준 은인이니까. 오해를 풀어 주고 싶었어.. 잘못된 오해로 두 사람을 싸우게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야. 너의 죄를 내가 묻어줄 수 있어.”


“음.”


태석이 어떠한 생각도 읽을 수 없는 처연한 눈빛으로 영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기에는 난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너.. 지금 나쁜 마음 품고 있는 거 아니지.”


영주가 눈시울 붉히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엠브리 로이 라고 했던가?”


태석이 침울한 표정으로


영주가 당황하며


태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미안해.. 영주야.. 이젠 나도 어떻게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미국을 움직이는 베일에 쌓인 메이큐레이제국의 원수, 엠브리로이 얼굴이 세상에 공개됐다. 몸값이 상당하더군.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돈 냄새를 맡았는지 반발세력들이 움직이고 있을 거야.”


영주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경악을 한다.


“엠브리로이는 내 작전대로 선암사에서 발이 묶였고 그곳에서 변을 당하든지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을 거야.”


"허어.... 아, 미친 새끼!"


영주가 환장하겠는지 사무치게 오열하며 언성을 높였고 호되게 태석에게 야단을 치듯 꾸짖고 나무란다.


“뭐라고? 너 대체 어디까지 갈 셈이야! 너 그렇게 한가해! 네 목에 글로벌그룹의 사활과 국내외 고용인 총 20만명에 밥줄이 걸렸어! 네가 이렇게 형편없는 하자인 줄 알았으면 나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라도 오너 자리에서 틀어쥐고 절대 안 내려왔어! 너 회사가 놀잇감이야! 어! 나 이제 두 번 다시 박영주로 돌아가지 않을 셈이야.. 내 코가 석자라서 이젠 너 도와줄 여력도 없어.. 내가 왜 죽은 사람으로 살아 왔냐고 이유는 간단해! 나로 인해 글로벌그룹에 엄청난 장애물이 될 것이고 영향을 끼치니까.. 아버지가 벌여놓은 죄값을 조금이라도 용서 받기 위해서 적어도 인간으로써 마땅히 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처사고 아버지가 못 다한 형벌을 자식인 내가 치뤄야만 해.. 난 아들이니까! 내가 대신 짊어지고 가야 되는 것이 그릇된 행동인 것이다. 나 아직 속죄하지도 못했어. 우리 아버지가 이수씨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그게 내가 쉽게 류태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다."


영주가 살아있다는 것을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도 태석은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돌이키기에는 한발 늦은 셈인데 뒤늦게 후회가 되는지 강우에게도 마음에 상처를 주고 태석은 공교롭게도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태석은 슬픈 눈으로 영주를 바라봤다.


“정말.. 박영주가 틀림없네... 알았어.. 시작은 내가 했으니.. 끝도 내가 매듭을 지을게..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내가 손을 써서 최대한 막아볼게.”


태석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다시 원래대로 정직하고 착하고 상냥한 마음씨를 가진 태석이로 돌아와 울고 있는 영주의 등을 손으로 토닥이며 진정 시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네가 뭘 어떻게 해!”


영주의 눈빛이 동요하며


“저 알고 보면 꾀 실력 있는 유능한 비서입니다? 잊으셨나요? 박영주 회장님”


태석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만들어놓은 잣죽을 가져오기 위해 오픈된 부엌으로 발을 옮긴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영주가 회복이 덜 된 몸으로 벌떡 일어나 태석의 옷깃을 붙잡자 태석이 돌아보자 영주가 진지하게 그의 눈을 통해 속마음을 꿰뚫어 본다.


“시선 피하지마..”


그런데 태석이 영주의 시선을 피하고 잠시 눈을 다른 곳에 둔다.


“배고프지. 쉬고 있어.”


영주가 조금 뒤 말문이 막히듯 조용해진다.


태석의 심중을 간파했는지 영주는 안색이 사색이 되고 온순해진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태석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서슴없이 내린다.


“태석아.. 그냥 너랑 나.. 사이좋게 한강대교 위에서 함께 투신하자."


영주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삶의 의욕 마저 사라지는 지 예민해서 몸으로 곧바로 반응한다. 영주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옆으로 돌아누우려고 하는데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지독한 한기를 느끼며 모든 감각기관들이 차례대로 거부반응을 보이며 발끝부터 서서히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며 경직이 되고 심장도 뻐근해지는 느낌이다.


현재 손가락 한 개도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을 정도로 현재 최악의 컨디션이다. 급기야 영주는 동공이 풀리면서 침대 바깥 쪽으로 손을 잘못 짚고 쿵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나뒹굴며 그대로 혼절 했다.


"영주야?”


태석이 얼른 뛰어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영주의 경목맥을 손으로 짚고 다시 일으켜 침대 위로 들어 올린다.


영주의 열이 오래간다. 영주 얼굴에 열꽃이 피어오르듯 붉게 달아올랐다. 영주는 기진맥진한 안색으로 어느 순간부터 식은땀으로 샤워를 한 듯 영주는 두상 뿐만 아니라 상의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태석도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로 돌입했다. 영주는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는지 미간을 조금씩 꿈틀거리며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표출된다. 숨이 멎을 듯 위태롭게 숨을 꺼이꺼이 내뱉으며 숨을 헐떡인다.


“허.. 허...”


체온이 41도에서 머물러 온전히 고정된 상태였다. 태석이 수동적인 민간치료법으로 인위적으로 신열을 내리기 위해 더운물과 차가운 얼음물을 준비한다. 민첩하게 수액도 준비한다. 영주의 손등에 정맥혈관을 찾아 링거주사액을 넣어주지만 해열제가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의문이다.


태석은 전문가처럼 움직임이 노련하다. 깨끗한 마른 수건으로 영주의 얼굴과 목 주변, 쇄골까지 흠뻑 젖은 땀을 꼼꼼하게 닦아내면 언제그랬냐는 듯 또 한차례 땀이 송글송글 올라온다. 태석은 인내심을 갖고 한번 더 성심성의껏 간호 한다.


손으로 영주 이마를 살포시 짚어본다. 열이 한번 오르면 한 번에 쉽게 안 떨어지는 핸디캡이 있어서 태석의 얼굴에 상심이 가득 차 있다. 태석은 아무래도 근교로 차를 끌고 나가 약국을 다녀와야하는 상황이었다.


태석이 한쪽에 내려놓은 슈트를 걸치고 스웨이드 정장코트도 걸치고 영주를 혼자 놔두고 외출한다.


한적한 마을 100m 지점에서 구멍가게처럼 작은 약국을 발견했다.

태석은 약 이름을 메모지 펜으로 세세하게 적어서 약사에게 건네준다. 영주의 심리치료 주치의로써 본인이 케어하고 있는 영주의 몸 상태는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다.


약사가 종이를 보면서 처방 받은 약을 가져오면 성분들을 자기 눈으로 비교하며 꼼꼼히 확인한다.


“이 해열제는 부작용이 있어서 안 됩니다. 다른 걸로 보여주시죠.”


태석이 시계를 보고 최대한 약사에게 매너를 갖추며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조금 서둘러 주시죠.”


약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네.. 찾으시는 게.. 이게 맞습니까?”


태석은 영주에 체질에 맞는 약을 고집했고 약을 처방하느라 이곳에 15분을 지체했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태석이 서둘러 약국을 벗어나는데 난처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오랜만이지.”


선두에 서 있던 남자는 진정한 아나키스트 대명사, 악랄한 위엄이 느껴지는 터프한 윈턴스가 태연자약하게 빙그레 웃고 서 있었다. 그는 핸즈프리로 직속편의대에게 표적을 찾았다며 유창하게 외국어를 하며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한다.


군용헬기 2대가 나란히 창공에 떠있다. 수십 명의 총기를 든 무장한 머큐리군 완장과 검은색 군복 차림을 한 복면을 쓴 암부들에게 완전히 포위를 당해서 태석이 당황한다.


“내 말에 순순히 수긍을 해 주는 게.. 당신도 신상에 좋고 우리도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덜 피곤해져.. 아? 당신은 특히 상류층 귀족 신분이라 체면이나 격식같은 거 잘 따지니까.. 당신이 자발적으로 차에 탔으면 좋겠는데?”


재기발랄한 윈턴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못갑니다.”


태석은 덤덤한 표정으로


“이 인간.. 왜 이리 고분고분해!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윈턴스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눈으로 사인하자 암부 3~4명 동시에 달려들어 태석을 붙잡아 강제로 차에 태우려고 한다.


꼼짝 없이 그들에게 포박이 되어 태석이 겁을 먹는다. 거친 위압 때문에 태석이 손에 쥐고 있던 약봉투가 바닥에 뚝 떨어진다.


“이거 놔! 나.. 이대로 못갑니다! 나 영주한테 가야 돼! 지금 내가 안가면! 영주가 죽을 수도 있어! 영주.. 지금 혼자 놔두면 안 됩니다! 영주 먼저 살려놓고 그때 가서 날 죽이든 글로벌을 치든 당신들 뜻대로 해! 지금은 날 영주에게 보내줘! 부탁드립니다!”


윈턴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양쪽으로 휘젓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윤태석의 신뢰감이 바닥에 곤두박질 쳤고 완전히 묵살한다. 암부들은 인사불성인 태석을 강제로 납치하듯 승합차에 밀어 넣는다.


“영주야.”


태석이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인다.


윈턴스가 다른 지프차에 올라타 조수석에 앉고 등받이를 밑으로 최대한 내리고 다리를 쭉 뻗는다. 담배를 입에 태우다가 골똘히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는데 윈도우를 밑으로 내리고 어떤 암부를 부른다.


“소령님? 찾으셨습니까?”


암부가 거수경례를 하고 가까이 다가서면 윈턴스가 그에게 뭔가 귓속말로 은밀하게 지령을 내린다.


“그만 가자! 출발해!”


윈턴스가 팀원들 모두에게 큰소리로 외치며 손으로 태연하게 승합차 지붕을 탁탁 때린다. 그러자 차가 시동이 걸리며 표준속도로 운행을 한다.


류태양 원장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암부 2명만 남겨놓고 검은색 차량 4대가 줄지어서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외국인 암부 2명이 이 지역 인근 400m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박영주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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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윤태석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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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추억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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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60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7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8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50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5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3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0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7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50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0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4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4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2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2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4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9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8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8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9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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