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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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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6,492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6.06 11:42
조회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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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씁쓸한 마나의 맛

DUMMY

원수는 일백 년이 지나도 갚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사사로운 복수가 왕과 나라에 해가 된다면 그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니 복수를 하는 순간, 꼭 이 순간이어야 하는지 잘 따져볼 일이다.


마법사가 쓰러지자 그림자는 품에서 약병을 꺼내더니 마법사가 약향을 맡도록 입구를 코 가까이에 댔다. 그림자는 마법사의 귀 뒤쪽을 짚고 마나의 흐름을 살피고 나서는 약병을 다시 품에 갈무리하고 손짓으로 동료를 불렀다. 그러자 일곱 개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마법사를 들쳐 업고 달렸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마차에 정신을 잃은 마법사를 태우고 새벽의 어스름 속으로 사라졌다.


날이 밝아오고 바바아타는 평소와 같이 아침 식사를 한 후 뜰에 나가 곤충들을 가지고 놀았다. 얼마나 놀았을까, 바바아타는 평소와 다른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주 안전한 울타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바로 마법사의 부재였다. 점심 식사 때가 지나고 마법사가 나타날 시간이 되었지만 마법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 살랍마타 님은 오시지 않는다고 하셨나요?"

"아니다. 오늘 달리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오시겠지."

"제 생각엔 오늘 못 오실 것 같아요."

"응? 왜?"

"느낌이 그래요. 저를 감싸고 있던 뭔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게 아마도 살랍마타 님이 아주 멀리 계셔서 그런 것 같아요."


바바아타의 말에 우탄바른 남작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바바아타는 대단하고 엄청난 양의 마나를 몸에 쌓아 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중 살랍마타의 마나도 같이 섞여 있다고 했다. 그것은 아마도 바바아타와 살랍마타를 서로 마나의 흐름으로 이어주고 있지 않았을까?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오늘 바바아타는 그 뭔가가 사라졌다고 느꼈다면 그건 분명 살랍마타 신변의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바아타, 어서 외출할 준비를 하렴. 마법사 님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염려가 되는구나."

"우리가 간다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문제가 생겨도 우리가 먼저 알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주위에 마법사 님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처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비대에서 지금처럼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수가 있단다. 어서 이리 와서 옷을 갈아 입으렴."


남작은 마음이 급했다. 마법사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과 바바아타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긴다. 혼자라도 가 보고 싶지만 마법사는 한시라도 바바아타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고 했다. 만약 한투나가에게 몰입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현상을 잘 기억해 두어야 다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위험할지도 모르는 마법사의 집으로 같이 가려고 하는 것이다.


경비대는 이제 작은 초소에 교대로 두 명씩 경비를 서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감시는 없었다. 그 감시도 바바아타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집 주위에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경비병에게 인사를 하며 마을 시장에 간다고 인사를 하며 지나쳐 마을로 왔을 때 이미 소란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약재상이 사라졌다. 촌장이 아침에 장에 탈이 나는 바람에 일찌감치 약초를 구하러 약초상에 왔을 때, 문이 훤히 열려 있었고,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약재상의 방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책상에는 없어지기 직전까지 책을 보았던 것 같은 흔적과 함께 메모하던 종이 쪼가리들이 널려져 있었다.


우탄바른 남작은 촌장에게 상황을 들은 후 집을 기웃거리는 마을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특이한 것은 책상 위에 분명 책이 있었을 것 같은 흔적이었다. 뽀얀 먼지가 쌓여 있었는데, 네모난 자국이 있었다. 그 오른쪽에는 종이 쪼가리들이 널려 있었고, 그 아래 펜과 잉크가 떨어져 있었다. 잉크병에서 잉크가 흘러 까만 자국을 남기고 말라가고 있었다.


"여기 종이들은 누가 가져가진 않았나요?"

"네 남작 님. 여기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혹시 돌아와서 찾을까봐요."


우탄바른 남작은 널려진 종이 쪼가리를 하나 들어 뭐라고 적혀 있는지 보았다.


"78쪽

마나는 기본적으로 쓴맛이다. 쓴맛은 맛의 기본이다. 쓴맛은 아무거나 먹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바아타는 마나가 달다고 했는데, 쓴맛이 기본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지"

"그러게요. 내가 맛 본 마나는 전부 달달했으니까요."


남작 옆에 앉아 같이 종이 쪼가리를 주워 읽어 보던 바바아타는 혼잣말을 하던 남작의 말에 별생각 없이 대답을 했다. 남작은 살짝 놀라며 다시 물었다.


"쓴 맛은 느껴본 적이 없니?"

"없어요. 나에게 마나는 언제나 단맛 뿐이니까요. 그런데, 마나가 쓰다면 다시는 마나 맛을 보지 않을 거에요."

"그렇구나. 그래서 쓴맛은 다시 뭘 먹을 기회를 없애는구나."


바바아타도 뭔가 흥미있는 걸 찾았는지 종이 쪼가리에 있는 걸 읽었다.


"94쪽, 마나는 골목을 떠도는 유령과 같다."

"102쪽, 마나에게는 주인이 있다. 마나 한 움큼에는 어디서 생겼고, 어디를 거쳤는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

"34쪽, 마나는 소멸한다. 마법으로 물질화하는 순간 마나는 소멸한다."

"마법사 님이 마나에 대한 것만 기록해 둔 것 같은데요?"


바바아타가 마법사라는 말을 하자마자 남작은 깜짝 놀라 바바아타의 입을 막았다. 남작은 바바아타에게 속삭였다.


"바바아타, 살랍마타 님은 마법사가 아니야. 약초를 이용해 약을 만드는 약재사야. 어쨌거나 지금은 그러니까 다시 묻지 마. 알았지?"


남작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하자 바바아타는 뭔가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울상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말없이 그저 종이 쪼가리들만 들어서 보고 내려놓고 보고 내려놓고는 했다.


책상 근처 배치를 곰곰 살펴보던 남작은 뭔가 생각을 끝낸 듯 주위에 널린 종이 쪼가리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바바아타, 여기 널린 종이를 모두 주워서 모아라. 아무래도 이건 중요한 걸 적어 놓은 것 같구나. 살랍마타 님이 나중에 와서 분명히 찾을 거야. 아무래도 살랍마타 님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한데, 그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겠다. 자, 얼른 주워서 내게 가져 오거라."


바바아타는 살랍마타가 없어지건 말건 그저 시키는 일을 재밌다며 보물찾기 하듯 종이 쪼가리를 여기저기에서 찾아내 남작에게 가져다 주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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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26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6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8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4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3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9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8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9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9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9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9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90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5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2 0 7쪽
»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4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3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7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1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2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10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3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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