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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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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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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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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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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8화

DUMMY

대경매장에서의 한바탕 소란을 끝낸 펠릭스와 실비아, 올리버는 조용히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골든포트의 번화한 도시에서 점점 도시 아래로 내려가자 커다란 무역선과 범선이 배를 대는 항구가 아닌, 평범한 어선들이 배를 대는 항구가 보였다. 부둣가에 흰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정신사납게 날아다녔고, 어부들은 항구 근처에 배를 대고 그물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 멀리 바다 위에는 낚시를 하는 조그만 고깃배 몇 척이 느릿한 파도에 이리저리 넘실거리며 이리저리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여긴 왜 온거죠?”


이제 걸음을 조금 돌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 따위를 팔아치우는 경매장으로 발을 들이밀자 바닷비린내가 코를 찔러 실비아는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쥐며 말했다.


“재료 찾으러 왔죠.”


펠릭스는 그 비린내로 쩐 장소에서도 아랑곳하지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지나갔다. 경매장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허옇고 혼탁한 눈동자를 감지도 못한 채 나무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생선들이 가득한 시장으로 들어섰다.


“으, 냄새.”


“조금만 참아요.”


펠릭스는 그러면서 실비아는 신경도 쓰지않고 태연하게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대체, 뭘 찾는건데요? 물고기라도 찾아요?”


“아니오. 당신 약에 쓸 재료 찾으러 왔다니까요.”


“네? 물고기 이야기는 없었잖아요?”


“인어의 머리칼이요.” 펠릭스는 상자에 담겨 징그럽게 꾸물거리는 정체불명의 생물을 힐끔 보며 말했다.


“네? 인어의 머리칼이, 이런 곳에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러자 펠릭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실비아. 인어의 머리칼이 뭐라고 생각하는거죠?”


“인어의 머리칼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면, 잘은 몰라도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아 찾았다!”


펠릭스는 시장 저쪽의 가판대로 다다다 달려갔다. 실비아는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뒤늦게 그를 따라걸어갔다.




비린내에 쩔어 비린내를 풀풀 풍기는 나무 상자에는 생선, 조개, 그리고 징그러운 무언가와 함께 시커멓고 미끌거리는 점액투성이의 기분나쁜것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펠릭스는, 바로 그 기분나쁜 검은 덩어리에 거의 코를 처박다시피하며 살펴보고 있었다.


“펠릭스. 이게 대체 뭐예요?”


“인어의 머리칼.” 펠릭스는 눈 하나깜짝않고 말한 다음, 이제 고개를 들려 가판대의 주인과 뭐라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올리버.” 올리버는 실비아를 힐끗 내려보았다. “이게, 인어의 머리칼이라고요?”


“그렇다네. 나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줄은 몰랐는데.”


“이게 뭔데요?”


올리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시마.”


“뭐라고요?”


“다시마. 바닷가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재료인데, 나도 이게 네 약의 재료로 들어가는 줄은 지금 처음 알았어. 그것도, 그렇게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면서.”


실비아는 당황한 얼굴로 펠릭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무슨 흥정이라도 하는지 한창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 끼어들기도 뭣했다.


“다시마요?”


“그래. 다시마. 내가 요리 전문가는 아니라도, 다시마 정도는 알아본다고. 아, 하긴. 넌 내륙 마을에서 자랐을테니, 좀 낯설게 보일만도 하겠어.”


실비아는 끈끈한 점액을 뿜으며, 금방이라도 벌레처럼 꾸물럭 거릴듯, 기분나쁘게 번들거리는 그 다시마의 덩어리를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왜? 징그러워?”


“좀, 싫네요. 거부감이 드는걸요.”


“해산물들이 좀 그렇긴 하지.” 올리버는 눈을 희번덕 뜬 채, 바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명을 지른 듯 입을 활짝 벌린, 줄에 꿰어 천장에 매달린 말린 생선을 손가락으로 톡 톡 건드리며 말했다.


“으, 징그러운것 투성이에요. 아, 펠릭스. 이제 끝났나요? 이제, 이걸로 재료는 다 된 거예요?”


펠릭스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고 다시마가 담긴 상자를 쳐다보다가, 대답하지 않고 몸을 휙 돌려 시장거리 밖으로 나갔다. 펠릭스가 떠나버리자, 가판대 주인은 실비아와 올리버를 향해 호객을 시작하여 그들 역시 도망치듯 펠릭스의 뒤를 쫓아갔다.




“뭐해요, 펠릭스? 여긴 그 인어의 머리칼을 구할 만 한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번에 펠릭스가 들어온 곳은, 조금 뜻밖에도, 약재 거리였다. 그는 이런저런 약재들을 대강 사들이더니 어느 약방에서는 커다란 솥을 빌리기까지 했다.


“펠릭스! 그만 무시하고, 이제 좀 가르쳐 주지그래요?”


“아! 미안, 미안해요. 잠깐 몰두해서.”


“그러니까, 여긴 인어의 머리칼을···”


“다시마.”


올리버가 조용히 끼어들자, 실비아는 조용히 올리버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올리버는 미안하다는듯 웃으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니까, 어쨌든, 재료를 구할 만한 곳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요.”


약방 주인이 돌아가, 셋밖에 남지 않은 작업실 안에서 펠릭스는 찬찬히 솥을 살펴보았다.


“아, 그렇죠. 여긴 수산시장이 아니니까.”


“솥은 뭐에 쓰려고요?”


“음. 그래, 이 정도면 아마 괜찮을 것 같아요. 실비아.”


“뭐가요?”


“당신, 헤엄칠 줄 알아요?”


“헤엄이요?”


“네. 헤엄. 개헤엄도 괜찮고, 물에 뜨기만 해도 상관없는데, 아무튼 할 줄 아나요?”


“몰라요.”


“올리버. 당신은?”


“물을 걸 물어. 당연히 알지. 펠릭스, 너는?”


“저도 알죠. 그래, 그렇단 말이지······”


펠릭스는 가만히 솥을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이리저리 뻗어가며 무언가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뭘 하려고 그러는 거냐니까요?”


“아, 실비아. 마음에 드는 인어의 머리칼이 없어서요.”


“다시마.”


올리버가 다시 끼어들었다.


“아, 뭐 그 이름이 편한가요?”


“아니오! 인어의 머리칼이라고 불러주실레요?”


실비아는 자신이 훗날 먹게 될 약의 낭만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알았어요. 그래서, 그 인어의 머리칼이 지금 시장에 나온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요. 직접 캐러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내려가다니, 어디로요?”


펠릭스는 씩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디긴요. 바닷속이죠.”




실비아는 경악하여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바다 속으로 살아있는 인간이 내려가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실비아에게, 바다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땅과 비슷했다. 그러니 펠릭스가 한 말은, 그녀에게는 재료를 찾기위해 땅 속으로 걸어내려가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무덤에 파묻히는 시체처럼, 살아있는 사람이 땅 속으로 걸어내려가다니.


“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거죠?”


“아주 분명하게요.”


“바닷속으로 가야한다고요?”


“네.”


펠릭스는 솥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물에 빠지면, 죽잖아요!”


“당연히 죽죠.”


태연하게 솥에 물을 채우며 펠릭스가 말했다.


“그걸 알면서! 바닷속으로 내려가야 한다고요?”


“네. 왜요?”


펠릭스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듯 실비아에게 물었다.


“죽잖아요!”


“왜 죽어요?”


“물 속에 빠지면, 죽잖아요!” 실비아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 당연한걸, 당신이 모른다고요?”


“네? 아, 아! 당연히 물에 빠지면 죽죠. 하지만 잠수쯤은 다들 하잖아요. 올리버, 그렇지 않아요?”


“일 분 정도는.”


“일 분 뒤면 죽잖아요! 그 인어의 머리칼을 구하려고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고요?”


“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좀 알겠네. 그러니까, 실비아. 걱정 말아요. 당연히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면 죽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 우리가 누구랑 같이있는데요?”


실비아는 전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펠릭스를 가만히 보았다.


“이 위대한 연금술사 펠릭스님이 같이 있잖아요.”


“불사의 약이라도 만드나요?”


“아니!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것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그 못지않게 좋은 약이죠.”


“그게 뭔데요?”


“숨 참는 약. 아무리 수영을 못해도 한 십분정도 숨을 참을 수 있다면, 물에 빠져 죽지는 않겠죠?”


실비아는 여전히 펠릭스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펠릭스는 그것으로 충분히 설명해 줬다는듯, 자신의 설명에 스스로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실비아.”


“왜요?”


“좀 도와줄래요?”


실비아는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제가요? 뭘요? 설마, 물에 뛰어들라는건 아니죠?”


“아니, 너무 앞서나가지 마요. 그냥, 약 만드는것좀 도와달라는거죠.”


“그정도야 뭐······”


그러자 실비아는 조금 주저하며 다가와 펠릭스가 내민 나무 국자를 받아들었다.


“자, 그럼. 그대로 몇 번 저어줘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실비아는 솥 옆에 서서 어색하게 국자를 젓기 시작했다.


“네. 잘 하고 있어요. 올리버, 당신은 심심하면 어디서 잠시 놀다 와요. 한동안 계속 이러고 있을 것 같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럼 뭐. 아, 실비아. 이걸 넣겠어요?”


펠릭스가 시장에서 사온 약재가 담긴 주머니를 건네자, 실비아는 손에 재료를 몇 개 올려보고 조심스럽게 솥 안으로 퐁당 빠뜨렸다.




올리버는 솥에 달라붙어 약을 만드는 두 사람을 보고있자니, 꼭 사이나쁜 형제가 화해한 모습을 보는것 같기도 하고, 말썽꾸러기가 드디어 철이 든 모습을 보는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약에 대해서는 관심없는 척을 하더니, 결국 약을 배우는 실비아를 보고있자 조금 대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리버는 엷은 미소를 띄우고 펠릭스가 실비아에게 약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것을 가만히 구경했다.



솥 안에서 녹색의 걸쭉한 액체가 한 여름의 늪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게···...제대로 된 건가요?”


“어디 봐요. 음, 꽤 잘 됐군요. 잘 했어요 실비아.”


그러나 실비아는 대체 어느 부분을 보고 펠릭스가 잘 됐다고 말 한 것인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잘 된 거라고요?”


“네.”


“무슨 약인데요?”


“아까 말 했잖아요. 숨 참는 약이라고. 아, 이제 이걸 넣어요.”


“이게 뭔데요?”


“손 줘 봐요.”


실비아가 손바닥을 내밀자 펠릭스는 주머니의 끈을 풀고 주머니를 뒤집어 그녀의 손 위에 탈탈 털었다. 후두둑 소리가 나며 새까맣게 말라 비틀어진 벌레 몇 마리가 그녀의 하얀 손바닥위에 툭 떨어지자, 실비아는 잠시 가만히 그것을 보다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털어버렸다.


“아, 아깝게!”


“펠릭스!!!”


정말 화가나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했다. 실비아는 거의 울상이 되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펠릭스를 쳐다봤다.


“미안해요. 그렇게 까지 놀랄 줄은······”


“좀! 미리! 알려라도 주던가요!”


“아, 알았어요. 알았어. 미안해요. 자, 조금 진정하고...그래, 심호흡이라도 해요.”


“내 참. 펠릭스. 실비아를 너무 놀리지는 말라고.”


“아니, 안 놀렸어요. 아주 진지하게 약을 만드는 중이었다고요.”


“아가씨들이 벌레 싫어하는건 흔한 일이잖아.”


“말린건데도요?”


펠릭스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투로 말했다.


“펠릭스. 말려도 벌레는 벌레야.”


“그래요? 하지만, 원형은 거의 남아있지도 않고.아, 아닌가. 좀 남아있는 편이구나 이건.”


펠릭스는 태연하게 말린 벌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그 모습이, 실비아의 화를 더 돋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약은, 다행히 솥 안에서 기분나쁘게 끓어오르던 녹색은 아니었고, 그것보다는 훨씬 선명하고 엷은 연두색에 가까운, 우려낸 찻물과 비슷한 색깔이 되어 있었다.


“약은 정말 신기하네요.”


늪 모양의 걸쭉한 액체를 체에 거르고, 거름 종이에 다시 거르며 실비아가 말했다.


“뭐가요?”


“이 못난 덩어리가, 저렇게 맑고 투명한 액체가 되잖아요.”


“아, 그렇죠. 사실, 이것도 꽤 혼탁한 편이지만요. 그래도 이정도면 아주 충분해요. 충분하고말고요. 그보다, 이제 화 다 풀렸어요?”


“이번에만 특별히 봐 줄게요.”


“퍽이나 고맙네요.”


펠릭스는 걸러진 약을 병에 담아 주머니에 넣고, 다 쓴 솥과 국자를 씻기 위해 양동이에 물을 받아왔다.


“자요.”


그리고 그는 실비아에게 수세미를 건넸다.


“이게 뭔데요?”


조금 축축한 수세미를 받아들고 실비아는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수세미요. 식물의 일종이죠.”


“그래서요?”


“이제 솥 닦는 법을 배워봅시다.”


“네에? 좀, 귀찮은데. 다음에 하면 안돼요?”


“에이, 하는김에 같이 해요. 그렇지만 뭐, 귀찮은건 사실이지만요.”


“내 참. 약 만드는 방법이야 그렇다쳐도 뒷정리까지 제가 배워야 할 필요가 있나요?”


“뭐 알아두면 언젠가 써먹지나 않겠어요?”


실비아는 대체 세상 살면서 그럴 일이 어디있냐고 반박하려다가, 전에 메를린의 집에서 그녀의 솥을 빌려쓰고 뒷정리를 하지 않고 나온 일이 기억나, 조용히 수세미를 집어들었다.


“의외로 얌전하네요.”


“더이상 잡담 말고, 가르쳐주기나 해요.”


“알았어요. 자, 그러니까······”


올리버는 크게 하품을 하고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두 사람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완성된 약을 손에 쥔 펠릭스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어느정도였냐면, 게으른 봄바람에도 사방으로 흩날리는 민들레의 홑씨처럼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실비아의 발걸음은 그보다는 훨씬 무거워 보였다.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조금씩 현실감을 가지게 되어 그런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펠릭스.”


“왜요 올리버.” 펠릭스는 완성된 약이 담긴 병을 계속 손으로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기껏 애써 만든 약인데, 이제와서 그가 쓸데없는 트집이라도 잡을까 싶어 실비아는 괜히 마음이 초조했다.


“배는 어디서 구하려고?”


“어선을 빌려야죠.”


“돈 있어?”


펠릭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올리버를 향해 넉살좋게 웃어보였다.


“예산 초과야?”


펠릭스는 대답하지 않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왜요, 돈 없어요?”


“아니, 아니에요. 가요. 걱정말고.”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대경매장에서 금화만······”


“오십 닢이었죠. 예산에서 24닢 초과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 그 돈이요. 그것도 갚아야 하는데, 또 돈 들어갈 일이 있어요?”


“배는 빌려야 하니까.” 옆에서 올리버가 말했다. “물로 뛰어들거면 배는 한 척 빌려야지 그래도.”


“부둣가에서 바다로 들어가면 안 돼요?”


“멀어. 그리고, 다시마-”


“인어의 머리칼.” 실비아가 곧바로 정정했다.


“그래. 아무튼 그게 어디 자라있을지 어떻게 알고. 운 좋게 부둣가에 있다면 몰라도······”


“아니, 배는 무조건 빌려야해요.” 단호한 목소리로 펠릭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부둣가에서 자란건 생활 폐수라든가, 뭐 그런 것들 때문에 영 별로거든요. 먼 바다까지 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더라도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나가는게 좋다고요.”


“꼭 그래야돼요?”


“최고의 약에 걸맞는 최고의 재료.”


펠릭스가 계약 조항을 상기시켜 주었다.


“하지만, 배를 빌려 나가봤자 최고의 재료가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저는 ‘최고의 약에 걸맞는’ 이라고 단서를 붙였어요. 무조건 최고는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죠.”


“아니, 펠릭스.” 실비아는 아이를 훈계하는 학교 선생님같은 말투로 그를 붙잡았다. “최고는 최고죠. 거의 최고가 어딨어요? 순 말장난이잖아요?”


“모든 재료에서 진짜 최고를 찾는건 과투자에요. 그리고 별 의미도 없고. 충분한 수준만 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아니면, 그 최고의 다시마, 아니···”


실비아가 입을 떼자마자 펠릭스는 말을 정정했다.


“인어의 머리칼을 구하기 위해 망망대해까지 갈 건가요?”


“그건, 무리겠죠.”


“그래요. 그러니 타협할 건 타협해요. 물론, 그 와중에도 저는 최고의 약을 만들 만큼 좋은 재료를 찾을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하여튼, 빠져나가는데는 선수군요 펠릭스. 말장난에, 전에는 복화술을 쓰질 않나.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그러나 이미 펠릭스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저만치 떨어져 부둣가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느 어선의 선주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그의 뒷모습을 짜증스레 바라보다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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