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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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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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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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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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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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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나의 소용돌이

DUMMY

운명을 초래하는 것은 한 마디 말이다. 특히 타협을 거부하는 말은 즉시 운명을 가른다. 기사 바라케는 우탄바른 남작의 타협을 한 마디로 거부했다. 매우 공격적인 기사의 대답에 남작은 막무가내엔 타협은 없다고 봤다. 잘 가란 말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뒤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남작은 기사 주제에 무슨 저런 무례한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비꼬는 투로 질책하는 말은 들어봤어도 이리 대놓고 딱 잘라 제안이 싫다고 하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힘만 있다면 당장 그 면상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고 싶었다. 그러나, 남작에겐 힘도 없고, 대신해 줄 이도 없었다.


남작 주변에서 기껏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곤 마법사 하나와 성직자 하나 뿐이니 검을 쥐고 남작을 대신해 나가 싸워 줄 이는 없다. 마법사는 법으로 결투에 나설 수 없도록 금지했고, 성직자는 교단에서 계율로 금지했다. 그러므로 결투라는 공개 형식으로는 저 뻔뻔한 기사를 망신 주기는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기사를 누를 수 없다면, 하늘을 홀로 우러러 저 죄인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성전에 거액의 봉헌을 하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면, 신의 사자가 죄인에게 벌을 내려 준다. 그러나 이 마을이나 이웃 도시에도 그 정도로 힘이 있는 교회는 없다.


남작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지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으나, 당장은 힘들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었다. 바로 그 때 방에 있던 바바아타가 남작을 불렀다. 생각에 빠졌던 남작은 급히 일어나 바바아타가 부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바바아타는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던 모양이다. 머리가 먼저 바닥에 닿도록 떨어져 머리에 살짝 핏기가 보일 정도로 시뻘개진 것이다. 아무래도 다리가 좀 불편한 게 문제였다. 엉엉 울어대는 바바아타를 달래며 피가 나지 않나 시뻘개진 머리를 보고 있는데, 바바아타의 몸에서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바아타가 정신을 잃었다.


남작은 바바아타를 안아 다시 침대 위에 눕힌 다음 마법사가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처방해 놓은 약을 가져와 바바아타에게 먹였다. 잠시 후 바바아타의 얼굴에는 다시 안정된 모습이 보였고, 몸의 열도 살짝 내려간 느낌이었다.


남작은 이게 또 무슨 재양의 전조인가 고민했다. 어서 마법사와 부제가 도착해 바바아타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 주었어면 하고 바랐다. 우선은 금방 가라앉아 안심이긴 했던 혹시 밖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창 밖을 유심히 살폈다.


때마침 부제 바르푸넨이 왔다. 부제는 바바아타의 상태를 심상치 않다고 봤다. 마나의 흐름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을 운용해 약초로 간신히 가라앉힌 체온만 다시 오르지 않게 유지시킬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바아타가 눈을 떴다.


부제는 바바아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고, 그저 눈을 뜨고 있기만 했다. 그러나 부제는 주위에 흐르는 마나가 요동치고 있다는 걸 느겼다. 그는 위험하다고 외치며 몸 속의 신성력을 총동원해 주위 마나를 차단하려 했다. 그 순간 그에게 거대한 벽이 달려오는 듯 한 느낌이 든 순간 부제는 갑자기 붕 떠서 창 밖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큰 충격은 아니라서 정신을 잃지는 않고 떨어지자마자 다시 일어나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바바아타 주위로는 마나가 소용돌이 치듯 주위 마나를 끌어들여 마나를 집적하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을 모르는 남작은 왜 저러는지 눈만 꿈뻑거렸지만 부제는 처음 경험하는 마나의 흐름으로 절망에 빠졌다. 마법사가 평소 보다 일찍 집에서 출발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마법사 살랍마타는 부제의 기도 대로 일찍 숙소를 나섰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안타깝게도 바바아타의 집이 아니라 마을 시장이었다. 마법사는 경비대 기사가 요구한 금화를 구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약초 암시장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그를 상대 조차 하지 않아 절망한 채로 바바아타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협상을 거부하고 남작을 돌려 보낸 경비대 기사는 홀짝거리는 토주에 취했는지 지나가는 마법사에게 시비를 걸었다.


"여, 약초꾼! 대체 저 남작이랑 무슨 수작을 하길래 그리 뻔질나게 드나드는 거야? 남작이 여왕벌이라도 돼? 아니면 여왕 개미인가?"


마법사는 어지간히 취했다 싶어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 못 들은 척 지나가려 했다.


"아까 성직자가 먼저 들어가던데, 선수를 뺐겼네! 약초가 별 거 없나 보네! 아니면 별거 좀 있는 약초꾼이 들어가면 뭐 순서가 바뀌나?"


마법사는 말이 좀 심하다 생각해 뒤돌아서 기사에게 다가갔다.


"기사 님, 무슨 욕을 그리 하십니까, 귀족을 그리 모욕해도 되는 겁니까?"


기사는 마시던 토주병을 내밀었다.


"뭘 그리 성을 내고 그래? 지금 자리에 없는데 뭘. 심심하면 여기 같이 앉아서 술이나 하고 가지? 급할 거 없잖아! 급하면 한 모금만 하고 얼른 가고."


마법사는 기사가 뭔소리를 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다가가 토주병을 받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돌려주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하실 말씀은 무슨, 그냥 심심해서. 심심하면 평민들 까는 게 기사들의 유일한 재미지."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이 하고 계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고민이 많지. 뭐, 그래, 약초꾼이 도울 수 있겠나? 뭐, 약초 좀 꺼내 봐. 싫으면 가고."

"돈이야 뭐 있다가 없다가 하기 때문에 돈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는 약초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서 별 재미는 없습니다."


마법사는 오늘 시장에 가져갔던 약초 알립푸를 꺼내놓고, 효능에 대해 설명을 했다.


"알립푸라는 약초인데, 강장 기능이 아주 뛰어난 약초입니다. 차로 우려서 매일 취침 전에 마시면 100일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한결 개운해집니다. 이 동네에서는 나지 않고, 남쪽 지방에서 수입해 오는 귀한 것이지요."


순 거짓말이다. 뒷산에 가면 널려 있는 잡풀 같은 약초지만, 바짝 말린 다음 마법사가 마나를 이용해 살짝 가공한 상태라 원래 모양과 많이 달라 기사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기사는 약초를 약간 덜어 입에 털어 넣자 상쾌함이 입안 가득 채웠다.


"좋군, 그런데, 이걸 팔지 못 한다고?"

"네, 그래서 지금은 이 동네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약초만 조금씩 뜯고 있는 걸로 소일합니다. 남작 님도 조금씩 사 주셔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요."

"그래, 남작이 돈이 아주 없는 건 아니네, 아닌가?"


마법사는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얼른 자리를 뜨려 했다.


"여기 이 알립푸 한 봉 가져 가 드셔 보시지요. 다 드시면 또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황도에 돌아가시면 주위 분들께 얘기 좀 잘 해 주십시오."

"그래, 가 봐. 이건 잘 먹을게."


마법사는 얼른 일어나 잰걸음으로 바바아타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마법사는 일이 터졌다는 걸 알았다. 바바아타의 주위로 마치 벌레가 고치를 짓듯이 마나의 소용돌이 속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주위 마나를 깔대기처럼 빨아들였다.


"바르푸넨 부제, 이거 언제부터 이랬소?"

"내가 도착할 때부터였으니 거의 반 나절 정도 되었소."

"잘 들으시오. 이 현상은 드래곤의 예언서에 있는 한투나가가 재앙을 일으키기 이전에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인데, 사흘 내로 이를 중지하지 못하면 이 주위로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 모두 잿더미가 될 거요. 그러니 얼른 중단시켜야 하는데, 바바아타가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하오. 그 전까지는 저 소용돌이 밖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소."

"그러면, 바바아타의 정신을 돌려놓으려면 뭘 해야 합니까?"

"저 마나의 소용돌이를 뚫고 갈 마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나마 할 수 있는 건 물리적인 힘이 마나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바바아타의 몸을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무슨 방법으로요!"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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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부정기 연재로 전환합니다. 18.04.19 396 0 -
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20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5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4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2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8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6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8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3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0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1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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