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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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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2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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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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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252화 - 선율

DUMMY

엔서니 한 밴드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치뤄지는 한밤의 LIVE 성탄 콘서트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홍대, 신촌, 명동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무명 인디밴드로 누리꾼들에게 입소문이 자자 했고 사생 팬클럽들이 소식을 듣고 전야제 아침부터 병원 앞에 마련된 콘서트장으로 붐비기 시작하는데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바쁘다. 벌써 앉아번호 연병장 두 바퀴 돈 것 같다.


무대 밖 대기실 겸 이 콘서트를 화려하게 꾸밀 주역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볼 수 있는 스타렉스 벤 승합차안에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현우와 종현은 카페에서만 활동하고 콘서트는 처음이라 아까부터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파들이 몰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첫 콘서트라 마지막 콘서트로 몹시 부담을 느끼고 실수라도 할 것이 걱정이 되는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정서불안으로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떨고 있고 한 사람은 한 곳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차량 밖에서 담배를 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산만하다


“뭐야? 누가 500석만 채우자고 했어? 턱없이 부족할 것 같은데.. 사장님 인맥이 장난 아니야? 너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예술의 전당 사장님이고 저쪽은 문화부장관님.”


서강대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인 진구가 잔뜩 쫄아서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윈도우를 내리고 얼굴만 빼꼼히 내민 종현에게 말했다.


**


병동 내에서는 이미 축제분위기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선생님?”


이번에 심부전 수술을 잘 이겨낸 여중생인데 윤정은 집도의 성진을 보자마자 표정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는 의사로서도 실력이 유능할 뿐만 아니라 소녀 팬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높다. 그가 음악을 한다는 소문이 이미 오래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어머님, 오셨어요”


흰색 의사 가운을 입은 성진이 레지던트들과 천천히 회진을 돌며 환자 보호자에게 정중히 고개 숙이며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선생님 고생이 많으세요. 환자도 돌보시고 오늘 콘서트도 하신다면서요.”


“아? 학창시절에 밴드 동아리를 잠시 했습니다.”


성진은 어정쩡한 미소를 짓고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성진이 자상하게 환자와 눈을 마주보며 미소 짓는다.


“좋아요”


“나 말고 심장 말이다.”


성진이 한숨을 푹 내쉬며


“어... 아니 이상해요? 제 심장이 선생님만 보면 이렇게 쿵쿵 쿵쿵.. 마구 뛰어요. 오늘밤 콘서트 기대 할게요!”


양 두 손가락을 둥글게 모아 하트를 만들어서 성진에게 애정 표현을 한다.


성진은 쑥스러워하고 점잖게 헛기침을 하는데 옆에서 보조를 해주던 인턴들과 간호원이 진료차트를 한 장씩 넘기며 눈치를 살살 보며 웃는다.


**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블리스가 조심스럽게 간호원에게 물었다.


“여기서 조혈모세포 기증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맞습니다. 기증 경험은 처음이세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상담해드리겠습니다.”


“네.”


블리스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간호원을 따라 간다.


**


조금 뒤 블리스가 소아병동을 기웃거리며


“아저씨?”


블리스가 씩 웃으며 유리문 앞에서 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한 아들 시환에게 손을 흔든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오면 환자복 입은 시환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시환이 손으로 가까이 오라고 재촉을 하며 의사표현을 한다. 작은 소리로 블리스 귀에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오늘 아빠랑 엄마는 일 때문에 늦게 오신댔어요.”


“아.. 그럼 시환이 오늘 아저씨랑 놀아도 되겠네?”


시환이 좋아서 끄덕이며


블리스가 상냥하게 미소 짓는다.


“아저씨의 크리스마스 선물”


블리스가 눈물을 글썽이며


“한번 써 볼까?”


머리를 맨드름하게 밀어서 몹시 추워 보이는 시환이 머리위로 방울 달린 빨간색 예쁘게 생긴 베레모 니트 모자를 쓰워준다. 시환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모자를 쓰고 나서 거울 쪽으로 뛰어 가서 확인하고 다시 블리스에게 다가온다.


“고맙습니다.”


시환이 베시시 웃으며 블리스의 품에 안긴다.


“메리 크리스마스.”


찬바람이 전혀 샐 틈도 없이 따뜻하게 패딩점퍼, 목도리, 벙어리장갑으로 무장하고 마스크도 썼다. 블리스랑 함께 병원 야외에서 세발자전거도 타고 아빠 어깨위로 무등도 타고 시환이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신나게 논다.


“하하하.”


콘서트를 빛내줄 내빈, 성악전공자, 음악프로듀서, 관현악단연주자, 합창단, 게스트들이 시간에 맞춰서 차례대로 병원주차장로비로 모여든다. 이미 주차장도 들어설 곳이 없어 관객들이 무진장 애를 먹고 있다.


현우, 성진, 진구, 종현, 재림까지 멤버 5명이 에드윈 병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성진이 어느새 흰색 의사가운이 아닌 밴드에 어울리는 의상을 차려입었다. 10분 뒤면 콘서트가 시작된다.


재림이 바이올린이 들어 있는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는다.


성진이 아련한 눈빛으로


에드윈이 잘 보이는 곳에 턱시도 한 벌 옷걸이에 보기 좋게 걸어놓는다.


“이러면 우리 사장님도 우리랑 함께 무대에 오르는 거랑 다름없겠지?”


현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깊은 수면에 빠진 에드윈을 서글픈 눈빛으로 바라본다.


“평소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 긴장할 것 없다고 선생님도 우릴 지켜보고 계실거야. 보컬이 없어서 조금 그렇지만 이 콘서트는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콘서트야.. 우리끼리 멋진 공연 한번 만들어보자.”


“응 사장님이 음악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게...”


현우는 코끝이 시끈해진 상태로 농담을 한다.


“우리는 음반을 내어 세상에 알리는 뮤지션들이 아니야.. 사장님은 우리와 밴드를 결성하면서 우리 수익금 전액을 음악학교를 세우시려고 하셨잖아.. 그 뜻을 우리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되.”


성진이 잔잔하게 미소 짓고


그가 손을 가운데로 뻗자 4명이 차례대로 손 위에 올린다.


“우리가 음악 역사를 다시 세운다.”


“오케이~ 오늘밤을 영원히 잊지 못 할 거야.”


“라흐마니노프 에드윈! 에드윈! 파이팅!”


문밖에서 조용히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펙시스와 승수가 엿듣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


한참동안 블리스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코피를 쏟는 것을 보고 블리스가 당황한다.


“시환아?”


시환을 들쳐안고 병실 안으로 뛰어간다.


병원 카운터로 가서 간호원에게 소리친다.


“담당주치의 선생님 어디 계시죠?”


간호원이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블리스가 울먹이며


의료진 몇 명과 인턴이 소식을 받고 정신없이 뛰어간다. 블리스를 내보내고 시완의 몸 상태를 이곳저곳 꼼꼼하게 진찰하며 살피기 바쁘다. 소식을 받고 안색이 하얗게 질린 블리스의 첫사랑인 수연과 재혼한 남편이 정신없이 뛰어간다.


벽 모퉁이 쪽에 병실 맞은편,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그 둘 사이에 끼지도 못한 채 먼발치에서 블리스가 숨어서 바라 본다.


“우아아앙..”


“시환아? 왜 자꾸 울어! 아저씨가 대체 누군데!”


시환은 잠에서 깨자마자 블리스가 안보여서 그런지 서럽게 운다.


“너 자꾸 엄마 힘들게 할래!”


어느새 시환은 울다가 지쳤는지 약기운이 돌아서 그런지 엄마 등에 업혀서 잠들었다. 병원 앞에서 콘서크다 진행할 무렵 오늘 시환은 면역이 무척 떨어진 상태라 아파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시환이 어느새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밖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음악소리도 들린다. 벌써 소아병동에 있던 아이들이 무리지어 달려나와 테라스에서 음악회를 감상하고 있는지 한참 오래 되었다.


추운 한겨울을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귀에 익은 캐롤송을 관객들과 다함께 따라 부르는 라이브 콘서트였다. 에드윈이 편곡한 실용음악과 클래식한 가곡 느낌이 더해져 화음이 경이롭고 신비로웠다.


연령 때 기준이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귀에 익숙하고 좋아할만한 흥겨운 무대다. 기성가수나 얼굴이 많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관중석에 은근히 많이 찾아와서 취재진 열기도 뜨거웠다.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후원하는 모양이다.


콘트라베이스 엠프, 피아노(건반), 카혼, 봉고드럼, 베이스, 일렉기타로 고급스럽고 화려한 앙상블로 리드미컬한 감성을 이끌어 간다. 화성학 아카펠라 보컬 그룹도 게스트로 출연해 주었다.


재즈풍에 'Feliz Navidad'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이어서 아주 빠른 템포에 비트와 리드미컬하고 경쾌하고 신나는 무대다. 천재바이올리니스트 재림이 전자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캐롤송 메들리를 독주를 한다. 베이시스트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인다. 루돌프사슴코와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연주한다.


3번째 무대는 한국아카데미 소년소녀 합창단들이 직접 부르는 'Somewhrer in My Memory'였다.


종합병원 응급센터, 중환자실 빼고는 잠잠하고 적막한데 아주 조용하다. 일반병동 환자들은 콘서트 구경하기 바쁘다.


음악소리에 파묻혀 의료진들도 무척 신이 나 있고 들떠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에드윈이 조금씩 손을 움직이는데, 손가락에 끼어진 펄스가 손에서 떨어진다. 눈을 뜨면 초점이 가운데로 서서히 모이며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이고 오목렌즈나 볼록 렌즈 같은 형상처럼 사물이 흔들린다.


시환은 밖에 나가자고 울면서 계속 엄마한테 조르고 보채고 있다.


“나도 나갈거야.. 아아...”


“넌 아파서 안돼.. 여기서도 잘 들리네? 응? 시환아...”


에드윈은 자기 침대 맡에 놓여 있던 어쿠스틱 기타 가방을 매고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듯 위태위태한데 몸을 비틀거리며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때며 병실을 나선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수연이 문을 열어주면 바로 환자복 입은 희끄무레한 까칠한 안색으로 에드윈이 서 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에드윈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직접 자신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시완을 찾아 온 것이다.


목소리는 잃어버렸어도 몸은 음악을 기억한다. 걸어 다니는 음유시인,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눈부신 열정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에드윈이 천천히 기타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자연스럽게 자세를 유지한다. 손을 움직이며 차분하게 연주하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때마침 병원 밖에서 울려 퍼지는 곡이 징글벨 현악3중주인데 중후한 무게 있는 선율이 매력적인 첼로, 더블베이스와 에드윈의 영혼을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정말 환상의 호흡이었다.


에드윈 차례가 다시 돌아오자 그가 천재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려한 선율에 수연은 또 한번 넋을 잃고 빠져서 듣고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바이올린의 선율을 능가했다. 중간중간에 변주가 2번 들어가서 새롭게 들리며 원곡보다 더 경쾌하고 세련되게 승화 시켜서 에드윈은 혼신의 힘을 다해 징글벨을 들려 주웠다.


시환이 어느새 눈물을 뚝 그친다. 에드윈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난하게 끝마쳤다. 에드윈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을 정도로 힘들어 보였지만 어느 때 보다 평온해 보였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미카엘과 승수는 그런 에드윈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방해하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뒤따라 다닌다.


“큰일 났어? 지휘자가 여기 오다가.. 빙판길 도로에서 운전접촉사고 있었나봐?”


“뭐? 이제 마지막 오케스트라 교향악단 차례라고?”


“다른 지휘자라도 빨리 섭외해야지.. 최대한 내가 시간 끌어볼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펙시스가 그들에게 모습을 들어내며


“이봐! 젊은 친구들 이 음악콘서트 취지가 원래 뭐였지? 교향곡 작곡가가 직접 지휘를 맡는다면 꾀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되지 않겠어?”


“그 뜻을 저희도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진구가 난처한 표정으로


펙시스가 자신 있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설마..”


종현과 현우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서 눈이 꽈리처럼 동그래지며 입이 떡 벌어진다.


성진이 한쪽에서 팔을 부축해주면서 조심스럽게 에드윈은 단상 위로 오른다. 어느새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련되고 멋스러운 턱시도를 갖춰 입었다. 리허설과는 달라서 관계자들은 당황스러워서 난처해졌다. 그러나 펜클럽과 관중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시작 할 때 부터 오매불망 기다렸던 사람으로 이 콘서트에 빠지면 안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후두암 선고를 받아서 이 병원에 1달 넘게 입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파파라치를 통해서 전해졌다.


그래서 이 콘서트에는 어쩔 수 없이 에드윈이 불참을 했을 거라고 판단해서 매우 아쉬워 했다. 한창 피어나는 시기에 10대에 그의 몸값이 목소리만 경매낙찰가로 96억 이었다.


싱어송라이터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가곡의 프린스, 엔서니 밴드에 맏형, 에드윈이 등장하자 조용했던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환호성이 점점 커지며 박수 소리가 요란해지며 거세게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오늘이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생각해 암부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민감해지며 그에게서 잠시도 눈에서 떼질 못한다.


입가에 시종일관 미소를 짓지만 침통한 표정은 그대로다. 제이드, 유엔에서 온 강세종, 외교통상부 장관 플랭크, 영국 정치인 루스벨트, 크림슨, 블리스, 아스마, 알랜, 이사벨, 제로엘, 국정원에 위장 취업한 손혁권도 초대를 받았다.


자신이 직접 만든 클래식이기 때문에 에드윈은 악보가 머릿속에 있는지 눈을 감고 음미하듯,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지휘봉을 들었고 천천히 손으로 능선을 그리며 휘젓기 시작한다.


관현악단은 에드윈의 손을 주목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맡은 성진도 에드윈을 주목한다. 오케스트라 곡명은 "white memories" 얼음 왕국에 눈발이 휘날리며 눈꽃요정들이 찾아온 듯 잔잔한 선율, 성탄절과 어울리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웅장한 교향곡으로 그곳에 모인 관객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국제 영화 OST 클라이막스에 흘러나오는 테마곡처럼 전쟁이 사라져 꽁꽁 얼어버린 세계에 싱그러운 봄햇살처럼 하늘에서 내려 오는 눈은 바로 평화를 상징하고 찬란한 내일을 갈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주 따뜻하고 귀에 착착 감기는 좋은 곡이었다.


4악장이 모두 끝나고 관객들은 너무나 소름끼쳐서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에드윈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뜨고 관객들에게 매너 있게 정중히 인사한다. 세상이 떠나갈듯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뜨거운 성원과 갈채로 환호와 아우성이 들려온다. 모두 일제히 일어나 에드윈에게 기립박수를 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청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더이상 그에게 사치를 허락하지 않는지 에드윈은 눈꺼플이 무거워지며 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해갔다.


자꾸만 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러움증 때문에 정신을 차려 보려고 애를 써보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정면을 보다가 언뜻 어느 사물에 시선이 고정 되는데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면 그 사람은 미카엘이었다. 에드윈이 드디어 미카엘의 눈과 마주쳤다.


에드윈이 눈시울을 붉히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미카엘도 촉촉해진 물기어린 눈으로 옅게 미소를 지으며 소중한 벗에게 시종일관 눈을 조금도 떼지 않았다.


“안녕. 미카엘.”


미카엘이 무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아졌고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에드윈은 그대로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마침 대기 하고 있던 안성진과 담당 레지던트와 멤버들이 몰려든다.


그 친구들 덕분에 에드윈이 딱딱한 맨 바닥에 떨어지는 위기를 모면했다. 관객들과 섞여서 맨 앞줄 서 있던 펙시스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미카엘이 눈물을 글썽인 체로 당황하며 무대 위로 껑충 뛰어올라 에드윈을 데리고 무대 밖으로 재빨리 사라진다.


**


태석은 아픈 영주 곁을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성탄절은 뜻깊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두 친구는 이번에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물건너 갔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제 수술을 잘 받고 지금 고열이 41도까지 올라 안색이 여전히 창백했고 영주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태석은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아서 밤을 꼬박 샜다.


“생일 축하해.. 영주야.”


태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제까지 죽은 사람으로 살려고 그랬어? 우리 영주가 나를 정말 많이 미워 했구나..."


하늘로 비상 할 수 있도록 한쪽 날개가 되어주며 "글로벌그룹"이라는 유산을 태석에게 넘겨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자취를 감추었다. 형제 보다 각별하고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한편으로 제일 용서 받고 싶은 막역지우인셈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태석이 빙긋 웃으며


머리 맡에서 땀에 젖어 이마에 눌러 붙은 영주의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한올 한올 가지런히 정돈을 해서 넘겨준다. 몸에서 나는 체향 뿐만 아니라 숨소리만으로 100% 박영주라고 확신했다. 영주가 태석의 목소리가 언뜻 환청처럼 들려왔는지 미간이 꿈틀거리며 영주도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태석은 혼자 있고 싶었는지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는데, 다시 핸드폰 전원을 켜 놓는다. 부재중으로 모르는 번호가 5번이나 찍혀 있었다.


태석이 덤덤하게 그 휴대폰번호로 전화한다.


“누구시죠?”


“태석아.”


태희가 울먹이며


“누나? 무슨 일 있어?”


“미안해.. 태석아.. 누나가 잘못했어?”


“뭐?”


태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흑.. 왜 전화를 걸었어! 이 바보야! 어서! 도망쳐! 너 지금 어디니! 너 대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고 다녔던 거야! 절대 집으로 오지 말고 멀리 도망쳐! 잠시도 지체 하지 말고 거기서 도망치라고! 어떤 무서운 사람들이 지금 네 핸드폰 번호 위치를 추적한 것 같아?”


“도망치라고 누나? 내가 어디론가 숨어서 살기를 바래?”


태석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기진맥진한 안색으로 깊은 숙면에 빠져 있는 영주를 애석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갈 수 없어. 찾았으니 됐어.. 올 테면 얼마든지 오라고 해.. 난 전혀 겁이 안 나니까.”


“뭐? 뭐라고...”


태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창백하게 얼어붙는다.


NEXT


작가의말

장마 끝나면 엄청 덥다고 하네요 ^^

열기를 조금 식혀 볼까.. 혼자만에 공상! 

시린 겨울 크리스마스 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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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60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7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8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50 2 19쪽
» 제252화 - 선율 +2 20.07.30 56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4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0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7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50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0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4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5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2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2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5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9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8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9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9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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