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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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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83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21 14:16
조회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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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22

DUMMY

공정이 피투성이가 된 이평을 끌고 들어왔다.


공정;

“왕세자와 가까이 지냈던 자입니다. 누군가를 도주시키려 시간을 벌려 했는데, 아마도 왕세자인 듯 합니다.”


응양군 대장;

“저하시냐?”


무릎 꿇려 앉힌 이평을 보며 응양군 대장이 물었다.


이평;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이러고도 무사라 하실 수 있습니까?”


공정이 칼집으로 이평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공정;

“닥쳐! 묻는 말에만 대답해!”


이평이 노려보자 공정은 다시 칼집을 들어 때리려했다.


응양군 대장;

“멈춰라··· 네 기백은 높이 살만하나 전하의 명이시니 어쩔 수 없다. 더는 묻지 않고 고통 없이 보내 줄 것이다.”


응양군 대장이 칼을 빼 들었지만 이평은 조금도 주눅든 기색이 없었다.


이평;

“윗 전의 명이시면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시겠다? 하하하. 나으리, 부디 출세하십시오. 명색이 무사란 자가 개백정만도 못하게 되었으니 그만한 보상은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퉷.”


이평이 입 속의 피를 내뱉고는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당당하고도 평온한 표정이었다.


응양군 대장이 내키지 않는 동작으로 큰칼을 휘두르니 사방으로 붉은 피가 튀었다.



**



왕세자의 처소로 통하는 복도 저쪽으로 서진과 응양군 대장을 위시한 응양군 10여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용호군 부대장과 용호군 다섯명이 그 앞을 막아 섰다.


서진;

“저하를 뵈어야겠네.”


응양군 대장의 옷에 핏자국이 묻어 있음을 본 용호군 부대장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부대장;

“침소에 드셨습니다. 내일 오시지요.”


서진;

“시급을 다투는 일이네. 물러 서게.”


부대장;

“죄송합니다. 돌아가십시오.”


서진;

“허어! 이런 고얀 놈을 보았나? 내가 누군지 알고!”


부대장;

“중전마마의 일가시지요. 허나 이곳은 왕세자 저하께서 머무시는 곳, 전하께서 오시지 않는 한 그 누구도 함부로 들일 수 없습니다.”


그때 뒤쪽에서 응양군 소속의 무사 한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응양군 대장에게 귀엣말을 하고는 물러났다.


놀라고 침통한 어조로 응양군 대장이 말하였다.


응양군 대장;

“비연달공께서 자결하셨다 합니다···.”


서진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응양군 대장;

“자네는 알고 있었는가?”


놀라움의 기색이 전연 보이지 않는 용호군 부대장을 향해 응양군 대장이 물었다.


부대장;

“몰랐습니다. 허나 여러 해 옆에서 어르신을 뵈어온 저로서는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응양군 대장;

“그러한가···.?”


부대장;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마음은 문과 무가 다르지 않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칼을 들었듯 공께선 그 분의 방식대로 충의를 표현하신 것이겠지요.”


응양군 대장;

“······”


말문을 잃어버린 응양군 대장에게 서진이 재촉하였다.


서진;

“뭐하시는가? 전하의 어명을 받들어야 되지 않겠나?”


그러나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응양군 대장이었다. 정도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려 하는 자들 앞에서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때였다.


대장;

“검을 뽑게.”


모두들 소리 나는 쪽을 쳐다 보니 용호군 대장이었다.


볼모로 떠나는 어린 왕세자를 지키기 위해 새로이 창건된 부대, 용호군.


그 용호군의 수장인 대장은 과거 왕실 호위 부대인 응양군의 대장으로서 큰 공을 세웠었다. 대진국과의 난 중 혈혈단신으로 왕을 지켜내어, 왕이 가장 신뢰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왕세자의 사람이 되어, 왕의 사람인 응양군 대장에게 칼을 겨누고자하는 것이다.


대장;

“자네는 자네의 길을 가게. 난 나의 길을 갈 터이니.”


대장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그러자 천천히 그에 응답하듯 응양군 대장도 칼을 빼어 들었다.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서진은 홀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



너른 마당 한가운데 대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용호군이 서로 등을 맞대고 서있다. 응양군 대장을 비롯한 30여명의 응양군과 혈투 중이었다.


칼과 칼이 맞부딪치며 섬광을 자아냈다. 누구도 물러설 길이 없는 혈전이었으나 방어하는 자들의 결의가 공격하는 자들의 그것을 능가했다. 수적 열세는 그렇게 만회되고 있었다.


그때, 표창 하나가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다. 용호군 대장이 재빨리 칼을 들어 쳐냄과 동시에 표창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맞상대였던 응양군 대장 역시 고개를 돌렸다.


양쪽 문으로 칼 든 대진국의 병사들이 줄지어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인강국의 무사들을 가운데로 몰아넣으며 아홉겹, 열겹으로 빽빽히 인해의 장벽을 쌓아가는 그들이었다.


그들 맨 뒤로는 대진국 황태자의 호위무사인 이신이 들어왔다. 인강국의 대신인 서진이 한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대진국 군사 한명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인강국 왕이 보낸 무사들은 물러가라.”


응양군 대장;

“무슨 소리인가? 이것은 엄연히 인강국 왕실의 일. 어찌 황군이 개입한다는 말인가?”


말끝에 응양군 대장이 서진을 노려보았다. 서슬퍼런 시선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서진이었다.


“감히 황군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대장;

“가시게.”


방금 전까지도 칼을 맞대었던 적, 그러나 존경해마지 않는 무인 선배이기도 한 이의 담담한 말소리에 응양군 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자괴감에 무너졌던 심정에 회복될 수 없는 깊은 상흔이 그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장;

“다 같이 죽을 필요는 없지···.”


그 말을 하는 용호군 대장의 얼굴 위로 이해와 조언의 미소가 어른거렸다.


거역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응양군 대장은 결국 천천히 뒤로 돌아 마당을 빠져 나갔다.


그 뒤를 10여명으로 줄어든 응양군 무사들이 따랐다.


용호군 대장과 부대장, 그리고 이제 다섯 명뿐인 부하들이 둥글게 등을 맞대고 서 조용히 적의 공격을 기다렸다.


마침내 대진국 군사의 수신호가 떨어졌다. 겹겹으로 둘러쌌던 대진국 병사들이 일제히 중앙을 향해 돌진했다.


한겹, 두겹, 대진국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쓰러진 제 편을 밟고 다지며 뒤에 섰던 대진국의 병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맹목적으로 또 칼을 휘둘렀다.


그들이 쓰러지면 그 뒤편의 병사들이 또 앞으로 나서 칼을 휘두르고···.


제 아무리 결의와 실력으로 무장했다 한들 용호군이 불사조일리 없었다.


마지막까지 대장의 뒤를 지키며 싸우던 부대장마저 날아오는 칼과 창에 목과 배, 발과 다리가 베어져 결국 쓰러져 그 생을 마감했다.


홀로 남아 대장은 긴 칼을 휘둘렀다. 흡사 지옥에서 날아온 혈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머리 위로 단정히 묶었던 상투는 베어져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풀어헤쳐지고, 그 자신과 적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칠갑이 된 붉은 몸은 번들거렸다.


무념무상, 자신마저 잊어버린 무아의 경지로 대장은 적들을 베어 죽이고, 찔러 죽이고, 쳐서 죽였다.


그런 대장의 앞으로 적들은 마치 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등잔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언제까지고 이어질 듯싶은 끔찍한 죽음의 향연이었다.


그 모습을 툇마루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신이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엔 제법 흥미를 느끼는 듯 하였으나, 지루해진 것인지 이내 하품을 해대었다.


반면 옆에 선 인강국 사람 서진은 피의 살육을 지켜보는 내내,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을 벌벌 떨었다. 하얗게 질린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였다.


크게 기지개를 켠 이신이 드디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담 너머에서 들리던 고함 소리, 칼 소리가 드디어 멈추었다.


찾아온 적막···.


눈을 감은 응양군 대장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또다시, 와그르르 무너져내렸다.


더는 남아있는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도 긍지도 이미 무너져 흔적조차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무언가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상실감에 철갑만 같던 응양군 대장의 무딘 눈가 아래로 눈물이 맺혀왔다. 빠개질듯 아파오는 가슴 통증에 저절로 이가 악물어지기도 했다.


공정;

“도주한 자들의 행방을 찾아냈습니다.”


응양군 대장의 눈이 질끈 감겨졌다.


공정;

“대장님!”


응양군 대장;

“···..”


공정;

“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응양군 대장;

“······”


공정;

“하명을···..”


감겼던 응양군 대장의 눈꺼풀이 그때 천천히 열렸다.


하려던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공정이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시선 또한 내리깔았다.


얼핏 본 응양군 대장의 눈속이 붉었던 것이다. 눈가로는 물기 또한 어른거렸다.


응양군 대장;

“···. 가거라.”


명령 속에 섞인 공허의 기운이 공정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은 공정은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토끼 몰이를 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



늦은 밤, 인적이 끊긴 거리에선 4인방과 다섯명의 응양군들 사이에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고 마는 혈투의 한발짝 뒤에 왕세자가 서 있었다. 정작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왕세자였지만 무념무상의 얼굴 위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강협;

“란, 지금!”


란;

“알았어!”


싸우던 상대를 강협에게 맡긴 란이 뒤로 돌아 멍하니 서있는 왕세자의 팔을 잡아 끌었다.


란;

“저하!”


부르는 소리에 시선을 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는 왕세자의 팔을 란이 다시 힘껏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뛰기 시작했다.


왕세자를 쫓아가려는 응양군들을 강협과 운초, 하영이 재빨리 막아섰다.


작가의말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천성이 어리석어 열에 일곱은 속지 않을 거짓말입니다.

습관에 천성이 더해지니, 최악의 조합이라며 손가락질하지만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제 속을 있는 그대로 보였다가는 만만해 보이기 십상입니다.

정신 번쩍 들게 죽비로 어깨죽지를 내리치며 충고할 일입니다.

“완벽한 거짓말장이가 되란 말이닷!”


                                    (건실한 지도층들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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