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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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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85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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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여정의 시작-19

DUMMY

장애물 사이를 갈지자로 뛰고, 밧줄 잡고 경사면을 오르고, 포복으로 기고···.


유격훈련 중인 왕세자를 지켜 보며 운초가 준엄한 목소리로 일장연설을 하였다.


운초;

“신체 단련의 첫째는 우선 몸을 가벼이 하는 것, 저하의 몸에 붙은 기름기를 쏘옥 빼드리겠습니다. 오늘부로 새 사람으로 재탄생하시게 될 것이니 부디 기대하십시오, 저하!”



**



앉았다 일어서며 커다란 돌덩이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동작 대여섯번만에 왕세자의 팔과 다리는 심히 후들거렸다.


그러나 냉혹한 조련자인 란은 손톱만금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


뜨거운 모래가 가득 담긴 항아리를 손끝으로 번갈아 찌르는 훈련이 이어졌다.


란;

“활을 쏘자면 팔과 손가락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또한 온 몸의 근육을 함께 발달시키고 조화시켜야만 제대로 된 활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세게! 좀 더 빨리! 그것밖에 못하십니까? 지금 장난 하십니까, 저하?”



**



윗몸 일으키기, 오리 걸음 걷기, 모래주머니 차고 달리기 등등. 왕세자의 지옥훈련은 끝이 날 줄 몰랐다.


엄격한 스승으로 분한 강협이 가열차게 진행시키는 중이었다.


강협;

“강하면서도 유연한 신체야말로 무예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힘을 내시지요, 저하. 부디 저를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부족한 제자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품는 스승이 저는 못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어 기진맥진해 주저앉고 마는 왕세자를 란과 운초, 강협, 세사람은 팔짱을 낀 채 지독히도 냉정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강협;

“오늘은 맛보기였습니다.”


란;

“본격적인 훈련은 내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하시지요.”


운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저하.”


공포 가득한 얼굴로 왕세자가 세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하영;

“다음은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만···”


하영이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서니 긴장한 왕세자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강협과 란, 운초 역시 하영을 보았다.


어제는 저하의 쌍코피를 터뜨렸으니 오늘은 피똥을 싸게 한 들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배신자이나 한편으론 공범자로서의 기대감으로 잔뜩 들떠 쳐다보는 세사람이었다.



**



운초;

“천하의 쌍 나쁜! 우리가 누구 때문에 그 개고생을 했는데!”


란;

“썩을!”


강협;

“흐음···”


기대는 산산히 조각나버렸다.


목욕탕 앞에 선 운초와 란, 강협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안에서 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태평하기 그지없는 음성이었다.


하영;

“아, 시원하다! 신선이 따로 없네···.. 안 들어와?”


운초;

“저 자식 저거, 완전 신났잖아, 저게?”


란;

“썩어 비틀어질!”


보이지도 않는 벽 너머 안쪽의 하영을 향해 란이 도끼눈을 떠보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강협;

“어떡하지?”


반 포기한 듯한 얼굴로 강협이 물으니 운초가 우울한 어조로 답하였다.


운초;

“어쩌긴 뭘 어째? 일단 씻기는 해야 하니까 들어가야지 뭐. 후일을 도모하자고. 오늘의 이 원수를 갚아줄 날이 반드시 올거니까!”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려던 운초가 문득 돌아보며 말하였다.


운초;

“너도 들어갈래?””


란;

“뭐래니?.... 미친!”


분풀이 대용으로 운초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내갈긴 란이 휙 바람소리를 내며 뒤돌아서 갔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란의 뒤통수를 향해 운초가 공주먹을 날리며 씩씩되었다.


운초;

“우이씨! 내가 동네 북이냐? 이것들이 정말!”


강협의 뒤를 따라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운초의 궁시렁은 멈출 줄을 몰랐다.


운초;

“아주 쌍으로 들볶는데, 날 만만히 봤다간 니들 큰 코 다칠 줄 알아. 확 그냥 이것들을···.”


끝날 줄 모르던 투정과 저주가 멈춘 것은 탕 앞에서였다.


맙소사. 내가 저하랑 온통 깨벗고 한 욕탕에 들어가는 거야? 우왕! 이게 가문의 영광인거야? 아님 금제의 선을 넘어서는 불충행위인 거야? 헷갈리네···.


하영;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냐?”


운초;

“응? 아니야···. 별거.”


모르겠다. 씻고 죽으면 때깔이라도 곱겠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탕안으로 들어가니 뭉쳤던 몸의 근육들이 탁 풀리는 것이, 좋았다.


운초;

“아아, 좋네. 좋아!”


나른히 눈을 감으며 감탄사를 내뱉는 운초를 바라보며 왕세자가 빙긋이 미소지었다.



**



대장;

“저하께서는 신체 단련 중이십니다.”


비연달;

“···. 열심이시군.“


비연달이 우려낸 찻물을 잔에 따라 대장의 앞쪽으로 밀어 놓았다. 한 잔을 더 내어서는 향을 음미한 후, 한 모금을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대장이 입을 열었다.


대장;

“이제 그만 말씀해 주시지요.”


비연달;

“···..”


대장;

“공께서 돌아오신 지도 벌써 여러날이 지났습니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기에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비연달;

“···.”


대장;

“전하의 심중이 돌아서신 것입니까?”


비연달;

“···. 하문하시더군. 어찌하여 세자는 내 사람들을 상하게 하였는가. 그 연유가 세간의 소문과 일치하느냐, 그리 물으셨네.”


대장;

“무슨 말씀이신지?”


비연달;

“살해된 궁인들 말일세.”


대장;

“?”


비연달;

“감찰부 궁인들이라 하더군.”


대장;

“!”


비연달;

“처음엔 내키지 않으셨겠지. 위로 일곱분의 공주님들이 태어나시고 여덟번째 만에 어렵게 얻으신 첫 왕자님이 아니신가. 거기에 영민하기까지 하셨으니 저하를 향한 전하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아.

그 귀한 아드님을,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타국에 볼모로 보내셨네. 하물며 장차 보위를 이으실 왕세자 저하가 아니신가.”


대장;

“···..”


비연달;

“저하에 대한 온갖 비방들이 들려와도 귀 기울이지 않으셨겠지. 허나 대신들의 주청을 마냥 거절하실 수는 없는 노릇. 그래 감찰부 궁인들을 보내신 것일 테지.”


대장;

“···.”


비연달;

“감찰부 궁인들이란 자들이 무엇을 고하였는지 알 수는 없네. 허나 그들을 저하 곁으로 보내 감시토록 하자, 그리 주청 올렸던 자들이 누군지는 자네도 알테지. 그러니 대충 짐작은 해 볼 수 있지 않겠나?”


대장;

“···.”


비연달;

“저하가 전하를 뵙지 못한지 자그마치 10년일세.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이니 전하의 심중이 흔들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대장;

“부모자식간의 정입니다. 억겁의 세월인들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비연달;

“부모는 사람이 아니라 하던가?.... 또한 전하는 단순한 아비가 아니시지 않은가? 일국의 왕이시니 혈연의 정만으로는 생각할 수 없으실 터.”


대장;

“그래서 전하가 믿으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아드님께서 주색에 빠져 서책은 멀리하고, 간언 올리는 자를 베어 그 목을 술자리 놀이개 감으로 삼는다, 폭군의 조짐이 보인다, 그런 것입니까?”


비연달의 늙은 얼굴이 순간 참담함으로 구겨졌다. 찻잔을 들어 마시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대장은 알아보았다.


대장;

“다른 무엇이, 혹 더 있는 것입니까?”


비연달;

“···..”


대장;

“말씀해 주십시오!”


비연달;

“대진국과 내통을 한다, 그리 의심을 하고 계셨네.”


대장;

“어찌 그런! 천부당 만부당한 얘깁니다. 저하 비록 상심이 크시어 근자 들어 의기소침해지신 부분 없지 않으시나, 나라와 전하에 대한 충심만은 단 한시도 흔들린 적이 없으십니다!”


비연달;

“···..”


어찌 모르랴? 어찌 말씀 올리지 않았으랴···.


이 늙은 것의 목숨을 걸겠노라. 한 점 거짓이라도 있다면 이 늙은 것의 목숨줄은 물론 채 백일이 안된 어린 증손자놈의 목숨까지도 내놓겠노라. 가문을 도륙내셔도 좋으시다!


저하께선 순정한 첫눈보다도 결백하시니 부디 믿어주시라. 믿으셔야 한다고 피를 토하며 아뢰었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본 전하의 용안에는 성가심만이 그득했다. 이 늙은 것의 말소리가 다만 시끄럽고 번잡한 상황이 마냥 귀찮으나, 아들놈의 스승이고, 또한 오랜 신하이니 그저 참고 듣고 계심이 역력하였다.


불과 10년 전, 전하께선 당신이 가장 믿고 의지했던 용호군 대장을 기꺼이 어린 아들의 호위무사로 내주셨었다. 아들을 떠나보낸 후엔 빈 동궁전에 앉아 사흘 밤낮을 눈물로 지새우셨다던 전하가 아니신가···.


그렇듯 애간장을 녹이던 부자의 정은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가? 고작 십 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어디로 다 흩어져 버렸단 말인가···


허망한 노릇이었다. 무정한 시간과 덧없는 인심을 탓하기에는 닥쳐올 현실이 너무도 아득하여···.. 아득하고도 창망하였으나 비연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참으로 무능한 자신을 자책하며 눈물만 흘렸을 뿐.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돌아온 길이었다···..


작가의말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농담이라는 되는양, 면접관 X가 내게 말했다.

“목소리가 예쁘네. 얼굴하고 다르게. 헼ㅋㅋㅋ.”

-첫 업무보고 후엔,

“잘했어. OO학교 출신치곤 제법이야. 헼ㅋㅋㅋ.”

-퇴사하던 날엔,

“수고했어. 나간다고 인수인계 개떡같이 한 건 아니지? 헼ㅋㅋㅋ.”


경배하라. 들이받을 용기를 가진 행동하는 을님들을!

경계하라. 부글부글 혼자 끓다마는 겁장이 을의 소심함을!


(왜 그랬을까, 그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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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정의 시작-9 18.02.19 3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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