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밤나무숲에 둘러싸여 밤숲마을이라 불리는, 도시 뉴캐슬 근처의 조그만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숲 속으로 빠지는 오솔길을 따라가다보면 연금술 가게가 하나 있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정작 찾는 사람에게 별로 행복을 주지도 않고 가게라면서 툭하면 장사를 쉬는 이상한 곳이었다.
그 가게는 지금 모든 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며 먼지를 토해내고 있었다.
“어휴! 진짜. 처음 만났을 때 빗자루질 하고 있길래, 제대로 청소하는줄 알았는데. 바닥만 쓸고, 이게 다 뭐람!”
실비아는 먼지떨이로 선반과 책장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냈다. 그러자 먼지 사이에 숨어있던 나방이 포르르 날아올랐다.
“이런건 다 그동안 어디 쳐박아 둔 거야?”
올리버는 빈 나무 궤짝을 벌써 여섯개 째 연금술 가게 밖으로 꺼내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쬐끄만 다람쥐 한 마리가 놀아달라는듯 올리버의 팔을 오락가락하며 보챘다.
“코튼! 지금은 바빠. 청소하잖아. 잠깐만······아니, 어이쿠!”
새파란 광택이 반짝이는 비늘로 뒤덮인 큰 도마뱀이 햇볕을 쬐다가, 그만 올리버에게 밟힐뻔했다.
“야, 네이비! 너까지 왜그래! 밟을뻔했네.”
도마뱀은 눈을 끔뻑이더니 슬금슬금 살짝 앞으로 기어가 다시 햇볕 아래에 납작 엎드렸다.
“실비아. 그러고보니, 무슨 집 청소하는 약도 있다 하지 않았어?”
“있어요.”
“그럼, 그거 쓰면 안 돼?”
“눈속임이에요! 잠깐 반짝거리는 가루에 향기로운 냄새를 섞어 뿌리는 거예요.”
“순 사기구만.”
“그러니 청소하는 약이 아니라, 청소한 것처럼 깨끗해 보이는 요정의 약인거죠. 하여튼, 연금술이란. 순 말장난 뿐이야! 이런 줄 알았으면 안 배우는건데.”
“그러게. 엇차. 이게 마지막인가?”
올리버는 마지막으로 반쯤 썩어가던 궤짝을 꺼내 가게 밖으로 휙 던졌다.
“이쪽도 다 끝났어요.”
“그럼, 이제······아. 마침 오는군.”
오솔길 끄트머리에서 가게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우두커니 서서 바깥을 향해 활짝 열린 가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다들 뭐하는 거예요 지금?”
“청소해요!”
가게 안에서 실비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니! 어디 뭐가 있는줄 알고! 당장 손 떼요! 아, 그건 안 돼-!”
펠릭스는 후다닥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 두 사람의 실랑이 소리가 가게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도로 안으로 들어가려던 올리버는 여전히 놀아달라고 보채는 코튼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린 도마뱀 네이비에게 중얼거렸다.
“여전하네.”
도마뱀은 올리버의 말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눈만 한번 끔뻑했다.
“어휴. 요즘 보기드문 연금술사라는 녀석들이, 하는 짓은 순 어린애랑 똑같다니까. 어이, 적당히 해!”
올리버는 코튼을 어깨에 올려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두 사람의 실랑이 소리에 말리는 올리버의 목소리까지 섞여 가게 밖으로 새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납작 엎드려 있던 도마뱀은 또 눈을 끔뻑끔뻑 하더니 소란을 피해 수풀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갔다. 정오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가게는 요란 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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