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연재수 :
172 회
조회수 :
6,074
추천수 :
188
글자수 :
1,774,925

작성
21.11.02 18:10
조회
23
추천
1
글자
18쪽

51화

DUMMY

부엌에서 고소하고 달콤한 쿠키 굽는 냄새가 날 때까지, 메를린은 펠릭스를 계속 놀려대었다. 그리고 실비아와 올리버는, 펠릭스가 쩔쩔매는 그 보기 드문 광경을 가만히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 다 구워졌나봐. 과자 가져올게.”


그렇게 말하며 메를린이 자리를 슬쩍 비우자 펠릭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펠릭스. 전에도 생각한 건데, 당신. 메를린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네요?”


“그래요. 왜요?”


“아니, 웃겨서요.” 실비아는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무슨, 빚이라도 있어요?”


“빚은 무슨.” 펠릭스는 괜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꼼짝도 못 하는 거에요?”


“그러게. 좀 궁금하긴 한데. 약점이라도 잡혔어?”


이제는 올리버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몰라도 돼요. 내 참. 별걸 다 신경쓰네.”


“뭐, 내 동거인이 곤경에 처한것 같은데, 그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뒤에서 말없이 응원의 눈빛을 보내는 실비아와, 그런 실비아를 향해 슬쩍 고개를 끄덕여 주는 올리버를 보고 펠릭스는 뭐라 잘 들리지 않게 혼자 중얼거렸다.


“자, 가져왔어.”


그리고 메를린이 접시 위에 가지런히 쿠키를 구워 가져오자, 세 사람은 아무 말도 안한 척 잠시 딴청을 피웠다.


“과자 먹어. 펠릭스, 네가 좋아하는 말린 자두도 넣었어.”


“안 좋아하거든!” 괜히 심술을 부리며 펠릭스가 말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너 말야. 그 때, 스승님한테 받은 용돈으로 말린 자두를 한 단지나 사 놓고는,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잖아?”


“어릴 때의 실수였어.” 펠릭스가 구차하게 변명했다.


“당신도 자두 좋아했어요?”


그리고, 가만히 쿠키를 고르던 실비아가 펠릭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요? 난 자두 좋아하면 안 돼요?”


“아니, 조금 의외라서요. 저랑 비슷한 면도 있네요?”


“하!” 그 말이 모욕적으로 들리기라도 했다는듯, 펠릭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오히려 메를린은 그 말을 듣더니,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실비아를 돌아봤다.


“실비아. 당신도 자두를 좋아하나요?”


“네.”


“거짓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에도 안 대던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메를린은 그 말을 듣더니, 살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아, 조금 사정이 있었어요.” 실비아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좋아해요.”


“이제는 벌레가 튀어나올까봐 무섭지 않은가요?”


“그닥이요.” 실비아는 옆에서 놀려대는 펠릭스에게 대답해준 다음, 쿠키를 하나 집어들어 앞니로 살짝 깨물고 입을 오물거렸다.


“맛있어요?” 메를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엄청 맛있네요.” 그제서야, 메를린은 안심했다는듯 웃었다.


“그래? 그럼, 나도 어디.” 한 발짝 물서서서 조용히 구경만 하던 올리버도, 팔을 불쑥 내밀어 쿠키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는 산적이 고기를 뜯듯이, 기세좋게 쿠키를 반절 정도 물어 뜯어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나서 말했다.


“맛있네. 펠릭스. 너도 먹어봐.”


“맛있겠죠, 당연히. 메를린은 솜씨가 좋으니까.”


“안 먹을 거야, 펠릭스?”


메를린이 묻자, 옆에서 실비아와 올리버도 펠릭스에게 무언의 압박을 보내었다. 결국, 보다 못한 펠릭스는 짜증스레 손을 뻗어, 쿠키를 집어들고, 이로 절반을 뚝 부러뜨려 우적거렸다.


“맛있지?”


“물을 걸 물어. 네 솜씨에, 네가 만든 음식이 맛 없을리가 있어?”


“그래서, 맛있지?”


메를린이 집요하게 묻자, 펠릭스는 못이기겠다는듯,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많이 먹어.”


“적당히 먹을거야.”


집었던 쿠키를 마저 먹는 펠릭스를, 메를린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만히 구경했다.




소소한 다과회가 끝을 맺자, 메를린은 쟁반에 빈 접시와 잔들을 담아 부엌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실비아는 메를린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메를린은 웃으며 거절했다.


“손님은 손님 대접을 받아야죠.”


메를린의 말이었다.


“그래요? 저, 그럼. 메를린. 저요. 당신과 수다를 좀 떨고 싶어요.”


“얼마든지요.”


커다란 나무 양동이를 들고 뒷문을 통해 마당으로 나가는 메를린의 뒤를 졸졸 따르며, 실비아가 계속 말했다.


“저, 그동안 펠릭스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밌는 일을 많이 겪었거든요.”


“그래요? 좀, 궁금하네요.”


잠시 실비아를 돌아보고, 살짝 웃음을 지어보인 다음, 메를린은 우물로 가서 큰 나무 양동이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야기 하려면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요.”


“네. 그렇겠죠. 펠릭스는, 그야말로 사고뭉치니까.” 메를린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부엌 일을 내버려두고 계속 한가하게 잡담을 할 수만도 없잖아요?”


“그래서요?”


“그러니까요. 수다 떠는 김에, 저도 같이 도와 줄게요. 어때요?”


메를린은 잠시 생각하는듯 싶다가, 곧 못말리겠다는듯 웃으며 실비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도와주겠어요, 실비아?”


“물론이죠! 맡겨만 줘요. 저는, 이래뵈도 부엌일 꽤 잘 한답니다.”


대단한 자랑거리를 말하듯이, 실비아는 당당하게 말했다.


“든든하네요. 그럼, 우선 하나만 부탁할게요. 그쪽 끝에서 양동이를 좀 잡아 주겠어요? 잠시 딴데 정신이 팔려서, 그만 물을 너무 많이 받아버렸네요.”


“그쯤이야, 맡겨둬요.”


실비아는 메를린의 반대편으로 가, 자세를 잡고 메를린의 신호에 맞추어 힘껏 양동이를 들어올렸다. 생각보다 물의 무게가 무거워서 그녀는 잠시 휘청거렸지만, 애써 웃으며 말없이 메를린을 재촉하여 재빨리 부엌으로 돌아갔다.




양동이에 그릇들을 담고 거품을 내어 수세미로 닦으며 실비아는 계속해서 조잘조잘거렸다.


“······그래서. 화이트플레인 마을에서 펠릭스는 무려 먹구름을 만들던걸요! 정말, 엄청났어요. 잠깐이긴 하지만, 정말 무슨 동화에서 나오는 요정이나 거인, 신처럼 보이던걸요.”


“그래요?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게 아닌데. 펠릭스라고는 해도, 못 하는 것도 많아요.”


“불나무 껍질을 쓰긴 했어요?”


“그래요?” 메를린이 손을 멈추고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꽤 귀한 재료인데. 그걸 그렇게 마을에 불 끈다고 휙 써버리다니. 펠릭스도 참.”


“왜요?” 조금 걱정어린 목소리로 실비아가 물었다. “그정도로 귀한 재료에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그냥, 펠릭스도 조금 변했다 싶어서요.”


“변해요? 예전에는 어땠는데요?”


실비아도 손을 멈추고 눈을 반짝이며 메를린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메를린은, 잠시 두 눈을 멍하게 뜨고 추억에 잠겨있다가, 금새 현실로 돌아와 다시 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난꾸러기였죠.”


“지금도 그래보여요.”


“그리고, 순수한 의도로 남을 돕지는 않았어요.”


“네?” 다시 실비아의 손이 멈췄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러니까, 실비아.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요. 펠릭스는 나쁜 마음을 품고 약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니까. 다만······.”


“다만······?”


“조금, 독특하달까.” 메를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 직접 물어봐요. 아마 흔쾌히 말 해 줄거예요.”


“독특하다뇨? 왜요? 뭔데요?”


“그건 펠릭스한테 직접 물어보는게 좋겠어요.”


실비아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메를린을 몇번 더 부추겨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메를린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결국, 실비아는 펠릭스에 대해 말하는 것은 포기하고, 계속 모험담을 떠들기 시작했다.




올리버는 메를린의 오두막 틈새에서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눈동자로 쫓으며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올리버. 새 친구를 사귈 생각이에요?”


“아니, 그냥. 심심해서.” 올리버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같이 재료라도 찾으러 가겠어요?”


“아니.” 올리버는 딱 잘라 거절했다. “난, 마녀의 숲은 무섭거든.”


“내 참. 그 나이 먹고, 그 몸을 갖고, 무섭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요.”


“뭐가.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무서운 줄도 모르고 겁없이 돌아다니는 놈은 화를 부르지.”


“저처럼요?”


올리버는 펠릭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대답했다.


“넌, 글쎄. 아마 널 보면 달려오던 화도 도로 반대쪽으로 도망치지 않을까?”


“글쎄요. 그러면 좋겠네요.”


그러면서 펠릭스는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게?”


“당연히, 온 김에. 재료 찾으러 다녀야죠!” 펠릭스는 어느새 손에 바구니를 하나 들고 있었다.


“마녀의 숲인데?”


“마녀의 숲이니까요. 마녀의 손길이 닿은 숲에는, 상상도 못할 희한한 재료도 많고, 그 효능도 농장에서 길러낸 물렁물렁한 재료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아니, 그건 나도 알아. 다만, 그게 있잖아. 그러니까······.” 올리버는 주변을 흘끔 돌아보고는,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그, 왜. 있잖아. 마녀의 셈법이라고······.”


“아, 뭐. 있죠.” 펠릭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땅콩 한 자루로 값어치를 치를 수 있어?”


“어렵겠죠.”


“그럼? 아니면, 이번 기회에 메를린과 같이 살기로 작정했어?”


“설마요! 에이, 농담도. 올리버. 당신은 가급적이면 농담하지 말아요. 별로 재미도 없으니까.”


올리버는 영 신통찮다는 얼굴로 펠릭스를 쳐다봤다.


“값을 뭘로 치르려고?”


“제 몸뚱아리 있잖아요”


“뭐?!”


“아니, 그정도까진 안 가요. 걱정 마요 올리버. 나도,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를 생각은 없으니까.”


올리버의 표정이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아무튼, 그래. 새 친구를 사귈거면, 전에 그 다람쥐가 질투하지 않도록 간수 잘 하라고요.”


“코튼이야.”


“코튼이든 울이든간에. 아무튼, 전 가 봅니다. 저녁 식사 시간 전 까지는 돌아올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라고요. 그럼.”


그리고 펠릭스는 경쾌하게 현관문을 열고 메를린의 오두막 밖으로 걸어가버렸다.


“내 참. 너무 제멋대로군. 마녀가 무섭지도 않나······.”


그리고 올리버는 넋두리를 하며 다시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으로 오두막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짐승들의 발자취를 쫓기 시작했다.




부엌일을 마치고 돌아온 실비아와 메를린은, 거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올리버를 발견했다.


“펠릭스는요?”


실비아가 주변을 돌아보며 묻자, 올리버가 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숲에.”


메를린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숲에요? 왜요?”


“약재 찾으러 갔대.”


“아니, 주인 허락도 안 받고요?”


“친하다 이거겠지 뭐.”


실비아는 메를린을 말없이 돌아보았다.


“전 괜찮아요. 값만 치른다면야.”


“얼만데요?”


“저는, 돈으로는 값을 받지 않아요.”


“그럼, 뭘로 받는데요?”


메를린은 대답하지 않고 생긋 웃기만 했다.


“연금술사들은 다 그런가요?”


“아뇨, 저랑 펠릭스가 유별난 편이죠.”


“그런다니, 다행이네요. 읏차.”


실비아는 올리버의 옆으로 가서, 의자 위에 폴싹 주저앉았다.


“메를린. 당신도 앉아요.”


“네? 왜요?”


“같이 수다나 떨어요. 당신도, 널따란 숲 속에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


메를린은 잠시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했다.


“펠릭스가 부탁한 일이 있어요.”


“제가 도와줄게요. 혹시, 오래 걸리는 일인가요?”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면, 같이 수다나 떨어요. 그래, 펠릭스 이야기나 좀 해 보자고요. 어휴! 그 사람. 저는 태어나서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은 처음 봤어요. 하여튼······.”


“펠릭스가 그런 구석이 있기는 하지.”


이제 멍한 기운에서 벗어난 올리버가, 실비아의 말을 듣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세상에, 가게 이름만 보고는 그냥 나이 지긋한 노부인이 운영하는 그런 곳일줄 알았는데. 가게 주인이 새파랗게 젊은 걸 보고 바로 뛰쳐나왔어야 했어요.”


“그래요? 하지만, 실비아. 당신은 결국 펠릭스에게 약을 부탁했잖아요?”


“···다른 가게에서는, 다 못 만들어 준다고 해서요.”


“뭘요?”


“그러니까······.” 올리버는 실비아가 말을 얼버무릴거라 생각했다. “죽음의 약이요.” 그러나 그의 예상을 벗어난 실비아의 대답에, 올리버의 두 눈은 저절로 휘둥그레졌고, 그의 얼굴도 이미 실비아를 향해 있었다.


“죽음의 약이요?”


정작 메를린은 별로 놀란 기색도 없이 혼자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살충제를 찾고있었나요?”


“아니오?”


“그러면, 제초제를 찾고있었나요?”


“아니오.” 뭔가 기시감을 느끼며, 실비아가 대답했다.


“그러면, 제초제나 고엽제를 찾고 있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쥐약인가요?”


“아뇨! 그러니까. 메를린. 그런게 아니에요. 아무튼, 죽음의 약을 찾고 있다고 하니, 약사들이고 연금술사들이고 다들 못 만든다는 말 뿐이어서요. 내 참. 그러면 그 많은 쥐약들은 다 어디서 구하는 거람?”


메를린은 잠시 심각한 얼굴로 생각하다, 다시 미소 띈 얼굴로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펠릭스는 만들어 주겠다고 했죠?”


“네. 오히려, 저보다 더 신나서 만들어 줬죠. 하여튼, 그 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어야 하는데. 들어봐요 메를린. 펠릭스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친 적도 있다고요!”


“사기요?” 메를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듯 보였다. “그럴리가요.”


“아니, 들어봐요. 어느 이상한 귀족이 다짜고짜 쳐들어 온 적이 있거든요? 자기 죽은 개를 살려달라나 뭐라나. 그런데, 펠릭스가, 세상에. 복화술로 진짜 개가 되살아난척을 해 놓고서는, 그 귀족한테서 약값을 받았지 뭐에요!”


“실비아. 조금 더 자세히 말 해 주겠어요?”


메를린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자, 실비아도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설거지 할 때보다, 훨씬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리고 두 소녀 사이에 의도치 않게 끼게된 올리버는, 처음에는 조용히 자리를 뜰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비아와 메를린이 계속해서 맞장구, 또는 사실 확인을 요구하여, 그는 어느새 그만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렸다.




“휴! 그러니까, 펠릭스는 정말 오리무중이에요.”


마침내 기나긴 모험담을 끝낸 실비아가 중얼거렸다.


“그런 구석이 있죠.”


“그나저나, 대체 그렇게 제멋대로에다가 자기 잘난줄만 아는 사람이, 어쩌다가 연금술 같은 것에 손을 대게 된걸까요? 메를린. 당신은 혹시 알아요? 펠릭스가 왜 연금술사가 됐는지.”


“글쎄요.” 메를린은 아주 노골적으로, 뻔히 알고 있으면서 숨기고 있다는 그런 기운을 온 몸으로 뿜어냈다.


“알려줘요.”


“음. 펠릭스에게 직접 묻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러면. 음, 이건 어때요? 대충 들어보니까, 당신들은 무슨 숲에서 같은 스승을 두고 연금술을 배웠다고 하는 것 같던데요.”


“맞아요.” 메를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숲의 연금술사에요. 마녀에게 직접 지식을 전수받은 대스승님 아래에서, 다들 같이 연금술을 배웠죠.”


“그러면, 펠릭스가 당신보다 늦게 숲으로 왔나요?”


“제가 가장 빨랐어요.”


“최고 선배네요?’


“스승님 보다는, 아니지만요.”


“뭐 어때요. 아무튼, 그럼 펠릭스가 언제 숲으로 들어온거죠?”


메를린은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대답했다.


“이 비슷한 시기였던것 같네요. 맞아요. 기억나요. 숲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바람이 불어 한창 단풍잎이 휘날릴 시기였죠.”


“아직 단풍이 덜 들었는걸요?” 실비아가 창 밖을 슬쩍 내다보며 말했다.


“그럼 좀 더 겨울에 가까운 시기였나?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그랬던가? 아무튼, 그런 시기였죠.”


“아! 그러고보니, 펠릭스도 부모님이 있었겠죠? 어땠어요? 그도 보통학교에 막 입학하는 어린애처럼, 부모님 손을 꼭 잡고 들어오던가요?”


실비아의 말을 듣더니, 메를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펠릭스는 혼자 왔어요.”


“혼자! 숲 속이라면서요?”


“혼자왔어요. 대단했죠. 대뜸 대스승님을 찾더니, 다짜고짜 자기한테도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연금술을요?”


“그 때는, 연금술이라고 부르는줄도 몰랐던 것 같지만요. 대스승님도 당황한 눈치셨어요. 그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인데.”


“그러니까. 부모 도움도 없이, 혼자 숲 속으로 왔다고요?”


“네.”


실비아는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대체,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조금 궁금했는데.”


“그런가요?”


“네! 어떻게, 저렇게 무례하고 오만하며 뻗대기를 좋아하고 잘난체하는, 그런 사람이 튀어나왔는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럴 만한 실력을 가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요. 정말, 불공평하다고요. 그 좋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싸가지가 없어서야······.”


다시, 메를린이 피식 웃었다.


“왜요?”


“아니, 실비아. 당신, 은근히 평범한 구석이 있네요?”


“네? 제가 왜요?”


“그러니까. 그렇잖아요. 생긴 것은 어느 우아하고 고상한 귀족 아가씨처럼 생겼는데, 취미라든가. 말투라든가. 가끔, 재밌네요.”


가만히 듣던 올리버는, 여기서 그만 실비아가 폭발하지 않을까 하여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실비아는 전혀 화난 기색없이, 오히려 살짝 혀를 내밀며 웃었다.


“그러게요.”


“잘 어울려요.”


“뭐가요?”


“그렇게, 평범하게 있는 모습이요. 보는 사람까지도 편안해 질 정도로 정말, 편안해 보이거든요.”


“고마워요. 펠릭스는 그런 소리 한 마디도 안 하거든요! 저보고 맨날 낭만 소설을 읽느니 마니, 어휴!”


소녀들의 수다를 가만히 듣던 올리버는,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편히 조용한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를 위로해주려고 하는듯, 그의 주머니 하나가 꿈틀거리더니 안에서 조그만 다람쥐 한 마리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코튼과 눈을 마주치며 올리버는 말없이 코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다람쥐 코튼은 앞발로 마른 세수를 하고는 도로 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행복의 연금술 가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21.11.03 28 1 25쪽
52 52화 21.11.02 25 1 16쪽
» 51화 21.11.02 24 1 18쪽
50 50화 21.11.01 26 1 19쪽
49 49화 21.11.01 25 1 21쪽
48 48화 21.10.31 29 1 34쪽
47 47화 21.10.31 26 1 25쪽
46 46화 21.10.30 26 1 21쪽
45 45화 21.10.30 28 1 31쪽
44 44화 21.10.29 27 1 23쪽
43 43화 21.10.29 24 1 18쪽
42 42화 21.10.28 28 1 23쪽
41 41화 21.10.28 27 1 23쪽
40 40화 21.10.27 28 1 21쪽
39 39화 21.10.27 25 1 21쪽
38 38화 21.10.26 26 1 19쪽
37 37화 21.10.26 23 1 19쪽
36 36화 21.10.25 31 1 21쪽
35 35화 21.10.25 25 1 23쪽
34 34화 21.10.24 28 1 21쪽
33 33화 21.10.24 26 1 21쪽
32 32화 21.10.23 31 1 23쪽
31 31화 21.10.23 27 1 19쪽
30 30화 21.10.22 31 1 19쪽
29 29화 21.10.22 28 1 27쪽
28 28화 21.10.21 29 1 16쪽
27 27화 21.10.21 29 1 30쪽
26 26화 21.10.20 30 1 19쪽
25 25화 21.10.20 27 1 28쪽
24 24화 21.10.19 31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