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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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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94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2.28 12:42
조회
297
추천
2
글자
10쪽

여정의 시작-13

DUMMY

이평;

“우리 백성의 아이인데 구걸한 돈을 빼앗겼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돈을 주었는데 그걸 다시 빼앗긴 모양입니다···. 달래어 보냈으니 심려 마십시오, 저하.”


왕세자;

“···.”


하영;

“이곳 거지의 절반은 우리 인강국의 유민일 것이라고들 합니다.”


뜻밖의 말소리에 왕세자가 시선을 들어 하영을 보았다. 말없는 왕세자를 향해 하영의 말이 이어졌다.


하영;

“지난해까지 내리 삼 년, 흉년이 들었습니다. 백성들은 굶주리는데 구제는커녕 벼슬아치들의 수탈은 나날이 더해만 가니, 견디다 못한 우리 백성들이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것입니다. 허나, 제 나라가 버린 백성들을 타국의 조정이 건사할 리 있겠습니까?

굶주리다 못한 지아비가 아내를 팔고, 부모는 자식을 팔고, 또 자식은 늙은 부모를 팔아 연명하고 있는 것이 이곳 대진국에서의 우리 백성들의 실상이옵니다. 뿐만 아니라···”


대장;

“닥쳐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이냐?”


하영;

“저하께서 궁금해 하시겠기에···.”


대장;

“닥치라 했다!”


그러나 일갈하는 대장은 아랑곳 없이 하영은 여전히 왕세자를 주시한채 말을 이어나갔다.


하영;

“저하의 백성들이옵니다. 당연히 저하께서 아셔야···”


대장;

“네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대장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란과 운초, 강협은 어쩔 줄 몰라 눈동자만 굴릴 뿐.


터져나갈 듯한 긴장감에 모두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하영;

“저하! 감히 아뢰옵건데···”


하영이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리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하였다.


그런 하영을 보는 대장의 눈빛에 검은 서리가 내렸다. 대장이 긴 칼을 빼어들었다.


그때였다.


왕세자;

“죽기를 각오하고 간언을 올리니 네가 바로 충신이로구나.”


하영의 도발적 언사에도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왕세자가 나직히 말하였다.


그 소리에 칼을 치켜들었던 대장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결국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


부복한 하영의 어깨를 바라보며 왕세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왕세자;

“아느냐? 내가 보위에 오르는 날, 너는 나를 베어야 할 것임을.”


하영이 놀라 고개를 들어 왕세자를 보았다. 자신을 내려다 보는 왕세자의 시선과 순간 마주친 하영은 놀라고 당황해, 황급히 다시 머리를 숙였다.


웃고 있었다.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간 왕세자의 입꼬리는 분명 웃고 있는데, 하영과 마주친 그 시선이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세상의 무의미함을, 아니 자신이란 존재의 무의미함을 자각한 눈이었다. 상실과 체념만을 절절히 감지하는 눈···


어찌 저 것이 산자의 눈이란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느꼈기에? 스물도 안된 젊은 사람의 눈빛이 어찌!


하영은 몸을 떨었다. 보아선 안 될 것을 보아버린 양, 하영은 숨이 막혔다.


왕세자;

“나는 성군이 될 자질도, 욕심도 없다. 그러니 네가 충심을 바치는 것이 백성을 아끼는 왕이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를 베어야 할 것 아니겠느냐?”


대장;

“저하, 어찌 그런 말씀을···.! 어찌!”


왕세자의 앞에 허물어지듯 털썩 무릎을 끓고 앉은 대장이 비통히 말하였다.


왕세자;

“이평아.”


행동이 재기로 유명한 이평이 이번만은 왕세자의 부름에 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후에야 이평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꺼내놓았다.


이평;

“예··· 예, 저하···.”


왕세자;

“구경은 잘 하였느냐?”


이평;

“저하, 죽여 주시옵소서!”


이평이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 죄를 청하였다. 자신이 청해야 하는 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안타깝고 송구함에 이평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왕세자;

“···. 이만 돌아가자구나.””


이평의 엎드린 등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왕세자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장이 일어서 뒤를 따랐다. 이평도 붉어진 눈을 손등으로 훔치며 일어나 따랐다.


천막 입구를 향해 걷던 왕세자의 시선에 란이 들어왔다.


긴장한 얼굴로 눈도 깜박이지 않은채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란의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간 왕세자의 시선은 붕대를 감싼 란의 왼손으로 옮겨갔다.


걸음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무겁지도, 딱히 가볍지도 않은 평상시의 시선과 발걸음으로 왕세자는 시선을 들어 란의 앞을 지나쳐 갔다. 그렇게 천막 밖으로 걸어나가는 왕세자였다.


모두가 빠져나간 천막 안에는 하영만이 남았다. 여전히 부복한 채로 홀로···.



**



부대장;

“어찌 처분하실지···?”


대장;

“······”


부대장;

“척살형에 처한다 해도 과하다 할 수 없는 불충한 언행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허나 나날이 침잠되어만 가는 저하의 심중에 아까의 일은 뜻밖의 약이 되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옵니다만···.”


가타부타 대장은 말이 없었다. 그 자신 역시 부대장과 같은 생각을 하였기에.



**



운초;

“미쳤다고 할까?”


강협;

“?”


운초;

“보름달만 뜨면 정신이 살짝 나간다고 하는 거야. 미쳐서 그랬다는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강협;

“······.”


운초;

“밑져야 본전이잖아. 예전에 서역책에서 본 적이 있거든. 달의 변화가 사람 신체와 정신에 엄청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서역땅 어디선가는 보름달만 뜨면 사람을 죽이는 괴물로 변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야···. 어때?”


강협;

“보름달만 뜨면 정신이 나가는 놈을 용호군에 둘까? 당장 내쫓지.”


운초;

“죽는 것보단 낫지. 안 그래?”


강협이 두꺼운 가슴을 들썩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선 반 울상이 되어, 란이 미친듯이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긴장하거나 초조해질 때면 나오는 란의 버릇이었다.


피가 배어나오는데도 인식조차 못한채 연신 손톱을 자근자근 씹어대던 란이 순간 허걱,하고 놀라며 얼음이 되어 버렸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부대장을 발견한 것이다.


저승사자의 행차였다.



**



마당 한가운데 무릎을 끓고 앉아있는 하영의 머리 위로 처분이 내려졌다.


부대장;

“태형 30대에 6개월간 근신을 명한다. 태형은 지금 즉시 집행할 것이나, 근신형은 차후 본국으로 돌아가 치르게 할 것이다.”


하영;

“명 받들겠습니다.”


태형틀이 들어왔다. 하영이 틀에 엎드리니 태형이 바로 시작되었다.


조금의 인정도 느껴지지 않는 가차없는 매질이었다. 무술로 단련된 용호군들이 휘두르는 매질이니 그 강도란 말할 것이 없었다.


겨우 두번째의 매에 하영의 엉덩이 살점이 너덜거렸다. 세번째 매질에는 문드러진 살에서 피가 튀어 흘러내렸다.


하영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또한 죽을 힘을 다했으나, 열한번째 매질이 있고 난 직후,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찬 물이 하영의 얼굴 위에 부어졌다. 하영이 정신을 차리자 다시 매질이 이어졌다. 혼절을 하고, 다시 찬물이 부어지고···


마침내 서른 대의 태형이 끝이 났다. 정신을 잃은 하영을 강협이 어깨에 메었다.


희뿌연 새벽 안개 너머로 노란 태양이 나타나 그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



하영;

“으으으···..”


하영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워나왔다.


강협;

“어, 미안!”


강협은 걸레처럼 너덜해진 하영의 엉덩이 살점을 조각보 꿰맞추듯 제 자리에 가지런히 펼쳐 놓는 중이었다. 어렵게 일을 해낸 후, 강협은 상처 위에 두둑히 약초를 올렸다.


마지막으로 벌어진 살점들이 잘 붙도록, 깨끗한 무명천으로 단단히 묶을 차례였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강협이 이마 위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연신 사과의 말을 입에 올렸다.


미안!···. 아, 미안···.. 미안하다···.. 많이 아프지? 미안!.... 정말 미안!.... 아아, 미안···.!


옆에선 운초와 란이 하영 못지않은 죽을상을 한채, 도모지 도움이 되지 않는 잔소리를 퍼부어대는 중이었다.


운초;

“살살 좀 해라. 내가 다 아프다. 아주 걸레가 됐네. 엉덩이 안 떨어진게 용하다. 야, 그렇게 하면 안된다니까! 이렇게 하라고!”


란;

“택도 없는 소리 하고 있네! 그렇게 하면 석달 열흘이 가도 안 붙거든!”


운초;

“무식한 게 어디서 입만 살아가지고! 상처 치료하려다 사람 죽일 일 있냐? 이게 맞다고!”


란;

“누가 누구보고 무식하대? 암 것도 모르는게. 한번 세게 아프고 말지, 평생 걸레쪽 엉덩이 달고 다닐래? 강협, 이렇게 하라고!”


강협;

“야, 만지지 마. 그러다···.”


무명천을 가로 해서 교차하는 게 맞다. 아니다, 그러면 쨍쨍하지 못하니 세로로 교차 하는게 맞다느니 하며 옥신각신 하던 운초와 란이 기어코 하영의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하영;

“아악!”


강협;

“정말 니들!”


하영의 비명 소리에 한번 움찔, 강협의 호랑이 눈길에 두번 움찔하고서야 운초와 란의 잔소리는 가까스로 멈춰졌다.


강협은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교차해 무명천을 묶었다.


치료를 끝낸 하영은 말 그대로 기진맥진이었다.


땀으로 목욕을 한 강협 역시 기운이 다한듯 하였으나, 안도감에 큰숨을 내쉬었다.


한 일도 없이 지친 기색을 보이는 란과 운초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음에 각자 만족해 했다.


방 안에는 그렇게 잠시 평화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는.


작가의말

*in 서울 대학생인 A가 생각하는 불공정함이란?

-명문대생들에게 면접 점수 가산점을 주는 행위


*지방대생인 B가 생각하는 불공정함이란?

-수도권 대학생들에게 서류 점수 가산점을 주는 행위


                                    (우리는 똑같이 다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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