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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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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81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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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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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21

DUMMY

서진;

“역시 공의 차 맛은 일품입니다. 제 입이 이 먼 곳에 와 호강을 다 합니다, 그려. 하하하.”


서진이 찻잔을 내려놓고는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크게 웃었다.


여유가 넘치는 서진과는 달리 비연달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여 크게 대조되었다.


비연달;

“과찬이십니다···. 혹 전하께서 따로이 내리신 말씀이 계십니까···?”


서진;

“실은···”


서진이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 건네니 비연달이 일어나 절을 한 후, 공손히 두 손으로 편지를 받아들었다.


편지를 펼쳐드는 비연달의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서진은 못본체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비연달의 얼굴이 점차 사색이 되어갔다. 그 또한 보았으나 서진은 역시 말없이 찻잔을 들어 마실 뿐이었다.


이윽고 서진이 입을 열어 엄숙히 말하였다.


서진;

“우리 인강국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 하시며, 전하께선 비연달공의 충심을 믿는다,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충격과 공포에 새파랗게 질린채 비연달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였다.



**



용호군 대장의 직무실로 뛰어 들어오는 이평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일지를 쓰고있던 대장이 굳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평;

“비연달공께서 드셨다 가신 후 저하께서 주위를 모두 물리셨습니다. 100보 뒤로 물러가, 부르기 전까진 아무도 들여선 안 된다, 그리···..”


대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평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



왕세자 처소 앞 마당에는 용호군 부대장과 대원들이 불안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었다.


대장과 이평이 뛰어오자 매달리듯 모두가 대장을 주목하였다. 걸음을 지체지 아니하고 대장은 곧장 왕세자의 처소로 향하였다.



**



대장;

“저하, 소신 들어가겠나이다.”


윤허도 없이, 대장은 왕세자의 처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촛불 하나만이 켜진 방 안에 왕세자는 차분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 앞에는 서찰과 칼 한자루가 놓여 있었다.


대장;

“이게 무엇이옵니까?”


왕세자;

“···.”


대장;

“무엇입니까, 저하?”


왕세자;

“···.전하께서 내게 자결을 명하셨네.”


대장은 경악했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생각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현실의 참담함에 온 몸에 소름이 돋고, 가슴은 불 붙은 듯 뜨거웠다. 머리는 어질어질 한 것이 게울 듯 속이 울렁거렸다.


왕세자;

“10년이지, 내 옆에서···. 고마웠네. 저승에서 만나면 그 때 빚을 갚도록 하지.”


대장;

“···..잘못···. 아신 것이옵니다.”


왕세자;

“?”


대장;

“전하께서 그런 명을 내리셨을 리 만무합니다. 저하는 전하의 아드님이시고 또한···”


왕세자;

“그럴 줄 아셨는지 직접 이것을 내리셨네. 아바마마의 서체시지. 수결 또한 전하의 것이고.”


대장의 말을 끊고 설명을 하는 왕세자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어렸다.


그러나 그 눈은 가없이 흔들렸다. 슬픈 것이다. 분한 것이다. 마주한 현실이 너무도 혼란스럽고 또한 무서운 것이리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장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대장;

“제가 좀 보겠습니다.”


서찰을 들어 보니 확실했다. 인강국 왕의 서체와 수결이 분명 맞았다.


왕세자;

“그만 물러가 주게··· 태어나 지금껏 혼자였던 적이 없었어. 늘 궁인과 호위하는 자들이 내 옆을 지켰지. 허나, 아는가? 늘 혼자였다는 생각이 들어. 적막강산에 혼자 버려진 아이 같았지···”


대장;

“저하···.!”


왕세자;

“자네가 오기 전까지 잠깐이지만 진실로 혼자 있어 보니 나쁘지 않았어.”


대장;

“······”


왕세자;

“죽을 땐 혼자이고 싶네. 그 편이 좋겠어.”


대장;

“일단 피하시옵소서.”


왕세자;

“···. 피하라? 도망이라도 치라는 것인가?”


대장;

“잘못된 명이옵니다. 훗날 반드시 전하께옵서는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자식으로서 어찌 부모에게 한을 남기려 하시옵니까? 그러니 저하···”


왕세자;

“도망···. 그래, 도망을 가면 어디로 가며, 가 무엇을 할까?... 더는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네. 이미 충분히 구차하지 않았는가.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대장;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본디 구차한 것이옵니다. 지존이신 전하께선 대진국의 황제 앞에 세 번 이마를 조아리셨습니다. 구차하지 않으셨겠습니까?

천하를 호령한다는 대진국의 현 황제 역시 젊은 시절 모리배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한 적이 있다 들었습니다. 구차하다 생각지 아니하였겠습니까?”


왕세자;

“···.”


대장;

“필부로 사십시오, 저하. 평범한 사내로 여인을 만나 혼례를 치르시고 아이도 낳고, 그 아이의 아이도 보시옵소서. 그렇게 천수를 누리시다가 볕 좋은 오후에 마당 한쪽에서 조시듯 가시옵소서. 그리하시옵소서, 저하!”


왕세자;

“···.. 내가 그리 가면 자네와 자네 부하들은?... 모두 죽을 것이야.”


대장;

“어차피 죽사옵니다.”


왕세자;

“?”


대장;

“응양군 대장이 부하 오십을 데리고 왔나이다. 그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왕세자;

“···..”


대장;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리려 하는 자들이란 본시 그런 것이지요. 이토록 정정하옵신 저하께서 돌연 병사하셨다 하면 누군들 그 말을 믿겠습니까?

세상의 헛된 말들과 달리 저하께서 성군의 자질을 갖추셨다는 것을 저와 저의 부하들이 모두 보아 아나이다. 이렇듯 진실을 아는 저희들을 저들이 살려두려 하겠나이까?”


왕세자;

“결국 나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군.”


대장;

“예. 저희는 저하 때문에 죽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부정조차 하지 않는, 냉혹하고도 거침없는 대장의 언사에 왕세자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대장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대장;

“허나 기꺼운 마음으로 죽을 것입니다. 무인의 영광으로서 그 길을 갈 것이옵니다!”



**



밤이다.


모퉁이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피고 있는 이들은 이평과 4인방, 그리고 왕세자였다.


대장은 싫다 하는 왕세자를 우격다짐으로 밖으로 몰았다.


사십시오, 저하. 모시는 주군을 지켜내고 명예롭게 죽었다는 긍지를 안고 저희 용호군들이 죽을 수 있도록 반드시 살아주셔야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였다.


나는 살고 싶은 건가? 구차한 삶일망정 잇고 싶어 못 이기는 척 이 길을 나섰나? 왕세자는 자문했다.


알 수 없었다.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했다. 도망가고도 싶고, 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살아 원수를 갚고 싶기도 하고, 모두 부질없다 생각되···.


원수···.? 원수라고? 나의 원수는 누구지? 부왕이신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나의 아버지가, 이제 나를 세상에서 지우려 하지. 왜? 혈육의 살을 부를 만큼 나는 악한 존재이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죽어야 하나? 죽는 것이 옳은가?


하지만 나는 한번도 태어나기를 원했던 적이 없어. 원하지도 않은 것을 손에 쥐어주고는, 이제와 멋대로 그걸 도로 빼앗아가려 하다니. 옳지 않아. 저들의 처사는 옳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쩌면···. 만약···. 아니, 아니야···..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왕세자는 생각했다. 한줌의 잿빛 연기와 같이, 푸른 바다 위 하얀 물거품과 같이.


고뇌에 젖은 왕세자의 옆에선 운초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운초;

“셋씩이나! 아주 사람이 남아도는구나. 우린 겨우 보초 한 명이 전부였는데.”


란;

“이역만리 이 타국에서 우리 인강국의 무사들끼리 싸우게 될 줄이야. 나 눈물 나려고해.”


운초;

“눈물? 이를 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금은.”


정말로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무는 운초였다.


강협;

“가능한 조용히 빠져 나가는 것이 관건이니, 제가 나가 시선을 끌어보겠습니다. 그동안 저하를 모시고 나가십시오.”


이평;

“아니다. 내가 저 중에 한 명을 아니, 시선을 끌기엔 내가 낫다. 너희가 저하를 안전히 모시고 나가거라.”


이평은 다짐을 받듯 란과 강협, 하영과 운초,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과 모두 시선을 맞추었다. 굳은 결의로서 4인방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평은 왕세자를 보았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까지 띠운채였다.


이평;

“저하.”


도돌이표로 연결되는 혼자만의 자문자답 속에 빠져 있던 왕세자가 고개를 들어 보았다


이평;

“저하를 곁에서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평안하십시오, 저하.”


작별 인사를 마친 이평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적들의 시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왕세자의 마음이 또 한번 크게 요동을 쳤다.



**



응양군1;

“누구냐?”


이평;

“오래간만이다.”


응양군1;

“어어···. 그러네. 근데 얘기 못 들었냐? 오늘부터 보초는 우리가 서기로 했는데. 용호군은 오면 안돼.”


이평;

“섭섭하게. 인사하러 온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냐?”


응양군1;

“······.”


이평;

“다들 어떻게 지내냐? 경천이···.”


작지만 귀 밝은 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응양군 중 한명이 왕세자와 4인방이 숨어있는 담벼락 쪽을 주시하며 말했다.


응양군2;

“무슨 소리 들린 거 같지 않아?”


이평;

“바람. 땅덩이가 넓어 그런지 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여기. 그나저나 경천이 녀석 장가는 잘···”


응양군3;

“누구냐?”


이평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눈 밝은 보초의 눈에 담을 넘는 왕세자의 모습이 발각된 것이다.


달려가려는 응양군 세 명의 앞을 이평이 재빨리 막아섰다. 결투의 시작이었다.


그 사이 왕세자와 4인방은 담을 넘는데 성공하였다.


작가의말

-Why not?-


우리 뇌는 기억하고 싶은 것은 저장하고, 지우고 싶은 것은 거둬내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로써 나의 과거는 구성된다.


우리 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로써 나의 현재가 구성된다.


그렇다면 하고 싶을 것을 상상하고, 되고 싶은 것을 꿈꾸면, 온전히 나의 미래로 구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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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정의 시작-10 18.02.21 313 2 9쪽
9 여정의 시작-9 18.02.19 300 2 10쪽
8 여정의 시작-8 18.02.16 316 2 10쪽
7 여정의 시작-7 18.02.14 34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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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정의 시작-3 18.02.05 46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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