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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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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75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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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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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23

DUMMY

골목길로 뛰어들어온 란은 쫓는 자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잡았던 왕세자의 팔을 놓았다.


란;

“저하, 여기 계십시오. 움직이시면 절대 안됩니다!”


골목 옆 집의 지붕 꼭대기로 란이 몸을 날려 올라섰다.


저 멀리 여전히 응양군과 결전을 벌이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등에 매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낸 란이 침착히 목표물을 겨누었다.



**



3 대 5의 싸움이었다. 강협이 두 명을 상대하고, 나머지 세 명을 운초와 하영이 함께 막아내고 있었다.


상대는 응양군이었다. 용호군과 응양군을 가르는 기준이 가문과 배경임은 분명했지만, 그렇다 해서 응양군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단 무예 실력만으로 합격자를 정한 후, 그 가운데에서 선별되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상대는 4인방에 비해 연차가 높았다. 선배이니 반드시 실력이 더 좋으라는 법은 없지만 경륜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절박함의 차이가 4인방을 돕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절박함은 다급함으로 색을 바꾸어 강협과 하영, 그리고 운초를 압박해 왔다.


상대쪽의 지원군이 곧 도착하리라는 생각에 운초는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였다. 마침내 상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운초의 등 뒤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헛점을 발견한 다른 응양군이 공중으로 뛰어 오르며 칼을 높이 쳐들었다.


하영이 운초를 돕기 위해 칼을 뻗었으나, 또 다른 응양군에 의해 하영의 칼은 막혔다.


절체절명의 순간, 피-융. 퍽.


운초의 등을 노리고 공중으로 몸을 날렸던 응양군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날아온 화살에 심장 한가운데를 꿰뚫린 응양군이 즉사했다.


운초;

“우이 씨! 간 떨어질 뻔 했네.”


죽은 응양군을 보며 운초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이어 날아온 화살에 응양군 네 명이 차례로 죽어나갔다.


강협;

“가자!”


강협과 운초, 하영이 란과 왕세자가 갔던 길을 쫓아 달려갔다.



**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밤길, 지친 기색이 역력한 4인방과 왕세자가 바위산을 오르고 있다.


밤새 적에 쫓기고 싸우고, 그리고 달려 도망쳐 오는 길이었다.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만이 그들의 지난 밤 고단한 여정을 대변하였다.


일행의 앞을 가파른 절벽이 막아섰다.


운초;

“쉬었다 가자.”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친 가운데서도 란은 자신의 옷 끝자락을 찢어 강협의 배에 난 상처를 단단히 동여맸다. 이어 운초의 어깨 상처를, 더는 피가 흐르지 않도록 천으로 단단히 묶었다.


하영은 제 허벅지 상처를 스스로 지혈했다.


왕세자;

“가거라.”


다치고 지친 호위무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왕세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왕세자;

“나는 이제 세자도 뭣도 아니니··· 이럴 필요 없다. 가거라.”


하영;

“더 이상 저하가 아니실지는 몰라도 저희의 벗인 것만은 변함이 없지요.”


그 말을 하는 하영의 얼굴 위로 뜻밖에도 온화한 미소가 실려 있음을 본 왕세자는 당황하여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영;

“벗을 위해 죽는 것은 무사다운 죽음이라 할만합니다.”


왕세자;

“······”


란;

“난세에 칼 든 무사가 싸우다 죽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하.”


왕세자;

“······”


운초;

“세상이 어지러운데 그를 바로 세우려 하지 않고, 제 한 몸 보신을 꾀하다 방바닥에서 죽는 것은 무사의 치욕이라···.”


란;

“예, 저희는 그리 배웠습니다. 칼을 들고자 마음 먹은 첫날, 스승에게서 배운 것은 칼의 생김새도 쓰임새도 아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저하.”


란의 상냥한 목소리에 왕세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낯선 이들을 쳐다보듯 새삼스럽게 4인방의, 아니 벗이라 칭하는 이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주시하게 되는 왕세자였다.


그때, 저 아래 산 밑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내려다 보니 공정을 비롯한 응양군 무사들을 필두로, 대진국의 병사들이 빽빽이 산을 채우며 올라오고 있었다.


강협;

“일당 백이라··· 사람 볼 줄은 아네.”


말하는 강협을 포함한 4인방의 표정 모두는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니 죽음 또한 별것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네 사람이었다. 죽음조차 유희로 바꾸는 힘, 그것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리라.


란;

“우와! 해 뜬다!”


란의 감탄사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동녘 하늘을 응시했다.


세상은 아직 어두운데 그 어둠을 뚫고 짙은 산자락 뒤에서 밝음이 자라나고 있었다. 온전히 세상을 밝히기에는 아직 미약하나 어찌됐든 그것은 약속된 희망이요, 미래였다.


란;

“예쁘다.”


강협;

“죽기 좋은 날, 좋은 시간이다.”


하영;

“한날 한시에 벗과 함께 죽을 수 있는 행운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운초;

“고렇지! 캬아! 말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한다!”


운초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힘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운초;

“벗과 함께 무사로서 죽자!”


하영과 란, 강협이 차례로 일어나 운초의 손등 위로 제 손들을 얹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왕세자를 쳐다보았다.


왕세자가 시선을 회피하였다.


저럴 수 있는 저들이 부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함께 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자신은 저들을 죽게 만드는 이가 아닌가. 그러니 동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염치의 문제였고, 사람된 자로서의 도리이기도 했다.


그 마음을 읽은 듯, 운초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와 왕세자의 겨드랑이 사이에 제 손을 끼워 일으켜 세웠다.


운초;

“예, 예. 손발 오그라듭니다. 그래도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산데 이 정도 허세는 부려줘야 멋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장단 좀 맞춰 주십시오. 자 자, 여기다 손 얹으시고요.”


운초가 왕세자의 손을 당겨다 모은 손들 위에 얹었다.


고개를 드니, 운초는 물론 란과 하영, 강협까지도 모두 얼마간은 장난기 어린 표정 아래로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음을 왕세자는 알아보았다. 그들의 미소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임을 또한 알 수 있었다.


뜨거운 것이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컥 올라와 왕세자는 황급히 시선을 떨구지 않을수 없었다. 눈을 부릅 떠 떨어지려는 눈물을 막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운초;

“복창하십시오. 벗과 함께!”


왕세자;

“···..”


운초;

“에헤! 복창하시라니까요. 벗과 함께! 안 하시면 강제 집행 들어갑니다. 강협, 준비 해라. 안 되겠다.”


강협;

“하십시오, 저하.”


란;

“예, 하세요. 팔 아픕니다.”


왕세자;

“벗과···. 함께···.”


왕세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운초;

“잘하셨습니다, 저하. 자, 그럼··· 얼씨구!”


강협;

“지화자!”


“좋-다!”


란과 강협, 운초와 하영이 밝고 힘찬 목소리로, 그들보다 한발 늦게 속삭이듯 왕세자가 좋다,를 외쳤다.


참으로 기분 좋은 시작이 아닐 수 없었다.



**



강협의 말대로 일당 백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적들은 왕세자를 목표로 하여 달려들었다. 무예 실력이 미력한 왕세자를 보호하며 4인방은 필사의 결의로 싸움에 임하였다.


왕세자가 위험에 처하자 강협은 자신의 창을 던져 적을 죽이고 왕세자를 구하였다.


무기가 사라진 강협을 응양군 네 명이 앞뒤 좌우로 포위하여 공격하였다.


그 중 한 명의 칼을 빼앗아 방어하는데는 성공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결국 강협은 대진국 병사들이 던진 여러 개의 창 중 하나를 가슴에 맞고 쓰러졌다. 쓰러지는 강협의 팔과 다리에 창 두개가 더 날라와 꽂혔다.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강협을 끝장내기 위해 공정이 칼을 찔러넣었다. 간 발의 차이로 그 칼을 막아낸 건 하영이었다.


혈투가 벌어졌다.


하영으로서는 공정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수많은 적들이 공정을 도우니 하영으로선 패색이 짙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지 직전까지 내몰린 하영을 위해 몸을 던진 것은 쓰러져 있던 강협이었다.


죽은 응양군 무사의 칼을 집어 든 강협이 마지막 남아있던 힘까지 모두 끌어모아 앞으로 달려나가며 칼로 공정의 어깨를 베었다. 칼을 맞은 공정이 주춤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하영이 공정의 배에 칼을 찔러넣었다.


기운이 다한 강협은 그대로 쓰러졌다. 감긴 눈은 다시 떠지지 않았다.


더 많은 적들이 몰려오고 결국 하영마저도 칼에 맞아 쓰러졌다.


운초와 란은 앞뒤로 왕세자를 감싼 자세로 싸웠다. 왕세자를 향해 돌진해 오는 적을 란이 막아섰다. 그런 란을 향해 또 다른 적이 칼을 휘둘렀다.


운초는 자신의 칼로 란을 향한 칼날을 막아냈지만, 자신을 향한 양쪽의 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결국 베어져 운초 역시 쓰러졌다.


친구들이 모두 쓰러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란은 왕세자와 함께 둥글게 포위해 들어오는 적들에 둘러싸였다.


베고, 베이고, 치고, 치이고···. 목전에 다가온 죽음이었다.


부-우-


저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사냥감을 몰 듯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던 대진국 병사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정자세를 취하는 대진국 병사들이었다.


란과 왕세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방심의 순간, 쓰러져 있던 무리들 중 한 사람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소리도 없이 다가와 높이 칼을 치켜들었다.


등 뒤에서 왕세자를 막 찌르려는 순간, 위험을 느낀 란이 왕세자를 밀쳐내고 대신 그 자의 칼을 맞았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의 배에 깊숙이 칼을 찔러 넣었다.


공정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공정은 눈을 부릅뜬 채 숨을 거두었다.


쓰러지는 란을 왕세자가 황급히 안았다.


란은 빠르게 의식을 잃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란의 세상이 닫혔다.


작가의말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인지라, 님이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나조차 몰라주는 내가 너무 가엾어서.... 외로워서....

이런 나를 이해하나요? 잘 모르겠다는 말은 말아요.

어떻게 자기 감정도 모를 수 있죠?

당신 정말.... 최악이군요!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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