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연재수 :
172 회
조회수 :
6,139
추천수 :
188
글자수 :
1,774,925

작성
21.10.29 18:10
조회
24
추천
1
글자
18쪽

43화

DUMMY

에밀리아는 펠릭스와 올리버를 저택 위층으로 데려갔다. 저택은 총 3층 짜리였는데, 1층, 2층과 달리, 3층에는 복도가 한쪽 방향으로밖에 나 있지 않았다. 복도 중앙 계단을 올라오자 마자, 복도 왼편으로는 바로 벽과 문이 달랑 붙어 있었고, 오른 편으로는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복도에 방들이 여럿 붙어있었다.


“여기가, 작업실이랍니다.”


열쇠로 복도 왼쪽 문을 열며 에밀리아가 말했다.


"작업실이 없다면서요?"


펠릭스가 에밀리아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평범하게 들릴 것 같아서요."


에밀리아도 펠릭스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펠릭스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안에 작업실을 들이다니. 꽤 본격적이네요. 혹시, 전에 전속 연금술사라도 고용해 뒀나요?”


“아니오. 이건, 취미에요.”


“취미?”


에밀리아는 작업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펠릭스와 올리버는 잠깐 시선을 교환한 다음, 그 연금술사의 작업실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콘월 저택 꼭대기에 자리잡은 연금술사의 작업실은, 펠릭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었고, 그리고 본격적이었다. 솥 세 개를 동시에 걸 수 있을만큼 넓은 데다가, 재료들을 넣어두는 진열장도 다섯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재료를 손질하는 작업대의 장비도 케케묵은 낡은 것들이 아니라, 만들어진지 한 이삼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새것들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꽤 본격적인 작업실이군요.”


“그저, 취미일 뿐이에요.” 작업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펠릭스를 조금 불안한 눈으로 살피며 에밀리아가 말했다.


“취미치곤, 제법인데요. 이만한 작업실을 만드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이제 펠릭스는 눈을 돌려, 작업실의 벽과 천장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전, 그래도 귀족이니까요. 그만한 여력은 있답니다.”


“이해합니다.” 드디어 고개를 돌려 에밀리아와 마주보며, 펠릭스가 씩 웃었다. “해서, 제가 가져온 재료들은?”


“이미 다 넣어뒀어요. 하인들을 시켜서.”


펠릭스는 선반과 진열장 이곳저곳을 벌컥벌컥 열어대었다.


“그렇네요.”


“약은 언제쯤 다 될까요?”


“글쎄요. 빨라도 내일 오후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대충 이틀 후 아침 까지는 다 될것 같습니다.”


“정말 작업이 빠르시군요?”


펠릭스는 입을 다문채, 씩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부탁드려요 연금술사 선생님.”


“알겠습니다. 하지만, 콘월 후작부인. 아시다시피, 우리 연금술사들이 약을 만들려면, 충분한 상상력과 창조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그것들은 작업실 안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다고 무한히 샘솟아 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 이해했어요. 그래요. 여벌 열쇠를 놔 두고 갈게요. 멋대로 제 방에 쳐들어 오지만 않으면, 뭘 하시든 자유롭게 지내셔도 괜찮아요. 자, 여기. 열쇠에요.”


에밀리아는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작업실 저쪽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하인들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도록 말 해 둘게요.”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에밀리아가 작업실 밖으로 나가자, 펠릭스는 쥐새끼처럼 순식간에 소리없이 문에 다가가 귀를 문에 찰싹 붙였다. 올리버가 그에게 무언가 말하려하자, 펠릭스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 있기를 한 오분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문 너머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금새 소리가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휴!”


“뭐였어, 펠릭스?”


“몰라요.” 펠릭스가 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에밀리아, 뭔가를 굉장히 신경쓰는것 같던데. 뭘까요?”


펠릭스는 코를 킁킁거리며 다시 작업실 여기저기의 문이란 문은 모조리 열어대기 시작했다.


“글쎄.”


“귀족이 취미로 연금술 작업실을 차린다니, 말이 되는 변명을 해야지.” 펠릭스는 어느 선반을 열어, 손가락으로 살며시 선반을 훑어보았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는 먼지 한톨 묻어나지 않았다.


“집에서 약을 쑤었을지도 모르지.”


“솥이 세 개나 필요하지는 않을 걸요.”


“그건 그래.”


“이건 뭘까요?” 펠릭스는 작업실 한 견에, 천으로 덮어 가려두었던 무언가를 휙 들추어내며 말했다.


“글쎄. 굴뚝 비슷한것 같은데.”


펠릭스가 들춰낸 천 아래에는, 철제 뚜껑으로 닫힌 조그마한 공간이 있었다. 뚜껑을 열고 안을 이리저리 살피던 펠릭스는, 촛불을 하나 켜서 뚜껑 너머를 비추어보았다.


“화덕인가? 뭘 태웠나 본데요. 그을린 자국이 있군요. 그리고, 뒤에 관이 이어져 있구요. 조그마한 소각로인가?”


“적어도 굴뚝은 아니겠네 그럼.”


“모를 일이죠. 아무튼,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군요, 그 에밀리아 콘월.”


“실비아네 언니인데 말이지.”


“실비아랑 달라요.” 펠릭스는 갑자기 혀를 찼다. “내 참. 실비아는 겉으로는 대단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위협이 되질 않아요. 하지만, 저 여자는 달라요. 겉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꽁꽁 싸매고 있으니.”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잖아?”


“가시를 숨기지는 않죠, 장미가.”


“그건 그렇네. 그래서, 뭐 어쨌든간에, 결국 약은 만들어 줄 생각 아냐?”


“일단은요······.” 펠릭스는 커다랗고 검은 솥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일단은, 그래요. 만들어야죠 약. 내키든 말든 간에 나는 연금술사니까.”


“안내키면 안 만들어도 돼.”


“큰일날 소릴 하는군요, 올리버. 어쨌든, 일단 하나 만들기는 만들어 봐야겠어요.”


그리고 펠릭스는 소매를 걷어부치고, 기세좋게 솥으로 가까이 가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물을 어디서 구하는거지?”


“물? 그러게. 어디 우물이 있지 않겠어?”


“글쎄요. 우물이 있다고는 해도 여긴 3층인데, 물 양동이를 이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건 좀······.”




“거기, 솥 근처 바닥에 천을 치워봐요.”


여자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작업실의 문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실비아가, 행복의 연금술 가게를 찾아왔을 때 입었던 그 옷을 입고, 바로 거기 서 있었다.


“실비아!”


“천 들춰보라니까요.”


펠릭스가 천을 들추자, 그 아래에 조그마한 나무 문짝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자, 톱니바퀴 축에 연결된 돌리는 손잡이와 손잡이에 바퀴에 매달린 두레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참. 집 한복판에 우물을 파다니, 귀족들이란.”


“실비아. 반갑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펠릭스의 넌더리를 무시하고, 올리버는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당신들이 약 잘 만들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해서요.”


“당연히, 최고의 약을 만들 셈이죠. 별걸 다 걱정하는군요.” 펠릭스는 태연하게 두레박을 내리며 물을 길었지만, 그도 퍽 반가운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당신을 어떻게 믿겠어요?” 반쯤 놀리듯, 실비아도 말했다.


“내 참. 자기 스승도 못 믿는 꼴이라니.”


“스승 아니거든요!”


“거의 스승이나 다름없죠. 내가 가르쳐줬잖아요? 약초 보는법이라든가······”


실비아는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약 만드는걸 처음 가르쳐 준건, 메를린이에요. 그러니, 제 스승님은 메를린이라고 보는게 맞죠.”


“퍽이나요. 아무튼, 초짜 연금술사 실비아······”


“연금술사 아니에요!”


“그럼 그냥 초짜 실비아. 거기 멀뚱히 서서 까치발로 고개만 살짝 이쪽으로 내밀어 본다고 해서, 제가 어떻게 약을 만드는지 알수나 있어요?”


“그러게요. 당신이 똑바로 하는지 어떤지 보려면, 좀 더 가까이 가야겠네요.”


실비아가 작업실 안으로 들어와, 어디선가 조그만 의자를 끄집어내 솥 옆에 풀썩 앉자 펠릭스는 히죽 웃으며 양동이의 물을 솥 안에 부었다.


“반가워요.”


“저는 별로 안 반갑네요.”


“왜요?”


“그냥요.” 실비아는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당신 언니 때문에?”


“몰라요.”


펠릭스는 더이상 실비아에게 묻지 않고, 솥 아래에 장작을 쌓은 다음 불을 지폈다. 검고 커다란 솥 안에 담긴 물이 기포를 뽀글거리며 올려보내기 시작하자,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재료들을 꺼내오기 시작했다.




실비아와 재회하여 올리버도, 펠릭스도 반가운 눈치였지만, 그들은 금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겉으로 드러내놓은 이유라면, 에밀리아에게 받은 의뢰에 집중하기 위해서, 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단순한 이유로는,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실비아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무슨 약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실비아가 먼저 물어왔을 때, 올리버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이에요.”


펠릭스가 그렇게 단답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비밀이죠. 계약 내용은 함부로 떠벌리고 다니면 안 돼요.”


펠릭스는 솥에 물을 받았다가, 조금 많이 받았는지 양동이 끄트머리를 물에 살짝 담가 물을 덜어냈다.


“전에, 실비아랑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닐때는, 다 가르쳐 줬잖아.”


“그때랑 지금이랑 입장이 다르죠. 그 때, 실비아는 저랑 같이 약을 만들 재료를 찾는 조력자 내지는 동료였고, 지금 실비아는 제게 약을 의뢰한 에밀리아 콘월의 누이동생이죠.”


“거 따지기는. 까짓거 가르쳐 준다고 뭔 일 나는것도 아닌데.”


“신용의 문제에요, 올리버.” 눈을 가늘게 뜨고, 솥 안을 살펴보며 펠릭스가 말했다. “에밀리아도 제게 자기 친동생이 무슨 약을 주문했는지 물어봤는데, 제가 그때 뭐라고 대답하고 쫓아냈는지 잊었나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실비아가 끼어들었다.


“말 안 했으니까 걱정 말아요, 실비아. 난 비밀을 엄수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작게 한숨을 쉬며 실비아는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어쨌든, 언니가 무슨 약을 부탁했는지는 못 가르쳐 주는거예요?”


“내 입으론 말 못합니다.” 펠릭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러니까, 가령. 연금술에 조예깊은 의뢰인의 동생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가 약을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감시한 결과, 무슨 약을 만드는지 알아내는 것 까지는 제가 못 막는다, 이 뜻이죠.”


“그래요?” 실비아가 말꼬리를 살짝 늘어뜨리며 물었다.


“그럼요. 그렇죠, 올리버?”


“그러게. 하긴. 의뢰인 동생이 우릴 직접 감시하겠다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막겠어? 그것도, 귀족이 말이야.”


“당신들은, 정말 자기네들 편한대로 뭐든 해석해버리는군요?”


“그게 뭐 어때서요.”


“그건 그래요. 정말, 속 편해서 좋겠어요.” 실비아가 웃으며 말하자, 펠릭스도 실쭉 웃어보였다.




펠릭스는 정말로, 실비아가 보든말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약재를 이것저것 솥 안에 풍덩풍덩 빠트려댔다.


“물 튀기잖아요!”


펠릭스가 말라 비틀어진 식물의 엉킨 덩어리를 솥에 빠뜨리자, 실비아가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휙 물러섰다.


“재주껏 피해요. 난 다 피하거든요.”


“잘났어요, 정말.” 실비아는 가볍게 툴툴거린다음 다시 솥 가까이 다가와 슬쩍 안을 들여다 보았다. 사골을 우려낸 것 같은 희뿌연 국물에, 녹차를 들이부어 섞은 것 같은, 기괴한 액체가 그 안에서 느릿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언제봐도 식욕이 뚝 떨어지는 모습이네요.”


“먹으라고 만든 약이 아니니까요.”


“네? 그럼, 뭔데요?”


“내 입으로 직접 말은 못한답니다.” 펠릭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슬슬 재료만 보고도 알아맞힐 정도는 되지 않나요?”


“글쎄요······” 실비아는 펠릭스가 작업대 위에 두서없이 늘어놓은 재료들을 살펴보다가, 몇몇 재료를 슬쩍 만져보기도 했다. “혹시, 만든다는 약이 쥐약인가요?”


“직접 말은 못 해준다니까요.” 그러나 펠릭스는 꽤 만족스럽다는듯 웃고 있었다.


“그래요. 알았어요. 나도 더이상 묻지는 않을 게요.”


“그런데, 펠릭스.” 줄곧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만 보던 올리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죠?’


“쥐약. 필요하다고 생각해?”


“글쎄요.” 펠릭스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한 다음, 또 다른 재료를 솥 안에 빠트렸다.


“에밀리아가 보여준 구멍. 그건 쥐구멍이 아니야.”


“그런것 같더군요.”


“그리고, 쥐의 냄새나 흔적도 없었어. 배설물이라든가, 갉아먹은 흔적이라든가. 전혀 없었다고. 오히려, 부엌 치고는 굉장히 깨끗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런데, 약을 만들어 주려고?”


“손님이 원하니까요. 그리고, 올리버. 제가 무슨 약 만드는지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아줄래요? 나는 비밀 엄수 의무를 지켜야 하거든요.”


“뭐 어때. 나랑 계약한것도 아닌데.”


“내 신용에 영향이 가거든요!”


“내 참. 말도 맘대로 못하게 하고.”


올리버가 가볍게 툴툴거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실비아도 살짝 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 약, 쥐약을 완성했을 때는, 대략 오후 세 시에서 네 시 사이의 애매한 시간이었다.


“하나 됐군요.”


끔찍한 냄새가 나는 찌꺼기가 가득 달라붙은 솥을 옆에 두고, 펠릭스는 걸러낸 약을 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로 밀봉했다.


“냄새가 지독하네요.”


“일부러 그랬어요.”


“네?”


“일부러요.” 펠릭스는 실비아를 향해 찡긋 웃어보였다. “쥐약은, 쥐 잡는데만 써야 하잖아요?”


“당연하죠.”


“그래요. 그런데, 가끔가다 꼭 연금술사가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약을 자기멋대로 쓰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희 언니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거든요?!”


“난 아무말 안 했답니다.” 펠릭스는 다시 한번 씩 웃고는, 약병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고 솥을 닦기 시작했다.




“펠릭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한창 수세미와 솔로 거품을 내 가며 솥 안을 닦아내는 펠릭스에게서 조금 떨어져, 실비아가 올리버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둘이 계속 같이 있던것 아녜요?”


“맞아. 그런데, 같이 있는다고 서로 마음속을 훤히 꿰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긴 하죠······”


실비아는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솥을 슥슥 닦아내는 펠릭스를 흘끔 돌아보았다.


“실비아. 너는, 잘 지냈어?”


“저야 잘 지냈죠. 친언니네 집인걸요.”


“엄밀히 따지자면.” 올리버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 “콘월 후작의 집이지.”


“그렇기는 하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잘 지낸거 맞지?”


실비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오히려 조금 화를 내듯 올리버에게 대꾸했다.


“잘 지냈어요! 적어도, 그 연금술 가게에서 보다는 훨씬 편하고 좋았거든요?”


“그렇다니 다행이고.” 올리버도 실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귀족이 지내기 좋은 곳은 아니니까. 우리 가게가.”


“그래요! 좀, 신경좀 쓰라고요. 거긴 너무, 너무······”


“너무?”


실비아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몰라요!”


“몰라?”


“네.”


올리버는 더이상 묻지 않고 실비아가 혼자 마음을 풀도록 내버려 두었다.




펠릭스와 올리버는 실비아와 함께 에밀리아를 찾아가려 했으나, 실비아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럼 어쩌려고요?”


“잠시만요.”


실비아는 마침 근처 방문을 열쇠로 열더니,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하인을 불러, 뭐라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하인은 잽싸게 고개를 숙이더니 어디론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저런 곳에 하인이 숨어있었군요?”


“좋은 하인은, 눈에 안 띄는 하인이라는 말도 있어요.”


“그래서 이집 하인들은 죄다 어디 꽁꽁 숨어있는 건가요? 도무지, 돌아다니면서 만날 일이 없으니 원.”


“글쎄요. 저도 그것까지는 잘······”


사라졌던 하인과 다른 하인이, 복도 저쪽에서 소리없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꼭 유령 같기도 했고, 또는 싸구려 서커스의 우스꽝스러운 연극 배우처럼 보이기도 하여, 펠릭스는 어쩐지 웃음이 났다.


“응접실에 가 있으라네요.”


“나도 들었어요. 그럼, 가죠.”


다시 소리없이 걸어가는 하인을 힐끗 돌아보곤, 펠릭스는 실비아를 따라 응접실로 걸어갔다.




“이게, 그 약입니다.”


완성된 약의 색깔은, 조금 거뭇한 기가 도는 횟빛의 걸쭉한 액체였다.


“쥐약인가요?”


에밀리아가 약병을 가만히 집어들어 살피며 말했다.


“쥐약입니다. 아까 말 했듯이.”


“열어봐도 될까요?”


“창문을 활짝 열고 나서요.” 펠릭스가 웃으며 말했다. “독하거든요.”


“그럼, 여기서는 열어보지 않을게요.”


“전 말씀 드렸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라고요.”


“물론이죠.” 에밀리아는 웃으며 펠릭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게 있네요.”


“물으시죠.”


“실비아는 왜 거기 있는거죠?”


펠릭스의 등 뒤에서, 올리버와 나란히 서 있던 실비아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움찔했다.


“저를 감시하겠다던데요.”


“실비아가요?”


“네. 저를 못 믿겠다던데요. 아마, 제가 그동안 별로 신용을 주지 못했나 봅니다.”


“그런것 치고는, 사이가 좋아보이는데요?”


“남의 속마음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능글맞게 웃으며 펠릭스가 말하자, 에밀리아도 그를 향해 살짝 웃음으로서, 이 대화는 여기서 그만하자는 뜻을 알렸다.


“아무튼, 약을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나머지 약들은 언제 만들어 주실 건가요?”


“시간이 되는대로 하나씩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만날 때는, 다른 모든 약들이 완성된 후가 좋겠네요.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일일이 보고하면, 번거롭잖아요?”


“저야 좋요.”


“그래요. 그럼, 수고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에밀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펠릭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 주고는, 실비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나 실비아는 에밀리아의 눈짓을 반쯤 무시하다시피 했고, 에밀리아도 더이상 그녀를 채근하지 않고 혼자 방에서 나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행복의 연금술 가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21.11.03 28 1 25쪽
52 52화 21.11.02 25 1 16쪽
51 51화 21.11.02 24 1 18쪽
50 50화 21.11.01 26 1 19쪽
49 49화 21.11.01 26 1 21쪽
48 48화 21.10.31 29 1 34쪽
47 47화 21.10.31 26 1 25쪽
46 46화 21.10.30 27 1 21쪽
45 45화 21.10.30 30 1 31쪽
44 44화 21.10.29 29 1 23쪽
» 43화 21.10.29 25 1 18쪽
42 42화 21.10.28 29 1 23쪽
41 41화 21.10.28 27 1 23쪽
40 40화 21.10.27 29 1 21쪽
39 39화 21.10.27 25 1 21쪽
38 38화 21.10.26 26 1 19쪽
37 37화 21.10.26 23 1 19쪽
36 36화 21.10.25 32 1 21쪽
35 35화 21.10.25 25 1 23쪽
34 34화 21.10.24 29 1 21쪽
33 33화 21.10.24 27 1 21쪽
32 32화 21.10.23 32 1 23쪽
31 31화 21.10.23 27 1 19쪽
30 30화 21.10.22 31 1 19쪽
29 29화 21.10.22 29 1 27쪽
28 28화 21.10.21 30 1 16쪽
27 27화 21.10.21 29 1 30쪽
26 26화 21.10.20 30 1 19쪽
25 25화 21.10.20 27 1 28쪽
24 24화 21.10.19 33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