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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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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577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2.26 13:37
조회
574
추천
2
글자
9쪽

여정의 시작-12

DUMMY

이평;

“제가 또 졌습니다, 저하.”


왕세자;

“.···”


이평;

“그만 누우십시오. 밤이 깊었습니다, 저하.”


이평은 바둑돌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러나 왕세자는 바둑판 위에 새로이 백돌을 올려놓았다.


한쪽에 서 있는 용호군 대장의 눈치를 힐끗 살핀 후, 이평도 흑돌을 집었다.


대장;

“내일이 정월 대보름입니다. 곡마단이 오고 불꽃놀이도 있다 하니, 저자에 한번 나가보시겠습니까?”


왕세자;

“······”


조심스런 대장의 권유에 왕세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평은 다시 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이어 햇빛을 못 봐 파리해진 왕세자의 안색을 살핀 이평이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이평;

“불꽃놀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하? 전 한번도 못 봤습니다···. 듣자니 이곳의 불꽃놀이가 그 명성이 아주 자자하답니다. 서역에서까지 구경을 온다 하니 정말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하?”


왕세자;

“···.”


이평;

“저는 한번 보기가 소원인데···. 저와 내기하시겠습니까, 저하?”


왕세자의 고개가 들려졌다. 왕세자의 시선과 이평의 눈이 마주쳤다.


이평;

“제가 이기면 저와 불꽃놀이를 보러 나가시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내기 하시겠습니까, 저하? 제 도전을 받아주시겠습니까?”


대답 없이 왕세자의 시선이 도로 바둑판으로 향하니, 어렵게 짜냈던 이평의 용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평;

“송구합니다, 저하. 제가 너무 주제넘은···.. 저는 그저···..”


왕세자;

“그리하든지···.”


한마디 툭 내뱉고 마는 왕세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평은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곧 그것이 승낙의 말임을 깨우친 이평의 입가가 아이처럼 헤벌쭉 벌어졌다.


옆에 서 있던 용호군 대장의 얼굴에도 조용한 미소가 스몄다.



**



대보름날 저녁이다.


왕세자의 처소 앞 마당에는 4인방과 공정을 포함한 용호군들 열 명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부대장;

“저자에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혼잡한 틈을 타 행여나 저하의 안위를 노리는 자들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대장;

“마음의 적에 비하겠는가?”


부대장;

“?”


대장;

“저하의 심신을 상하게 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닐세. 저하의 무너진 마음이 저하 자신을 상처 입히고, 옥체마저 무너뜨리고 있어. 그걸 또 스스로 방치하고 계시지···.. 바람이라도 쐬시면 나아지시려나···.”


말끝에 대장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부대장도 고개를 들어 보았다.


까만 밤하늘 중앙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떠있었다. 어쩐지 가슴을 먹먹케 만드는 정경이었다.



**



거리는 정월 대보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중에 왕세자 일행도 있었다.


왕세자를 중심으로 대장과 이평, 공소가 따르고 4인방을 비롯한 용호군이 그 주변을 엄호하며 갔다.


부대장;

“어디에 시선을 파는 것이냐!”


불쇼를 벌이는 곡예단쪽에서 날아온 불티 하나에 무심코 눈길을 주었던 운초의 머리 위로 부대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움찔해 자라목이 된 운초를 부대장이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 후론 더욱 긴장해 모두들 물샐틈 없는 기세로 주변을 살폈다.


세상의 모든 불을 이 거리에 다 모아놓은듯 밤거리가 대낮의 거리보다도 훤하고 밝았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그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에 대기를 가득 채운 짜고, 맵고, 달고, 구수하고, 향긋한 음식 냄새들.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는 장삿꾼들.


깔깔대며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달아나는 아이들.


재주를 피우는 모자 쓴 개, 채찍을 든 원숭이, 말을 하는 구관조 등 익숙한 동물들에서부터 얼굴은 오소리를 닮고 몸통은 말과 같은데, 등 위로는 크게 혹이 나 있는 낯선 동물들까지.


거리는 볼 것, 즐길 것으로 가득했으나 왕세자 일행과는 전연 무관했다.


그들은 마치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있는 외로운 섬인양 했다. 다만 걸을 뿐, 즐거움따위와는 척을 진 듯 외면한 그들이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인강국의 왕세자가 자리했다.



**



저잣거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천막 십여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근방의 귀인들과 부자들을 위한, 관에서 마련해 둔 것들이었다.


일행은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세자의 앞에 술상이 놓이고, 이평이 왕세자의 잔에 술을 따르는 데, 맞춘 듯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피융-. 펑! 펑! 피융-.


요란한 폭죽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가르는 오색의 불꽃은 과연 장관이었다.


시원하게 창공을 뻗어올라간 불꽃은 여의주를 머금은 붉은색 용이 되어 몸을 뒤트는가 하면, 포효하는 백호가 되어 산을 뛰어올랐다.


이마 위로 시원하게 물을 뿜어대는 푸른 고래가 되기도 하고, 그 향기가 맡아질듯, 색색가지의 꽃들로 가득한 천상의 정원으로 변하기도 했다.


참으로 신묘하고도 경이로운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작년에는 대진국 대황비의 초상으로 불꽃놀이가 금지되었었다.


대장과 부대장을 제외한 용호군들 전부가 대진국에 온지 채 2년이 안되었으니, 모두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불꽃놀이가 되는 셈이었다.


이평을 비롯한 용호군들이 잠시나마 직분도 잊은채, 넋놓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왕세자;

“바둑판을 가져오너라.”


이평;

“예?.... 아, 예, 저하.”


불꽃놀이에 빼앗겼던 정신을 재빨리 수습하고 이평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바둑판과 알을 가져온 이평이 왕세자의 앞에 앉아 바둑돌을 집어들었다.


왕세자;

“너는 저것을 보고.”


이평;

“예?”


왕세자;

“불꽃놀이를 보러 오지 않았느냐?”


이평;

“예? 아닙니다. 다 보았습니다, 저하.”


당황한 이평을 놔둔채 왕세자가 용호군들에게 눈길을 주며 물었다.


왕세자;

“놓을 줄 아는 자가 있느냐?”


서로 눈치를 보는 용호군들 사이에서 하영이 한걸음 앞으로 나와 섰다.


하영;

“조금은 둘 줄 아옵니다.”


왕세자;

“앉거라.”


시무룩한 얼굴의 이평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하영이 대신 그 자리에 가 앉았다.



**



바둑판 위의 형세는 백중지세를 이루었다.


자리를 빼앗기고 풀이 죽어있던 이평마저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바둑판을 응시하였다.


불꽃놀이는 조금 전 끝이 났다.


지금은 주변 천막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박수소리, 웃음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여 모두들 조금씩 긴장을 풀고 있던 참이었다.


울음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울음 소리에 섞여 어린 아이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형아! 형아!.. 때리지 말그라, 우리 형 때리지 말라카니-!


바둑판 위에 백돌을 놓으려던 왕세자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아이의 말소리는 인강국 남쪽의 섬지방에서 쓰이는 사투리였다. 이 먼 타국에서, 고국의, 그것도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남쪽 지방의 사투리를 듣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장이 이평에게 눈짓을 보내니, 몸이 잰 이평은 나는듯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왕세자는 아무일도 없던 듯 바둑돌을 놓았다. 하영이 두고, 왕세자가 다시 돌을 놓았다. 그 사이, 아이의 울음 소리는 잦아들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하영과 왕세자 사이에 몇번의 차례가 더 오간 후, 이평이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이평;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하.”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도, 비명과도 같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곧 다시 들려왔다.


“안된다! 안된다카이! 이거 우리 끼다. 우리 돈이란 말이시!”


“형아! 형아! 으왕-”


천막 안에 긴장감이 돌았다. 아이의 울음소리란, 그것도 타국에서 듣는 우리 백성 아이의 울음소리란 모두의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평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대장은 걱정스런 얼굴로 왕세자의 안색을 살폈다. 굳은 얼굴의 왕세자를 하영도 살피듯 쳐다보았다.


이평;

“쉿! 됐어. 괜찮아. 아저씨가 다 쫓았으니까 그만 울어, 응?..... 자, 이거 받고. 얼른 집으로들 가라. 여기서 아저씨가 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저쪽으로 가. 그래야 저 녀석들이 못 쫓아오지. 자, 착하다. 그만 울어···.. 동생 손 꼭 붙잡고.”


천막 밖에서 아이를 달래는 이평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작가의말

착한 당신이 좋습니다. 존경합니다.

성실한 당신도, 열정적인 당신도,

지적인, 성공한, 반듯한.... 당신들 모두를.

그렇다고 내게 강요하지는 마세요.

당신의 그 빛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날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자주적인 머리와 독립적 심장을 가진 나는, 홍아람입니다.

                                     (세상 꼰대들에게 홍아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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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여정의 시작-19 18.03.14 28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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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정의 시작-16 18.03.07 29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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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정의 시작-9 18.02.19 300 2 10쪽
8 여정의 시작-8 18.02.16 316 2 10쪽
7 여정의 시작-7 18.02.14 34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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