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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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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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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1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7.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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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기분 좋은 식사

DUMMY

사람을 부린다는 건 사람이 뭘 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알아 보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부리는 데는 기다림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얻어 터져야 뭐든 한다는 생각은 모든 세상이 기계로 만들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모든 것에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언제나 자기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래서 항상 강제로 시키는 사람은 뜻밖에 얻는 선의는 없다.


키토스가 지은 점심 식사는 정말 점심 식사로 간략했다. 구운 고기, 말린 고기를 넣은 스프, 그리고 희석과실주를 적신 빵, 그리고 짭짤한 말린 해산물을 불려 만든 짠지 정도였다. 정말 딱 이동 중에 먹을 만한 점심이었다. 푸짐한 식사가 나오길 기대했던 바라케는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안색을 고치고 키토스에게 물었다.


"이 점심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무엇을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설명을 해 봐라."


약간 꾸물대는 듯 하더니 키토스는 생각보다 조리있게 이야기했다.


"얼마 전 죽은 소에서 발라낸 기름이 많은 등심에 피냄새를 없애고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향신료를 더해 구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사슴고기 말린 것과 돼지 간을 넣은 소시지, 며칠 전 상인에게 사 둔 말린 수산물을 주재료로 매콤한 향신료를 사용해 기사 님께서 노숙 하실 때를 생각해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빵은 제가 이틀 전에 구운 빵입니다. 마음에 꼭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키토스의 설명을 듣자 바라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토스는 바라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안달이 난 듯,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아들아, 자, 기사 님께 술을 드리고, 음식을 썰어 드려야 식사를 시작하시지 않겠니? 자, 어서!"


그 때야 키토스는 총총대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라케의 잔과 촌장, 촌장 부인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등심을 엄지 손톱 두께로 썰어 하나씩 접시에 놓고 향신료와 소스를 뿌리고 익힌 채소, 빵도 뜯어 놓은 다음 각자 앞에 놓았다.


"자, 그럼 이 마을의 발전과 촌장 님의 건강을 위해 건배 합시다."


바라케는 그래도 나름 식사라고 격식을 차리는 모습이었다. 발라케는 고기를 한번 썰어 맛을 보고는 맛이 좋다며 다시 키토스에게 음식이 담긴 접시를 가리켰다.


"자, 이제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 주게.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 줘. 손님에게는 음식을 편하게 먹도록 해 주는 게 요새 황도의 접대 예절 중 하나라네."


그 말을 듣자 촌장 부부는 얼굴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은 키토스를 황도에 데려가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하는 김에 부모 님께도 해 드리게."


접시를 돌려 받은 바라케가 만족한 듯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댔다. 어제 식당에서 먹은 고기 보다 더 식욕이 당겼다. 쇠고기의 지방을 태운 구수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키토스가 접시를 다 내가자 촌장 부부는 여전히 테이블 귀퉁이에 놓여 있는 주머니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바라케가 얼른 주머니를 챙기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그러나, 바라케는 다시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살짝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키토스는 좋은 사람이오. 칼 쓰는 실력은 차차 익히면 되니 그리 문제될 것은 없소.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소."


바라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잔에 담긴 술을 비우고 또 한 잔을 채웠다. 촌장 부부는 살짝 긴장하는 듯 침을 꼴깍 소리가 나게 삼켰다.


"이해하실 수 없는 게 있으시다뇨, 어떤 것도 숨김 없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 평화로운 곳을 떠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종자를 하려고 하는지 그걸 알 수가 없단 말이오. 그냥 이렇게 한 이십 년 살면 아버지를 이어 촌장 노릇을 하며 죽을 때까지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말이오. 이제 곧 장가도 가야할 나이가 될 테고, 예쁜 마누라와 자식들이랑 같이 맘 편하고, 몸 편하게 농사 지으며 살아도 아주 좋은 한 평생 아니겠소. 지금 종자가 되어 고향을 등지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종자 생활 내내 혼자 독수공방을 하거나, 어디 스쳐가듯 만나는 인연이 전부란 말이오."


촌장 부부는 바라케의 긴 넋두리 같은 말을 들으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혼인 이야기가 나올 땐 촌장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지는 이미 굳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서 누리는 평안은 그저 자기 혼자 느끼는 평안일 뿐입니다. 얼마 전 아들과 같이 성내에 갔다가 남쪽 나라에서 화산이 폭발해 아주 쑥대밭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들려오는 풍문에는 북쪽의 영지 어디에서도 아주 큰 재난이 일어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세상이 어찌될 줄 아무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혹시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재난으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 때를 대비한 지혜를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이 어디있소? 이렇게 평화로운데,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요?"

"허무맹랑한 게 아닙니다, 기사 님. 집사람 어머니가 무당이었습니다. 자식이 제 처 뿐이라 대가 끊기긴 했지만.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외지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때가 오면 얼마 후에 이 마을에 서서히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라고요.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봅니다. 기사 님과 병사들, 이름모를 귀족 모자가 왔고, 처음 보는 약초상, 성직자도 나타났고요. 그리고 이상한 집단들이 가끔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얼토당토않게 우리 마을에서 곡식을 사러 상인들이 오다니요! 우리 동네 들르던 상인들은 그저 약초나 조금 사러 오는 정도였지요. 이게 외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나도 타지인이니. 그런데, 이제 곧 재앙이 닥칠 텐데 키토스는 뭐하러 떠나보내시는 건지?"

"일단, 재난을 피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세상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혹 살아 남은 사람들이 새로 정착할 땅을 좀 알아 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더불어 종자 생활을 하다가 신분이 기사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건 크게 기대하진 않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들도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를 떠나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자주 성내 나가기도 하고, 또 저 산 너머 다른 영지 근방까지 갔다가 오기도 합니다. 장모가 키토스가 태어나자 점을 쳤는데, 마을을 떠날 운명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사냥이나 요리 같은 걸 가르쳤나 봅니다."


그저 간단하게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의외로 가족사까지 등장하자 바라케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깊은 사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어제 술집에서 만난 상인이 부제 님과 내가 마신 음식이나 술에 어떤 수작을 부렸지요?"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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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19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4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5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3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3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1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7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7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8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8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4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5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7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89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2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89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3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1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6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2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0 0 11쪽
36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1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08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0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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