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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6,425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6.11 12:08
조회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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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DUMMY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고문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통증을 차단하면 되니까. 그러나 정신적인 고통 특히 자신이 아끼는 타인에게 가하는 고통은 육체적 고통 이상의 고통을 준다. 후자를 참아내는 자는 그 후유증으로 자신을 평생 자책감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 평생이 곧 자살로 마감하게 되지만.


"며칠 동안 말을 못 했을 텐데, 입 좀 풀고 뭐라 말 좀 해 보지, 이 더러운 마법사 새끼야!"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마치 벌레가 발등 위로 기어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마법사 살랍마타의 기분을 아주 더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발등에서 발목, 종아리로 타고 올라오는 벌레를 어떻게 해도 치워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눈을 감고서 버티기로 했지만 버티는 것도 마나의 힘이 필요한지라 결국은 시각만 차단한 것밖엔 안 되었다.


바로 앞에 있는 자의 발소리가 멀어져 가고 또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시 저벅저벅 다가왔다. 살랍마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리누르는 주변의 공기, 무거운 기운을.


"지금 상태가 어떤 줄 모르는군. 정신 좀 차려!"


그 순간 살랍마타의 머리는 아주 거대한 손에 잡혔고, 이마는 눈 앞에 있는 책상 위에 반복해서 찍혀 갔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거릴 정도로 몇 번 머리에 충격을 받은 살랍마타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린 살랍마타는 고개를 들고 어둠 속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검은 모자를 쓰고 챙으로 안면을 가린 자가 어렴풋이 어둠 속에 보였다. 또 새로운 자인가 싶었다. 그 인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살랍마타에게 다가오더니 테이블 건너편에 섰다.


"자, 이제 하나를 알려 주어야 해. 책 표지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드래곤의 예언서라고 적힌 책에 대해 누가 썼는지 알려 주면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아마 당신 이마는 뼈가 천천히 문드러질 거야."


이 말을 듣자 살랍마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 드래곤의 예언서를 찾아서 몇 년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또한 드래곤의 예언서의 가치 또한 모르고 있다는 데 한번 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 치는 어떻게 저 책이 드래곤의 예언서인지 알았을까 궁금했지만 곧 자신이 책등에 드래곤의 예언서라고 써 놓았다는 걸 알았다. 한 때 약초에 대해 많은 책을 쌓아두고 공부하면서 눈에 잘 띄도록 책등에 적어 놓은 것이었는데 책을 빼앗길 줄 모르고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누, 누가 썼는지 얘기만 하면 나는 풀어주나?"

"아니, 그냥 당신 이마의 뼈가 더 이상 문드러지지 않는 거지. 우리 손을 떠날 때가지는. 의뢰자는 당신 목숨이 붙어 있는 채로 데리고 오라는 것 뿐이었지. 그 외에는 우리 마음이지."


살랍마타는 이들은 그냥 의뢰자의 주문을 받아서 일을 처리하는 놈들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직접 손을 쓰지 않는 자. 작은 조직일까, 아니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조직일까? 비록 마나의 흐름은 끊겨 있지만 머리가 돌아가기에는 전혀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저들이 누구인지, 저들에게 청탁한 자가 누구인지. 왜 마법사인 나는 납치하고 바바아타는 아닌가?


마법사 마스터인 자신을 납치하려는 자가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마법사 마스터는 항상 존경의 대상이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여차하면 마법 한 방에 목숨줄이 끊어지니까. 마법사 마스터를 가볍게 볼 수 있는 자는 대마스터 뿐이었다.


같은 마스터라면 공멸이 있을 뿐이다. 같은 급은 눈앞에서 이겨서 상대를 쓰러뜨리더라도 집으로 돌아가서 죽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들판에서 죽느냐 집에서 침대에서 죽느냐 그 차이 뿐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앞에 있는 자는 최소 마법사 마스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기사 마스터일 수도 있다. 아티팩트를 쓰는 걸 보면 마법사가 아닐 수도 있다. 아티팩트만 이겨내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여러 상념이 살랍마타의 머릿속을 오갈 때 다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찰나지간에 쾅 소리와 함께 살랍마타는 다시 기절과 온정신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어때, 머리에 자극을 주니 예전 기억이 잘 나오지? 얼른 내게 이야기해 주지? 당신이 갖고 있던 드래곤의 예언서는 누가 쓴 거지?"

"그게, 책이 있으면 끝이지, 무슨 누가 썼는지 알려고 하지? 그냥 잘 읽어서 머리에 잘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게 책이지, 글쓴이가 누구인지 왜 중요하지?"

"이거 봐, 마스터, 당신이 보던 이 마법책은 조금 이상해. 일반적인 마법서와 다른 언어로 되어 있어서그래서 필자 정보를 알아야 제값을 받을 것 같아. 꽤 근사한 책인 것 같은데. 게다가 아얌본펜 필사본이야. 아얌본펜, 고대의 새라고 하는 아얌의 다리뼈로 만든 펜으로 쓴 필사본은 고대 마법일 가능성이 높지. 당신도 알지? 삼 년 전에 황도에서 아얌본펜 고대 마법서가 얼마에 거래됐는지? 기사 이십 년치 봉급이야. 그런데, 저자가 미상이라 그것밖에 못 받았다더군. 저자만 알았다면 네 배나 여섯 배는 더 받았을 거란 말도 있었어. 당신이 납치 전까지 읽고 있던 책이니 저자는 알고 있겠지?"


마법사 같았는데, 드래곤의 예언서를 팔아 먹을 생각을 하는 것 보니 착각이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쨌거나 책이 어디로든 팔려나가면 골치 아프게 된다. 책의 존재를 알아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수쿠푸올리틴어로 기록된 책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책의 존재 자체가 숨어 버릴 가능성도 높다. 살랍마타는 재빨리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나는 마법만 공부해서 서지학은 잘 몰라. 그러니 난 책 속의 마법에 가치를 두지. 저자가 대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겠어. 다만, 나는 저 책을 읽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 책을 내가 공통어로 번역을 해 줄게. 그러면 그 번역한 책을 여러 권 만들어서 팔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지. 아마 마법사들은 모두 한 권씩 살 걸? 그럼 기사 이십 년치 봉급에 몇 백 배는 더 벌지."

"웃기지 마. 저자의 마법 체계가 지금 마법 체계와 같다고 어떻게 보장을 하지? 마나 기초를 쌓는 부분부터 체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마법으로는 아무 쓸 데가 없지. 그저 마법학자들에게나 의미가 있을 뿐이지. 그러니 잔머리 굴리지 말고, 저자나 알려 줘. 우리는 책방 사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그 순간 살랍마타는 이들은 마법에 대해서는 얼뜨기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런데 저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걸 보면 일정 수준까지는 오른 아마 최근 삼사 년 새 마스터가 된 마법사일 것이다. 그렇다면 말싸움으로는 굴복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살랍마타 눈에는 새파란 불빛이 계속 오갔다.


"말이 많으면 네 이마가 고생한다. 한 마디만 해. 저자!"


몇 번을 처박았는지 살랍마타 이마에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우린 돈이 목적이 아냐. 우리 생존의 문제일 뿐이야. 우리를 우습게 보지 마."

"그, 그래. 필자는 아직 살아 있다. 어느 종파의 주교라고 들었어."


그 말을 듣자 또 검은 그림자는 거대한 그림자에게 다시 손짓을 했다. 살랍마타는 이번에도 피가 테이블에 흥건하게 고였고, 정신을 금방 차리지 못했다. 거대한 그림자는 물을 한 통 들고 오더니 살랍마타의 뒤통수에 부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이보게, 간을 볼 생각은 하지 마. 나는 이 책을 가치를 내 나름대로 판단하고 거기까지만 가져 갈 거야. 네가 협조할 생각이 없는 걸 보니 너는 너대로, 책은 책대로 정리하는 게 좋겠군. 다시 처넣어. 저자 필요 없어. 그냥 싸게 팔아 넘기지."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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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2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3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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