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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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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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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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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수 :
13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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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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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정의 시작-30

DUMMY

어전 회의가 열렸다.


왕;

“세법과 형법을 바로 하는 일이야말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죄지은 자가 그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합당한 벌을 받고, 가진 자는 가진 만큼, 덜 가진 자는 덜 가진 대로 그에 맞는 조세를 내도록 한다면, 백성은 근심 없이 일하고 화평 할 것이다.”


신하들;

“···..”


왕;

“법제부에서는 고금의 형법들에 대해 조사하고, 또한 외국의 사례도 널리 살펴 우리가 본받을 만한 형법 사항들이 무엇인지 정리하여 올리도록 하라. 일차로 그것을 가지고 의논하여 큰 틀을 정할 것이다.”


신하들;

“···..”


왕;

“또한 세법의 조정을 위해, 각성에 전교를 보내어 양민의 수가 정확히 얼마인지, 그들이 가진 땅과 수확하는 한 해의 곡식의 양은 얼마인지, 그 땅에 부여된 세의 양은 또 얼마인지 파악하여 올리도록 하라.

그것들을 근간으로 세법을 새로이 조정할 것이다. 각성에서 올린 보고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민사청에서 관료들을 보내어, 그 과정을 살피게 할 것이다.”


내내 말없이 듣고만 있던 대신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하오나 전하, 아직 민사청의 수장이 정하여 지지 않았사옵니다. 어찌 처분하실지···?”


왕;

“정해졌노라. 민사청 수장은 들라.”


대전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 신하들 사이에서 곧 커다란 동요가 일어났다.


신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들어오는 이는 바로 강천이었던 것이다.


왕;

“민사청 수장에 강천공을 임명할 것이다. 공은 민사청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하라.”


강천;

“소신, 충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



대비;

“강천공, 강천공이라니요? 대소신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중전인 나를 국정을 농락했다며 능멸을 했던 자입니다.

능지처참을 해도 모자랐을 자를 마음 약하신 선왕께서 고작 파면으로 대신하셨을 때, 제 심정이 어떠했는지 아십니까?

파면을 당하고도 하루가 멀다하고 상소를 올려, 저와 우리 가문을 멀리하시라 말하던 그 자를, 내 찢어발기고 그 뼈를 발라 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란 말입니다!”


산양의 젖처럼 깨끗하고 맑은 피부가 자랑인 대비의 얼굴이 지금은 흥분과 분노로 붉게 타올라있었다.


눈에선 살기가 돌고, 피처럼 붉은 연지가 발린 입술 사이로는 침이 튀었다.


마치 그것이 강천의 목덜미라도 되는 양 치맛자락을 비틀어 움켜쥔 섬섬옥수 귀한 손은,하얗게 질리고 툭툭 보기싫게 정맥이 튀어나올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사적으로는 사촌 오라버니가 되는 해현이 맞은편에 앉아, 그런 대비의 분노를 묵묵히 들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대비;

”어디 그뿐입니까? 역모를 꾸민다 고변을 당했던 자이기도 하지요.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풀려나기는 했으나 그것이 말이 됩니까? 한나라의 국모인 나를 능멸한 것이 역모가 아니라면 세상 무엇이 역모가 된단 말입니까?”


해현;

“······”


대비;

“이럴 수는 없습니다. 나를 어미로 생각한다면 주상이 이럴 수는 없어요. 안되겠습니다. 내가 이리 앉아 당할 수는 없지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대비의 앞을 해현이 막아섰다.


해현;

“마마, 고정하십시오.”


대비;

“고정? 지금 고정이라 하셨습니까? 내가 왕의 어미입니다. 비록 내가 저를 내 속으로 낳지는 않았으나 내가 어미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헌데 하고 있는 짓거리를 보세요. 이것을 참고 보아야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지요. 암요, 아니될 일입니다. 제 아무리 왕이라 하나, 불효하는 자식에게 매를 드는 어미를 누가 탓할 수 있겠습니까?”


해현;

“마마!”


대비;

“길을 비키세요. 아니 비키시면 비록 오라버니라 해도 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해현;

“마마, 고정하시고 우선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다 들으시고도 가신다 하시면 그땐 신이 마마를 모실 터이니, 우선 좌정을 하십시오.”


그러나 조금의 진정 기미도 보이지 않는 대비였다.


가로막는 해현을 원수인양, 흡사 왕인양 노려볼 뿐 앉을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대비를 향해 해현이 달래듯 말하였다..


해현;

“이것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입니다, 마마.”


대비;

“흥! 전화위복?”


해현;

“예, 마마. 강천이 누구이옵니까? 제 똑똑한 머리 하나만을 믿고 안하무인인 자이올시다. 자고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하였거늘, 그자는 날이 갈수록 고개를 뻣뻣이 세우는 자가 아닙니까?”


대비;

“그래서요?”


해현;

“곧 꺾일 것입니다. 마마께서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저 혼자 사방으로 날뛰고 부딪쳐 적들을 만들어내고, 종내에는 제 무덤을, 제 명줄을 제 손으로 꺾을 자이옵니다.

지난 날을 되돌이켜 보시옵소서. 관직에 있은 날보다 귀양을 가거나 옥에 갇혀 있던 날이 더 많았던 자가 아닙니까? 허니, 마마, 때를 기다리시옵소서.”


대비;

“······”


해현;

“그런 안하무인인 자를 불러들여 중책을 맡기시고, 하여 조정에 혼란과 불신을 초래한 분이 누구입니까? 바로 전하시옵니다. 그러니 마땅히 전하께서 온전히 그 책임 또한 지셔야 할 것임은 명약관화하지 않겠습니까?”


화가 가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새 자리에 앉아 미간에 주름을 잡히고는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대비였다.


해현은 안도했다. 영리한 대비이니만큼 결국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임을 의심치 않는 것이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였다. 풋내기 왕을 무너뜨릴, 아니 제 풀에 왕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이니···



**



운초;

“저희는 응양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만···.?”


강천;

“사람이 부족하니 하는 수 없다. 너희 대장에게는 양해를 구했으니 그리들 알거라.”


서류에 눈을 준 채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4인방의 얼굴을 잠깐 쳐다본 것을 제외하곤, 강천의 고개는 한번도 들리지 않았다.


입으로는 4인방이 앞으로 맡게 될 임무를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강천의 눈과 손은 서류들을 읽고 분류하고, 첨삭하는 일로 내내 분주하였다.


재주도 좋으시네. 헷갈리지 않을까? 그런 4인방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듯 했다.


슬쩍 넘겨다 본 바,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강천의 글씨는 흠잡을 데 없는 달필에, 형식과 내용 면에서도 조금의 어긋남이 없었던 것이다.


전하의 어명에도 불구하고 조정 대신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온갖 핑계를 대어가며 민사청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는 4인방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사람도, 물자도 모두 턱없이 부족하여 민사청 관료들은 한 사람이 두 사람, 세 사람 몫을 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역부족이라는 말 또한 들은 바였다.


직접 와서 보니 사정이 딱한 것이 확연했다. 자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4인방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란;

“무예를 익히고 진법을 연구하였을 뿐, 셈과는 무관하게 지낸 저흽니다. 명하신 일은 아무래도 할 수 없을 듯싶습니다.”


란의 항변에 강천공이 붓을 멈추고 시선을 들어 4인방을 보았다.


맙소사. 저승사자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살점 하나 없는 강파른 얼굴에 매의 부리만 같은 높고 사나운 코, 거기에 시퍼런 불길을 품은 듯한 저 형형한 눈빛까지.


잘못하면 저 눈빛에 정통으로 맞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4인방은 움찔하였다.


자기도 모르는 새 스르르 눈을 내리깐 4인방의 머리 위로 강천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와 꽂혔다.


강천;

“할 수가 없다?”


크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래서 더더욱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란이 옆에 서있는 강협의 발을 툭 찼다. 이럴 땐 신뢰와 믿음의 상징, 강협이 나서는 것이 친구들 사이의 불문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강협이 모른체 했다. 서릿발 내리는 강천의 시선은 용감무쌍한 강협의 입마저 막아버린 것이다.


재차, 삼차, 란이 발을 차대고서야, 강협은 없는 용기를 짜내어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강협;

“그것이···. 그러니까···. 저희가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역량이 되지 못함을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역량 부족으로 공은 물론 전하와, 나아가 나라의 큰 일에까지 누를 끼치게 될까 염려하는 것이니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 다른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 됐든 저희가 성심을 다해···.”


어느새 강천의 시선은 다시 서류 위로 옮겨가 있었다. 잔뜩 얼어붙은 방 안 공기와는 판이하게 지극히 담담한 목소리로 강천이 말하였다.


강천;

“향후 백성들의 삶과 직결되는 세법의 근간을 만들기 위한 일이니,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따로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터.

각 성에 파견될 민사청 관료들과는 따로이 너희들을 은밀히 보내 조사토록 하는 이유는, 필시 세법을 조정 하는 것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조사와 감시를 담당할 민사청 관료들이 저들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너희는 저들이 숨기고자 하는 진실을 알아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자연 위험도 따를 것이고.”


그 지극히 담담한 목소리를 듣는 4인방의 피부 위로 오소소 소름이 돋은 것 역시, 순전히 기분탓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강천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강천;

“공식적으로 임무를 수행중인 민사청 관료에게 위해를 가하기는 저들도 망설일 것이나, 숨겨진 너희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저들은 지체 없이 너희를 해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무예를 익힌 너희들이 이 일의 적임자라 생각해 전하께서 친히 천거하셨거늘, 지금 전하의 판단이 틀렸다, 그리 말하는 것이냐?”


말문이 막힌 4인방이 눈알을 뒤룩거리며 장승처럼 서 있는데, 강천이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물론 시선은 서류에 준 채로였다.


강천;

“일이 급하니 오늘밤 떠날 수 있게 준비들 하고 다시 오거라. 몇가지 일러줄 것이니.”



**



대장;

“대진국의 사신이 국경을 통과했다 합니다.”


연달손;

“연통도 없이···.? 무슨 일이라 하던가?”


대장;

“그것까지는 알 수 없으나 대진국 황제의 친필 서한을 가지고 왔다 합니다.”


왕의 얼굴 위로 순간 불안감이 짙게 어렸다.


늙은 연달손의 얼굴 위로도 역시나 의혹과 불안이 동시에 일렁거리고 있었다.



**



대전을 걸어 나오던 대장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쏠린 곳은 한 궁녀의 얼굴 위였다.


대장;

“누구냐?”


궁녀;

“예?”


대장;

“처음 보는 얼굴이다. 어찌 여기 있느냐?”


궁녀가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하자, 늙은 궁인 하나가 다가와 대신 답을 하였다.


궁인;

“송구합니다. 궁녀 여럿이 오늘 아침 갑자기 배앓이 병이 나, 그 수가 모자라기에 데려왔습니다. 미리 말씀 드린다는 것이 그만 깜박 잊고 말씀을 올리지 못했나 봅니다.”


대장;

“전각 밖으로 물리게.”


궁인;

“예?.... 아 예, 그리하겠습니다.”


왕의 안위를 책임지는 응양군 대장의 명에 따라, 대전을 떠나는 궁녀의 표정 위로 낭패감이 그득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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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여정의 시작-28 18.04.04 2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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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여정의 시작-26 18.03.30 215 1 9쪽
25 여정의 시작-25 18.03.28 2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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