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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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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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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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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비대의 심술

DUMMY

엄포처럼 들렸지만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면 엄포가 아닌 법, 경비대 기사가 돌아간 다음 날 아침, 바바아타의 집 앞에는 경비대 천막이 세워졌다. 경비대 병사들은 고참 병사들의 지시에 따라 도끼를 어깨에 매고 바바아타 집으로 들어오는 오솔길에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찍어내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바바아타에게 마나 제어를 가르치러 오던 마법사는 그들을 보자마자 바바아타의 집 앞에 경비 초소를 세우고 주위에 담장을 둘러 출입을 제한하려는 것 같다는 짐작을 했다. 그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고참에게 가 지금 당장 시작하지 말고, 마을에서 술이나 좀 받아다 한 잔씩 하면서 쉬다가 하라면서 은화 열 개를 쥐어 주었다. 그리고 또 은화 두 개를 따로 허리띠에 꽂아 주었다.


고참은 웃으며 알겠다며 돌아서서 병사들에게 도끼 내려놓고 그들에 가서 쉬게 한 후 신참 하나를 부르더니 은화 다섯 개를 주며 마을에 가서 술과 말린 고기를 사오라고 시켰다. 병사 하나가 마을로 쪼르르 뛰어가는 걸 보고 난 마법사는 대체 무슨 일인지 우탄바른 남작에게 물으러 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남작에게 어제 일어난 일을 듣고는 마법사는 경비대 기사가 어제 일에 대해 심술이 나서 괜히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제대로 바바아타를 연금하려는 건지 알아 봐야겠다면서 다시 병사들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남작은 남작대로 근심에 잠겼다. 어제 일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해온 건 확실한데, 지금 금화 백 개를 마련할 여력도 없고, 또 타협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해야 할지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연금 상태로 들어가면 다시 돌이키긴 힘들다는 생각에 우선 기사를 다시 만나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마법사를 따라 나섰다.


남작은 마법사가 병사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 기사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경비대 책임 기사 님이야 어제 거하게 한 잔 걸치시고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 계실 텐데요. 어제 시야 확보하고, 초소 지으라고 하더니 술 마시러 간 후에 우리가 나올 때까지 소식이 없었는데요."

"아침까지 숙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죠. 어디서 개가 되었는지, 늑대가 되었는지 무소식이었죠. 아마 시종도 안 데리고 갔을 테니. 그 시종, 어제 끙끙 앓아 누워서 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던데, 어쩌다 참 내. 그런데, 이 쫄쫄이는 술을 빚어 오나, 아직도 안 와!"


고참 병사는 더 이상 마법사랑 얘기하기 꺼려진다는 듯 술 받아오라 시킨 병사를 탓하며 돌아서더니 병사들이 쉬고 있는 무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법사는 좀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듯 터벅터벅 뒤따랐다.


"웬만하면 그 기사 새끼 성질 안 건드는 게 좋죠. 지금 뭐 전쟁도 없는데 별명이 도살자라는 거 보면 뭐 뻔하잖소. 술값은 고마운데, 오늘 나무 몇 그루는 찍어내고 가야 나도 갈빗대가 성할 몸이라서."


고참 병사는 침을 퉤 뱉더니 나무 그늘에 돌아 눕더니 그만 가라면서 손짓을 훼훼 저었다. 마법사는 더 이상 그에게 뭘 물을 수 없었다. 돌아서니 우탄바른 남작이 마법사에게 걸어왔다.


"남작 님, 책임 기사가 아주 고약한 본성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나 봅니다. 병사들에게도 그리 평은 좋지 않네요. 성질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군요."

"성질 더러운 거 따지면 나도 못지 않은데, 금화 백 개를 어디서 구하나요. 마법사 님, 혹시 구할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베르크 왕께 부탁해 볼까요?"

"아니, 당장 내놓으라던데, 그럴 시간은 없고, 조금씩 나누어 준다면 받아들일까요? 지금 융통할 수 있는 게 대략 금화 삼십 개 정도인데. 오십 일에 열 개씩 준다고 하면 대략 한 해 백 개 정도는 되니까. 그리고 분명 그 기사 놈이 금화를 어딘가 꿍쳐 두고 있을 테니, 그걸 다시 훔쳐 오면. 흐흐흐......"

"도둑질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남작 님. 그렇게 쉬우면 저도 도둑질 할 겁니다. 후후후. 일단 기사 놈에게 살짝 좀 굽히시지요. 좀 깎아 달라, 나누어 줄게, 사정해서 조정 좀 해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알겠어요. 그럼 부제 바르푸텐이 오면 기사에게 좀 만나자고 기별을 넣도록 하지요."


부제는 기사를 만나러 다녀 온 후 남작, 마법사와 둘러앉아 대책을 강구했다.


"기사가 욕심이 과합니다. 그건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리 과학 욕심을 부리리라고는 생각 못했군요. 앓아 누운 시종을 봐준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좀 해 봤는데, 뭐 이번에 올 때, 비용을 너무 적게 받았다고 하더군요. 보통은 주둔지 영주에게서 비용을 반 정도 보충 받긴 하는데, 이번엔 그걸 못하게 했다는군요. 왕명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게다가 촌장도 마을 사정이 안 좋아서 잘 돕지도 못하고."

"황태자가 좀 무리수를 두긴 했지요. 그런데, 지난번 페르에 공작령에 있을 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요?"

"그 땐, 촌장이 많이 알아서 기었죠. 그리고, 이 몸이 카툴 놀면서 많이 잃어 주기도 했고. 그리고, 거긴 산중턱에 있어서 돈 쓸 데도 없었고."

"하긴, 여긴 생각보다 도시가 가깝지요. 반 나절만 가면 되니. 마을도 꽤 크고. 그래서 약초 장사 좀 되려나 했는데, 씁쓸하네요."

"영주가 약초 거래를 독점한다고 하지요. 아니, 약초꾼 자체를 자기 수하로 놓고 약초 캐는 걸 금지하고 있으니. 이게 웬! 그래서 신전들도 아주 질색합니다. 신전 약초를 영주에게 사서 써야 하니."

"그래서, 약 말고 다른 걸 좀 찾아 보고는 있는데 잘 없군요."

"돈 떨어졌어요? 마법사 님? 돈 좀 드려요?"

"아니, 그냥 먹고 살 만큼은 있습니다. 거지 부제 님. 술값 떨어지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마법사 님, 농담 그만 하시고, 부제 님, 그래서 그 기사는 언제 온답니까?"

"꼭 집어서 얘기는 안 하는데, 아마 나무 좀 베어 낸 후, 초소 지을 때 쯤 올 것 같더군요."

"일단 칼 뽑았으니 뭐든 베고 얘기하자는 거군요. 좀 빨리 하라고 술 좀 먹일까요?"


남작은 슬그머니 금화 하나를 부제에게 내밀고는 내일 다시 가서 모레 만나자고 하면서 전해달라고 했다.


이틀 후, 기사 바라케가 나타났다. 그는 집으로 오지 않고 시종을 보내 남작에게 병사들이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현장으로 오라고 전했다. 우탄바른 남작은 기싸움을 걸어왔다고 생각해 시종의 말을 못 들은 척, 기사를 얼른 데리고 오라고 했다.


남작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시종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시종에게 남작은 다시 큰소리로 기사를 데려오지 않고 뭐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남작도 안다. 이 새로 시종이 된 자는 아마 시종 밑에서 허드렛일 하던 자일 테고, 시종이 두들겨 맞아 드러누운 것도 다 아는 자다. 자기가 남작을 데리고 가지 않고 남작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 그 역시 첫 번째 시종과 나란히 자리에 누워 갈비뼈가 붙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시종은 남작 앞으로 기어가 남작의 발을 잡고 엎드려 자비를 구했다.


"제발, 남작 님, 이 미천하고 벌레 같은 놈이지만 그래도 사람처럼 생겼으니, 제발 자비를 베푸시어 저와 함께 주인에게 가 주시기를 제발 이렇게 간절히 빕니다. 개미라도 집에 들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발 제가 앞으로 남작 님께 어떤 명령을 하시든 충성스런 개가 세 가지 명령을 받잡겠사오니, 제발 오늘만은 저를 살리시어, 훗날에 은혜를 갚게 하소서."


시종은 진심이었는지 남작 발치에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러나 남작은 여전히 냉정했다.


"이 비루한 것아. 지금 내가 너를 어디다 가져다 쓰겠느냐. 그저 때가 되면 먹고, 때가 아니더라고 먹고, 때가 되면 싸고, 싸고, 싸고 해서 세상을 더럽히기만 하는 놈아. 얼른 가서 네 주인을 데리고 오너라. 그러면, 오히려 내가 너에게 은혜로운 새처럼 세 가지 선물을 주마."


그러나, 시종 역시 끈질기게 남작의 신발을 눈물로 적시며 제발 살려 달라, 개가 되겠다, 자비를 베풀라고 버텼다. 그러는 중 바바아타가 방문을 열고 나와 이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바바아타는 전생의 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병사가 너무나 친숙하고, 또 저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바바아타는 시종에게 다가가 울지 말고 일어나라고 했다. 바바아타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종은 여전히 엎드려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바바아타는 남작을 보고는 이 사람이 왜 그러는지 물었다. 남작은 바바아타가 그러는 게 마뜩잖아 한 마디로 바바아타를 돌아가게 하려 했다.


"그 자는 너를 잡아 가두려 하는 자의 심부름꾼이다. 그러니 너는 방에 들어가 있거라. 내가 이 자를 잘 타일러 돌려 보내마."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말았으니,


"아저씨, 그럼 나랑 같이 가요. 내가 가서 잡혀서 감옥에 가면 아저씨는 이러고 있지 않아도 되겠죠?"


그 말을 들은 남작은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엎드린 시종의 머리통을 발로 밀어내며 소리쳤다.


"그래, 네 놈이 이겼다! 내가 가겠다. 너는 앞으로 세 번 개가 될 각오를 해라!"


시종은 그대로 엎드린 채 감사하다며 집 밖으로 나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다.


병사들은 모두 웃통을 벗은 채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찍어댔다. 도끼질 소리는 계곡 안 가득 울려 퍼졌고, 이따금 "넘어 간다!" 소리와 우지끈 아름드리 나무가 베어 넘어지는 소리는 폭포수 떨어지는 듯 계곡을 채웠다.


기사는 통나무를 쌓은 더미 위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독한 토주를 홀짝홀짝 마셔댔다. 도끼질 소리 사이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통나무 더미로 다가왔다.


"선제 공격이 꽤 아프군요. 기사 바라케!"

"남작 님, 오셨습니까. 이놈들 일 감시 좀 하느라고 겨를이 없어 좀 나와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역시 능글능글하게 대답하는 기사 바라케. 그는 통나무 더미에서 내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은 채 다시 토주를 홀짝거렸다.


"먼저 만나자고 인편으로 요청을 하셨으니 용건을 말씀하셔야 맞겠지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극한 무례에 남작은 확 돌아갈까 했으나, 자유로운 출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해 한숨을 내쉬며 분노를 삭였다.


"내 여차저차 사정을 좀 알아 보니, 경비대의 경비가 좀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더군요. 그러나, 우리도 금화를 쌓아 놓고 사는 형편은 아니니, 오십 날에 금화 여덟 개씩 보내는 걸로 합의하면 어떨까요?"


남작은 금화 하나라도 깎아야 체면이 서겠다는 생각으로 금화 두 개를 깎아서 불렀다. 그러면 기사가 타협할 만한 아홉 개 정도를 부를 테고 그러면 좋다고 합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림은 밑그림 조차 그리지 못 했다.


"아뇨, 지금 경비대 운용비가 다 떨어져서 당장 금화 백 개가 필요합니다. 늦어도 앞으로 삼십 날 전까진 주셔야 쟤네들 안 굶어요. 그러니, 알아서 하셔야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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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4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1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8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7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5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4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2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2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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