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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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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93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2.09 14:15
조회
371
추천
2
글자
10쪽

여정의 시작-5

DUMMY

대장;

“임기를 마친 용호군들이 오늘 돌아갑니다. 인사를 받으시겠습니까?”


왕세자가 읽고 있던 책장을 넘기니,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조용히 방안을 채울 뿐, 왕세자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활달하고 호기심 많던 아이는 진중함을 넘어 침울한 청년이 되어버렸다. 맑은 날 태양 아래서 까르르,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이 좁은 방안에서 웃음도, 말도 잊은채 하루하루를 견디어낼 뿐이다.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도 미워하며, 증오하고 적대시하며··· 혹은 연민하며···.


왕세자를 바라보는 용호군 대장의 가슴 한쪽이 찌르르 저려왔다.


정작 자신의 아이들이 크는 모습은 보지 못한 대장이었다. 대진국에 오고 처음 몇 년간은 아이들이 보고싶어 그리움에 젖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감정은 희석되어갔다.


그의 아린 가슴을 대신 채운 것은 어린 왕세자였다.


모후를 잃고 부왕의 품까지 떠나온 어린 왕세자. 대장을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 따르던 작은 아이.


열이 오르고 아픈 날이면 아이는 대장의 크고 두꺼운 손을 잡고서야 잠이 들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며 한밤중에 대장의 방에 찾아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스승인 비연달공에게 혼이 났다며 풀이 죽었다가도 대장의 얼굴만 보면 금세 방긋하고 미소를 지어보였던 아이···..


대장은 결코 자상한 사람도, 섬세한 사람 또한 아니었다. 그는 무인답게 근엄했으며 무자비한 면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전력을 알지 못하더라도 푹 패인 커다란 뺨의 흉터, 그리고 이지러진 입술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친 자식도, 아내도, 심지어는 노모마저도 자식인 대장을 어려워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작은 아이는 처음 대장과 얼굴을 마주하였을 때, 울거나 숨는 대신 이렇게 말했었다.


“그거, 만져 봐도 돼요?”


무릎을 낮춰 얼굴을 만질수 있게 해주자, 아이는 작고도 연약한 손을 들어 대장의 얼굴에 난 흉터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말을 했다.


“많이 아팠어요···..?”


연민을 가득 품은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때의 그 가슴 먹먹함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살아있는 한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감히 품어서는 안될 불충한 생각이겠으나 대장에게 왕세자는 자식이었다. 지켜야 할 주군인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아픈···. 나의 아이였다.


···..


대답이 없는 왕세자를 잠시 바라보다 대장은 방에서 물러나왔다.


복도로 나와 걷자니, 뒤에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왕세자였다.


대장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대장;

“어디 가십니까?”


왕세자;

“···.바람이나 쐴까 해서···”


말을 흐리며 왕세자가 대장의 옆을 지나쳐갔다.


오래간만에 처소를 나서는 왕세자를 향해 보초를 서고 있던 복도의 용호군들이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장의 얼굴 위로 조용한 미소가 떠올랐다. 왕세자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



왕세자가 처소 뒤, 작은 언덕 위에 올랐다.


저 아래로 임기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23명의 용호군들이 숙소 마당에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귀국인사를 드리겠다는 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왕세자는 저들의 노고를 치하하려는 것이었다.


용호군들 중 한 명이 그런 왕세자를 발견하였다. 23명의 용호군들이 일제히 언덕을 향해 서, 자신들의 주군을 향해 예를 취하였다.


왕세자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마치 부끄러운 짓을 하다 들킨 사람마냥.


훈련장으로 돌린 왕세자의 시선 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자들이었다. 무술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도착했다는 신입 대원들이 분명했다.


23 대 4···. 경력 4,5년의 고참자 스물세 명과 한눈에도 미숙하고 어설퍼 보이는 신참자 네 명의 교환이라···.


왕세자의 처지가 지금 어떠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냉엄한 현실이라 할 수 있었다.


오늘 떠나는 23명 전원은 자신들과 교대하는 용호군의 수와 질을 알게 된 어제, 귀국 명령을 철회해 달라는 탄원서를 올렸었다.


왕세자는 그들의 탄원을 물리쳤다. 자존심과 자포자기의 중간쯤 되는 무엇 때문이었으리라.


이유는 다르지만 용호군 대장 역시 부하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국의 명령을 거부할시 불어닥칠 후환을 염려해서였다. 바람 앞에 촛불인양 위태위태한 왕세자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매사 소심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장의 판단이었다.


대장;

“어제 새로 온 용호군들입니다. 모두 무예가 출중하니 수의 적음은 보상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참으로 어줍잖은 변명이지 않은가··· 입 밖으로 꺼낸 순간 대장 스스로 사실을 자각하였다. 그러나 줏어담을 수도 없는 일, 대장은 자신의 혀를 깨물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로 팔과 다리가 가지런히 모아져 있고, 흡사 잠을 자고 있는양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실상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은 죽은 이의 시체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용호군 대장이 시체를 살폈다.


부대장;

“지난번과 같습니다. 혈을 잡아 죽인 것으로 보아 무예 실력이 뛰어난 자입니다.”


대장;

“..···”


부대장;

“한 방을 쓰는 궁녀의 의하면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찾아보니 이런 상태였다 합니다.”


대장;

“···..”


부대장;

“벌써 세 번째입니다.”


대장이 몸을 일으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대장;

“입 단속 단단히 시키게. 외부로 알려지면 필시 대진국 쪽에서 이곳의 치안을 맡겠다 나설 것이야.”


부대장;

“그렇긴 합니다만··· 용호군의 수가 워낙 적습니다. 저하가 머무시는 처소 주변의 경계를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 자연 그 이외 지역을 지키는 용호군의 수를 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차가 확연히 눈에 보이니 궁인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궁인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장;

“불안감이라니? 내 철저히 비밀에 붙이라 했거늘!”


부대장;

“죽은 시체를 직접 목격한 궁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비록 발설치는 않는다 해도 기색까지 감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돌림병도 아닌데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꺼내놓고 말을 안한달뿐 모두들 짐작은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

“······”


부대장;

“2년이면 임기를 마치고 교대를 하는 용호군과 달리 궁인들의 대부분은 저하를 모시고 이곳에 왔던 자들입니다. 길면 10년, 짧아도 5년 이상.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한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급품은 줄어들어 겨우 궁핍을 면할 정도이고, 거기에 궁인들까지 죽어나가고 있으니···."


대장;

"...."


부대장;

"이대로는 안됩니다. 재작년엔 저하를 노린 살수까지 들이닥쳤던 상황 아닙니까? 본국에 요청을 하십시오. 상황을 알리시고 다만 용호군의 수만이라도 늘려달라 청하셔야 합니다!”


대장;

“그럴 순 없네.”


부대장;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됩니다.”


대장;

“그동안 올린 장계 중 어느 하나도 전하께 바로 올라간 것이 없네. 모두 중궁전에서 빼돌려 그들이 선별해 전하께 올렸지. 그런데 이곳에서 궁인들이 살해 당하고 있다 알린다면, 저들이 어찌 나올 것 같은가?”


부대장;

“···.허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대장;

“일단 기다려 보세. 비연달공께서 가셨으니 전하를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릴 게야. 전하께서 이곳 사정을 제대로 알기만 하신다면 대책을 강구해 주시겠지. 그러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보세”



**



밤새 보초근무를 섰던 4인방은 근무에서 풀려나자,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강협;

“배 고파 죽는 줄 알았다.”


배고픈 곰이 되어버린 강협이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대진국에 온지 겨우 나흘만에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란;

“나도!”


말과는 달리 여전히 쌩쌩한 란이 냉큼 동의를 표했다.


강협;

“무슨 놈의 근무를 밥 때를 넘겨가며 하냐고?”


왠만해선 불만을 말하는 법이 없는 강협이 확실히 달라졌다. 이것 역시 고작 나흘만의 변화였다.


하영;

“사람이 부족하니, 하는 수 없지.”


역시 기운빠진 목소리이긴 했지만 하영은 그답게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협;

“근무가 빡 센 것도, 잠을 안 재우는 것도 상관없어. 다 상관이 없는데··· 밥이 부실한 건 난 정말 못참거든.”


남들의 한배 반이 되는 체격이니 식사량이 많은 것도 당연지사였다. 진정성 가득한 푸념을 늘어놓던 강협이 순간 콧구멍을 벌룽거렸다. 어렴풋이 밥냄새를 맡은 것이다. 냄새만으로도 기운이 나는지 웅크렸던 강협의 어깨가 조금은 펴졌다.


운초;

“이게 다 중궁전···”


대진국에 도착하면서부터 내내 삐딱선을 타고있는 운초였다. 란이 운초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세게 쥐어박아 말을 막았다.


운초;

“악! 야, 너 미쳐···..”


새된 소리를 지르던 운초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궁녀들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꿀떡 말을 삼켰다. 그리고는 예의 큰 미소를 가득 실어 궁녀들 쪽을 향해 날려보냈다.


궁녀들이 소매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종종걸음으로 4인방의 옆을 지나쳐 가려는 궁녀들을 향해 세상 다시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운초가 말하였다.


운초;

“어허, 천천히···. 그러다 넘어져 그 고운 얼굴들에 생채기라도 생기면 내 마음이 아프지 않소.”


운초의 너스레에 까르르, 궁녀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젊고 잘생긴 이성을 향한 호기심의 시선들이 재빨리 4인방을 훑고 지나갔다.


작가의말

손에 넣은들 쓸데도, 의미도 없을

제 꼬리를 잡아보겠다고

한자리에서 뱅글뱅글 맴을 도는

강아지를 보며 하하 웃다 그만 두었습니다.

강아지는 귀엽기라도 하죠.

사람인 저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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