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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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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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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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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투 자작의 모의

DUMMY

자미나 왕을 앞에 둔 베르크 왕은 조용히 영지 이양서를 내밀었다. 자미나 왕국의 영토 일할에 해당하는 땅을 베르크 왕에게 넘겨 준다는 문서였다. 거기엔 이미 일곱명의 지방 영주들이 영지를 포기한다는 서명까지 되어 있었다. 서명을 마친 귀족들은 단상 아래에서 시뻘건 눈으로 왕을 원망스런 눈으로 째려 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자미나 왕이 베르크 왕의 심기를 건드린 것만으로 자신들의 영지를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고 만 것이다. 그들은 진심 차라리 자미나 왕을 버리고 베르크 왕에게 충성을 맹세할까 생각까지 했으나 왕이 직영지를 분할해 준다는 약속을 받고는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왕의 자비로움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양국의 영원한 우호를 청합니다."


베르크 왕은 자비나 왕의 청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자비나 왕은 모욕감을 느꼈다. 마치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무시를 받았다고 여긴 것이다. 영지 이양 문서를 챙겨 말 없이 돌아서 단상을 내려가는 베르크 왕의 등짝에 눈으로 칼을 꽂은 후 자비나 왕도 벌떡 일어나 단상을 내려가며 분노의 발자국을 남겼다.


베르크 왕은 새로 얻은 영지를 반 뚝 떼어 제국 기사단에 내어 주었고, 분쟁의 원인이 되었던 라웨스터 백작의 손자는 왕실의 시종장인 바나 백작이 맡아서 궁의 시종으로 키우기로 했다. 라웨스터 백작의 큰며느리는 결국 준남작 작위만 받고 왕가에서 쫓겨나 먼 남쪽 국경의 숲이 울창한 작은 영지로 추방되었고 영영 영지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다는 명을 받았다.


그 뒤로 계절이 한번 바뀐 후 베르크 왕궁에 자비나 왕국의 귀족 여섯이 찾아와 알현을 청했다. 그들은 이번에 영지를 빼앗긴 자들로 자비나 왕의 무력함과 배신에 회의를 느껴 자비나 왕국을 떠나 베르크 왕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그들은 왕에게 영지를 받기로 해서 기다렸지만 갑자기 왕이 자기들 소속 기사들을 꼬드겨 빼앗고 주기로 했던 영지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어겨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다고 고했다. 그들은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못두 바치겠으니 정착을 허가해 주기를 주청했다.


베르크 왕은 약간 찜찜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재해 복구에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번에 수해가 난 자말라 지역을 쪼개 그들에게 나누어 주며 복구 물자를 대 주며 복구에 힘쓰도록 명했다. 그들은 많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했지만 일단 정착할 땅을 받았으니 나름 만족하며 물러났다.


그들이 각자 봉토로 받아 찾아간 땅에는 정말 덩그런 성채 하나 뿐이었다. 그들은 실망과 함께 불만을 내비쳤다. 영지의 영주민들은 고사하고 농노조차 거의 없었다. 남은 이들도 먹지 못 해 비리비리한 자들 뿐이었다. 그들은 내심 여기서 오래 머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그들은 베르크 왕국으로 도주하는 것을 주도한 마투 자작에게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이자마자 영지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며 탄식을 했다. 영주민이 없다느니, 영지가 황무지 뿐이라느니, 남아 있는 성이 토막집 같다느니, 당장 열흘 후 먹을 식량조차 없다느니 하는 한탄과 원망이 섞인 고성이 오갔다. 마치 누가 더 험한 영지를 받았는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마투 자작은 이 끝 없는 불만을 일단 입 다물게 하기 위해 식사를 내오도록 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나마 풍부한 자원이 있어 꽤 큰 부를 쌓아둔 마투 자작은 상인 길드에게 투자했던 재산 일부를 돌려 받아 베르크 왕국에 꽤 많은 기부를 해 괜찮은 영지를 하사 받았고, 그러고도 좀 여유가 좀 있어 하인들을 몇몇 부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며 호화로운 예전을 생각하던 귀족들은 마투 자작의 한 마디에 모두 먹던 음식을 내려놓고 긴장을 했다.


"지금 우리가 먹는 호화로운 식사는 마지막이 될 것이오. 잘 드시고, 영지 복구와 발전을 위해 남은 재산과 남은 힘을 다 쏟아야 할 것이오. 이렇게 불만만 터뜨리고 모여있으면 베르크 왕은 우리를 의심하고 다시 쫓아낼 것이오. 있는 재산 다 바쳐 여기 정착한 우리들이 쫓겨난다면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이오? 이젠 영주라도 영지민과 같이 피죽을 먹어가며 아끼고 아껴야 하오. 영지민들이 쫄쫄 굶는데 홀로 호의호식을 바라면 그대들의 배에 낫이 박힐 날이 머지 않을 거요."


짭짤 향긋하고도 야들야들한 거위다리고기가 입안에서 깔깔하게 느껴지던 귀족들은 다시 턱을 우물거리고 꿀꺽댔다. 그러나 그들은 향이나 맛을 즐기지 못하고 그저 기계인형처럼 입에다 넣고 씹고 삼킬 뿐이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영지를 운영할 돈을 어디서 구할까 생각 뿐이었다. 그들은 한 해 정도 운영해 다음 해 운영비를 뽑을 줄 알고 그 정도의 유지비만 주머니에 넣고 있을 뿐이었는데 운영비는 커녕 복구비조차 모자랄 지경이라 지금으로선 몇 해를 적자로 운영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마투 자작은 복구비 일부라도 베르크 왕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안 되면 차입이라도 요청할 테니 무조건 재해를 복구하고 정상을 되찾는 것에만 전념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귀족들이 돌아가는 길에 얼마씩 금전을 주며 달랬다.


얼마 후 마투 자작은 하루 거리에 있는 라웨스타 영지에 있는 첫째 공주 오랑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오랑 공주를 만나자마자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는 간절히 청했다. 왕에게 복구비를 지원해 주도록 도와달라고. 그것만이 지금 새로 정착하는 맨손 뿐인 무리들에게 이 땅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나 공주는 냉정하게 직접 왕에게 아뢰라고 하며 일어서려 했다.


마투 자작은 급히 일어나 한 걸음 더 다가가 공주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지금 영지의 상태를 미주알고주알 펼쳐 보였다. 얼마를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자작의 목소리는 조금씩 쉬어가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들은 라웨스타 백작을 이곳의 대영주로 알고 견마지로를 다해 모시겠다고 외쳤다.


대영주라는 말에 공주는 솔깃했다. 아무래도 바닥인 현재 상황에서 홍수 복구에 전력하느라 화산재 복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영주가 되면 주위의 영주들을 모아서 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또한 왕에게도 좀더 강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며, 또한 꽤 많은 병력을 모을 수 있는 지위가 된다. 현재 형제들은 모두 제국에 억류된 상태, 여기서 강한 힘을 키운다면 좀더 높은 자리를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싹텄다.


오랑 공주는 얼마 후 마투 자작을 데리고 둘째 공주 뷸란을 찾았다. 왕자를 낳은 후 처음 만나는 일이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 라웨스타 영지와 그 주변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며 신세한탄을 풀어놓았다. 그리고는 하지마팔레 백작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오랑 공주는 왕국의 재정을 맡고 있는 하지마팔레 백작을 잘 설득해 망명 귀족들의 복구와 운영을 지원해 이끌어내고 대영주의 지위를 얻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뷸란 공주는 언니의 부탁을 듣고는 남편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연락을 보냈다. 식사를 하면서 오랑 공주는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동생은 남편 옆에서 언니를 도와주기를 청하며 은근 압력을 넣었다. 그는 라웨스타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왜 그냥 왕을 만나서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러는지 불평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앞에 있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공주, 그것도 황도에 볼모로 끌려가 왕국의 운명을 함께 했던 그녀들이라 왕의 애정이 남다른 공주들이다. 결국 하지파말레 백작을 만나러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하고 말았다.


오랑 공주와 뷸란 공주는 왕도에 도착하자마자 주위에 아는 귀족들을 찾아다니며 라웨스타에 도움을 주기를 요청했다. 거기엔 둘째 부마도 동참했으며 특히 아버지 하지파말레 백작에게 간곡히 도와주기를 청했다. 그러기를 닷새가 지나고 나서야 두 공주는 왕성에 들어가 왕을 만났다. 왕은 왕도에 오자마자 자신을 만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며칠이 지나서야 찾아온 것에 대해 약간 섭섭함을 표시했다.


"왕께서는 국무에 바쁘시듯 비천한 영주 대리지만 소녀도 라웨스타 영지에 걸린 일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뵙는 게 늦었습니다. 저희 불쌍한 영지민들을 생각해서 법도에 어긋남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왕은 어리게 여겼던 공주가 야무지게 대꾸하자 영지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섭섭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손녀를 품에 안자마자 곧 얼굴도 방긋방긋 풀어졌다. 눈은 손녀를 향했지만 그러나, 입은 맏딸에게 무거운 말을 내뱉었다.


"네가 대영주 지위를 바란다고 들었다. 하지파말레 백작이 그러더구나. 귀족들이 지지를 얻었다고도 들었다. 나는 네가 별다른 욕심이 있어서 대영주 지위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네가 라웨스타 백작이 하던 일들을 떠맡아 코로넬로 복구 사업을 지휘하고자 한다는 구실로 바말라 지방과 근처 영지를 포함해 서른 여덟 개 영지를 네 아래로 편입해 달라는 건, 네가 왕이 되고자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지금 화산재에 뒤덮인 3개 지방을 제외하면 왕국의 오 분지 일을 달라는 것인데 말이다. 게다가 기사단이 필요하다니! 왕이 될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찌 나라를 갈라 먹을 생각을 하느냐 말이다."


어투는 손녀에게 말하듯 조곤조곤했지만 그 말을 듣는 오랑 공주는 등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다. 게다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둘째 뷸란 공주는 이게 무슨 소리냐며 눈이 동그래져 언니를 쳐다 보았다. 왕이 말을 마치자마자 등이 땀으로 서늘해짐을 느낀 공주는 숨을 고른 후에 변명을 시작했다.


"왕이시여, 지금 필요한 건 이 나라 영지들의 안정이 아니옵니까? 제가 직접 변방에서 겪어본 바 화산의 재난 후 들쥐들처럼 일어난 도적들을 소탕하시었다 하나 아직 작은 패거리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패악질을 일삼고 있으며, 경비대나 자경대만으로는 그저 사람이 죽는 거나 면하는 정도일 뿐, 재산상의 손해는 어마어마합니다. 복구를 위해 보내주신 물자들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여 서른 여 개 영지들이 힘을 합쳐 이들을 막아내고 함께 복구에 힘을 상호협조하도록 이끌어 낼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공주가 상징적인 자리에 올라 영지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왕은 공주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주가 저렇게 말을 잘 했나 의아해 하며 공주의 어린시절 모습을 떠올렸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오빠에게 밀려 거의 말없이 지내던 공주가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다고 보고 최근에 혹시 누가 측근으로 붙었겠거니 짐작을 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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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5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2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3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0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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