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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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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73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4.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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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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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29

DUMMY

같은 시간, 왕의 처소에서도 작은 회합이 열렸다.


연달손;

“지금 강천공이라 하셨습니까?”


왠만한 일에는 놀라는 법이 없는 연달손이 지금은 진심으로 놀라 물었다.


그 저변으로는 부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겠기를 바라는 심정이, 또한 고스란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에 반해 왕의 표정은 지극히 담담하였는데, 그것 또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는 연달손이었다.


왕;

“예. 민사청 수장으로 강천공을 앉히려 합니다.”


아직 어리시다, 순간 연달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국내 사정에 대해, 또한 현실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신다. 하기는 야만국에서 성장기를 모두 보내셨으니···. 휴우.


늙은 연달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크고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왕;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오직 백성만을 생각하여 감사를 펼칠 인물은 강천공뿐이라 생각합니다.”


연달손;

“성정이야 바르지요. 여섯살 때 지은 시가 시성이라 불리던 만직 선생을 놀라게 할 정도였으니 영민함 또한 증명된 바이고요...

허나 너무 꼿꼿합니다. 대나무의 절개를 지녔다 말할 수도 있겠으나, 보기에 따라선 융통성이 없다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신들의 반발이 녹록치 않을 것이 자명하거늘, 하물며 강천공을 그 수장 자리에 앉힌다 하시면 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왕;

“언제까지 저들의 눈치나 살펴서야 개혁이 가능하겠습니까?”


연달손;

“전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허나 처음부터 강경일변도로 가신다면, 저들 또한 사활을 걸고 전하의 뜻을 꺾으려 들 것입니다.

하나를 이루려면 하나는 내주어야 하는 법입니다. 민사청은 신설하시되 그 수장은 바르되 온화한 인물로 정하시지요.”


왕;

“······”


연달손;

“전하, 지금은 힘을 기르실 때이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전하의 사람들을 늘려가시옵소서. 하오면 전하의 뜻을 온전히 펼치실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왕;

“바르되 온화한 인물···.”


연달손;

“송정공은 어떠십니까?”


왕;

“송정공··· 온화하다기보다는 유약하다는 말이 더 옳지 않습니까? 부러질지언정 뜻을 꺾지 않는 소신있는 자가 지금은 필요한 때라 생각됩니다.”


연달손;

“전하!”


왕;

“외조부님의 말씀이 틀리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저들은 내가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양보하라 말할 자들이란 것입니다.

저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군왕으로서의 아량이나 인정이 아닌, 나의 유약함으로, 저들 자신의 강함으로 해석될 것이 또한 분명합니다.

저들의 오만방자한 생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장차 제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연달손;

“······”


왕;

“이번 참에 왕의 위엄을 보여 군신의 위계를 바로 세우고자 하니, 외조부님께서도 부디 제 뜻에 따라주세요!”



**



허름하지만 깨끗하게 치워진 농가의 방에 강천과 연달손이 마주 앉았다.


두사람 사이에는 역시나 소박하지만 정갈한 술상이 놓여있었다.


강천;

“한잔 받으시지요. 제가 직접 담근 약초주인데 맛이 괜찮습니다.”


연달손;

“···..좋군.”


술잔을 비운 연달손이 말하니 강천이 한잔 더 따르며 말했다.


강천;

“한잔 더 하십시오. 이것이 뒤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날 멀쩡히 일어나 일을 나갈 수가 있으니 이만한 술이 또 없습니다.”


연달손;

“···..좋아 보이는군.”


두번째의 술잔을 비운 후, 연달손이 강천의 얼굴을 보며 말하였다.


이제 갓 오십을 넘겼으니 나이만으로 본다면 강천은 연달손의 아들 뻘이었다.


그러나 살아온 세월의 고단함을 증명하는 듯 강천의 얼굴은, 연달손의 동생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겉늙은 모습이었다.


강천이 조정에 몸을 담았을 당시, 그에게는 목숨을 내놓고 사는 자의 비장함이 어려있었다.


또한 부정한 세상과 불의한 무리들을 향한 서늘하고도 위험천만한 공격성이 마구 풍겨져나와, 그렇지 않은 자들까지도 가까이하기를 꺼렸을 정도였다.


그랬던 강천이 지금은 편안히 늙은 촌부의 얼굴로 웃고 있으니, 좋아 보인다는 연달손의 말은 과장된 것이랄 수 없었다.


강천;

“하하, 그렇습니까? 몸이 좀 고될 뿐 마음이 편안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기는 합니다.”


연달손;

“전하께서 자네를 보고 싶어 하시네.”


강천;

“저를요? 하하. 겨우 두달 남짓 스승이었던 자를 잊지 않으시고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감읍할 뿐이다, 그리 대신 말씀 올려 주십시오.”


연달손;

“자넬 쓰고자 하시네.”


술잔을 들려던 손길을 멈추고, 강천은 의아한 얼굴로 연달손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천장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웃어대는 강천이었다.


강천; “하하하 하하하하하!”


연달손;

“···. 우스운가?”


강천;

“하하하. 죄송합니다. 하기는 아홉살 어린 나이에 가셔서 10년을 계셨으니···

하하하. 만류를 하셨어야죠. 당연 그리 하셨어야 할 분이 이리 찾아와 그 말씀을 전하시니 제가 웃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연달손;

“만류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내가?”


강천;

“······”


연달손;

“아니 된다, 여러 번, 그것도 간곡히 말씀을 올렸네. 허나 전하께선 자네가 꼭 필요하다 하시더군.”


강천;

“사람들이 절 뭐라 부르는지도 말씀 올리셨습니까? 벽창호라고 부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위인이다 하여서요.

어디 그뿐입니까? 싸움패에 저승사자, 천하의 불상놈 등등, 차고 넘치는 별명 중에 좋은 것이 하나 없습니다. 그런 저를 쓰시겠다고요?”


연달손;

“······”


강천;

“항간에 그런 말이 돌더군요. 야만국에 무려 10년이나 볼모로 잡혀계셨던 탓에, 반야만인과 다를 바 없으신 전하시라고 말입니다···”


연달손;

“어허! 말을 삼가게. 입에서 나온다고 그것이 다 말이겠는가?”


강천;

“공도 참으로 딱하십니다. 말을 삼갈 줄 아는 위인이었다면 천하의 불상놈 소리를 들었겠습니까?”


연달손;

“..···”


강천;

“관료의 뜻을 접은 지 오래입니다. 만약 제가 조정에 나간다면 전하께 누를 끼칠지언정 도움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그답지 않게 잠시 주춤하며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으나, 강천은 이내 마음을 바꿔 좀더 강건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강천;

“제 여식에게 한 약속을 파기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못난 애비이나 이번 약속만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허니 부디 이런 제 뜻을 잘 말씀드려 주십시오. 부탁 드리겠습니다.”



**



며칠 후.


나뭇짐을 하나 가득 실은 지게를 지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강천이었다.


갖은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옆에서 걷던 딸 정화가 집 쪽을 보며 말하였다.


정화; “누가 집에 왔나봐요.”


과연, 불 꺼진 집 마당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강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절을 하는 강천을 왕이 보고 있었다. 절을 마친 후에도 강천이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자 왕이 말하였다.


왕;

“앉으세요.”


강천;

“···.”


왕;

“앉으시라니까요.”


마치못한 듯 강천이 자리에 앉자 왕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였다.


왕;

“내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들었습니다.”


강천;

“송구하오나 전하···.”


왕;

“그래 어쩔 수 없이 제가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강천;

“황공하옵니다. 하오나 전하···.”


왕;

“잠시만요. 먼저 제가 따님을 좀 뵈어야겠습니다.”


강천공;

“?”


왕;

“따님을 불러 주시겠습니까?”



**



왕;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모함을 받아 부친과 두 오라버니가 옥고를 치르는 와중에 고신을 당한 두 오라버니가 옥중에서 병사하고, 그 충격으로 모친께서 돌아가셨다지요?

그래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은 없을 거다, 관직에 나가는 일은 없을 거라 부친께서 따님께 약조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정화;

“···.예.”


왕;

“왕된 자로서 그 일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당황한 정화가 어찌할 바를 몰라 숙였던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수그렸다. 놀라기로는 강천역시 결코 덜하지 않았다.


강천;

“전하! 어찌!”


왕;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은 없을 거라 내가 약조하겠습니다. 허니 아버님을 잠시 내게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강천;

“전하, 어찌 이러십니까? 소신이 무어관대···”


왕;

“어릴 적 스승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왕이란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죄인이 환생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때문에 백성이 모두 배불리 먹고 편안히 잠들 때에도, 홀로 깨워 백성과 나랏일을 근심하고, 또 근심하며 노력할 때에만 전생의 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를 소홀히 하고 왕이란 자리에 취해 호위호식하기만 한다면 내세엔 금수로 태어날 것이다. 기억하십니까?”


강천;

“..···.”


왕;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왕이란 큰 귀와 큰 눈을 가진 자를 이름이니, 입은 있으되 제 뜻을 표현치 못하는 가장 비천한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존재하되 세상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자들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 자는 왕이라 할 수 없다, 그리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 또한 기억하십니까?”


강천;

”..···.”


왕;

“하여 저는 보고, 듣고자 합니다. 스승님이 말씀하신대로 큰 귀와 큰 눈을 가지려 합니다. 허나 아직 어리고 미욱하여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궁의 담은 높기만 하고, 백성들에게로 가는 길을 막고 선 자들의 벽은 그보다도 더 높고 견고하기만 하니, 어찌해야 좋을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어찌해야 그 막힌 길과 담을 뚫을 수 있는지, 제게 길을 여는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제 막힌 눈과 귀가 트이도록···.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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