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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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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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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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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52화

DUMMY

마녀의 숲 속을 한참동안 헤집고 돌아다니던 펠릭스는,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메를린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옷 위에 풀과 나무 부스러기를 잔뜩 묻힌채, 그가 현관 안으로 들어오자 거실에서 화기애애 떠들던 세 사람이 그를 돌아보았다.


“뭐죠?”


펠릭스가 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 펠릭스. 메를린과 수다 떨고 있었어요.”


“그래 보이네요. 설마, 둘이 의기투합이라도 했나요?”


“어머, 펠릭스. 설마 질투하는거야?”


“그럴리가!” 펠릭스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은, 실비아에게는 이제 우습게만 보였다.


“아무튼, 펠릭스. 뭘 그렇게 주섬주섬 주워담아온 거에요?”


“아, 이거요?” 펠릭스는 내용물이 조금 넘쳐,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덜렁거리는 바구니를 슥 들어올렸다. “숲을 돌아다니면서 쓸만한 재료들을 좀 캐왔어요.”


“어머, 펠릭스. 값은 치를 수 있는거지?”


“걱정마, 메를린!” 갑자기 메를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려하자, 펠릭스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자, 메를린은 조금 아쉽다는듯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그것들은 다 뭐에요?”


“아! 뭐, 마침 캐 온 김에, 당신한테도 보여줄게요 실비아. 메를린, 테이블 위를 흙투성이로 만들어도 될까?”


“나랑···.”


“아, 안할게! 올리버. 가서 천좀 구해와요. 테이블 위를 다 덮을 만한 걸로.”


조금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를린을 애써 무시하며, 펠릭스는 올리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말했다.


“네가 해.”


“좀 도와주지.”


“내가 천을 어디서 구해와.”


“아, 알았어요. 하여튼······.”




테이블 위해 새하얀 천을 깔더니, 펠릭스는 테이블 저쪽 끝에 바구니를 턱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바구니의 뚜껑을 열고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커다란 단풍잎이었다.


“이게 뭔데요?”


“그냥 단풍잎이에요. 하지만, 어린아이 손바닥같이 생겼다고 해서 무슨 마법적인 힘이 담겨있다고들 하죠.”


“그냥 단풍잎이라면서요.”


“그래요. 단풍잎이에요.”


“그게 약재가 된다고요?”


“네.”


실비아는 뭐라고 더 물어야 할 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펠릭스는 실비아는 안중에도 없이 두 번째 재료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그가 꺼낸 것은, 새하얀 버섯이었다.


“이건 또 뭐죠?”


“버섯이요. 먹으면 즉사하는 치명적인 버섯들과 친척인, 애매한 버섯이죠.”


“위험천만한 물건이잖아요!”


“약용으로 써요.”


“먹으면 즉사하는 치명적인 버섯들의 친척이라면서요?”


“친척이라고 다 같나요? 비슷비슷해도 다 다르지. 실비아, 당신만해도. 당신 언니랑 다르잖아요?”


“언니가 있었어요?”


갑자기 옆에서 메를린이 물어왔다.


“아, 네.”


“진짜요?” 메를린이 다시 물어왔다.


“네. 음. 그래요.”


“좋겠네요. 부러워요.”


“아, 그런가요?”


“자, 거기. 잡담은 그쯤 해 주죠.” 펠릭스가 말하자, 메를린은 잠시 펠릭스를 쳐다보더니, 흥 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물론, 펠릭스는 여전히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구니에서 큼직하고 못생긴, 사람 팔뚝만한 뿌리를 하나 꺼냈다.


“이건 또 뭐죠?”


“뭐 같아요?”


“일단, 별로 먹고싶게 생기진 않았네요.”


“칡이에요, 칡.” 펠릭스가 뿌리에 묻은 흙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칡?”


“칡.”


“칡이 뭔데요?”


그 질문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실비아에게 쏠렸다.


“칡을 몰라요?”


“몰라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펠릭스는 메를린과 눈을 마주쳤다가, 고개를 돌려 올리버와 눈을 마주쳤다.


“칡이 뭔데요?”


“올리버. 설명좀 해 줘요.”


“내가?”


“채집꾼이잖아요? 약초 전문가 아닌가요?”


“뭐, 그렇기야 하다만.”


“그럼 올리버. 자, 빨리요. 설명해 줘요. 칡이 뭔데요?”


실비아의 성화와, 두 연금술사들의 등쌀에 떠밀려, 결국 올리버는 헛기침을 하며 칡의 생태와 효능에 대한 지루한 강의를 시작했다.


“재미없네요.”


강의가 끝났을 때의, 실비아의 소감이었다.


“뭐, 난 말재주는 없으니까.”


“그래요. 슬프지만 사실이죠. 그럼, 다음은······으악!”


갑자기, 바구니 안에서 무언가가 폴짝 튀어나와 테이블 위에 앉았다. 그건, 커다란 메뚜기였다. 메뚜기는 더듬이를 이리저리 까딱이며 그 턱을 혼자 오물거리고 있었는데, 어느모로 보나 전혀 귀여운 구석은 없었다.


“잡아요!”


“네?”


펠릭스가 테이블 위로 손을 휘둘렀지만, 다시 메뚜기는 폴짝 뛰어 피해버렸다.


“잡아요! 잡아!”


이번에는 메를린이 메뚜기에게 달려들었다. 다시, 메뚜기는 폴짝 뛰어버렸다.


“올리버!”


올리버는 숙련된 채집꾼인 만큼, 침착하게,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릿하게 메뚜기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가까워지는 것도 모른채, 메뚜기는 가만히 더듬이를 까딱이고 있었다. 그러나, 불길한 기운을 눈치채서인지 뭣때문인지, 다시 메뚜기가 폴짝 뛰어버렸다.


“실비아! 바로 앞이에요! 잡아요!”


실비아는 메뚜기와 눈이 마주쳤다. 징그러운 곤충의 얼굴. 징그럽게 까딱이는 더듬이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다리의 잔털. 그러나 실비아는 용기를 내어, 메뚜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메뚜기를 향해 덮쳤다.


“아니, 잡아야지, 그걸 깔아뭉개면 어떡해요!”


그러나, 실비아는 메뚜기의 감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조금씩 의아해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까부터, 머리가 조금 간질거렸다. 설마 하는 생각에, 실비아는 조심조심 손을 머리위로 올려 보았다. 무언가, 조금 거칠고 딱딱하며 차가운 것이 만져졌다.


“꺄아악!”


“앗, 안돼! 다 잡은걸!”


실비아가 비명을 지르며 마구 머리를 털어내자, 깜짝 놀란 메뚜기도 오두막 안을 정신사납게 뛰어다니더니, 결국 네 사람을 모두 젖히고 오두막 틈새로 쑥 빠져나가버렸다.




메뚜기를 놓쳐버린 펠릭스는, 그답지않게 잔뜩 시무룩한 표정으로 도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미안해요.”


실비아가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펠릭스는 실비아의 사과를 듣고도 몇 초 정도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당신 운동신경을 너무 과대평가 했군요. 하기야, 수풀 사이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기에는 우아한 귀족의 몸짓으로는 무리였겠죠.”


펠릭스가 이렇게 말하니, 실비아가 느꼈던 미안함은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싹 가셔버렸다.


“당신이 잘 잡든가요! 그리고, 전 운동 꽤 잘 하는 편이거든요?”


“난 잘 잡았어요! 내 참. 숲에서 한 시간이나 뛰어다니면서 겨우 잡은 걸, 그렇게 놓쳐버리다니.”


“잘 간수 했어야죠. 어디, 철사 우리에라도 담아 두든가, 유리병에라도 담든가.”


“철사에 담으면 상처입고, 유리병에 담으면 메뚜기가 숨을 못 쉬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거죠. 그걸 그렇게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요?”


“그럼, 달리 무슨 뜻인데요?”


“내 참.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요?”


펠릭스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듯 눈을 끔뻑이자, 옆에있던 올리버와 메를린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곧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실비아도 웃음이 전염된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다들 웃죠?”


“아니, 미안해요 펠릭스. 사실, 제 잘못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사과는 할게요.”


“거 참 이상하군 다들. 바구니에 독버섯이라도 섞여있었나?” 그러면서 펠릭스는 다시 바구니에서 이런저런 식물들의 줄기와 잎, 뿌리, 열매 꽃들을 끄집어냈다


“펠릭스. 넌 참. 정말이지.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고.”


“왜? 메를린. 알 만큼은 안다고 생각하는데.” 빈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탈탈 털며 펠릭스가 말했다. 흙 부스러기밖에 나오지 않았고, 당연히, 독버섯의 흔적은 바구니에 없었다.


“펠릭스.” 메를린이 어린아이 타이르듯 조곤조곤 말했다. “실비아도 미안해 하잖아. 네 소중한, 그러니까, 메뚜기를 놓쳐버려서. 그래서 너한테 사과하고 있었고.”


“그래?”


“그래. 그렇죠?”


메를린이 실비아를 돌아보며 묻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메를린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준 다음, 다시 펠릭스를 향해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너도 사과를 받아주는게 어때?”


“미안하다면 다야? 그럼 내 메뚜기는?” 대답하는 수준이 꼭 어린아이 같아서인지, 그만, 메를린은 못 참고 다시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중에 내가 잡아 줄게, 펠릭스.”


“내가 겨우 잡은 건데. 한 시간이나 들여서.”


“메뚜기일 뿐이잖아. 그래서, 펠릭스. 실비아의 사과는 받아 줄거지?”


“아까 받아줬잖아.”


“언제?”


“아까, 말 했잖아.”


메를린과 실비아가 말없이 펠릭스를 쳐다보았다.


“그게, 사과를 받아준 거라고?”


“아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동시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펠릭스. 당신은, 그냥 어디가서 누가 사과하거든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여요.”


“왜요? 실비아. 저 당신 사과 잘 받았어요. 당신의 미안한 마음은 잘 알겠는걸요.”


“전,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줄 전혀 모르겠거든요!”


실비아가 꽥 소리를 지르자, 펠릭스는 깜짝 놀랐고, 메를린은 웃었고, 올리버는 씁쓸하게 헛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펠릭스. 네가 졌어.”


“올리버. 당신까지 그러긴가요?”


“아니, 펠릭스. 난 네가 꽤 괜찮은 놈인줄은 알지만.” 올리버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소녀들의 마음을 사려면, 조금 언변을 다듬는게 어때?”


“제가 소녀들 마음을 사서 뭐해요?”


“아니, 그러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봐봐. 그러니까······.”


올리버는 조용히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테이블의 분위기는 그에게도 딱히 호의적이지 않았다.


“올리버.”


“왜.”


“아무래도, 언변을 다듬어야 할 사람은 당신같은데요.”


“그러게.” 올리버는 펠릭스의 말에 금새 동의했다. “같이 책이라도 읽든가 해야겠군. 이거야 원······”


올리버가 뒤통수를 긁적이자, 메를린과 실비아가 동시에 다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올리버도 멋쩍게 웃었고, 그것으로 그 메뚜기 사건은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메를린.” 테이블 위의 난장판을 수습하며 펠릭스가 말했다. “내가 부탁한 건?”


“아, 그래. 지금 막 시작하려고.”


“지금? 지금까지 뭐했는데?”


“수다떨었어.”


천을 걷던 펠릭스가, 갑자기 그대로 굳어버렸다.


“수다? 누구랑?”


“실비아랑. 그쵸, 실비아?”


펠릭스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는 실비아를 말없이 돌아보았다.


“의외네.”


“그러게.”


그리고 알쏭달쏭한 말을 주고받는 메를린과 펠릭스를 보고, 이번에는 실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요?”


“그, 있어요. 말로 설명하기 미묘한건데, 뭐. 나중에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게 뭐에요? 그냥 시원하게 설명좀 해 주지. 메를린. 뭔데요? 뭐가 의외에요?”


그러자 메를린도, 대답하지 않고 씩 웃기만 했다. 그러자 실비아는 조금 당황하여 머뭇거리다가, 대뜸 올리버에게 말했다.


“올리버! 저 두 사람, 저만 따로 따돌리는것 같아요.”


“방금전까지 잘만 떠들어놓고, 갑자기 왜그래?”


“자꾸 저만 모르는 딴소리를 한다고요.”


“둘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요.”


실비아는 펠릭스를 도와 천을 걷는 메를린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래도, 저도 좀 더 잘 알고 싶은데.”


“상대가 준비되면, 그 때 알려 주겠지. 조급해 하지 마.”


“올리버. 당신은, 말은 참 잘 하는군요.”


“말솜씨 없다며?”


“그래요. 말솜씨는 없지만, 그래도, 말은 썩 잘하는 편이네요.”


“욕이야, 칭찬이야?”


실비아는 살짝 웃고는, 흙투성이의 천을 양 끝에서 잡고 있던 두 사람이 마당으로 나갈 수 있도록 현관문을 열어주러 쪼르르 가버렸다.


“그래서, 욕이야, 칭찬이야? 내 참. 하나만 할 것이지.”


그리고 올리버는 혼자 테이블 앞에서 조용히 넋두리를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 메를린과 펠릭스, 실비아, 올리버는 잠시 거실에 모여있었다.


“그래서, 펠릭스. 저녁 식사는 좀 부탁할게.”


메를린이 말했다. 펠릭스는, 조금 못마땅한 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왜? 혹시, 내가 해주는 요리 못 먹어서 삐쳤어?”


“아냐! 그러니까, 실비아는 왜 데려가는거야?”


실비아는 괜히 얄밉게 메를린의 곁에 찰싹 붙었다.


“메를린을 도와주러 가는 거라고요.”


“남의 도움이 필요해?”


펠릭스가 메를린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항상, 혼자서 해 왔잖아.”


“누가 도와주면, 나야 고맙지.”


“그래?”


“그래. 그럼, 우린 이만 가요 실비아.”


“그래요. 펠릭스, 그럼 수고해요! 저녁식사, 기대할게요.”


두 소녀는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같이 작업실로 들어가버렸다.


“올리버.”


펠릭스가 두 사람이 사라진 작업실 문을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왜.”


“당신, 요리 좀 하나요?”


“할 만큼은 하지. 펠릭스, 너는?”


“저도, 할 만큼은 하죠.”


“그럼 됐네. 뭐가 문제야?”


그러자 펠릭스가 고개를 돌려, 올리버의 얼굴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그거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게 문제죠!”




메를린의 연금술 작업실에서는 향기가 났다. 꽃의 향기, 풀의 향기, 뿌리의 향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던 에밀리아 콘월의 작업실이나, 어딘가 수상쩍고 가슴뛰게하는 냄새가 나는 펠릭스의 작업실과는 다른 냄새였다.


“작업실마다 냄새가 다르네요.”


“그래요? 굉장히 예민하군요, 실비아.” 메를린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연금술사 마다 같은 약을 만들어도,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거든요. 약에는, 연금술사의 버릇이 묻어나오곤 하죠.”


“그렇군요.”


“그래요. 예를 들면, 실비아. 당신은 단맛 나는 약을 좋아하죠?”


“아,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저한테 말 해줬잖아요. 서커스 극단의 공중그네 타는 소녀 폴라에게, 바르는 연고인줄도 모르고 달콤한 고약을 만들어 줬다면서요?”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부끄럽다는듯 얼굴을 붉히며 실비아가 말했다.


“부끄러워 할 것 없어요. 잘 했어요. 자기만의 약을 찾아가는건, 연금술사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렇다니, 다행이지만요. 그래서, 여기서 이제부터 뭘 하는거죠?”


메를린은 작업실의 어느 선반을 열더니, 징그러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실비아는 흠칫 놀라다가, 그것이 무엇인지 금새 기억했다.


“펠릭스의, 오른 다리죠?”


“맞아요.”


“그걸 어디 쓰려고요?”


“사실, 오늘 펠릭스가 저를 찾아온 이유가 이 다리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메를린은 실비아를 잠시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그러세요?”


“실비아. 당신한테, 이 다리 만드는 법을 알려줄게요.”


“네?” 실비아가 깜짝 놀라 말했다. “저한테요? 왜요? 펠릭스한테 직접 알려주면 될 것 아녜요?”


“그러면, 펠릭스가 더는 저를 찾지 않을것 아녜요?”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실비아는 메를린의 얼굴 위를 잠시 떠돌고 사라진 외로움과 걱정을 보았다.


“아, 네······.”


“그래요. 실비아. 당신도, 꼭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만 쓰도록 해요. 무턱대고 만들어주면, 펠릭스가 금방 알아챌지도 모르니까요.”


“네. 알겠어요.”


“그래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요?”


그리고 메를린은 솥에다가 물을 붓고 솥 아래 장작에 불을 지폈다. 일순간 확 타오르는 장작의 불꽃에, 메를린의 얼굴이 잠깐동안 쓸쓸하고 외롭게 보인 듯했다. 그러나 금새 불길이 안정되고 나자, 메를린은 평소와 같이 희미한 미소를 띈 얼굴로 가만히 솥을 바라보다가, 실비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살짝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비아가 얼버무리자, 메를린은 그녀에게 살짝 웃어주고는 다시 솥을 살펴보았다. 장작에 불이 완전히 옮겨붙자, 그녀는 불쏘시개로 장작 더미를 만지면서 불의 크기를 조금 줄이더니 작업대의 문을 열고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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