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89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2.21 14:39
조회
313
추천
2
글자
9쪽

여정의 시작-10

DUMMY

인강국의 왕세자따위가 시종일관 저토록 뻣뻣히 나오는 건 자신을 얕잡아보기 때문이다.


부왕께서 당신의 혈육인 나를 야만국으로 시집 보내려 하시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 터.


외가가 미천한 가문인 탓인 것이다. 황녀가 스스로 자각하는 유일한 하나의 약점이기도 한 그것···. 미천한 피가 자신의 몸속을 흐르고 사실.


때문에 황녀는 이 결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약점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의 입지 또한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우나 인강국의 왕세자를 죽일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황태자의 구명을 받은 란을 죽일 수도 없으니 남은 제물은 하나뿐이었다.


정자를 내려간 황녀는 호위무사의 칼집에서 손수 칼을 뽑아내 거침없이 내리쳤다. 칼을 맞은 이는 란과의 대련에서 패한 호위무사였다.


비명 소리 하나없이 무사는 절명했다. 무사의 잘린 목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튀었다.


몸에 피가 튄 이들이 여럿이었으나 누구도 감히 피를 닦아낼 엄두를 내지는 못하였다.


잔칫상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참사에 대진국 신하들은 쥐죽은 듯 조용하였다.


황녀의 가마가 마침내 정원을 떠나니,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내쉬며 대진국 신하들이 분분히 허리를 펴고 몸을 일으켰다..


이내 왕세자도 자리를 떴다. 그 뒤를 용호군 대장이 조용히 따랐다.


나가는 인강국의 왕세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는 대진국 신하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 수는 극히 적었다.


잔치의 뒷자리가 피로 얼룩진 것에 얼굴을 구기며 그들 또한 곧 자리를 뜨니, 뒷정리를위해 궁인들이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용호군들이 움직일 차례였다.


제 발로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닌 란의 양 팔을 하영과 강협이 잡아 부축했다. 운초는 란의 뒤를 받쳤다.


대열을 움직여 4인방을 무리의 가운데에 몰아넣은 용호군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정원을 벗어나 용호군 이외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일동이 자리에 멈춰섰다. 모두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란에게 쏠렸다.


진즉에 고갈되어 버린 신체의 기운을 떠받치고 있던 건 온전히 정신의 기운이었다. 마침내 그마저 놓아버린 란의 몸이 짚단처럼 스르르 허물어져내렸다..


강협의 굵고 튼튼한 팔이 허물어지는 란의 몸을 재빨리 붙들었다. 시신처럼 축 처져버린 란을 강협은 가볍게 들어 등에 업고는 나는 듯 달려갔다. 운초가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나머지 용호군들이 착잡한 얼굴로 그 뒤를 따라갔다.


하영 홀로 남았다. 정신을 잃기 전, 란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피 묻은 표창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허리를 숙여 표창을 집어드는 하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막 울음을 터뜨릴 듯···.


그러나 하영은 끝내 눈물 한방울 떨구지 아니했다.



**



대장;

“다행히 상처가 크진 않다 합니다. 심려 놓으십시오.”


왕세자;

“······.”


말이 없는 왕세자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던 용호군 대장이 막 몸을 움직여 나가려 할 때였다.


왕세자;

“칼을···.”


대장;

“?”


왕세자;

“쥐고 있던데···.”


시선은 여전히 책을 향한 채였다. 띄엄띄엄 말을 이어가던 왕세자의 말끝이 그마저도 흐릿해졌다.


대장;

“술을 못한다 합니다. 하여 정신을 잃을까 저어하여 그리한 듯 합니다.”


왕세자;

“스스로···. 그리했단 말인가?”


대장;

“···. 그리한 듯 보입니다.”


왕세자;

“······..”


대장이 처소를 나가고, 홀로 남은 왕세자가 시선을 들었다. 그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조금 전 란의 표창을 집어들던 하영의 표정과 흡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왕세자의 뺨위로 천천히,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는 것이리라.



**



눈꺼풀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잠에서 깬 란은 눈동자만을 움직여 방안을 살폈다. 자신의 방이었다.


안도감과 함께 타는 듯한 갈증이 훅, 하고 밀려왔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란은 윽,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오른손으로 옆구리 상처를 감싸쥐었다. 왼손으로는 반사적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그러나 이내 란의 입에선 좀 전보다 더 큰,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악!


뭐야? 옆구리 상처는 아까 대련 때 다친 거지만, 이건 뭐지?


방바닥을 짚었던 왼손 손바닥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생각을 유추해가던 란의 시야 끝에 표창이 들어온 건 그때였다.


자신의 것이었다. 늘 품속에 넣고 다니던 것이 지금은 머리맡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아아-!


생각이 났다. 이 상처, 내가 낸 거잖아. 정신을 붙잡기 위해···.


표창을 들어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보는 란이었다. 핏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새로 날을 벼리고, 표면은 기름으로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 놓았다.


순간 코 끝이 찡해진 란이 훌쩍 물코를 들이마셨다.


어머니의 선물인 은 머리꽂이도 물병, 물잔과 함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머리꽂이 역시 누군가 깨끗이 닦아놓은 모양새였다.


훌쩍, 또 한번 물코를 들이마신 란이 병째 들어 물을 들이켰다. 그러나 채 두 모금을 넘기지 못하고 란은 구토증에 급히 허리를 꺾어야 했다.


황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는 한편으로 란은 밖으로 뛰쳐 나갔다.



**



화단 구석에 쭈그려 앉은 란이 속에 것을 게워냈다. 한바탕 토하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무릎 걸음으로 기다시피해 옆으로 자리를 옮긴 란은 하늘을 보고 대자로 누웠다.


나라도, 사람들도 다른데 밤하늘의 별들만은 조국의 그것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 위로 가족들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정다운 집과 아늑한 자신의 방도 생각났다. 집 냄새, 엄마 냄새가 못견디도록 그리웠다.


불쑥 눈가가 뜨거워진 란은 큰 한숨과 함께 한쪽 팔을 들어 눈 위를 덮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솔솔 부는 시원한 밤바람에 설핏 잠이 들었던 란은 인기척에 잠을 깼다.


고개를 돌려 보니, 주변의 기다랗고 무성한 꽃대 사이로, 저쪽으로 걸어가는 궁인의 모습이 보였다.


수상쩍었다. 쉴새 없이 사방을 살피는 것이 흡사 남의 눈을 피하는 모양새이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란은 궁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담벼락을 은폐물 삼은 채 궁인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 상대가 누군지는 담벼락에 가려져 확인이 불가능했다. 거리가 상당한 탓도 있겠으나, 두 사람 다 어찌나 비밀스레 속삭이는지 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는 것이 없었다.


가까이 가고 싶었으나 경계심이 강한 궁인의 눈에 띄지 않고 이 이상 거리를 좁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르는 척, 그냥 앞으로 나가볼까? 별 거 아닐 수도 있잖아. 그저 눈 맞은 궁녀와 밀애를 나누는 것일 수도 있고···..


근데 그렇게 보기엔 너무 뻣뻣하지 않아? 등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이 밀애를 나누는 연인이라기보단 꼭 밀정에 가까워 보인단 말이지···.


그렇게 란이 복잡한 머릿속을 굴리고 있는 사이, 순간 궁인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황한 란이 발소리를 죽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담벼락 모퉁이를 돌자마자 란의눈에 들어온 것은 담에 기대 앉은 궁인의 모습이었다.


축 늘어진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손가락을 대어보니 역시나 맥이 뛰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란은 훌쩍 몸을 날려 담장 위로 올라가 매서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저쪽으로 도망가는 살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와 달리 몸을 숨길 필요가 없는 란은 담과 지붕 위를 넘나들며 빠르게 상대를 쫓았다. 그리고 결국 살수의 앞을 가로막는 데 성공하였다.


란; “누구냐?”


검은 옷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살수는 대답 대신 짧은 칼로 공격해 들어왔다.


공격 도구가 없는 란은 맨손으로 그에 맞서야 했다.


살수의 손목을 쳐 칼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도리어 그 틈을 노린 상대에 의해 옆구리를 가격 당하고 말았다. 낮에 있었던 대련 때의 상처를 정확히 노린 공격이었다.


무기의 유무, 몸의 현 상태를 제외하더라도 살수는 실력에서 란의 한수 위가 분명했다.


결국 란은 쓰러졌다. 살수가 짧은 칼을 들어 막 란을 향해 내리꽂으려는 순간,


부대장; “멈춰라!”


외침 소리에, 살수는 즉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곧바로 용호군 부대장과 두 명의 대원이 도착했다. 대원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도망가는 살수의 뒤를 쫓아갔다.


부대장; “괜찮으냐?”


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부대장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란; “예. 저는 괜찮··· 우웩.”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란의 입에서 구역질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다시 벌어진 옆구리의 상처에서 울컥울컥,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셨다.


작가의말

* 2018 대한민국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大 프로젝트

   1) 힘들었던 어제의 나를 위한 위안책     ; 즉석 복권 사기

   2) 힘든 오늘의 나를 위한 자구책           ; 로또 복권 사기

   3) 아마도 힘들 내일의 나를 위한 대비책 ; 연금 복권 사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휘, 왕이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와 사죄의 말씀 18.04.14 518 0 -
공지 등장 인물 소개드려요! 18.03.05 444 0 -
32 여정의 시작-32 18.04.13 307 1 11쪽
31 여정의 시작-31 18.04.11 171 1 12쪽
30 여정의 시작-30 18.04.09 173 2 11쪽
29 여정의 시작-29 18.04.06 162 1 10쪽
28 여정의 시작-28 18.04.04 221 1 9쪽
27 여정의 시작-27 18.04.02 231 2 10쪽
26 여정의 시작-26 18.03.30 214 1 9쪽
25 여정의 시작-25 18.03.28 210 1 10쪽
24 여정의 시작-24 18.03.26 243 1 10쪽
23 여정의 시작-23 18.03.23 242 1 10쪽
22 여정의 시작-22 18.03.21 249 1 10쪽
21 여정의 시작-21 18.03.19 252 1 10쪽
20 여정의 시작-20 18.03.16 273 2 11쪽
19 여정의 시작-19 18.03.14 281 1 9쪽
18 여정의 시작-18 18.03.12 253 1 6쪽
17 여정의 시작-17 18.03.09 275 1 9쪽
16 여정의 시작-16 18.03.07 299 1 10쪽
15 여정의 시작-15 18.03.05 480 1 9쪽
14 여정의 시작-14 18.03.02 294 1 8쪽
13 여정의 시작-13 18.02.28 297 2 10쪽
12 여정의 시작-12 18.02.26 575 2 9쪽
11 여정의 시작-11 18.02.23 723 2 7쪽
» 여정의 시작-10 18.02.21 314 2 9쪽
9 여정의 시작-9 18.02.19 300 2 10쪽
8 여정의 시작-8 18.02.16 316 2 10쪽
7 여정의 시작-7 18.02.14 341 2 7쪽
6 여정의 시작-6 18.02.12 394 2 8쪽
5 여정의 시작-5 18.02.09 371 2 10쪽
4 여정의 시작-4 18.02.07 435 2 10쪽
3 여정의 시작-3 18.02.05 467 2 10쪽
2 여정의 시작-2 18.02.02 680 2 9쪽
1 여정의 시작-1 18.01.31 1,42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