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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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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90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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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여정의 시작-26

DUMMY

모두 긴장하는 가운데 강협이 창문을 열었다. 길 저편으로 연기와 불꽃이 보이고, 황망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장;

“알아보게.”


차주전자를 내려놓고 급하게 방을 나간 궁인이 곧 돌아와 아뢰었다.


“화적떼가 왔다 합니다.”


운초;

“저곳은 우리 궁인들이 든 객주 쪽입니다. 가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

“아니 된다.”


모두의 시선이 대장에게 모아졌다. 대장은 왕세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다.


대장;

“유인책일 수 있습니다. 설령 화적떼가 맞다 하더라도 적들이 그 틈을 노릴 수도 있는 일입니다.”


왕세자;

“그렇다 해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장;

“···..”


갈현;

“저하, 응양군 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한시도 방심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왕세자;

“내 안위를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더이상 없을 거라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운초, 하영, 강협, 가거라. 가서 사람들을 구해.”


그러나 운초와 하영, 강협 역시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당위와 현실 앞에서 그들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왕세자;

“뭣들 하느냐?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운초, 하영, 강협;

“······.”


왕세자;

“너희들이 말하던 충언이라는 것이 겨우 이런 것이었더냐?”


하영;

“하오면, 다녀오겠습니다.”


세 사람이 나간 방안엔 정적과 함께 고조된 긴장감이 찾아왔다.



**



쉬잌!


표창 하나가 방문을 뚫고 날아들어오니, 대장이 칼로 쳐내어 허공에서 떨어뜨렸다.


쉬잌! 쉭! 쉭! 쉭!


그러나 곧이어 방문과 창문을 뚫고, 사방에서 표창이 날아들어왔다.


란 역시 칼로 쳐내어 표창을 떨어뜨리는 한편, 왕세자의 앞에 놓여있던 탁자를 들어 왕세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수십개의 표창이 그와 동시에 탁자에 와 꽂혔다. 방문과 양쪽의 창문을 통해 검은 복면을 쓴 자객들이 물밑듯 쳐들어온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왼편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객들에 맞서 란은 싸웠다. 방문과 오른편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적들은 대장이 막아섰다.


왕세자와 갈현도 칼을 빼들었다. 갈현은 왕세자의 앞을 지키고 섰다.


방문과 오른쪽 창문과의 거리가 있다 보니 대장의 방어에 틈이 생겨났다.


자객 둘이 그 틈으로 들어와 왕세자를 향해 돌진해 오니, 갈현이 칼을 휘둘러 그 중 한명을 쓰러뜨렸다.


그 사이 다른 한 명의 자객이 왕세자를 공격하려 하자 궁인이 맨 몸으로 그 앞을 막아섰다. 칼을 맞은 궁인은 곧 허물어져 내리는 짚단처럼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궁인을 죽인 자객의 가슴에 왕세자가 칼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더 많은 수의 자객들이 들어오고, 결국 갈현도 자객의 칼에 쓰러졌다.


왕세자;

“외숙부!”


갈현을 찌른 자객을 베며 왕세자가 절규했다. 그 소리에 돌아본 대장이 소리쳤다.


대장;

“뭣하느냐? 저하 앞에 서지 않고!”


창문 앞에서 싸우던 란이 뒤로 물러나 왕세자의 앞을 막아 섰다. 대장 역시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나 적들을 맞았다.


1차로 방문과 양쪽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객들을 대장이 막고, 란이 2차로 남은 적들을 상대하였다.


그러나 쓰러뜨려야 할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적들은 몰려오고 있었다.



**



거리는 도망가는 사람들과 불을 끄는 사람들, 그리고 일없이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사이를 헤치고 뛰어온 운초와 하영, 강협은 사람들을 지휘해 불을 끄고있는 촌로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강협;

“어찌 된 것이오?”


“모르겠소. 갑자기 불길이 솟았으니···”


운초;

“화적떼는? 화적떼는 어디 있소?”


“화적떼? 화적떼가 왔소? 난 못 봤는데···”


놀란 세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달리기 시작했다.



**



사방에서 끝도 없이 몰아치는 적들의 공세에 대장은 지쳐갔다.


지난 6일은 자학의 시간이었다.


차마 하늘을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굽어 본 땅 역시 자신의 심성마냥 이그러지고 비뚤어져 있는 듯 보여 끔찍했다. 경멸과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그 몇배의 감정으로 대장은 스스로가 역겹고도 가증스러웠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황폐해졌다. 그러니 자고 먹는 것,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일리 없었다.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니란 얘기였다.


더 좋지 아니한 것은 대장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진정으로 죽고 싶어했다. 이 치욕적인 삶을 그만 끝내고 싶은 것이다.


자객이 휘두른 칼이 대장의 오른쪽 어깨를 깊숙히 베고 나갔다. 대장은 오른손잡이였다.


대장을 지나쳐 란 앞으로 돌진하는 자객의 수가 늘어났다. 왕세자도 칼을 들어 싸우고는 있었지만 전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지가 눈 앞에 보인다 생각될 즈음, 밀려들어오는 자객들의 뒤쪽에서 고함소리와 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초와 하영, 강협이었다.


대장은 수성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복도 쪽으로 적들을 밀쳐내며 나아갔다.


방과 복도에 자객들의 시체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나서야 혈전은 끝이 났다.



**



왕세자;

“외숙부!”


갈현;

“저하···.”


갈현이 피묻은 손을 들어 왕세자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왕세자;

“움직이지 마십시오.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갈현;

“제가 모두 안고 갈 것입니다. 백성을 판···. 씻을 수 없는 죄··· 소신이 모두 안고 갈 것이오니···.”


왕세자;

“됐습니다.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더는···.”


갈현;

“성군이··· 부디 성군이 되시어···.”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갈현의 숨이 멈췄다. 두 눈을 부릅 뜬 채였다.


그 눈을 감기며 왕세자는 오열하였다.


대장과 4인방이 피에 젖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자객들의 시체는 치워쳤다. 정리된 방 안 침대에는 갈현과 궁인의 시체가 뉘어졌다.


왕세자가 천천히 시신 위로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물러나 무너져내리듯 의자에 주저앉는 왕세자였다.


하영이 다가와 왕세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왕세자의 팔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란의 상처는 운초가 살폈다.


강협은 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대장을 보았다. 꼿꼿이 서 있는 대장의 발 밑으로 피가 흘러내려 고이는 것을 본 강협이 대장에게 다가갔다.


강협;

“상처를 보여주십시오.”


대장;

“됐다.”


강협;

“상처가 깊은듯 합니다.”


대장;

“되었다 했느니.”


강협;

“상의를 탈의하시지요. 보아야겠습니다.”


대장이 눈을 치켜 떠 강협을 보았다.


강협;

“저하의 안위를 책임지지 않으셨습니까? 허니 상처를 치료하셔야지요!”


호통을 쳐 강협을 쫓아내려는 대장에게, 낮으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말하였다.


왕세자;

“치료하거라.”


대장이 고개를 돌려 보니, 이미 치료를 마친 왕세자가 술병을 들어 잔에 따르며 말하였다.


왕세자;

“명령이다.”


그 말에 대장은 묵묵히 상의를 탈의하여 상처를 내보였다.


칼로 베인 어깨 부위의 살점이 벌어져 하얀 뼈가 들여다보였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로 인해 온 몸은 피투성이였다.


그 끔찍함에 보는 사람들 모두는 할말을 잃었다.


정작 당사자인 대장의 표정은 지극히 담담하여, 란은 고개를 돌렸다. 그 초연하기만 모습이 그지없이 슬퍼보였던 것이다···..



**



운초;

“우리 국경성인 운지성이 코앞인데, 어찌 돌아가자 하십니까?”


대장;

“운지성의 성주는 중궁전의 사람이다. 돌아가더라도 이형성이나 광안성 쪽이 안전할 것이다.”


왕세자;

“···..광안성으로 가지. 그쪽으로 사람들이 올 것이라 외숙부께서 말씀하셨네.”


대장;

“알겠습니다. 그럼 광안성으로 가지요. 궁인들은 운지성으로 보내겠습니다.”


왕세자;

“?”


대장;

“길이 멀고 험합니다. 시간은 촉박하옵고 여비 또한 충분치 않습니다. 말도 없이 도보로 가야하는 궁인들에겐 무리입니다.”


왕세자;

“그리할 순 없네.”


대장;

“궁인들이 위험에 처한 것은 모두 저하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하와 분리된다면 적들이 저들에게 위해를 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작 그리하지 않은 것은 화적떼의 공격을 받을까 염려 되어 그런 것이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럴 걱정도 없습니다.

궁인들을 위해서라도 운지성으로 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왕세자;

“···.”


란;

“그리하십시오, 저하.”


왕세자;

“···. 알겠다.”


대장;

“단단히 준비들 하거라. 적들 또한 우리의 행보를 예비하고 있을 것이다.”


4인방;

“예!"


작가의말

*견(犬)이 인류에게 고함(3)*


이상의 결과로서 너희 인간들이 하등 나을 것이 없는 종임이 입증된 바,

더 이상은 비방과 비난의 도구로서,

우리 견종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하노라.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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