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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다 님의 서재입니다.

휘,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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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빈둥거리다
작품등록일 :
2018.01.31 18:48
최근연재일 :
2018.04.13 19:06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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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0
추천수 :
50
글자수 :
134,425

작성
18.03.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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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여정의 시작-16

DUMMY

왕세자가 검술 동작을 해 보였다. 그리곤 멈춰 서 운초를 보았다. 시선을 마주친 운초는 얼른 시선을 돌려 회피하였으나···..


왕세자;

“교정을 안 해주느냐?”


운초;

“예?”


왕세자;

“고칠 부분을 말해줘야 할 것 아니냐.”


운초;

“제가요?”


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는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말을 다 들었다는 듯, 세상 억울하다는 듯한 저 표정이라니. 하하하.


웃음을 숨기려 왕세자가 고개를 숙였다.


운초로서는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폭발 직전의 모습으로 오해할만 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문득 자신의 처지가 가엾게 느껴진 운초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운초;

“그리 말씀하시니 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후우. 헌데 워낙 나무랄 때가 없으시네요···.”


왕세자;

“그래?”


운초;

“예···.. 마치 천인이 비검을 휘두르는 듯 신묘하시니 저는 감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왕세자;

“그래? 그럼 대련을 한번 해보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주절주절 아무 말이나 늘어놓고 있던 운초는, 왕세자의 돌연한 발언이 있고서야 나갔던 정신을 되찾았다.


이제는 전매특허가 된 듯한 토끼눈을 하고 운초가 따지듯 물어댔다.


운초;

“뭐라고요? 저보고 지금 저하랑 칼싸움을 하자는 것입니까?“


왕세자;

“그래. 왜, 안되느냐?”


운초;

“당연히! 그러다 저하의 옥체에 생채기라도 입히는 날이면 저는 그 날로 이승 하직인데요?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왕세자;

“천인의 비검을 보는 듯 신묘하다 해놓고 상처는 내가 입는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멈춘 듯 운초의 표정이 멍했다.


마주 보고 있는 왕세자의 얼굴 위로 조금은 심술궂은 미소가 두둥실 떠올랐다.


마침내 운초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있는 힘껏 변명을 생각해내느라 운초의 눈동자가 바삐 돌아갔다.


운초;

“그게···. 그게 그러니까 무슨 뜻이었는가 하면···. 그게···. 그러니까···. 아, 생각 났습니다!”


무릎까지 쳐가며 순간 얼굴이 밝아지는 운초를 왕세자가 자못 흥미진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또 얼마나 우스운 소리를 늘어놓을지, 기대가 큰 왕세자였다.


운초;

“다음으로 넘어가실 시간입니다.”


왕세자;

“푸훗. 뭐라? 느닷없이 다음으로 넘어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왕세자가 실소를 터뜨렸지만 운초는 게의치 않았다.


운초;

“예, 저하. 뭐든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건 좋지가 않습니다. 세상 이치가 모두 그렇지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신체를 고루 단련시키자면 골고루, 종목을 바꿔가며 하시는 게 최상이라 사료되옵니다. 자, 그럼 다음 종목은···”


허무맹랑한 답변을 늘어놓은 주제로는 운초의 표정이 지나치게 당당했다.


상대가 저리 자신만만한 태도로 나오면 이쪽에선 정말 그런가? 하고 순간 생각되는 것이 사람의 일반된 심리였다.


왕세자 역시 순간 판단력을 잃고 혼돈에 젖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운초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음은 물론이다.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은 운초는 잔칫상에 오를 닭을 고르는 주인의 표정으로 의기양양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란과 강협이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그 옆에 선 하영은 여전히 땅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중 만만한 이는 당연···


운초;

“란!”


이름이 불리자 화들짝 놀란 란이 친구를 보았다.


운초;

“란은 활쏘기의 명수입니다. 인강국 제일의 명궁이라 할 만 합지요. 하하 하하하하!”


사색이 된 친구의 얼굴과는 대비되게 호탕한 웃음으로, 운초는 오늘 제 할 일을 끝마쳤음을 알렸다.



**



과녁의 중심을 맞춘 화살은 단 한대뿐이었다. 중심과 조금 떨어져 세발의 화살이 꽂혔고, 마지막으로 쏜 화살은 겨우 과녁판을 맞힌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왕세자가 활을 내려놓고 란을 쳐다보았다.


세상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서있던 란은 왕세자의 시선을 느끼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왕세자가 있는 방향과는 물론 반대 쪽이었다.


그러나 뒤통수에 와 꽂히는 왕세자의 시선이 따가워 견딜 수 없게 된 란은 결국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란;

“왜···. 그러십니까···?”


왕세자;

“빗나갔지 않느냐.”


란;

“그러게요···”


왕세자;

“······”


왕세자의 말 없음이 불안해진 란이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았다. 왕세자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에게 쏠려있음을 안 란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란;

“왜 계속 저를 보시는지···.?”


왕세자;

“무엇이 잘못돼 빗나간 것인지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아니냐?”


란;

“···. 글쎄, 왜 그랬을까요?”


왕세자;

“보기는 한 것이냐?”


란;

“··· 봐야, 합니까?”


왕세자가 실소했다. 그 소리에 움찔하는 란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왕세자가 말을 했다.


왕세자;

“보아야 잘못된 자세를 교정시켜 주지.”


란;

“···. 그런가요....? 그런데 저기, 저하, 다음으로 넘어가실 시간이 얼추 된 것 같은데···”


왕세자;

“다음? 겨우 활 다섯 대를 쏘고 말이냐?”


란;

“그것이··· 하루 적정량이 다섯 발이거든요. 그 이상 쏘면 어깨에 무리가 와서···.”


란이 또 눈을 힐끔거려 왕세자의 안색을 살폈다. 믿지않는 기색이 완연한 왕세자의 표정에 란은 초조해져 손톱을 깨물며 말을 했다.


란;

“그게 활쏘기 교본에 나와 있는 얘긴데···..”


왕세자;

“정녕?”


란;

“예... 아니, 교본에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게 그러니까 민간에 전승되어 오는 일종의 관습이랄까, 비법이랄까, 뭐 그 비슷한 것이온데···.”


친구를 범 동굴에 밀어넣은 배신자 운초를 흠씬 두들겨 패주리라 마음먹었던 란이었다.


그러나 결국 어쩔 수 없이 란 또한 운초의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슴같이 크고도 맑은 눈망울 속에 간절함과 미안함을 그득 담아 란은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강협과 하영, 두 사람 모두 시선은 바닥을 향했는데, 곰곰히 생각에 잠긴 듯한 하영의 표정이 왠지 찜찜했다.


결국 란은 성격 좋기로 인강국에서 제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강협을 호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란;

“창술. 강협 나와···”



**



길이는 거의 사람 키만 하고, 넓이며 두께 또한 상당했다. 강협의 창을 건네받은 왕세자가 무게를 가늠해 보기 위해 창을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휘익, 휘익.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도임에도 워낙 크고 무거운지라 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꽤나위협적이었다. 휘익, 휘익.


짝 짝 짝. 세 번의 경쾌한 박수 소리가 섞어들어왔다. 왕세자가 쳐다보니 강협이었다.


강협;

“훌륭하십니다, 저하!”


왕세자;

“?”


강협;

“이렇듯 훌륭하시니 더는 가르쳐 드릴 것이 없을 듯 합니다.”


왕세자;

“?”


강협;

“자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하지 않습니까? 왠만한 사람은 솔직히 그 창을 들기도 힘에 벅차 합니다. 그런데 저하께서는 창을 높이 들어 허공에서 휘둘리기까지 하셨으니, 첫날 수업으론 이만하면 족하다 생각되옵니다. 근육에 무리가 가서는 안될테니 말입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 가서, 택껸에 하영!”


일사천리. 능수능란···. 그 누구보다도 매끄럽게 위기에서 탈출하는 강협의 솜씨에 란과 운초의 입이 떠억하고 벌어졌다.


순박하고 우직한 곰인줄 알았더니 약빠르기가 여우 뺨치는 솜씨 아닌가. 하아!


놀라 쳐다보는 친구들의 시선에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저 덤덤한 강협을 보며 란과 운초의 벌린 입은 한동안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곰도 여우도 아닌 도깨비를 보고 있는양 하였기에.



**



운초가 불안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운초;

“표정이 왜 저래? 저 자식, 설마 진짜 할 생각은 아니겠지?”


란;

“설마.”


운초;

“아니야. 그러고도 남을 놈이야. 저번에 못 봤냐?”


란;

“에이, 그래도···. 근데 진짜면 어떡하지?”


운초;

“발 걸어.”


강협;

“뭐?”


운초;

“발 걸어 자빠뜨리라고! 이번엔 태형 정도로는 안 끝나.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대진국에 온 이후, 부쩍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때가 많은 하영이었다. 온몸을 휘감은 듯한 비장함에 옆에서 보고 있기가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더구나 지금은 그 비장함이 최절정을 이룬 모양새이지 않은가.


순간의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으나 결국 강협은 슬쩍 발을 걸어 하영을 넘어뜨렸다.


쓰러진 하영의 앞을 운초가 나는듯이 막아서 왕세자의 시선으로부터 하영을 가렸다.


운초;

“괜찮아? 너 또 허리 다친 거야?”


괜찮다, 말하려는 하영의 입을 운초의 손이 재빨리 틀어막았다. 란 역시 운초의 옆에 와 서며 수선을 피워댔다.


란;

“어머, 어떡해? 그럼 그 고질병 또 도진 거야?”


운초가 강협의 큰 몸을 당겨 하영의 앞을 물샐틈 없이 가로막고는 몸을 돌려 말하였다.


운초;

“저하, 오늘은 이만 마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당분간은 못할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이 놈 허리병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덕분에 이 놈 집에선 애면글면 온통 그 걱정뿐입니다. 허니 요량해주십시오.”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왕세자의 태도에 초조해진 운초가 뒷발길질로 란을 걷어찼다.


우물쭈물 란이 앞으로 나섰다.


란;

“···.. 그게 그러니까··· 하영이 4대 독잡니다. 그런 주제에 이리 허리가 부실하니, 대가 끊기기라도 하면 참으로 큰 일 아니겠습니까?”


하영;

“뭔 소릴···.”


뒤에 눈이라도 달린양 이번에도 정확히 운초는 뒷발길질로 하영을 걷어차 그 입을 틀어막았다.


운초;

“알아, 안다고! 많이 아프다는 거 아니야? 들어가 쉬어야겠다 말은 하고 싶은데, 저하 앞이라 감히 말도 못하겠고. 그 심정을 우리가 왜 모르겠냐? 그러니 가만 있어. 우리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이 허리 부실한 4대 독자놈아.···.. 저기, 저하, 어떻게 할까요···.?”


왕세자;

“어쩔 수 없지.”


선선히 허락이 떨어지자 운초와 란, 강협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왕세자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왕세자;

“대신···”


작가의말

속이 헛헛합니다.

누구는 찰밥을 먹어보라 하고, 누구는 사랑을 해보라 하고,

기생충약을 먹어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적우적, 생라면을 씹으며 생각합니다.

봄이구나.... 생명이 약동한다는 봄....

새싹이 돋아나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마음 새시작을 외친다는 봄.


생각해 보니 헛헛이 아니라 씁쓸인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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