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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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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6,494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5.28 12:00
조회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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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덫에 걸린 기사

DUMMY

회복은 그저 다친 것이 나아 다치기 이전 상태로 돌아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복은 다쳤다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것에 하나를 더 하는 과정이다. 하나를 더하는 것이 꼭 물리적인 것은 아니다. 주로 정신적인 깨달음, 찾으려고 했던 방법을 결국 찾아내는 것, 가려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같이 다치게 된 이유를 파악하면서 더하게 되는 것이 많다.



기사 바라케는 마나의 커다란 파도에 휩쓸리면서 죽을 뻔한 내상을 당했으나 다행히 부제 바르푸넨에게 치료 받아 목숨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나 정신을 차려 보니 온몸은 꼼짝 못할 정도로 기력이 완전히 빠져 있었고, 가슴과 배는 겉으로 멀쩡하지만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꼬인 듯 고통으로 정수리가 찌릿찌릿 저리고, 목으로부터 항문까지 통증이 폭포수처럼 퍼붓는 것 같았다.


"끄끄끄......"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할 신음이 꽉 다문 이 사이로 흘러나왔고, 가슴은 속에 황토가 가득찬 듯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피의 흐름을 꽉 막은 듯 무거웠다. 마나는 온몸에 미미하게 퍼져있지만 그 자리에 맴돌 뿐, 몸 전체를 순환하며 흘러야 하는 걸 잊은 것 같았다.


차라리 정신을 차리는 것 보다 정신을 버리고 모든 감각과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통증과 답답함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기사 바라케를 땅 속으로 밀어내려는 듯 온몸을 짓눌렀다.


'죽고 싶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 순간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기운기 정수리로부터 들어와 일그러진 얼굴을 고통으로부터 구해 내 주름을 피고, 꽉 막힌 폐를 열어 숨을 쉬게 하며, 묵직하게 걸려 있는 뱃속 창자를 꿈틀대며 노폐물을 밀어내고, 팔, 다리의 기공을 열어 온몸의 독소를 대기로 배출해 내어 몸을 가볍게 해 주었다.


자신이 회복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예전 기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옆구리를 크게 베인 사고를 당했을 때 느껴본 성전의 일류 치료사에게 처음 받아 본 그 느낌과 똑같은 것이 온몸을 흘러다니며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정상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안심에 노곤해지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기사 바라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자신 앞에 두 사람이 서서 자신을 똑바로 뚫어지게 노려 보고 있는 걸 알았다. 시종은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밖에 있는 모양이었다. 약초꾼과 우탄바른 남작. 남작은 자신이 감시하는 자이니 상태가 어떤가 보러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약초꾼은, 약초로 치료하러 왔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남작이 입을 열자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사 바라케, 당신의 임무는 나와 바바아타를 감시하는 것일 텐데, 지금 꼴을 보니 그 임무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하겠군요. 바르푸넨이야 성직자니까 당신을 살렸겠지만, 나로선 당신이 살든 죽든 별 관심은 없어. 살기를 원한다면 좀더 치료가 필요할 텐데, 바르푸넨은 지금 대주교가 불러서 여긴 없네. 어쩌지?"

"바르푸넨 부제 이야기로는 마나 폭격으로 내장과 온몸의 혈관에 심한 상처를 입으셨다고 하더군요. 약초가 필요할 거에요, 바르푸넨 부제가 없으니.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싸죠. 열흘 치에 금화 1개군요. 왜 비싸냐구요? 기사 님 각 내장을 치료하는 약초가 다 달라요. 특히 혈관 치료약은 특별히 제조한 거고요."

"고참병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기사 님이 모아 둔 금화를 나누어 가지고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 같던데. 특히 내 눈 앞에서 두들겨 맞던 시종이 앞장서서 말이지. 꼼짝 못하는 그대는 이제 곧 혼자 여기 버려질 테고 그러면 죽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신음만 흘리는 기사의 눈에는 설마 그럴리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와 설마 정말 그렇게 된다면 가장 고통스럽다는 그저 바짝 말라 죽게 되는 두려움이 마구 교차했다. 마법사는 그런 눈빛을 읽은 듯 기사의 침상에 가만히 쭈그려 앉더니 기사의 손을 잡았다.


"제가 잘 보살펴 드리지요. 그저 무지랭이 약초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약초 캐러 산을 다니며 맹수들과 싸울 정도로 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어 기사 님의 병사들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답니다. 다만 약초값과 별도로 역시 열흘에 금화 1개씩입니다."


기사는 그저 끙끙대기만 할 뿐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두려움에 가득 찬 눈만 껌뻑거릴 뿐이었다.


"네, 그렇게 하시겠다고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 계약서에 서명을, 뭐 펜을 들지 못하실 테니 피의 서명으로 하겠습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하지요."


마법사는 허리춤에서 계약서 두루마리와 나이프를 꺼내 엄지 손가락을 그어 피를 내더니 계약서를 펼쳐 피를 묻혔다. 그리고 자신의 엄지 손가락에도 피를 내 계약서에 피를 묻혔다. 계약이 정식으로 성립되었다는 표시로 계약서의 서명한 부분에서 노란 불길이 확 올랐다가 사그러들었다.


"이젠 제가, 이 약초꾼이 기사 님을 잘 지키고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럼 계약서에 적힌 날짜대로 내일 동이 틀 때 여기서 뵙지요."


마법사가 방을 나가자 우탄바른 남작 혼자 방에 남아 기사를 내려다 보았다.


"얼마나 돈이 급한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재정 상태를 체크해 보니 가진 금화가 꽤 되더군요. 왜 내게 그런 요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금화는 당분간 경비대 비용과 약초꾼에게 지불하는 비용으로 쓸 거에요. 그리고 당신 금화가 바닥이 나면 그 땐 내가 경비를 대도록 하지요. 당신 치료비와 보살피는 비용까지 댈 거에요. 그게 금화 100개까지만 대고 나서는 모두 끝이에요. 아, 그리고 바르푸넨 부제가 자기는 성직자라 치료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겠지만, 치료비에 해당하는 금화 2개 정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적선해 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기사는 환장할 뻔했다. 숙소에서 자기만 알 수 있는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금화 궤짝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시종 이 자식이 몰래 훔쳐 보고는 일러 바친 것일까? 차라리 병사들이 훔쳐서 도망가는 것 보다는 이들이 찾아서 잘 관리하는 게 오히려 당분간은 이들이 맡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조금씩 나으면 다시 자신이 관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시종에게 오늘 밤 잘 모시라고 전하고 갈게요. 조심하고 잘 지내요. 아, 움직일 수가 없으니 조심할 것도 없겠네."


마법사가 경비대 숙소에 들어와 기사 바라케를 돌보기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난 날, 병사들은 소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급여가 나올 날이 되었지만 나오지 않았고, 지휘 체계 또한 제대로 서지 않아 고참들이 서로 패를 나누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두고 의견을 대립했다. 그러나 그들이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해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마법사가 일찌감치 기사 바라케의 금고를 틀어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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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왕세자의 진노 18.12.21 126 0 15쪽
59 마투 자작의 모의 18.11.09 156 0 11쪽
58 베르크 왕국의 갈등 18.10.31 178 0 14쪽
57 폭풍우 속 도주 18.10.16 214 0 12쪽
56 선택과 운명 18.10.12 224 0 12쪽
55 성장한 바바아타 18.09.18 273 0 13쪽
54 바바아타의 실종 18.08.31 279 0 12쪽
53 바바아타의 주체 수련 18.08.22 318 0 11쪽
52 마나의 각인 18.08.02 319 0 10쪽
51 기분 좋은 식사 18.07.26 379 0 7쪽
50 종자의 조건 18.07.25 356 0 13쪽
49 상인과 첩자 18.07.23 349 0 12쪽
48 기사 바라케의 밀당 18.07.18 405 0 12쪽
47 뜻밖의 만남 18.07.17 369 0 15쪽
46 부제 바르푸넨의 고민 18.07.16 409 0 13쪽
45 배신과 두려움 18.06.22 390 0 8쪽
44 차우라 길드의 마스터 18.06.21 379 0 8쪽
43 드래곤의 예언서의 행방 18.06.11 405 0 8쪽
42 납치된 마법사 18.06.08 392 0 7쪽
41 씁쓸한 마나의 맛 18.06.06 404 0 7쪽
40 마법사의 위기 18.06.05 403 0 7쪽
39 연성술의 금기 18.06.04 397 0 8쪽
38 교감의 두려움 18.05.31 443 0 7쪽
37 빙의 술법 18.05.29 441 0 11쪽
» 덫에 걸린 기사 18.05.28 403 0 7쪽
35 깨어난 달달한 마나 18.05.25 456 0 7쪽
34 희망의 씨앗 18.05.24 411 0 9쪽
33 마나의 소용돌이 18.05.23 463 0 9쪽
32 경비대의 심술 18.05.22 4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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