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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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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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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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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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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바아타의 실종

DUMMY

잠시 쉬고 난 후 바바아타는 다시 마당 가운데 편안한 자세로 서서 아까 바라보던 산꼭대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연상해댔다. 상상은 상상으로 그치고 다시는 별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바르푸넨은 바바아타에게 매일 같은 수련을 반복해 시켰다. 바바아타는 매번 정신을 집중해서 가장 처음 경험했던 그 달콤한 기분을 느끼기를 바랐으나 한 동안 그런 것은 없었다.


며칠 후, 빗줄기가 후둑후둑 떨어지는 날, 바르푸넨은 잠시 바바아타에게 들러 일이 오늘은 수련을 쉬겠다며 이야기한 후 돌아갔다. 매일 바바아타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르침을 주던 바르푸넨이 그냥 가버리자 바바아타는 매일 수련하던 마당의 처마에 멍하니 서서 매일 집중해 바라보던 산꼭대기가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산꼭대기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바바아타에겐 어렴풋이 구름 속에 서 있을 산의 모습이 보였다. 매일 보던 모습이라 그 잔상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자신의 눈이 저 짙은 구름을 뚫고 산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드는 순간, 산꼭대기에서 늑대 같은 것이 갑자기 산을 달려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바바아타는 순간 고개를 돌려 바르푸넨을 찾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건 돌벽 뿐. 저게 무엇인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우탄바른 남작 님, 이거 이상해요!"


바바아타는 지금 이걸 물어볼 유일한 사람, 우탄바른 남작을 찾아 집안으로 향했다. 때마침 우탄바른 남작은 점심을 차려놓고 바바아타를 찾아가던 참이라 바로 마주쳤다.


"남작 님, 산에서 늑대 같은 것이 이리로 달려오고 있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혹시 우리집으로 쳐들어 오는 건 아닐까요?"

"혹시 혼자 수련을 한 거니? 부제 님이 오늘은 쉬라고 하였잖니?"

"아니, 수련한 건 아니고, 그냥 매일 보던 산이 구름 속에 있어서, 어디쯤 있을까 생각만 한 거에요. 그런데, 산이 보이고, 거기서 늑대 같은 짐승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마구 뛰어내려 왔어요. 어떡해요?"

"그래, 지금은 어떤지 나가서 확인해 보자."


우탄바른 남작은 걱정 말라는 듯 바바아타를 안고 토닥거린 다음 손을 잡고 마당으로 향하는 문으로 갔다. 문은 바바아타가 급히 들어와 열린 채였으며, 문 가까이 가자 처마에서 낙수 소리가 들리고 강한 바람과 함께 안개가 살짝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바바아타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저거에요! 저 늑대가 여기 왔어요! 어떡해요, 남작 님!"

"대체 뭐가 어디 있다는 거니?"


바바아타의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소리없이 다가오는 갈색 늑대, 그 주위로 날쌘 몸을 감싸고 흐르는 안개, 아니 마나의 흐름, 그리고 한입에 삼킬 듯 먹이를 노려보는 인광이 서린 초록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머금은 야수의 눈. 바바아타는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뒤돌아 우탄바른 남작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안 돼! 오지마! 무서워!"


그러나 그 외침은 곧 먿고 바바아타는 정신을 잃은 듯 우탄바른 남작 품에서 힘없이 늘어졌다. 우탄바른 남작은 깜짝 놀라 바바아타를 안아 올렸고 정신 차리라고 외쳤다. 하필 도와줄 이도 없는 상황에서 바바아타가 원인도 모르게 그냥 정신을 잃다니 우탄바른 남작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정신은 잃었지만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우선 바바아타를 바르푸넨에게 데려가 바바아타의 상태를 알아보고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에 닿아 바바아타를 들쳐 업고 바르푸넨이 머무는 집을 향해 빗속을 달렸다. 온몸이 홀딱 젖은 채 바르푸넨이 머무는 집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우탄바른 남작은 외마디 욕을 그의 집을 향해 쏴대곤 잠시 생각하다 촌장의 집으로 다시 빗속을 뚫고 달렸다.


촌장의 집에는 다행히 촌장의 아내는 있었다. 촌장의 아내는 축 늘어져 있는 바바아타를 보자 안아서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침대에 눕히고는 바바아타의 안색을 살폈다. 맥은 규칙적으로 뛰고 숨도 고르게 쉬었고, 몸에 열도 없었다. 그저 정신만 나가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 정신만 잃은 것 같군요. 다른 데 특별히 이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촌장 부인은 우탄바른 남작을 안심시켰다.


"혹시 촌장께서는 어디 멀리 나간 건가요?"

"아, 오늘 곡식을 성내로 운반한다고 나갔어요. 마을 사람들 거의 반이 거기 곡식 나른다고 갔네요. 우리 양반이 성내까지 간다고 했고, 우리 마을에 머무는 병사들도 몇몇이 따라간다고 하더군요. 호위로 말이죠. 감사한 일이죠. 부제 님도 이번 일에 축복을 내려주신다고 같이 첫 야영지까지 같이 가신다던데요."

"혹시 대장 님은 같이 안 가신다던가요?"

"네, 대장 님은 안 가시고 병사들만 보내신다던데요. 아, 우리 아들내미가 이번에 대장 님을 따라 병사가 되었지 뭐에요. 애가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지 애비에게 여행을 보내달라고 그랬는데, 예, 우리 같은 농투산이들은 성주 님의 허가증이 없으면 도망자 취급을 당하니, 지 애비에게 성주 님 허가증을 얻어 달라고 한 거죠. 호호, 이제 병사가 되었으니 허가증 없어도 대장 님 따라서 세상 구경을 하게 되겠지요."

"대장 님에게 우리 애 상태 좀 봐 달라고 기별을 좀 넣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안심이 되질 않네요. 아무래도 마나 수련을 하다 이렇게 되었으니, 마나를 아시는 분이 보는 게 좋겠네요."


그 말을 듣자마자 촌장 부인은 깜짝 놀라며, 이웃집을 향해 달려갔다. 우탄바른은 촌장 부인이 빗속을 달려 이웃집으로 가고, 곧 이웃집의 어린 아이가 도롱이를 쓰고 빗속을 달려가는 걸 보았다. 도롱이를 쓴 아이는 빗속을 참으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촌장 부인이 빗속을 뚫고 이쪽으로 뛰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때까지 우탄바른 남작의 가슴은 여전히 콩닥거리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저 정신을 잃었다는 촌장 부인의 말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계속 불안한 느낌이 온몸에 감돌았다.


얼마 후 바라케가 헐레벌떡 촌장의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바르푸넨에게도 전갈을 넣었으니 곧 이리로 올 것이라며 바바아타가 누워 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그 역시 바바아타의 맥과 호흡, 열을 체크해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어디 병이 나거나 크게 다친 건 아니군요."

"마나 수련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바라케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바바아타의 손목을 잡고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손을 뗐다.


"마나가 충만하군요. 그리고 안정적입니다. 다만 감지할 수 없는 다양한 기운이 섞여 있는 것 같아 제 수준에서는 뭐라 말씀드릴 게 없군요. 곧 바르푸넨 부제가 올 테니 기다려 보지요."


바라케의 말을 들은 남작은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이대로 바바아타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황태자도 별다른 의심 없이 바바아타를 데리고 베르크 왕국이나 아니면 외가인 마툼마키 공작령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바바아타를 깨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탄바른 남작이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바바아타가 괴로운 듯 끙끙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자 바라케가 급히 다시 바바아타의 손목을 잡았다. 서서히 마나가 꿈틀대고 있는 걸 감지했다. 바라케는 난감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바바아타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바르푸넨이 빨리 와야하는데......"


바바아타의 마나는 마치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바아타의 입과 코에서는 신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잠시 후에는 어딘가 통증이 있는지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안 돼!"


바카레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바바아타가 침대에서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상체를 일으킨 후에는 서서히 침대를 벗어나려 했다. 눈은 감은 채였지만 마치 보이는 건 상관 없다는 듯 바바아타의 몸이 허공에 붕 떠있는 것 같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바바아타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라 멍청하게 있던 바라케는 바바아타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기울이자 손목을 놓고 바바아타의 양 어깨를 잡고는 흔들었다.


"바바아타 님, 정신 차리세요! 내 말 들려요? 들려요?"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듯 바라케가 심하게 흔들어대도 바바아타의 고개는 전혀 젖혀지거나 굽히지 않고 꼿꼿했다. 실례인 줄 알았지만 정신을 들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라케는 바바아타의 목옆을 손날로 세게 몇번 쳐댔다. 그러자 곧바로 바바아타는 고개를 바라케를 향해 휙 돌리더니 갑작스레 눈을 떴다. 그리고 매우 저주스런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그 눈을 마주친 바라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이 붕 뜨더니 가볍게 내동댕이 쳐졌다.


바닥을 한 바퀴 구른 뒤 자세를 잡고 일어선 바라케가 바바아타가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바바아타는 보이지 않았고, 바라케가 외친 소리에 놀라 달려온 우탄바른 남작이 침대로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이어 우탄바른 남작 역시 붕 떠서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크게 다칠까 싶어 바라케는 우탄바른 남작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한쪽 어깨를 손으로 받쳐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지금 바바아타의 상태가 매우 급하게 되었습니다. 몸속의 마나가 끓고 있어요. 이건 바르푸넨 님이 오셔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로선 방법이 없어요."


그러는 동안 바바아타의 몸은 살짝 바닥에 떠서 움직이며 집밖으로 향했다. 바라케와 우탄바른은 몇 번을 막아섰지만 그 때마다 튕겨나가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저 손을 바바아타의 몸에 살짝 대기만 해도 온몸에 찌릿하는 통증이 오며 마비가 된 듯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한 채 화약이 폭발하듯 펑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바바아타, 제발 눈을 뜨렴, 정신을 차려!"


세 번을 나동그라진 후에 온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우탄바른 남작은 주저앉아 울며 소리치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바라케는 의자를 들고 휘두르며 바바아타를 제지해 보려 했지만 의자를 든 채로 튕겨나갈 뿐이었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바라케는 마나를 다를 줄 알아 내동댕이쳐질 때 정신을 잃지는 않아 나동그라지는 것은 면했다.


그저 계속 튕겨나가도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그나마 두 사람을 튕겨낼 때 잠시 움직임이 멈추어 바르푸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고, 그들은 그저 바르푸넨이 얼른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바바아타의 몸은 서서히 촌장의 집을 나섰고, 밖에서 바바아타를 본 촌장 부인은 놀라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바아타를 뒤따라 두 사람이 서둘러 나왔지만 쩔절매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 바바아타는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점점 하늘로 떠 날아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눈앞에서 바바아타가 하늘로 쑥 날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하염없이 바바아타를 외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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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부정기 연재로 전환합니다. 18.04.19 396 0 -
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20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5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4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2 0 13쪽
»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8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6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3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0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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