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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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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74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2.02 19:15
조회
679
추천
2
글자
9쪽

여정의 시작-2

DUMMY

“안녕. 인강국 최고의 미남, 운초 어른이시다.”


친구들과 처음 만났을 때, 운초의 자기 소개는 그렇게 시작됐었다.


호남형인 것까지는 그래, 인정한다. 그러나 인강국 최고라느니, 미남을 입에 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제 입으로 저런 말을? 그것도 저 자신만만한 미소는 또 뭐야? 가당찮은 놈! 혹은 웃기지도 않는 놈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가당찮은 놈의 웃음이 멋지기는 했다.


외꺼풀의 서글서글하니 큰 눈이 웃으면 처진 반달 모양이 되는 것이 굉장히 귀여웠다. 흔한 입꼬리 옆 보조개가 아닌, 양쪽 눈 아래에 쏙 패이는 보조개 또한 상큼했다. 무엇보다 오묘한 것은 그 입이었다.


평상시 운초의 큰 입은 상당히 고집스럽고 야성적이며, 반항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장미빛깔의 크고 도톰한 두 입술을 꾹 다물고 있을 때엔, 입꼬리 부분만 살짝 올라간 것이 얼핏 상대를 비웃는 듯 보이기도 했다.


종종 시빗거리가 될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그 반항적 입술이 대책없이 활짝 가로세로 벌어지며 웃음을 웃을 때면 반전의 묘미가 그득했다.


야성이 순수함으로, 반항이 선함으로 역전되는 웃음이었다. 스물여덟개의 하얗고 건강한 이가 온전히 드러나며, 하하하하, 시원하고도 상쾌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면, 흡사 박하를 씹는 듯 보고 듣는 이 모두가 기분이 좋아졌다.


덩달아 따라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도 근사한 웃음이라 할 수 있었다. 하하하하.


그런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까닭에 운초는 잘 웃었다. 원래 장난기가 많고, 밝은 성격이기도 했다.


지금은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난 얼굴로 친구를 노려보고 있는데, 퍽이나 낯선 모습이었다. 하영의 말이 옳다는 걸 운초라고 모를리 없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왜? 인정하면 지는 거니까! 오기를 부리지 않으면 안되는 이 상황이 또한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운초였다.


영리한 하영이 그런 친구의 마음을 모를리 없었다. 조국의 현실이 암담하니 더더욱, 부득불 우겨서라도 대단한 것으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을 어찌 모르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하영 자신 역시 그런 마음이 없지 않은 바였다.


그렇기에 하영은 순순히 사과하였다.


하영;

“그래, 그만하자. 미안하다.”


하영의 그런 태도가 또한번 운초의 심기를 건드렸다. 마치 우는 아이 달래주는 어른의 모습같지 않은가? 그럼 난 떼쓰는 아이라도 된다는 얘기야 뭐야?


자격지심에 욱하는 심정이 되는 운초였다. 그러나 그 순간 운초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건 까맣게 때가 끼고 구겨진 하영의 목깃이었다.


값나가는 고급 옷은 아닐망정 언제나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고수하던 하영이었다.


그런 하영이 지금은 몹시 지친 얼굴로 잔뜩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깔끔하게 뒤로 묶은 하영의 머리 위에도, 속눈썹 위에도 먼지는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꼬박 어제 하루를 보내고, 오늘 새벽에서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던 모래사막의 흔적이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인가도, 풀 한포기도 보이지 않던, 존재하는 것이라곤 오로지 모래뿐이던 불모의 땅···.


낮에는 작렬하는 태양빛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밤에는 살을 에는 추위와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에 주눅이 들어 앞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 황량했던 땅을 함께 건너온 동지···.


짐작컨데, 앞으로도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고단한 시간들을 이 친구들과 함께 할 터였다.


학대가리, 샌님··· 하영의 별명이었다.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호리호리한 체격에 팔과 다리가 유독 길었다. 거기에 백옥 같은 하얀 피부, 생김생김이 모두 얌전한 이목구비까지. 그중 화룡점정이라 할 만한 것은 당연 하영이 쓰고 있는 동그란 안경이었다.


이역에서 들어온 물건인 안경을 쓰는 사람은 인강국에선 드물었다. 그나마도 평생을 책만 들입다 판 나이 많은 문인들이나 소수 쓸까?


그런데 이제 겨우 스물을 갓넘긴, 그것도 무예를 하는 무사가 안경을 쓰다니··· 직접 보기 전까진 아무도 믿지 못할, 그건 거의 불가사의한 일로까지 받아들여질법한 일이었다.


왕실 호위 부대 신입 대원을 뽑기 위한 1차 무예 시험이 있던 날, 벗겨지는 일이 없도록 안경 다리 양쪽에 연결한 줄을 머리 뒤쪽에서 단단히 묶고 나타난 하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우우우우-. 조롱과 멸시, 그리고 커다란 비웃음뿐!


앞서 여자 응시생인 란의 출현 때에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응시생들과 몰려든 구경꾼들까지 족히 2,3백명은 됨직한 사람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나왔었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인 4,50년 전만 해도 인강국에서 여자 무인의 존재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보다는 열린 시절이었던 과거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소수의 사람들, 그리고 변화와 혁명을 꿈꾸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란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안경을 쓴 무사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하물며 골방 샌님같이 생긴 인간이 아닌가?


무도를 우습게 본 저 인간을 혼내줘라!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문인족속 같이 생긴 저 자식을 납작하게 눌러버려!


그렇게 일방적 응원 속에 나선 하영의 상대자들은 그러나 이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흠잡을데 없는 하영의 무예 실력에 사람들의 입가를 맴돌았던 비웃음은 이내 꽁무니를 빼고 자취를 감춰야만 했다.


부대장;

“이 인원이 전분가?”


강협;

“그렇습니다.”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뒤이어 강협의 절도 있는 대답소리도 들려왔다.


하영과 란, 운초가 일제히 뒤를 돌아보니 심각한 표정의 중년 남자가 세 사람을 주목하고 있었다. 강협은 그 뒤에 네 걸음 떨어져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허리띠에 부대장 표식의 삼색매듭이 달려있는 것을 본 란과 하영, 운초는 즉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부대장;

“보급품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 장계를 올렸거늘··· 가져 온 것이 없느냐?”


부대장의 물음에 세 사람은 난처한 표정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협;

“없습니다.”


이번에도 대답은 강협의 몫이었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목 하나가 더 있는 큰 키. 넓은 어깨와 두꺼운 가슴에서 뿜어져나오는 강한 힘. 그리고 날씬한 허리의 유연함까지. 한마디로 이야기책 속에서나 등장하는 영웅 무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강협이었다.


거기에 더해 선이 굵은 얼굴 생김과 그윽하면서도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저음의 굵은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언제나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다.


그래서 오늘처럼 공적인 자리에 나설 때면 친구들은 늘 강협을 앞세웠다.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몹시 꺼렸지만, 강협은 다른 이의 부탁을 좀체 거절하지 못하는 약한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때문에 번번히 앞으로 나서는 입장에 서곤 했다.


그런 강협을 보고 운초는 일찍이, 외모는 사나운 곰인데 마음은 유순한 양새끼보다도 순하고 약하다 해서 표리부동한 인간이라 부르곤 했다.


표리부동이라 함은 안과 밖이 다르다는 말이니, 친절한 해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인 불손한 별명이었다.


마땅히 강협은 화를 내야했고, 운초가 바란 것도 그것이었다. 우직한 곰대가리 강협을 화나게 만들기, 그 내기에 운초는 무려 닷냥씩이나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협은 순한 황소마냥 눈을 두어번 꿈벅거려 의아함을 표시한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운초는 닷냥을 잃었고, 화가 나 따지는 운초에게 강협은 그 순하고 착한 미소로 가만히 응징을 했더랬다.


신뢰와 안심을 주는 그 강협의 매력이 이번에는 전혀 통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부대장의 얼굴에 실망과 책망의 기색이 완연히 번져올랐다. 물론 4인방의 잘못이 아님을 아는 부대장은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조용히 말하였다.


부대장;

“먼 길 오느라 수고들 했다. 따라오너라.”


뒤돌아 앞장 서 가는 부대장의 뒤를 4인방이 얌전히 따라갔다.


원래는 대진국 황족의 별장이었으나 지금은 인강국의 왕세자가 머물고 있는 곳은 규모만 조금 작을 뿐, 그 짜임새나 건물의 화려함은 인강국의 왕궁보다도 나은 모습이었다.


휘둥그래진 눈을 한 4인방이 대진국의 병사가 지키고 섰는 큰 대문을 지났다. 그리고 중문 여러 개를 거치니, 비로소 반가운 인강국의 용호군 병사들이 지키고 서있는 문이 나왔다.


저 문을 지나면 10년째 대진국에 볼모로 잡혀있는, 그 소문만 무성했던 왕세자를 직접 볼 수 있게 될 터였다.


4인방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우왕!  1회 조회수 괜찮은데...장난 아니야!

에구!  2회는 반토막...장난이었나벼!

하핫!  조회수따위 누가 신경 쓴다고...장난해?


헛소리에 혼잣말까지 저 어쩔.... 아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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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여정의 시작-7 18.02.14 34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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