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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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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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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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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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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성장한 바바아타

DUMMY

하늘은 새들의 나라다. 스스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새와 날벌레 뿐이다. 그러나 날벌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 못한다. 높게 날아 봐야 그저 숲 속 나무 위 정도다. 그러나 새는 저 하늘 까마득하게 높은 곳까지 솟구쳐오른다. 그리고 세상을 관조한다. 여러 가지 삶을 눈에 담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드래곤에게 전한다. 그런데 지금은 드래곤이 없다. 한투나가의 세상이다.


바바아타는 누운 채로 가만히 눈을 떴다. 바닥이 부드럽고 편안했다. 마치 햇솜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있는 듯 했다. 눈 앞에는 까만 하늘이 보였지만 그저 뻥 뚫린 하늘일 뿐 별이나 달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자신이 숨 쉬는 움직임을 생각해 보더니 그제야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주변 환경이 완전히 바뀌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겁이 덜컥 나긴 했지만 생각 뿐 마음은 도리어 차분히 가라앉았다. 울고 싶었지만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지는 게 스스로 마음 먹을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깨달았다.


중심을 잡고 안정된 마음,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온통 겁나고 두려움으로 가득찬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눈 앞에 꾸물거리는 게 나타났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이제 만나게 되었구나. 용의 아이. 너를 찾아 온 세상의 마나를 머금었다. 어차피 만날 운명이지만 쉽게 만날 수는 없었다. 아직 너는 너를 모르고 있으니 이제 나와 같이 너를 찾아보자꾸나."


꾸물거리는 모양은 점차 늑대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고, 바바아타는 이것이 바로 자신이 바라보던 산등성이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해치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오지마, 저리 가!'


자신은 외쳤다고 생각했지만 입으로는 외칠 수 없었고, 귀로 들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들은 것은 오히려 그것이 들려주는 기막힌 소리였다.


"너의 의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것은 이미 네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었고, 거부할 수 없다. 이제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 그리고 너이면서 나인 존재가 되는 거지. 다시 드래곤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아니 나는 이 세계를 관조할 것이다. 드래곤을 대신해서."

'아니 너 혼자 해. 그냥 나는 남작에게 돌려 보내 줘. 제발!'

"아니, 내가 잘못 이야기했군. 네가 세상을 관조하는 거다. 나는 그저 너의 힘이 될 뿐이야. 너는 이 세상의 마나를 모두 가지는 거지. 이제 네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거다. 아무런 대가 없이. 아니 내가 네가 되는 게 바로 그 대가야."

'네가 내가 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나야.'

"너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내가 될 것이다. 설명은 필요 없어. 이건 그저 그렇게 되는 거야. 자 이제 아까 산꼭대기에 있던 나를 보듯이 나를 보면 돼. 너의 마나가 나를 부를 거야."


그 말이 끝나자 바바아타는 푹신한 침대 같은 바닥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 위에 꼿꼿하게 서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 순간 하염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에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늑대는 즐거운 듯 마구 짖어대며 아래로 떨어지는 바바아타 주위를 돌았다.


"자, 잠시 기다리면 아주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올 거야. 자 이제 마나를 발동할 때다. 마나를 발동하면 너는 하늘을 날 수 있어. 너의 몸은 아주 멋지게 마나가 쌓여있어. 자연이 너를 선택했다는 거지. 자, 자, 자, 지금이야!"


마구 추락하던 바바아타의 눈에는 매일 보던 산과 들이 보였고, 머물던 집도 보였다. 이대로 떠러지다간 집의 지붕에 떨어지면서 죽을 것 같았다. 살고 싶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체내 마나가 저절로 발동하면서 주위 마나와 교감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야. 자 나와 함께 가자!"


늑대는 떨어지던 바바아타를 아주 가볍게 자신의 등 위에 태워 그가 지붕에 떨어져 죽는 것을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위의 모습은 아주 투명한 세상으로 바뀌었고, 마음이 편해졌다. 자신이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조차 잊은 듯 다시 푹신한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 순간 바바아타의 모습은 조금 성장해서 열 두어 살 쯤 먹은 소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는 차차 어두워지면서 온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그 어둠 속에서 바바아타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였다. 마치 오래 잠이 든 사람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바아타는 다시 눈을 떴다.


"우탄바른 남작 님? 남작 님?"


바바아타의 목소리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지나 변성기에 접어든 소년의 목소리였다. 그의 몸에는 이미 사그러든 천쪼가리들만 걸쳐 있었고 거의 벌거벗은 상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마치 어제 잠들어 아침에 깨어나 여느 날 아침처럼 이모인 우탄바른 남작을 찾는 걸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투명한 채로 꾸물거리는 늑대 한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준비는 다 되었군.'


투명 늑대는 잠자는 듯 엎드려 눈을 감고 있다가 바바아타가 깨어나 우탄바른 남작을 찾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뜨고 일어나 누워 있는 바바아타를 내려다 보았다.


'일어나, 네가 찾는 우탄바른 남작에게 가자.'


바바아타가 늑대의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늑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이 났다. 자신이 산꼭대기를 바라보다 눈에 들어왔던 그 늑대, 그리고 집으로 추락하던 그 순간.


바바아타와 늑대가 서 있는 곳은 바로 바바아타가 우탄바른 남작과 같이 묵던 그 집 앞이었다. 때는 동이 터오는 어스른 새벽. 집은 컴컴했고,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바바아타는 자리를 박차고 집 안으로 달려갔다. 예전과 달리 커진 몸집 만큼 힘찬 발놀림, 그리고 주변에 흐르는 주체하지 못하는 마나의 기운이 일렁였다.


"텅"


문을 힘차게 열어제끼며 집 전체가 울릴 만큼 큰 소리였지만 집 안에서는 어떤 기척도 없었고, 어떤 온기도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은지 꽤 된 듯 했다.


"어떻게 된 거야? 우탄바른 남작 님에게 간다고 했잖아! 너, 거짓말을 한 거야?"

'아니다. 우탄바른 남작은 아직 여기에 있다. 기다려라. 곧 만나게 될 거다. 그런데 넌 스스로 뭔가 달리졌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드는 거냐? 우탄바른 남작이 널 보더라도 네가 누군지 못 알아볼 것 같은데?'


그 말을 듣고 나자 바바아타는 자신의 손을 들어 살폈다. 앙증맞던 자그마한 손은 어느 덧 건장한 손이 되어 있었고, 얼굴을 만져 보자 포동포동하던 얼굴은 갸름해게 느껴졌다. 그리고 짧았던 다리는 말의 앞다리처럼 건장한 근육질이 되어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바아타는 우탄바른 남작의 방에 거울이 있던 것이 생각나 우탄바른 남작의 방에 들어가 거울을 찾아 앞에 섰다. 정말로 귀염귀염하던 바바아타의 모습은 사라지고 훌쩍 커 버린 건장한 청년 같은 모습이 거울 안에 있었다.


"뭐지? 왜?"

'이 모습이 너의 본래 모습이다. 한투나가가 가진 시간의 마법이지. 본래 드래곤의 마법이긴 하지만, 이젠 드래곤을 대신하는 한투나가의 힘이다."

"이 세상 모두 그렇게 시간을 건너 뛸 수 있단 말이야?"

'아니다. 너만 드래곤의 알과 같은 요람 안에 있었어. 아마 이 세계의 시간으로는 스무 날 쯤 흘렀을 거야. 그 동안 너는 십 년이란 세월을 드래곤의 요람에서 보낸 거지. 너의 모습은 열여섯 살 소년으로 자라난 모습이야.'

"왜? 나를 왜?"

'넌 드래곤에게 선택된 사람이다. 다음 드래곤이 등장할 동안 나 한투나가와 함께 이 세계를 유지하다가 넘겨 주어야 하지. 그런데 자연이 너에게 너무 지대한 관심을 주는 바람에 너를 죽일 뻔 했어.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아니 나가만 있고 한투는 없어지지. 너나 나나 제대로 살기 위해 너를 성장시켜야 했다.'

"난 잘 살고 있었어. 비록 엄마, 아빠, 형제들과 같이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 살았다고."

'잘 살았다고? 위선이군. 부모에게 응석부릴 나이에 이모 같지도 않은 이모하고 성직자, 마법사와 같이 이리저리 쫓겨다니고, 감시 당하는 삶이 잘 사는 거였어? 가슴 속에는 복수심이 자라고 있었지. 너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아마도 너는 여섯 살인 모습으로 미친 마법사가 되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었어. 그러는 사이 너를 알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모두 다 죽었겠지. 이유도 모른 채 말이야. 너만 날뛰는 게 아니라 나 역시 그저 몬스터 나가가 되어 여기저기 화산을 터뜨리고 홍수를 내며 지옥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겠지.'

"웃기지 마, 그런 이야기는 신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야."


얼마를 그런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둘이 설전을 벌이는 사이 집 안으로 두 인물이 들어왔다. 바르푸넨 부제와 우탄바른 남작이었다. 이른 새벽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그들은 마치 오랜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온 것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바바아타, 그들이 왔다. 네가 찾는 사람들.'


바바아타는 우탄바른 남작의 방에서 나와 문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달려갔다.


"남작 님, 부제 님!"


그러나 그들은 흠칫 놀라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처음 보는 소년이 그들에게 갑자기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에 바바아타는 약간 서운함이 들어 서너 발 앞에서 멈칫 서고 말았다. 일상처럼 그들의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갑자기 자라버린 자신이 그조차 낯설었기 때문에 그들이 낯선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바바아타에요. 제가 좀, 자랐어요. 갑자기 말이죠. 저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바바아타는 선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세상에 정말 홀로 남겨진 느낌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바바아타의 앞으로 우탄바른 남작이 한발 다가서서 훌쩍 자라 자신보다 조금 더 커 버린 바바아타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네가 바바아타라고? 어디, 어디 좀 보자. 없어진 지 스무 날이 지나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바바아타라니 믿을 수가 있겠니?"


어린 바바아타의 모습은 없어졌지만 눈매나 턱 골격, 코와 입술에는 여전히 바바아타임을 증명하는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우탄바른 남작은 한 걸음 더 다가가 손을 잡아 보고 얼굴을 쓰다듬어 보고는 바바아타임을 알았고 순간 와락 끌어 안았다. 우탄바른 남작의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와중에 바르푸넨은 감정을 추스리고 바바아타의 마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굉장히 거센 바람을 느끼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아주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가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을. 그는 두려움에 바바아타에게 물었다.


"바바아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 것이냐?"

"저기 저 늑대가, 저를 자라게 했어오. 자기가 한투나가래요."

"마나만 있고, 형체는 없나 보구나. 이런 건 처음인데, 아무래도 좀 위험한 것 같구나."

"아니, 지금은 별로 위험하진 않을 거에요. 저를 다시 이리로 데려온 것도 저 늑대니까요."

'나는 한투나가다. 늑대가 아니다.'


늑대의 전언을 들은 바바아타는 우탄바른 남작과 바르푸넨 부제를 돌아 보았다.


"지금 저 말이 안 들리세요? 늑대가 자기는 한투나가라고 하는 말이요."

"아니, 그저 마나가 강하게 일렁이는 것만 느껴진다. 저게 말도 하는구나. 아마 마나를 통한 전언인 듯 한데, 꽤 고급 마법이라고 들었다."

'후후, 이 따위가 고급 마법이라니, 하찮은 놈이로군. 바바아타, 너도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는 쉬운 마법이다.'


바바아타는 이런 무음전언이 자신도 할 수 있는 쉬운 마법이라는 늑대의 말에 깜작 놀랐다. 그래서 바르푸넨에게 속으로 한 마디 던져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할 수 있다며?"

'아니, 그래도 급은 맞아야지. 저자의 마나 체득량으로는 힘들어.'


"무슨 말이냐? 뭘 할 수 있어?"


혼자서 하는 말을 들은 바르푸넨은 바바아타에게 물었으나 바바아타는 그냥 민망한 눈으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꼭 안고 있던 우탄바른 남작은 팔을 풀고 다시 바바아타를 바라보았다. 훌쩍 커 버린 키, 아직 조금 남아 있는 통통했던 젖살, 그냥 막 자란 긴 머리카락, 다시 한번 꼭 끌어안고 나서는 배가 고프겠다며 먹을거리를 좀 찾아보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이 지나갔으니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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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2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2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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