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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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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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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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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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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4화

DUMMY

펠릭스와 헤어진 실비아와 올리버는 잠시 두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올리버가 먼저 헛기침을 하며 말문을 텄다.


“실비아. 온 김에, 구경이라도 해 볼 테냐?”


“우선 여관부터 잡아야 하지 않나요?”


“뭐,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저 공연이 끝나버릴지도 모르는데.”


올리버는 광장 저쪽에서 관중들을 반원 모양으로 끌어모으며 그럴싸한 자작 시를 낭송하는 음유시인을 가리켰다.


“저는 음유시인에는 별로 관심 없어요.”


“그래?”


“네. 아직 성에 있을 때, 제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음유시인들이 성으로 찾아오곤 했거든요. 아주 무례한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부모님은 어째서인지 그들을 내쫓지 않으셨죠.”


“거 참. 기분나쁜 일화로군.”


올리버는 이제 낭송을 마치고 관중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면서 관중들의 조그마한 박수갈채를 받는 음유시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랬죠. 저는 그래서 그림이 더 좋아요. 그림은 보기 싫으면 눈을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그만이거든요.”


“저런 것처럼?”


올리버는 이번에는 광장 근처에 심어진 가로수 그늘에 숨어 캔버스를 천천히 치우고 있는 화가를 가리켰다.


“아, 뭐 그렇죠.”


“찾아보면 골든포트에 전시장이 있을텐데. 한번 가 볼래?”


“그래요? 그렇다면, 한번 가 보고싶어요.”


“그럼 갈까.”


올리버는 실비아를 데리고 골든포트의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갑자기 실비아가 자신의 옷소매를 슬쩍 붙잡자, 올리버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골든포트의 미술 전시관은 진즉에 문을 닫은 뒤였다. 애초에, 제대로 된 신분 증명이나 추천서가 없으면 평범한 사람은 출입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사실 문이 열려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실망이네요.”


실비아가 전시관의 돌 계단을 내려오며 풀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외전시장도 찾아보면 있을거야.”


“그렇군요. 아, 저것좀 봐요!”


실비아는 얼굴에 흰색과 붉은 색 분을 치고 불편할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은채, 사람들 앞에서 공을 튀기며 재주를 부리는 모습을 가리켰다.


“광대로군.”


“서커스가 있을까요?”


“하하, 설마. 서커스 극단이 왔다면, 벌써 온 광장에 전단지가 나부끼고 있었을거야. 그나저나, 실비아. 서커스에 관심이 있나?”


실비아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군. 귀족이라면 오페라나 관현악단에 관심을 갖는 편 아닌가?”


“설마요! 그건 편견이에요. 귀족들도 서커스나 광대를 좋아한다고요. 예전에, 축제에 갔을때 저랑 같이 몰래 빠져나와서 서커스 극장에 간 친구가 있었는데······”


실비아는 말을 멈추고 잠시 추억에 잠겼다.


“아름다운 추억이군.”


“네. 그래요. 그렇지만, 그 친구는 더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왜?”


“아, 뭐, 별 이유는 아니에요. 아무튼 슬슬 자리를 옮길까요, 올리버?”


올리버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계속 얼버무리는 실비아에게, 굳이 무리해서 더이상 묻지 않고 인자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이미 밤의 어둠에 쫓겨 태양은 산 너머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야외 전시장에 아직까지 머물러있는 사람도, 그림도 이제는 별로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것도 있었다. 실비아는 주류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아주 과격하고 독특한 화풍의 그림들이 그려진 캔버스들을 눈을 반짝이며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올리버로서는, 솔직히 그 자리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어린 실비아의 호기심이나 꿈 따위를 실수로라도 짓밟지 않게 조심하며 귀찮은 티를 내지 않았다.




어스름 속에 반쯤 잠긴 그림들을 보던 실비아는, 어느 캔버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골든 포트의 화려한 도시를, 한없이 쓸쓸하게 그린 그림이었다. 그 앞에서, 실비아는 이루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동을 느끼며, 조용히 그림 앞에 서 있었다.


“그림이 마음에 드나?”


한숨이 약간 섞인,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실비아는 고개를 돌렸다. 혼자서는 일어서는것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배가 나오고, 얼굴에까지 살이 찐 남자가, 몸에 맞지 않는 신사복을 억지로 단추를 채워 겨우 몸에 걸친 다음, 무릎이 아파 걷기 힘들어하는 노인처럼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아, 네······”


“내가 보기에도 좋은 그림 같군.”


그는 이제 그림을 향해 시선을 돌려 조용히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투실투실한 살집에 가려, 실비아는 그가 어떤 눈으로 그림을 보고있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이 그림을 알아보다니. 그림에 조예가 깊은 아가씨로군.”


“그런가요?”


“그래. 지금 당장은, 비록 무명 화가의 그림일지라도.” 남자는 그림의 주인이 행여 듣기라도 할까봐 주변을 슬쩍 곁눈질하며 말했다. “언젠가, 아주 크게 성공할 사람의 그림이야.”


“붓 터치가 부자연스럽고, 물감의 배합이 덜 되었어요. 어딘가는 물감이 뭉쳐있고, 여긴 반대로 너무 묽어서 줄줄 흘러내렸어요. 농도를 맞추지 못해 군데군데 물감이 흘러내리며 번져있고, 그림자도 빛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뻗은 데다가···...”


“하지만, 아름답잖아?”


실비아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다시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가씨. 이렇게 우연히 그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만나서 반갑군.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가서 그림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겠어?”


“아, 저는···...죄송합니다.”


“그래?”


갑자기, 실비아의 뒤에서 올리버가 그림자처럼 앞으로 슥 걸어나와 두 사람 사이를 슬쩍 가로막아섰다.


“내 일행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아니, 아니오. 그냥, 모처럼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그래서 반가워서 그랬을 뿐이지. 뭐, 그쪽에서 별 생각이 없다면 나도 굳이 무리하진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 그림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그림의 주인이 어느 가로수의 그림자에서 걸어나오자 뒤뚱거리며 도망치듯 야외 전시장을 떠나버렸다.


“실비아. 저놈이 시비 걸지는 않았어?”


“아, 안 그랬어요.”


볼품없는 정도를 넘어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외양 너머에서, 실비아는 그 남자의 두꺼운 살점으로도 가리지 못한 마음 속 깊은 곳의 쓸쓸함을 언뜻 본 것 같았다.




골든포트의 화려한 거리에도 밤은 내려왔다. 아무리 사람들이 활기를 띄고 어떻게든 밤의 어둠을 쫓아내기 위해서 불을 밝혀도, 밤의 어둠을 온전히 이겨낼 수는 없었다. 물론, 가끔 어느 연금술사가 만든 것 같은 둥근 구형의 조명은 유난하게 밝은 빛으로 빛났지만 말이다. 거기에 조금의 재치를 부려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의 여러 색깔을 입히기도 했다. 그러면 그 구형의 조명은 어린 아이가 후 불어서 만든 비누방울이 바람에 날리듯, 각양각색으로 빛나며 어둠이 더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하였다.


“이제 좀 조용하군.”


밤이 되자 광장 근처의 공원 거리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던 무명 화가들도 자리를 떴고, 광장에서 모자를 앞에 엎어두고 노래를 부르던 음유시인은 진작에 모자를 머리에 쓰고 떠난 뒤였다. 아직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한 불쌍한 표정의 떠돌이와, 같은 떠돌이 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가슴속에 품어온 뜨거운 불씨를 조용히 그러나 아주 분명히 태우는 젊은 예술가만이 광장에 남아있었다.


“이제 우리도 슬슬 돌아가요.”


크게 하품을 하며 실비아가 말했다.


“재밌었나?”


“그럭저럭요. 다음에는 극장에 가 보면 좋을텐데.”


“그러게말야. 골든포트의 극장은 정말 커다랗고 웅장하거든.”


“가 본적 있어요?”


눈을 빛내며 실비아가 묻자 올리버는 씩 웃었다.


“아니, 없어.”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아니, 너무 화 내지는 마.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줬어.”


“아는 사람 누구요?”


“펠릭스.”


실비아는 잠시멈춰섰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펠릭스가요?”


“그래. 아직 나랑 같이 다니기 전의 이야기랬는데, 골든포트에서 괴혈병에 걸려 죽어가던 선원들을 살려준 대가로 선장이 입장권을 줬다더라.”


“그래서요? 그래서, 어마어마한 경험을 했겠죠?”


“아니, 너무 피곤해서 이제 막 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쿨쿨 잠만 잤다더라.”


그 말에, 실비아는 아주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펠릭스. 그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죠? 정말, 온갖 곳에서 온갖 사람들과 엮이는군요. 그리고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러게말야.”


“아, 여관이에요!”


밤의 어둠에 가리어 희미하게 보이는 간판을 가리키며 실비아가 말했다. 비록 간판은 어두웠건만, 여관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은 여전히 밝았다.


“그래. 그런데, 우리끼리 먼저 들어가도 되는걸까? 펠릭스를 찾아야 하는데.”


“아, 그렇네요. 하지만, 당신이 말 했잖아요 올리버. 그는,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한다고. 설마 이 번화한 골든포트에서 혼자 떨어졌다고 무슨 일이나 있겠어요? 기껏해야······”


“왁!”


“꺅!”


갑자기 어둠속에서 튀어나온 실루엣에 깜짝 놀란 실비아는 올리버에게 거의 들이받다시피 했다. 그러자, 검은 실루엣이 아주 만족스럽게 깔깔 웃기 시작했다.


“실비아! 어때요, 놀랐죠?”


“펠릭스!”


실비아는 자신을 놀래킨 존재의 정체를 파악하고, 금새 겁먹은 표정에서 화난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펠릭스. 우연이네. 이런데서 다 만나고.”


펠릭스를 때려주려고 팔을 휘적이는 실비아를 가까스로 붙잡으며 올리버가 말했다.


“아까 발견해서 계속 뒤를 밟고 있었어요. 그러니,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죠.”


“언제부터?”


“극장 이야기 할 때부터요.”


“펠릭스! 인기척을 내야 할 것 아니에요? 당신 정말, 하는 짓이 순 범죄자들이랑 다를게 뭐예요!”


“장난 좀 친것 가지고 뭘요. 그리고, 사실 재밌지 않았나요?”


“전혀요!” 결국 펠릭스를 때려주지 못한 실비아는 씩씩거리며 입을 비죽였다.


“아무튼, 잘 왔어 펠릭스. 막 여관에 들어가려던 참이었거든.”


“그래요. 그럼 밤이 쌀쌀하니 다들 안으로 들어가죠.”


펠릭스가 여관의 문 손잡이를 잡아 당기자, 안에서부터 샛노란 호박색의 빛과 따스한 온기가 여관 현관으로까지 흘러넘쳤다. 그들은 그 기분좋은 온화함에 절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렬로 줄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 침대에 누워있던 실비아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낯선 곳에서 잠 드는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곳 골든포트에서의 밤은 무언가 특별했다. 그것은 어쩌면, 그녀가 오랜 세월 살아왔던 귀족의 삶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서 얼핏얼핏 보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실비아는 귀족으로서의 삶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그러다가, 기분이 쓸쓸하고 울적해져, 그녀는 괜히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씌워버렸다.



잠시 그러고 있던 실비아는 숨 쉬기가 답답해서 도로 이불을 훅 내렸다. 그러자, 조금 신기하게도, 창문 밖에서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기분나쁘지 않은 소리.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 머리가 맑아지는 풀벌레의 구슬픈 연주소리······


“실비아?”


펠릭스의 목소리가 들려,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방 안의 촛불을 켜고, 소리가 난 쪽으로 촛불을 들이밀었다. 다행히, 그곳에 펠릭스는 없었다.


“실비아. 들려요?”


“펠릭스? 이건 또 무슨 마술이죠?”


실비아는 방안 여기저기로 촛불을 들이밀어보았다. 그러나, 그 작은 방 안에 펠릭스가 숨어있을 곳따위는 없었다.


“마술이라뇨.”


침대 아래에도 펠릭스는 없었다. 옷장 안은 물론이었다. 그러자, 펠릭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와, 실비아는 다시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보았다.


“여기에요, 여기!”


실비아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보았다. 벽에, 덩그러니 뻥 뚫린 까만 구멍이 하나 있었다. 실비아가 촛불을 슬쩍 가져와 구멍 너머를 비추자,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눈알이 있었다.


“꺅!”


“하하하!”


“펠릭스! 장난치지 말아요!”


“미안, 미안해요. 무슨 벌레가 구멍을 뚫고 갔나본데, 덕분에 아주 재미난 일이 일어났군요.”


“재미는. 하여튼, 순 애야······”


실비아는 씩씩거리며 촛불을 도로 껐다.


“아직 깨어 있었나요?”


“그래요. 당신은요?”


“뭐, 저도 비슷해요. 머리가 좀 복잡해서.”


“그래요?” 실비아는 놀리듯이 말했다. “아주 의외네요. 당신은 도무지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이던데.”


“그런가요?”


“그래요! 생각이라는게 있었다면, 숙녀를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지는 않았을테니까!”


“하하! 숙녀라.”


“왜요! 맞잖아요!”


펠릭스의 웃음소리는 잠시 들리다가 금새 멎었다.


“아무튼, 실비아. 아직 안 자고 있던거죠?”


“그렇죠. 차라리 진작 잠들었으면 좋았을텐데요.”


벽에 등을 기대며 실비아가 말했다.


“왜요?”


“당신의, 이 웃기지도 않는 장난에 장단맞춰주지 않아도 됐을테니까요!”


“아, 맞아. 그래요. 같이 장단 맞춰줘서 고마워요 실비아. 그건 정말 고마워요.”


“됐어요. 이제와서······”


실비아는 두 무릎을 가슴께로 끌어안았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요?”


“네?”


“뭔가, 있을것 아니에요. 아닌가요?”


펠릭스는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저벅저벅 소리를 내다가 다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옛 친구를 만났어요.”


“그래 보이더군요.”


“건강하던데요.”


“네. 그것도 그래보였어요.”


“그 친구가.” 펠릭스는 잠시 침묵한다음 말했다. “위험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있는것 같더군요.”


“네? 그럼 어떡해요?”


“그러니까요. 어떡하는게 좋을까요?”


“당장 경비대에 알려요!”


“그러면, 그 친구는 큰 곤경에 빠질 텐데요.”


“하지만, 범죄는 안 된다고요!”


“그러면 난 그 친구의 믿음을 저버리게 돼요.” 펠릭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


“그래도, 범죄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 적은 없어요. 위험하다고만 했지.”


“그게 그거 아닌가요?”


“다르죠. 미묘하게. 그렇지만, 사실 조금 씁쓸하긴 하더군요. 재밌는 친구였거든요. 돈을 정말 좋아했죠. 같이 연금술을 배울 때를 아직 기억해요. 숲으로 들어와 한달 동안은 조용히 배우다가, 갑자기 스스님께 무턱대고 묻더군요. 그래서, 금으로 바꾸는 약은 언제 배우냐고. 그 이야기에, 스승 제자 할것 없이 우리 모두가 웃었죠.”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만큼 돈에 진심인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그 못지않게 연금술에도. 그친구는 재능은 부족했지만, 그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꿨거든요. 아직도 기억해요. 한 밤중에,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가보니 솥에 약을 끓이던 첼시가 그 옆에서 깜빡 잠이 들어있었던 적도 있었죠.”


“재난 추억이네요. 그래서, 그 사람이 위험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요?”


펠릭스는 잠시 침묵한 다음 대답했다.


“제 추측이지만요.”


“글쎄요. 저라면······”


실비아는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그만 입에 풀을 바른 것처럼, 두 입술이 붙어버린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비아?”


“아, 아녜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요.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내일 경매장에서 그 친구와 한번 부딪히게 될 것 같아요.”


“네?”


“외뿔소의 뿔. 기억하죠?”


“네. 재료중 하나잖아요. 그것때문에 이번 여행을 떠나온 거고.”


“그걸, 그 친구도 노리거든요.”


“양보해 달라고 그래요.”


펠릭스의 한숨소리가 벽을 넘어 실비아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힘들것 같네요.”


실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친구는 돈이 많나요?”


“많겠죠. 아! 낙찰은 걱정마요. 그 친구는, 돈이 많다고는 해도 정도를 아는 사람이니까.”


“위험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면서요?”


“범죄는 안 저지르거든요. 내가 아는 한, 아직까지는. 뭐, 아무튼, 그냥 친구 생각이 나서 마음이 뒤숭숭해서 한번 말 붙여 봤어요. 너무 시간 뺏어서 미안하네요.”


“됐어요. 이제와서 무슨. 평소처럼 오만하게, 뻔뻔하게, 낯짝두껍게 하라고요. 오히려 지금처럼 괜히 신경써 주는게 더 징그러우니까.”


“하하! 그래요. 고마워요 실비아.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늦잠자서 내일 경매에 늦으면 아주 우스운 꼴이 될테니까.”


“그래요. 수고해요 펠릭스.”


그러나 펠릭스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실비아는 조심스레 구멍에 귀를 가져다 대고 가만히 숨을 죽여 보았다.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숨소리조차도. 실비아는 잠깐 걱정을 했다가 다시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침대에 몸을 뉘였다. 어쩐지, 알 수 없는 쓸쓸함에 마음을 뒤척이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긴 실비아는 그날 밤이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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