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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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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2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7.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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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기사 바라케의 밀당

DUMMY

"상인이 이런 데 밀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런 동네를 주시할 사람은 황태자 말고는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이쪽 지방에서는 3년 동안 계속 풍년이 들었다고는 하더군요. 오면서 객관에 들렀을 때 곡물상들이 이쪽이 곡물가가 많이 내려갔다고 했던 걸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

"쳇, 어쨌거나 얼른 살 거 사 가지고 꺼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에 낯선 이들이 들락거리는 건 왕자 님에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뭐, 우리도 긴장하게 되니까."

"그렇지요. 낯선 이들은 가상의 적이라고 전에 그러셨지요."


바르푸넨과 바라케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 마시는 가운데 주인이 향신료에 절인 쇠고기를 가지고 나왔다. 바라케로서도 황도를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쇠고기 요리였다.


"쇠고기가 맛이 참, 뭐랄까요, 마치 엘프의 향이 난다고 할까요? 이런 촌구석에서 이런 요리를 맛볼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네, 황도의 최고 요릿집이라고 하는 에그비락의 맛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요? 기사 열흘 급여로는 그저 국수 한 그릇 먹는다는 그 요릿집 말입니다. 허허."


둘이서 쇠고기 요리를 극찬하고 있는 걸 듣더니 촌장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게 다 우리 약초상 살랍마타 덕분이지요. 요새는 새로운 향신료를 찾으러 갔는지 통 보이질 않아요. 짠 하고 등장하면 뭔가 새로운 맛을 또 주리라 믿습니다. 허허."


거기에 창고에서 술독 하나를 내오던 주인이 한 마디 거들었다.


"이 술도 그 양반이 준 약초를 넣었더니 아주 그냥, 어휴, 아주 정신이 몽롱해진다니까요. 약초상이 좀 도와주기만 하면 도시로 나아서 식당을 차려 볼까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영 보이질 않으니,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집에 차도 슬슬 떨어져 가는데, 이번엔 돌아오면 또 어떤 차를 가져 올지 정말 궁금해."


그렇게 촌장과 주인이 살랍마타의 부재를 아쉬워 하는 사이 바르푸넨과 바라케는 심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살랍마타 님이 갑자기 사라진 게 무슨 이유가 있겠지요? 아시는 게 있으면 좀 알려 주십시오. 왕자님을 호위하신다는 분이 이리 알리지도 않고 여러 날 자리를 비우고 나니 정말 갑갑합니다. 뭔가 왕자님 신변에 위험한 일이 닥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바라케의 말에 바르푸넨은 기사의 직감을 믿었다. 상황이 안 좋을 때 인간은 점점 비관적인 예상을 하게 되고, 기사는 거기에 대비해야 최악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게 기사의 직관이다. 본래 기사는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니.


그러므로 바라케는 현재 상황이 아직 최악은 아닐 것이란 생각일 테고, 앞으로 다가올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기사는 상황이 움직이는데 그저 그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지를 못한다. 상황이 변하면 기사는 움직인다. 이러한 기사의 습성을 믿었다. 그래서 그가 움직일 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바르푸넨은 얼굴을 바라케 가까이 내밀고 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살랍마타 님은 이 마을을 스스로 떠난 게 아닙니다."


바라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살랍마타 님은 누군가 은밀한 집단에 의해 납치된 걸로 보입니다."

"예?"


바라케가 놀란 듯 대답하자, 바르푸넨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조용히하라고 했다.


"납치가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아니, 마법사가 어떻게 그렇게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납치를 당한다죠?"

"아마도 기척을 죽일 수 있는 암살자나 도둑이 어두운 곳에서 기습을 한 것 같습니다. 마법사는 마법을 부리지 못하면 그냥 힘센 사람보다 못한 존재니까요."

"마법사가 그렇게 경계도 안 하고 있다니, 하긴, 이 동네에 뭘 훔칠 게 있고, 누굴 죽일 놈이 있어서 찾아오겠습니까? 그런 놈들이 오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 베르크 왕국의 왕자가 있다는 걸 누가 알고, 마법사가 호위하고 있다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최소한 살랍마타 님을 납치해 간 누군가는 마법사가 여기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왕자님에 대한 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쨌거나 살랍마타 님이 납치가 되었다면, 어디로 납치되었는지, 단서는 있는지요?"

"단서는 없습니다."


바르푸넨은 살랍마타의 쪽지들은 납치에 대한 증거나 단서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가 마나로 확인한 상태 뿐이다.


"성직자들이 행할 수 있는 은혜로운 능력 중, 마나 추적이란 게 있어요. 그걸로 확인해 보니 암살자 같은 놈이 살랍마타 님의 뒤에서 뒤통수를 내려쳐 기절시킨 후 납치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 후 아마 마차를 이용해 이동했더군요. 마차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쓰는 수레나 짐마차와 많이 다른 자국이 있었지요."

"인편 마차군요. 바퀴 자국이 좁고 자잘한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었겠군요."

"어떻게 아시죠?"

"귀족들이 사용하는 마차로군요. 특히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씁니다. 마차 바퀴에 가죽을 대고 거기에 구리로 한번 덧씌우지요. 그리고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구리 테두리에 홈을 파지요. 그러면 마차 승차감이 좋아지죠. 왕족을 한번 호위한 적이 있는데, 마차가 고장이 난 적이 있어서, 그 때 좀 알게 되었지요. 마차도 계급을 따진다는 걸."

"철이 아니고 구리라, 그 비싼 구리를 마차 바퀴에 쓴다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꾼다더군요. 빨리 닳으니까요."

"그렇다면, 귀족과 연관 있는 곳에서 저지른 일이군요. 마차가 그 정도면 말이죠."

"혹시 마차 바퀴 자국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는지요? 그 모양을 기억하신다면 어느 쪽과 연관되어 있는지 대충 알아볼 것 같긴 한데요."

"허, 마차 자국도 그런 구분이 있나요? 알수록 신세계군요."

"기사도 늙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나이 들어도 먹고 살아야 하는지라, 기사 은퇴 후에 마차 제작소를 한번 차려 볼까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지방마다 사용하는 마차 바퀴 홈 문양이 조금씩 다르지요."

"아하, 그렇다면, 그 마차 바퀴 자국은 모양이 대충 이러했지요."


바르푸넨은 그 때 보고 기억해 둔 성긴 사선으로 나 있는 마차 바퀴 모양을 탁자 위에 손으로 그려 보였다.


"아, 그런 사선 모양은 제국에서는 잘 안 쓰는 문양이로군요. 이름 난 귀족들은 자기 가문의 문양을 쓰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 쪽으로만 되어 있는 사선은 잘 안 씁니다. 이런 단순한 건 값을 많이 못 받거든요. 아마 제국 밖에서 온 마차인 것 같습니다. 제국 밖은 제가 잘 모르는데...... 어쨌거나 귀족 가문은 이런 단순한 문양을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하긴 귀족 가문이라도 자기네 문양이 박힌 마차 바퀴를 달고 납치를 저지르진 않겠습니다만."


바르푸넨은 바라케의 그 언급도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제국 밖에 있는 세력이 살랍마타를 납치했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귀족은 아니다.


"사선 문양을 많이 쓰는 지방은 남쪽이지요. 남쪽은 비가 많이 오질 않아 땅이 많이 말라 있어서 마차 바퀴 문양이 그리 정교하진 않지요."


게다가 남쪽, 남쪽이라면 베르크 왕국이 있는 쪽이다. 남쪽에서 살랍마타를 노린다면 아마 그가 거쳐 온 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바르푸넨은 바라케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제안해 보기로 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바라케 기사 님!"

"무슨 일이시죠? 뭔가 제가 좀 부담스러운데요?"

"지금 우리는, 살랍마타 님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요?"

"네? 네, 네."

"살랍마타 님은 우리가 보살펴야 할 왕자 님에게 가장 중요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우리는 살랍마타 님을 찾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지요. 맞지요?"

"아, 네에, 네."

"왕자 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황태자 님께 아마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하게 잔인한 벌을 받겠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살려면 살랍마타 님을 찾아서 왕자 님을 보살피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요?"

"네, 네. 황태자 님의 명령이 그러니, 해야지요."


바르푸넨은 바라케에게 살랍마타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 갖다 붙이며 설득을 해댔다.


"살랍마타 님을 찾아야 하는데, 왕자 님을 곁에서 보호할 사람은 우탄바르 남작과 저 뿐입니다. 그런데, 우탄바르 남작은 평범한 일반인이니, 특별한 힘을 가진 기사 님과 저 둘 중 하나는 왕자 님을 보호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렇지요. 왕자 님을 보호하려고 제가 여기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대화를 이끈 바르푸넨은 잠시 주위를 둘러 보더니 얼굴을 좀더 바라케에게 가져가더니 아주 중요한 비밀을 이야기하듯 속삭였다.


"왕자 님은 사실 마나를 다를 줄 아십니다. 그런데, 능숙하지는 못하시지요. 혹시 기사 님은 마나 다루는 법을 교육시켜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바라케는 깜짝 놀란 눈을 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사들은 마나를 배워서 체득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을 따라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마나가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 하루아침에 깨닫게 되지요. 특별히 마나를 부리는 걸 교육 받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법도 모르지요."

"네, 그런데 왕자 님은 살랍마타 님에게 배워서 마나를 깨우쳤습니다. 그런데, 지금 살랍마타 님은 안 계시고, 마나 부리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계속 받지 못한다면 마나가 왕자 님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이상이 생긴다면 제가 왕자 님의 마나를 달래서 정상으로 돌려 놓아야 하니까요. 이해하시지요?"

"네, 저도 마나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역류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지요. 그 땐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왕자 님이 마나를 다루는 게 서툴다면 언제고 일어날 일이긴 하지요."


바르푸넨은 바라케가 다 넘어 왔다고 생각해 결정적인 부탁을 던질 참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저 보고 살랍마타 님을 찾으러 가라는 거군요. 안됩니다."


기사 바라케는 마지막 고개를 넘기를 거부했다. 바르푸넨은 맥이 탁, 빠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저는 여기 책임자입니다. 명령 없이 이곳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왕자 님이 위험해져도 명령을 어기는 것이지만, 왕자 님이 큰 탈이 없는데도 여기를 명령 없이 떠나는 것도 명령을 어기는 것이지요."


바르푸넨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바라케는 그저 우둔한 사내는 아니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자신의 이득을 챙길 줄 아는 여우 같은 기사였다. 살랍마타를 찾는 방법은 이제 스스로 찾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할 때였다. 기왕 하는 거, 할 수 있는 곳은 다 연락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우탄바른 남작과 내일 아침 만나서 의논해 봐야겠다며 이제 일단 살랍마타 구조에 대한 생각은 접으며 시원하게 술 한 잔을 들이키고 고기 한 점을 집어 우걱우걱 씹었다.


"내 수하에 똘똘한 놈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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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1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2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2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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