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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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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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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3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5.31 14:05
조회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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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교감의 두려움

DUMMY

두려움은 자신에게 있다. 상대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극복해야 할 일이지 상대에게 그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야기하지 말라, 두려우니 저리 가라고. 그저 그에게 다가가 이렇게 해야 한다. 주먹을 뒤로 당겼다가 그 상대에게 뻗어라. 두려움이 없어질 때까지.


"울지 말고 똑바로 보거라. 네가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다. 게다가 너는 네 맘대로 죽지도 못한다. 그러니 지금 두려워 도망가면 너는 영원한 시간 동안 도망쳐야 한다."


마법사 살랍마타가 아무리 계속 다그쳐도 바바아타는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바아타의 눈에는 오직 거대한 눈으로 자신을 내리누르려 하는 괴물만 보일 뿐이었다. 괴물은 바로 바바아타의 눈 앞에서만 계속 어른거릴 뿐 덮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귀에는 엄청난 굉음이 쏟아졌다. 게다가 엄청난 파동이 온몸을 흔들어댔다. 바바아타가 기절할 만도 했지만 오로지 몸에 넘쳐나는 마나를 마법사가 조절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기절을 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바바아타의 심장에 더욱 좋았을 텐데, 마법사는 무조건 닥쳐 보고 이기기를 바랐다.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없다며 그저 자꾸 부딪치게 했을 때 마법사는 열 번 이내에 바바아타가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속단이었다. 날이 갈수록 바바아타의 두려움은 자꾸 커져갔다.


마법사는 드래곤의 예언서에 나와 있는 대로 한투나가를 현상으로 드러내도록 마나 제어를 성공했을 때 바로 바바아타로 인해 일어나는 재앙을 조절해 낼 줄 알았다. 바바아타가 넘치는 마나를 이용해 빙의된 한투나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형제를 볼 수 없는 마법사에게는 그저 마나 대 마나의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형체를 갖춘 한투나가는 바바아타에게는 그저 마나가 아니었다. 온 세상을 덮은 거대한 괴물이었다. 바바아타는 생각은 도망가고 있지만 도저히 도망갈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바바아타로서는 마법사가 바라는 걸 머리에 떠올리는 것 조차 힘들었다.


바바아타의 울음과 비명이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기사 바라케가 갑자기 죽은 듯 그 자리 바로 고꾸라졌다. 마법사 살랍마타가 다가가 살펴보니 기사의 몸에는 마나가 바닥났다. 그리고 거의 숨이 끊겨 있었다. 마법사는 깜짝 놀라 바로 마나를 불어 넣어 생명을 유지시켰다.


잠시 후 기사는 정신이 들자 깜짝 놀라며 대체 자신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마법사에게 다그쳐 물었다. 그 모습에는 빙의되었던 한투나가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대체 거의 다 나았던 내 몸이 어쩌다 이렇게 축 늘어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연무장에서 검기를 발산하는 순간 갑자기 정신을 잃으시더니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원인은 아마도 예상보다 마나의 흐름이 안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약을 좀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마나의 흐름이 안정되지 않았더라도 지금 이렇게 마나가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기사는 의심을 했지만 기억이 전혀 없으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연무장에는 오로지 약초꾼으로 가장한 마법사와 바바아타 왕자, 그리고 우탄바른 남작 뿐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반박할 수 있는 건덕지가 없었다.


그저 기사가 할 수 있는 건 그 자리에 누워 마법사의 치료를 받으면서 이 자가 정말 약초꾼일까 의심하는 것 뿐이었다. 대체 약초꾼이 약초 캐고 다려서 약을 만드는 것 외 마나 치료를 하는 게 가능할까? 치료를 하는 것 뿐 아니라 오히려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주어 자꾸 의심이 드는 마음을 희석시키기도 했다. 곧 상쾌함이 지나쳐 스르르 참이 들고 말았다.


기사 바라케를 방에다 눕혀 놓고 돌아와 바바아타도 재워 놓고선 우탄바른 남작과 마주 앉은 마법사는 낮에 있었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자신이 드래곤의 예언서에 적혀 있던 대로 한투나가를 마나가 충만한 기사를 매개로 빙의시켰다. 마나만 느끼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마도 바바아타가 느낀 것은 마나가 형체를 이룬 걸 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한투나가의 기운과 바바아타의 기운이 대결하는 것이 아닌 한투나가의 위협적인 괴물 형상이 바바아타의 심리 상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바바아타에게만 보이는 것이라 마법사 살랍마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러므로 바바아타 홀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바바아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다. 어린 아이가 무서운 괴물이 눈 앞에 등장하여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겁을 주는 것을 마음이 요동치지 않고 정확하게 그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단순히 마나라는 것, 그 마나가 거대하게 뭉쳐서 실제 자연에 영향력을 주고 있을 뿐, 아직까지 직접 인간에 대해 어떠한 접촉도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 바바아타의 겁먹은 모습에 실망이 컸지만 마법사는 기사가 회복된다면 다시 한번 더 시도해 보려 했다. 마법사는 부제 바르푸넨이 여기에 없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있다면 기사의 회복이 무척 쉬웠을 텐데. 당장은 천천히 진행해 가는 수밖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바바아타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침대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어제 받은 충격적인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아 잠자리에서 이불 밖으로 벗어나기가 너무 두려웠다. 이 꼴을 보다 못한 우탄바른 남작은 바바아타를 양손으로 들어 침대 밖으로 끌어내 겨우 아침을 먹였다.


마법사는 바바아타에게 되도록 어제 겪은 두려움에 대해 상기하지 않도록 다른 이야기를 했다. 평상시에 하던 마나 적응 훈련도 하지 않았는데, 바바아타는 오히려 이런 한가한 상황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져 도리어 마법사에게 물었다.


"오늘은 수업 안 하나요?"

"그래, 점심 먹을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 단, 침대에 누워 자는 건 안 된다."


침대에 가지 말라는 말에 바바아타는 시무룩해져 햇볕이 내려 쬐는 뜰로 나가 풀 숲을 뒤져 가며 벌레들을 잡았다. 마법사는 바바아타가 벌레를 잡아 죽이지는 않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고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하는 것을 보았다. 벌레도 죽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바바아타가 무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이 떠올랐다.


점심 식사 후 마법사는 바바아타를 품에 안고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고, 마법사는 바바아타에게 마주치는 동물들마다 꼼짝 못하게 만든 후 바바아타에게 가까이 가서 관찰하고, 눈을 마주치고 만지고 쓰다듬으면서 동물과 친해지도록 했다.


처음에는 두려워했으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다가갔고, 익숙해지자 물이나 풀, 점심거리로 싸 간 빵이나 고깃덩이 등을 주면서 교감을 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사이 건강상의 이유로 조금 더디게 진행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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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1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2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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