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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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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86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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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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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24

DUMMY

벌떡, 눈을 떴다. 그리고 또 벌떡 몸을 일으켜 앉으려던 란의 입에서 으윽,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뭐야? 꿈인가? 사후 세계야? 분명 죽었는데, 어찌된 일이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고, 상처에는 깨끗한 천이 감겨져 있었다. 휘휘, 둘러보니 익숙한 자신의 방이었다.


이게 가능해?


헉!


친구들! 무수한 적들 사이로 쓰러지던 운초, 하영, 강협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하···. 저하께선 어찌 되셨지?


싸맨 상처를 부여잡고 힘들게, 그러나 가능한 서둘러 란은 몸을 일으켰다.



**



복도 맞은 편, 친구들의 방문을 열었다.


수의가 입혀지고, 위로는 이불이 덮인채, 반듯이 누워있는 세 사람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란은 절규했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바깥쪽에 누워있는 죽은 운초의 팔을 움켜쥐고는 울었다. 죽은 세 사람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란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고 또 울었다.


운초! 강협! 하영!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눈을 떠, 제발!


아아! 혼자만 살아남았다. 다 죽고 홀로 산 것은 죽음만도 못한 일. 차라리 같이 죽을 것을, 어찌 나만 두고 떠나들 갔을까?


야속하고 야속하여라···. 무정하고도 무정하여라···. 벗이여! 혈육과도 같은 나의 벗들이여!


부시럭.


뭐야???


무슨 소리···? 산 자는 분명 이 방에 자신 혼자뿐인데, 자신 아닌 다른 이의 기척이 들려왔다. 놀란 란이 울음까지 뚝 끊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하영이었다. 제일 안쪽에 눕혀져있던 하영의 시신이 얼굴까지 찌푸리며 옆으로 돌아눕고 있었다. 뿐인가.


강협;

“조용히 좀 해라. 잠 좀 자게.”


허걱! 가운데 누워있던, 역시 죽었던 강협의 시신마저도 살아 움직였다. 몸을 북북 긁으며 하영 쪽으로 돌아눕는 모습이 란의 시야에 또렷이 들어왔다.


란;

“뭐야? 너네, 안 죽었어? 산 거야?”


운초;

“그게 불만이냐? 아무리 그렇다고 내 팔을··· 팔 좀 놔주면 안되겠니? 나 팔 빠지겠거든?”


란;

“살았구나··· 다 살았어! 꺄약! 다 살았어!”


이번에는 기쁨의 울음이었다. 눈물 콧물을 마구 쏟아내며 란은 운초의 팔을 흔들어대는것으로 자신의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곧바로 운초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나왔다.


운초;

“아아! 아프다고. 흔들지 마! 상처 다시 벌어지면 네가 책임질래?”


아픔에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운초가 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기쁨에 겨운 란은 제 감정에 취해 친구의 고통따윈 가볍게 무시했다.


아악. 놔라, 좀!.... 살았구나, 정말 살았어! 까약!..... 아아, 아프다고. 좀 놓으라고!.... 꺄악 꺅! 살았어, 진짜 살았어!...


비명과 협박과 애원을 이어가는 운초,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란 덕분에 방 안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하는 소음으로 시끄럽기가 최상가를 기록하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강협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썼다.


진즉부터 그 상태인 하영은 이불 속에서 점잖게 욕을 해댔다. 꺅! 꺅! 아-악! 란과 운초의 비명 소리에 묻혀 다행히 들리지는 아니했다.



**



왕세자;

“그리할 순 없습니다!”


갈현;

“저하!”


왕세자;

“백성을 팔아 왕위에 오르라뇨? 그것이 제게 하실 말씀입니까?”


갈현;

“모두 제가 한 것입니다. 대진국 황제를 만난 것도, 밀약을 맺은 것도 모두 소신이 한 일, 저하께선 아무 상관도 없으십니다. 하오니 저하께선 보위에 오르시어 나라를 부강히 하시고, 백성을 보듬는 성군이 되시옵소서. 그리하오면···”


왕세자;

“아니오. 그럴 순 없습니다. 저를 살리려, 조카인 저를 왕위에 앉히기 위해 외숙부가 하신 일임을 세상이 모두 알고, 또한 제가 압니다.

그런데 몰랐다, 모르는 일이다 하면 죄가 덮어지고, 끌려갈 백성들의 고통이 사라진답니까?

성군이 되라고요? 백성을 파는 왕이 왕이기는 한 것입니까?”


갈현;

“저하!”


왕세자;

“왜요? 어차피 제가 아니라 영진대군이 보위에 오른다 해도 성과 백성은 팔려가기 마련, 그러니 괜찮다 그 말씀을 하시렵니까? 중궁전이 하는 일, 너라고 못할소냐, 그리 말씀하시렵니까?”


갈현;

“······”


왕세자;

“예! 이래도 저래도 끌려갈 백성들이겠지요. 허나 저는 그리 못합니다. 그렇게 해서 왕위에 오르고 싶지는 않단 말씀입니다!”


갈현;

“......”


왕세자;

“치욕일망정 제게 살라 한 이가 있었습니다. 도망치라, 제게 그리 말하고 저 대신 죽은 이들이 있단 말입니다!”


갈현;

“···.”


왕세자;

“그래서 제가 어찌했는 줄 아십니까? 도망쳤습니다. 옳다구나, 하고 이 한몸만 살고자 도망을 쳤습니다! 허나 다시는, 더 이상은 그리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죽어야 한다면 제가 죽을 것입니다. 살아야 한다면 살겠으나, 이 한 몸 보존키 위해 다른 이의 피를 흘리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



왕세자는 애써 의연함을 유지했다. 그 옆에 선 갈현과 4인방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깊고 넓게 파 놓은 구덩이 안에 그들이 있었다.


왕세자의 스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연달. 왕세자에겐 아비와도 같았고, 그 아비의 마음으로 죽어간 용호군 대장.


그리고 기꺼이 젊은 목숨을 내던지고 죽은 충성스런 용호군들이 차디찬 시체가 되어 구덩이 안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붉은 흙이 시체 위에 뿌려지자, 란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늘에선 부슬부슬 찬 비가 내려, 산자와 죽은자를 구분치 아니하고 약소국 인강국인들의 머리와 어깨를, 그리고 섬약해진 심장을 적셨다.



**



사람들을 묻고 돌아오는 길, 하영은 왕세자에게 술 한잔을 청하였다.


다섯명의 친우가 둘러앉고, 한바퀴 술잔이 돌았으나 침울한 침묵은 깨질줄 몰랐다.


한참만에야 하영이 어렵게 입을 떼었다.


하영;

“전하께서 환후 깊으시어 저하의 본국행을 황제가 허락하였다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왕세자;

“그래···. 사실인듯 해.”


담담한 왕세자의 대답에 4인방의 얼굴 위로 기대감이 묻어났다.


란;

“하오면 이제 보위에 오르시는 겁니까, 저하?”


왕세자가 쓸쓸히 란의 얼굴을 쳐다보다 대답 대신 술병으로 손을 뻗었다. 옆에 앉아있던 강협이 재빨리 병을 들어 왕세자의 잔에 술을 따랐다. 천천히 술잔을 비운 왕세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왕세자;

“기억하느냐? 내 왕위에 오르는 날, 너는 나를 베어야 할 것이라, 그리 말하였던 것을?”


하영;

“··· 그날은 제가 함부로 입을 놀려···”


당황한 하영을 둔 채 왕세자가 다시 술병으로 손을 뻗었다. 강협이 술병을 들었으나 부드럽게 병을 빼앗아 든 왕세자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서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외숙부인 갈현을 먼저 보낸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였다.


왕세자;

“나의 외숙부가 대진국 황제와 밀약을 맺었다 한다. 내가 보위에 오르는 날, 우리 인강국의 다섯 성과 백성들을 넘기겠다고. 그 덕분에 내 목숨이 여지껏 붙어있는 것이다.”


경악하는 4인방을 쳐다보며 왕세자가 웃었다. 공허하고도 쓰디쓴 웃음이었다.


왕세자;

“나를 죽일 이유로 이보다 확실한 것이 또 있겠느냐?... 후훗. 대진국 병사의 칼이 아닌 벗이라 칭하는 너의 손에 죽게 되었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인가···.”


하영;

“저하···”


강협;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녕 사실이십니까, 그 말씀이? 갈현공께서?”


왕세자;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지금 어찌 살아 있겠느냐? 백성을 팔아 구걸한 목숨들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느냐? 하하···.”


몇잔 술에 벌써 취할리 없건만 왕세자는 취한 듯 보였다. 아니 취함을 가장했다는 말이 보다 정확하리라.


그 심정을 짐작하는 란의 음성은 조심스러웠다.


란;

“하오면 이제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세자;

“글쎄···. 무얼 할꼬? 무얼 할 수 있을까? 여차하면 다시 팔고 다시 구걸해, 이 한목숨 부지할 밖에··· 그것이 이른바 왕도라는 것인가 보다··· 하하하···.”


검은 구름이 깔린듯 침울하고도 무거운 침묵이 한동안 좌중 사이로 흘렀다.


정적을 깬 건 운초였다. 뜻밖에도 몹시 쾌활한 목소리로 그가 말하였다.


운초;

“저하, 그거 아십니까? 대진국에 처음 온 날, 전 하영과 대판 붙으려 했습니다. 저 녀석이 글쎄 저보고, 너희 집안은 저하의 외척이신 갈현공댁과 가까우니, 훗날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그걸 뒷배 삼아 호위호식하려는 심사가 아니냐, 그리 말하지 뭡니까?”


하영;

“내가 언제··· 난 그런 뜻이 아니라···.”


해명의 말따윈 무 밑둥 자르듯 싹둑 자르며 운초가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운초;

“그런데 저하, 이제와 말이지만 제가 그때 뜨끔했습니다. 저하 밑에서 한자리 하고 싶은 마음이 실은 굴뚝 같았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가능한 높은 자리를 해먹어야겠다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닐 말로 뒷배도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아닙니까?”


느닷없는 고백에 다들 얼마간은 놀라고 얼떨해했다.


그런 좌중을 바라보며 씨-익, 예의 그 마성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운초였다.


작가의말

*견(犬)이 인류에게 고함*


1. 신께서 모든 곳에 함께 하실 수 없어 어미를 주셨건만,

남의 자식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 인간 어미더라.

(실증사례; 우리 아이는 착한데, 나쁜 친구들 때문에....)


2. 신께서 인간을 만드신 후 흡족해하셨건만,

개가 되고 싶었던 인간이더라.

(실증사례; 세상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그놈의 술 때문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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