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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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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7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7.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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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DUMMY

모처럼 제주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바베큐파티를 했고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이사벨의 음식 솜씨는 정말 타고난 모양이다. 정갈하고 깨끗했으면 푸드스타일링까지 만점이다. 오트밀색 스웨터에 그린과 네이비색이 혼합된 체크무늬로 된 두툼한 숄을 어깨에 두르고 손목은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다.


얼굴 한쪽에 반찬코를 붙힌 가영이 답답했는지 바람을 쐬기 위해 바닷가로 나왔다. 황혼이 지는 해질 무렵이라 노을이 매우 아름다웠다. 가영은 앞으로 걸어 나오다가 먼발치에 창룡의 뒷모습을 발견했고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돈다.


"아저씨!"


창룡은 어디선가 가영이 자신을 부르는 밝고 명랑한 소리가 들리자 등을 돌리고 바라보면 가영은 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창룡은 애틋하고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가영이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밤공기 쌀쌀하다. 넌 좀 더 들어가서 누워 있어야 해"


창룡은 과묵한 표정으로 가영의 손을 붙들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 조금만.. 이렇게 우리 둘이서 잠깐 분위기 좀 잡아 보자구요! 아! 속터져! 아저씨 진짜 연애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가영은 당돌하게 언성을 크게 높이며 말했다.


"어?"


"아니~ 흠흠! 제가 왜 밖에 나왔겠냐구요? 어? 별이다!"


가영은 눈치를 살살 보다가 언뜻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다.


까만 방공호 안에 수를 놓은 듯 보석처럼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거렸다.

마치 별이 자기 머리 위로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가영은 그대로 돌로 만든 의자에 풀썩 앉는다.


북한에서 보낸 공작원들에게 쫓기지 않아도 되고 창룡은 모처럼 안식을 가질 수 있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창룡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 야상자켓을 벗어서 얇게 입고 나온 가영의 가녀린 어깨 위로 살며시 걸쳐준다. 창룡은 올해 46살이고 가영은 25살 두 연인은 무려 나이가 20년 차이가 난다. 가영은 쑥스러워서 창룡을 바라보고 베시시 웃는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창룡이 말했다.


"네?"


"앞으로 20년 뒤의 너의 모습을 상상해봐?"


창룡이 가영의 옆에 앉아서 진지하게 말했다.


"네, 상관없어요."


가영은 창룡의 시선을 거부하지 않고 배포있게 말했다.


"정말? 상관없다고...."


창룡이 피식 실소를 터트린다.


그가 평소하고 다르게 박력있게 돌변해 가영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상체를 앞으로 실었다.


"내 눈에는 고생문이 훤 한데.. 본인은 괜찮다? 이번에 한국에 나가게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어. 이곳과 연을 모조리 끊어야 해, 할머니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도 못 만나..."


가영이 조금 당황하며 상체가 뒤로 기울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창룡의 입술이 맞부딪힐 정도로 딱 붙어 있었다.


가영은 그의 칠흙처럼 검은 머리에 흑단같은 매혹적인 눈동자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고 슬퍼보여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랬다면 남한 군인들이 아저씨를 간첩으로 오해하고 사로 잡으려고 혈안 중에 있는데 제가 대청도 섬까지 어떻게 아저씨를 구하러 갈 수 있었겠어요?"


가영은 당차고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소신을 밝혔다.


"난 그럼... 너에게 큰 빚을 진 셈이구나.. 아저씨 한테 무엇을 원해? 보시다시피 난 가진 게 별로 없어.. 한국에서 보내는 오늘 이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는 여기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최적의 장소지?”


창룡이 그윽한 미소를 날리며


“추억이요?”


"그래, 오늘 너와 사랑을 나눌 것이고 오늘이 지나면 영원히 내 곁에서 도망칠 수 없고 절대 벗어날 수 없도록 내 옆에 붙잡아 둘 거야. 내 평생의 반려자로 정할 것이다.”


"아저씨? 지.. 진심이에요?"


"뭐야? 그 표정은.. 외할머니께는 나와 해외로 야반도주할 명목으로 터무니 없이 임신설을 주장하면서 그런 거창한 계획을 궁리했다면 먼저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어?”


창룡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어.. 제가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은 그렇게 해야 제가 아저씨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으니까요. 저 쑥맥이고 연애도 사실 처음이고 남자와 단 둘이서 한 침대에서 잠자리를 갖는 것도 처음이고 제가 첫눈에 반하고 남자를 진심을 좋아해 본 것이 창룡아저씨였으니까...”


가영은 얼굴이 붉게 물들며 왠지 부끄러워지는 타임이다. 자신이 말을 내뱉고도 횡설수설 했다.


“표정 보아하니... 아닌 것 같은데?”


창룡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손으로 천천히 가영의 무릎에서 부터 천천히 스치듯 살살 더듬기 시작하더니 허벅지에서 멈추었다.


“아저씨도 엄연히 사내거든... 유가영 네가 내 앞에 자꾸 아른거릴 때마다 내가 그동안 이 정욕을 애써 꾹꾹 누르며 참아내느라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니?”


창룡이 너무나 낯선 음산한 눈웃음을 짓자 가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이 잘게 떨려왔고 생소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가영은 눈시울을 적셨다.


그런데 별안간 창룡의 태도가 바로 돌변하고 피식 웃는다.


"알았어. 오늘 내가 했던 말은.. 마음에 새겨두지 말고 그냥 잊도록 해."


창룡은 마치 가영의 속마음을 떠 본 것 같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창룡은 기울었던 몸을 다시 원래대로 곧추세웠다.


"무슨 뜻이에요?"


가영의 귀가 솔깃해지며


"넌 아직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도 한참 몰라! 사랑! 철 없는 소리 하지마! 그냥 연애 하다 실증이 나면 헤어지는 그런 동화같은 소꿉놀이 상대를 원했다면 넌 상대를 제대로 잘못 짚었어! 그런 하찮은 연민 따위에 쫓아다니기에는 내 코가 석자야."


"아저씨! 갑자기 왜 그래! 뭐야! 어서 말해!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죠?”


가영이 눈물을 흘리며


"아니.. 네가 너무 순진해 보여서 그냥 장난 한 번 쳐 본 거야..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 하는 가영이 네가 청해수산에 있을 때 부터 내 행방을 자꾸 수소문하고 찾는다길래.. 호기심 삼아 관심을 준 것 뿐이야."


창룡이 냉철한 눈빛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짓말! 지금도 내 시선 피하고 있잖아! 아저씨 일부러 그러는 거.. 저 다 알아요?”


가영은 애통한 표정으로 울음을 터트린다.


"먼저.. 들어갈게."


창룡은 서럽게 울고 있는 그녀를 추운 곳에 덩그러니 놔두고 펜션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사랑해요!"


가영이 두손을 모으고 창룡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큰 소리로 외쳤다.


"사랑해!"


창룡은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장난이었다고! 아저씨는 거짓말쟁이야! 그럼 우리 아무 사이 아니니까? 이제 부터 내가 뭘 하든 참견 하지 말아요"


가영이 눈물을 거두고 갑자기 눈빛이 확 돌변하더니 창룡의 야상자켓도 벗고 어깨에 걸친 숄을 떨어뜨린 뒤 파도가 물결치는 해변으로 무모하게 돌진한다.


어디서 첨벙첨벙 사람이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창룡이 화급히 돌아본다. 가영이 자살소동을 벌일지 상상도 못했는지 창룡이 표정이 굳어지며 재빨리 뛰어간다.


"유가영!"


"내 이름 부르지 마! 아저씨가 뭔데.. 내 이름을 불러!"


단단히 틀어지고 화가 났는지 가영이 창룡의 손을 뿌딪히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수면이 가영의 무릎에 닿았고 계속 들어가자 복부까지 차 올랐다. 다리도 불편하고 몸도 성치 않는데 맹랑하고 골때리는 가영 때문에 창룡은 속이 편할 날이 없다.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사랑, 그녀의 마음을 포기하게 하기에는 너무 멀리 까지 와 버렸다.


창룡은 아주 제멋대로이고 못 말리는 고집불통인 가영을 허리와 오금을 두 팔로 끌어 올려 들쳐 안고 수면 밖으로 걸어나왔다.


"내가 죽든지 말든지 신경을 쓸 필요 없잖아!"


가영이 가슴 아프게 처절하게 오열하자 창룡이 커다란 두 팔로 품 안으로 당겨서 깊숙이 포옹한다.


"미안해..."


창룡이 눈시울 붉힌다.


그의 얼굴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서 이제 남한에서 창룡이 머물만한 안전한 지대는 없다. 창룡은 그래서 가영의 그런 위험한 거친 행보를 어떻게서든 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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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61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7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8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50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6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4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0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8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50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0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4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5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3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2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5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9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9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9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9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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