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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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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6,496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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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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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연성술의 금기

DUMMY

동물과 교감한다는 건 자신을 잊는다는 것이다. 언어가 다를 경우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배우면 되지만 종이 다른 생물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생태를 이해해야 한다.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이 생활하는 수밖엔 없다.


마법사 살랍마타는 아침 일찍 바바아타를 데리고 매일 숲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동물들을 찾아 다니며 마법사는 동물을 잡거나 꼼짝 못하게 해 바바아타가 만지거나 입에다가 먹을 것을 넣어주면서 길을 들여 보려고 했다. 그러나 억지로 잡혀 있는 동물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삼십 일이 지났을 때야 겨우 마법사가 동물을 잡아오지 않아도 동물들이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되었다. 바바아타는 자신과 높이가 비슷한 노루나 고라니 같은 동물과 서로 쓰다듬고 먹이를 주며 친재졌다. 그리고, 들개 같은 동물도 먹이를 먼저 내밀며 다가가면 고개를 숙이고 킁킁대며 다가오기도 했다.


마법사와 바바아타는 좀더 깊은 숨으로 들어갔다. 숲은 해를 가리고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방은 점점 어두워졌다. 마법사는 좀처럼 야수를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마나 탐사를 이용해 주위에 어떤 생명체가 있는지 감지해 보려 했으나 정말 오래된 고목에서 발산하는 마나의 파도 때문에 감지가 쉽지 않았다. 이만큼 깊은 숲에 야수가 없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한 마법사는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쓔욱!"

"퍽!"


소리를 듣자마자 마법사는 바바아타를 끌어 안고 머리를 숙였다. 어디선가 화살처럼 날아온 작은 돌덩이가 마법사의 머리 위를 스치고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박혔다. 마법사는 대체 어떤 놈일까 머리를 굴렸다. 숲에 살며, 이런 돌을 화살처럼 쏠 수 있는 건 하이엘프? 오크? 우르크? 드워프? 놈?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떤 놈인지 알아야 어떻게 도망칠지 결정할 수 있다.


일단 다시 마나 탐지를 이용해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 알 수 없다. 다시 한 번 마나 탐지를 했다. 역시 알 수 없었다. 온통 나무 뿐인 곳에서 돌을 날린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마나로 확인이 안 돼 머리를 살짝 든 그 때 다시 돌이 마법사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쐐액!"


이번엔 마법사의 후드를 스쳤다. 마법사는 눈이 재빠르다. 마법사는 그 순간 알았다. 나무가 돌을 던졌다. 나무가 돌을 집어든 채 가지를 휘어 탄력을 준 다음 마법사를 향해 돌을 튕겼다. 엔트인가? 엔트라면 공격 전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들은 점잖다고 들었다. 제얀트뷔(big tree, 타밀어)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사냥감을 공격해 쓰러뜨리고 섭취한다고 들었다. 이 주위에 야수 뿐 아니라 아무런 동물의 흔적이 없는 이유를 이제 알았다.


제얀트뷔라면 지금 이곳을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마법사는 방금 전 돌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마나 실드를 펼치고 바바아타를 품에 안고 일어나 달렸다. 돌이 하나 하나 화살처럼 날아와 마나 실드를 때렸다. 꽤 강한 힘으로 실드를 때려 다섯 번째 돌이 날아와 실드를 때리자 실드가 박살나 버렸다.


실드가 박살나며 마나의 역류로 마법사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지만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파이어볼을 불러내 던졌다. 숲이라 불이 크게 나 온 숲을 불태울까 걱정해서 공격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순간이라 앞뒤 잴 것 없이 돌이 날아온 곳을 향해 불덩이를 마구 날려댔다.


파이어볼이 나무 여기저기 부딪치며 폭발했고, 터져나간 불티들은 일정 방향 없이 마구 튀어나가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말라붙은 가지나 낙엽에 옮겨 불꽃을 키웠다. 파이어볼이 상대에게 꽤 위협이 되었는지 더 이상 돌은 날아오지 않았고, 불티가 튀어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한 곳에 새파란 나뭇잎들이 떨어져 불씨를 더 키우지 않고 사그러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마법사는 돌이 날아올 만한 거리를 벗어났다. 마법사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대체 무엇이었는지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마법사가 마나 탐지를 이용해 알아낸 것은 동물이 가지고 있는 마나 특성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주변 마나와 완전히 동화되어 그저 나무들 뿐이었다는 것, 그 두 가지 증거만으로도 제얀트뷔가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제안트뷔라면 진정 안심이 되었다. 제안트뷔는 뿌리 때문인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움직이는 것은 팔처럼 사용하는 나뭇가지 몇 개 뿐이었다. 그런 지식은 거의 책에서 볼 수 있었지 실제로 마주친 지금 제안트뷔는 몇 번 돌팔매를 한 걸 당해 보았을 뿐이었다.


다행히 가까스로 제안트뷔라는 나무 괴물로부터 벗어난 마법사는 만약 바바아타만 없었다면 마법을 좀더 자유롭게 발휘하면서 제안트뷔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지금 물러나야 하는 것은 많이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온 마법사와 바바아타는 뜰에 마주 앉았다.


"오늘 내가 급하게 돌아온 이유는 알겠지?"

"나무 괴물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하셨지요."

"오늘 본 나무 괴물은 제안트뷔라고 한다. 너는 숲이 우거져 잘 보지 못했지만 그들은 나무면서 가지들을 움직여 동물을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가 동물을 공격한다니, 그건 나무가 아닌데?"

"그렇지. 나무가 동물을 유인해 잡아 먹는다면 더 이상 식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런데, 이 제안트뷔 나무 괴물은 인간이 만든 괴물이라고 한다. 아마도 연성술사들이 한 짓이겠지."

"연성술사요?"

"생명체를 변형시켜 자기가 시키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는 이상한 놈들이다. 네가 알아듣기는 좀 힘들겠지."

"나무를 동물로 만드는 사람이 연성술사군요."

"그 반대로 동물을 나무로도 만든다. 그게 연성술사야."

"아, 그럼, 사람도 나무로 만들 수 있나요?"

"필요하면 그렇게 한다.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변화하기도 한다."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도 하나요?"


마법사는 거기서 대답을 접고 입을 다물었다. 바바아타가 하려고 하는 말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색하는 듯이 생각에 잠긴 모습,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꾸 일그러뜨리며 괴로워하는 모습, 이건 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서 오는 것이다.


바바아타가 안고 있는 고통은 그 고통을 곁에 있는 사람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웬만한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왕자의 신분,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그저 눈 감고 그런 척만 하면 이 편한 삶을 누릴 수가 있건만, 바바아타는 이 껍질에서 벗어나려 혼란스러워 한다. 마법사는 이 상황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바아타, 너는 정녕 떠나고 싶은 게냐? 너의 이 실체 없는 갈망은 대체 어디서 온 거란 말이냐?"

"차라리 나를 그 연성술사에게 데려가 나의 혼을 꺼내 돌려 보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연성술에서도 인간은 금기다. 인간을 연성술의 대상으로 삼았다가는 7대 종단으로부터 척살령이 내려질 것이다. 그 만큼 인간 연성은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그러니 여기 연금된 상태에서는 연성술사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지런하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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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26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6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8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4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3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9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8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9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9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9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9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90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5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2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4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3 0 7쪽
»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8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1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3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11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4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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