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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656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8.01 11:45
조회
47
추천
2
글자
8쪽

제257화 - 하나된 마음

DUMMY

선암사, 주지승인 브레나는 염주를 딸깍딸깍 굴리며 상좌승, 청명스님과 함께 마루를 내려와 팔상전 쪽으로 향한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절간이 온통 탁아소가 되더니 이제는 만국의원이 되버렸구나...."


브레나는 싱겁게 농을 던지며 웃는다.


“조셉의 몸 상태는... 어떤 것 같으냐?”


“어제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 같으니.. 심려 놓으십시오."


브레나는 침통한 눈빛으로 씁쓸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 아인, 육체적으로 받은 상처보다 일단 마음에 난 상처부터 추스려야 될게야.”


“예.. 알겠습니다.”


“네오는 어떤 것 같으냐?”


“그 처사님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닐게다.”


“네?”


“한차례 홍수가 밀어 닥치듯.. 부상자가 넘쳐날 것 같으니.. 마음 각오를 단단히 해둬야 할 듯 싶다.”


청명스님이 당황하며 걸음을 멈춘다.


“설마.. 저번처럼...”


“두려우냐.. 두려우면 언제라도 이곳을 떠나도 좋으니라.”


브레나는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스님을 두고 제가 어찌...”


“절에 있으면 화를 면하기 어려우니.. 중들이 떠나면 되지만.. 그 많은 중이 떠나야할 필요가 있느냐.. 지주 한 명 바꾸면 될 것을 네 놈은 아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큰스님?”


브레나는 훈훈하게 미소지으며 서둘러 팔상전으로 발을 재촉한다.


청명이 당황하며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큰스님.. 또 길을 떠나십니까? 몸도 편찮으신데.. 이번에는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헤.. 그건 미리 장담을 못하겠구나...”


“결국 전생의 업보데로 자기 짐은 자기가 짊어질 수 밖에 없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더냐..”


한발 뒤에서 천천히 따르는 청명스님도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멈추지 못하는 것 또한 어쩌면 그 사람의 숙명이고 전생에 저들도 인연이 다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도 어쩌면 그들과 혁명을 같이 도모했던 일부에 속한 사람이기도 하고 참으로 기이한 연고가 아니던가... 엠브리로이는 전생에 매우 훌륭한 왕이었다. 그 사람은 국적,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죄가 있든 죄가 없든 삼고초려 하여 사람들을 끌어 모았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태평성대.. 새로운 세상을 열기위해 세상을 떠돌며 뜻을 도모할 유능한 인재와 조력자, 참모들을 휘하에 두고 도원결의로 큰 뜻을 품었다. 현세에서 아마 우연치 않은 인연으로 엠브리로이가 자기 발로 직접 그 사람들을 등용했던 것도 사실은 필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생에서도 숙원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서 그들은 열망으로 가득차서 물불 안가릴거야.”


“로이님.. 말씀이시군요.”


“시작도 그분이 했으니.. 중재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분이다. 혈맹으로 맺은 소중한 의형제들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더 흘려보내기 전에 로이님이 기억이 돌아와야. 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그분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


“블리스 팀장은 왜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강세종이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모든 암부들이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본다.


“정보부장님.”


손혁권은 덤덤한 표정으로


“블리스 팀장은 몸이 안 좋아서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제가 쉬라고 해뒀습니다."


강세종은 물을 한잔 마시고 한쪽에 차분히 내려놓는데 기분이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요.”


아스마 대령은 냉랭한 표정으로 블리스가 반역을 도모 했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아직도 분이 안 풀리고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며 혀를 끌끌 찬다.


“보나마나.. 제 아들.. 피붙이만 눈에 밟혀서 다른 게 눈에 들어오겠어!”


창룡이 헛기침을 하며


“흠흠.. 아스마님...”


“내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


윈턴스는 무표정이다.


선암사에 모든 암부들이 총출동했다. 제이드, 펙시스, 아스마, 창룡, 윈턴스, 나승수, 네오, 아인, 원술, 무영, 알랜, 손혁권, 제로엘, 행턴, 루스벨트, 플랭크다.


미참석자는 얼마 전 성탄절 다음날 후두암으로 장례식을 치른 에드윈 팀장, 행방이 묘연해진 미카엘 팀장 실종된 케인 팀장, 아픈 사람은 강우 빼고는 한국에 들어온 암부들은 모두 참석했다.


어느 원탁회의 때보다 텅 비어진 무겁고 침체된 분위기다.


“잘 알겠습니다. 자~ 그럼 주 회의의 안건을 주제로 논의를 해봅시다.”


강세종이 회의를 주관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시니어 암부, 블리스 팀장이 들어오는데 죄책감 때문에 문전 앞에서 한참을 뜸을 들인다. 암부들 시선이 블리스에게 쏠리며 침묵이 흘렀다.


강세종이 떨떠름한 미소지으며 말했다.


“블리스팀장..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많이 안 좋으면 쉬어도 괜찮네.”


동료들을 배반한 블리스가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안색이 수척했고 이번 계기로 반성을 크게 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생명의 가치와 귀의, 감사, 화해, 용서, 피를 나눈 의형제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깨닫게 되며 그 소중함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제일 문 바깥 쪽에 앉아있던 윈턴스 소령은 블리스가 문을 열어놔서 칼바람이 쌩쌩 불어오자 등짝이 서늘했는지 갑자기 투덜거리며 벌떡 일어난다. 블리스는 윈턴스를 여전히 무서워 하는지 매우 긴장한 얼굴로 당황한다.


“에이~씨! 추워 죽겠네! 방에 불 뗀거 맞아? 내 자리만 그런가... 문 열어 놓고 뭐하냐! 나 방석하나만.. 더 깔아도 되지.”


윈턴스는 문을 재빨리 닫고 블리스 팔을 잡고 빈 자리에 강제로 앉힌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방석을 두 개 깔고 양반다리하고 앉는다. 의형제 중 블리스 겨우 한 사람 참여했는데, 어두웠던 암부들 표정이 다시 화기애애해지고 밝아진다.


잠시 후 또 문이 열리고 누가 들어온다.


그는 브레나였다. 그는 의형제들을 바라보며 훈훈하게 미소 짓기만 했는데 그의 위엄과 카리스마는 녹슬지 않았다.


“내가 좀 늦었소? 이 늙은 고승도 함께 끼어줄 텐가...”


암부들 표정이 더 밝아지며 사기가 반짝 오른다. 아스마 대령의 표정이 환해진다.


“어~ 땡초형님! 내가 형님은 분명 올 줄 알았다니까...”


엄숙했던 회의장소가 일사불란해지며 암부들이 자리에서 일동기립하고 머큐리 국무총리급, 상부 최고위원장이었던 브레나가 검소한 승복차림을 한 채로 들어오자 암부들이 모두 하나같이 브레나를 매우 반갑게 맞이한다.


그들은 정중히 고개 숙이며 예의를 갖춘다. 그리고 브레나가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병상에 누워있던 의형제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브레나 손에 이끌려 온 사람은 러시안블루 조셉, 김강우였다.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은 맹인, 강우는 환경이 매우 낯설어서 그런지 한쪽 손으로 벽을 매만지며 안으로 들어오려하자 눈치 빠른 아인이 얼른 일어나 강우를 도와주기 위해 옆에서 부축하고 빈 자리에 앉힌다.


마치 서로 서로가 한 몸이 된 것처럼 의기투합하며 암부들의 힘이 절로 솟구친다. 다시 암부들이 자리에 모두 착석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다 모였으니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강세종이 한결 편안해진 미소를 머금으며 진지하게 회의를 주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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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제260화 - 도시의 사냥꾼 +3 20.08.02 52 3 22쪽
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59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5 2 22쪽
»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8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0 2 14쪽
255 제254화 - 형벌의 시간 +2 20.07.31 45 2 15쪽
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49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5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3 2 18쪽
250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5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59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7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49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0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3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4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2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1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4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8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58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48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48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6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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