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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오면 당신은 설 것이다.

아카데미 은퇴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만찬가
작품등록일 :
2023.01.25 09:01
최근연재일 :
2023.03.10 09:08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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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
글자수 :
279,336

작성
23.01.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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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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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2. 계획이라는 게 쉽지가 않다 (2)

DUMMY

마왕을 쓰러뜨렸다.


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걸렸더라?


처음 용사로 발탁된 이후, 그러니까 내가 동네 친구들과 소꿉놀이 하던 시절부터 마왕 하나 잡으려고 내 청춘을 다 바쳤다.


남들이 놀 때 칼 한 번 더 휘두르고 남들 기름질 음식 먹을 때 닭가습살 한 조각 뜯어먹었다.


친구 한 번 사귄 적 없이, 내 곁을 지킨 것은 ‘용사 동료 모집합니다’라는 채용 모집으로 모은 동료들 뿐.


”마왕이 쓰러졌다!“


”해냈다, 용사! 네가 해냈구나!“


그래. 솔직히 내가 다 했지. 말이 동료지, 얘네 때문에 안 죽을 것도 수십, 수백 번은 죽을 뻔했다.


힐러라는 여자는 그냥 웬 종일 성서나 읽어재낄 뿐이지 힐 스킬도 변변치 않았고.


마법사라는 녀석은 광역기 하나 시전 하지 못했다.


어디 그 뿐이랴, 아처라는 녀석은 실력은 좋은데 커스텀의 끝은 순정이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인첸트나 속성 마법 하나 사용하지 않고.


탱커라는 녀석은 진짜 몸빵만 할 뿐이지 어그로 끄는 법을 몰라 내가 어그로를 끌었다.


일단 불만 하나 터뜨리니까 봇물 터지듯이 나오는데, 취사도 내가 하고 야간에 불침번도 내가 용사라는 이유로 두 번씩 더 서고 빨래도 내가 하고, 씻을 때 망도 내가 보고.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는데, 왜 몬스터랑 싸우면서 왜 얼굴에 분칠을 처 하는 거야, 귀족 모임 가는 것도 아니고!


뭐, 나만 모르는 감수성 같은 게 있는 거야?


하지만 좋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하지 않는가.


마왕을 잡았으니 이제 볼장 다 본 얼굴들이다.


”아니. 우리가 해냈지!“


그래. 진짜 내뱉기 싫었지만 억지로 목구멍 바깥으로 꾸역꾸역 내뱉었다.


그래도 이제 다들 마왕 잡은 공신들인데, 어디 가서 내 인상 망칠 일은 만들지 않아야지. 최대한 좋게 끝내는 게 서로 좋잖아?


“너희가 없었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거야! 정말로 고마워. 너희들과 함께 한 이 순간, 영원히 잊지 못 할 거야!”


본심은?


진짜 만나서 지랄 같았고, 다시 만나지 말자. 결혼식 때 청접장도 보내지 마라. 찢어서 여물로 줘버릴라.


“용사!”


“용사!”


“우억!”


미친. 갑자기 동료들이 황소처럼 내 몸을 들이 받았다.


이게 껴안는 거라면 단어 선택할 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봐라.


아니, 방금 마왕 때려 잡느라 상처투성이에 지칠 대로 지친 몸에 몇 명이 들러붙는 거냐고.


이런 감성으로 움직이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네가 용사라서 정말 다행이야!”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몇 번이나 죽었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래. 작별인사 하는 거잖아. 좋게좋게 생각하자.


마지막이라고 눈물들 몇 방울씩 찔끔 흘리는데 여기에서 당장 떨어져 이 육두문자로 점철될 년들아, 라고 하면 바로 분위기 창 날 게 분명하니까.


쩝, 그냥 등 몇 번 토닥여주면서 장단이나 마춰주자.


그리고 작별인사가 끝난 뒤, 나는 일체형 가죽가방을 등에 걸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제 빠이빠이 다 했으니까 가도 되는 타이밍이잖아?


그런데······.


“···얘들아. 왜 따라와?”


동료‘였던’ 녀석들이 내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게 아닌가?


설마 얘네들, 마왕 잡은 다음에도 계속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을 셈은 아니겠지?


”무슨 소리인가, 용사? 우리는 네 동료지 않은가.”


···아니.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계약서 안 읽어봤나? 계약서에 계약 기간은 마왕을 토벌할 때까지 내가 수기로 적어놨는데.


애초에 용사가 뭐하는 직업이냐. 마왕 때려잡는 직업이란 말이야. 마왕 때려잡은 뒤에는 용사고 나발이고 그냥 껍데기만 남은 직함이라고.


난 애초에 오버워크 따위 안 하는 주의라고. 철저히 계약서 조항대로만 하는데, 심지어 용사랍시고 열정페이를 넘어서 영혼페이를 하느라 왕한테 받은 돈도 탕진해서 퀘스트 깨고 받은 사비 털어서 운영하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이대로 말하면 또 나만 쓰레기 되겠지. 적당히 포장해서 말해야겠지. 용사니까. 적어도 왕한테 보고하기 전까지는 그래야겠지.


“마왕 원정대는 오늘부로 해산한다.”


“뭐?!”


“뭐라고?!”


아니. 왜 놀라고 그래. 애초에 시작할 때 이름도 마왕 원정대로 지었는데 너희들이 이러는 거 보면 나만 계속 새삼스럽다고!


“우리의 원정은 마왕을 토벌할 때까지였어. 마왕을 토벌했고 우리 원정대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해산해야지. 이제 각자 흩어질 시간이야.”


“그럴수가······.”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처음 만났을 때의 너희들은 미숙했어. 솔직하게 말할게.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실력이 부족해서 여정의 시작부터 힘들었고 여러 갈등과 고비를 많이 넘겼어.”


내가 초반에 몇 번을 죽을 뻔해서 헬창이 됐는데.


진짜 살아야겠다고 별 지랄을 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너희들을 봐. 지금의 너희들은 절대로 토벌하지 못할 거라 여겨졌던 인류 최대의 숙적,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의 동료들이야. 그 동안의 여정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목숨을 구했지. 너희들도 영웅이고 용사야.”


진짜 포장 있는 거 없는 거 꽁꽁 싸매서 해줬다. 이 정도면 말로 똥꼬 핥았다고 표현해도 될 걸?


웃긴 건 뭔지 알아? 이런 녀석들도 스텟은 이제 국보 급이 됐다.


뿐만 아니라 스펙이 마왕 토벌? 왕실에서 제일 먼저 데려가려고 난리를 칠 걸.


“이제 마왕의 위협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나 말고. 난 이제 쉴 거야. 은퇴하고 그냥 일반 가정집 꾸려서 알콩달콩 잘 살 거라고.


“이제는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서 사람들을 도울 떄가 아닐까?”


그러니까 내 몫까지 너희들이 해줘라.


”괜찮아.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어. 용사인 내가 보증할게.“


”용사······.“


눈물 흘리려고 하지 마라. 나 눈물 이런 거에 약해.


내가 저 단체 눈물 세례에 몇 번이나 홀랑 넘어갔던가.


이번만은 안 된다. 이번만은.


”용사는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섬뜩했다. 폐가에서 레이스 5마리가 피칠갑을 한 상태로 자기들 목을 꺾으면서 나타날 때보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불길한 느낌이 든다. 말하면 따라올까봐.


진짜 따라올 녀석들이잖아.


”······안녕.“


난 그 말을 끝으로 빛보다 빠르게 왕궁으로 향했다.


마왕을 해치운 내 플랜은 간단하다.


왕한테 포상금 받고 외딴 시골에서 산다.


마왕을 토벌하면 왕실 1년 예산액을 주겠노라고 왕과 계약서를 통해 약조했다.


그 정도면 퀘스트 하나 받지 않고도 건실한 성에서 땅따먹기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겠지.


솔직히 뭐 하는 것도 지쳤다.


그동안 사람 냄새보다 많이 맡은 게 몬스터 겨땀내고 물보다 많이 끼얹은 게 놈들 피였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은 내 몸은 마모에 마모를 거쳐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니, 힐러 덕에 팔팔하긴 하지만 심적으로 그렇잖아.


그냥 국보 검도 돌려주고 용사도 내려놓고 평범하게 늙어가면서 살래.


그게 지금 내가 가진 유일한 꿈이니까.


그 왕 놈도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이제 와서 두 말 하면 개새끼 소새끼 들어도 반박 못 하는 거지. 안 그래?


그렇개 기대하면서 왕성에 도착했다.


붉은 융단이 깔린 왕좌 아래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왕에게 마왕 토벌 소식과 은퇴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왕은.


“불허한다.”


“뭐 이 호랑말코 원숭이 빡빡머리 대왕님아?”


“어흠! 요, 용사. 공주가 보고 있다!”


왕은 헛기침 할 때 입을 가린 손을 벌벌 떨었다.


저 녀석은 내 본색을 안다.



연회를 열었을 때 내가 술에 취할 때 보여줬거든.



참고로 희끗한 뽀글머리 한가운데가 휑한 건 그 때 내가 뽑아버린 탓이다.



처형 당해도 할 말 없었겠지만, 나 죽으면 마왕 못 잡는데 자기가 어쩔 테야?



일부러 곁에 공주를 둔 건 내가 본색을 들키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보고하러 왔을 때 이미 내 본색 드러내게 할 말을 내뱉을 계획이었다는 거 아니야.



이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턱수염까지 싹 뽑아버릴 걸.



”고정하시와요, 용사님. 용사님의 요망을 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사옵니다.“



넌 빠져, 이 왕가슴 뺀질이야.



공주인데 유흥관 여색들 못지 않게 앞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앉았다.



이 나라는 왕이고 왕족아고 채통이 없어.



“도대체 왜 안 되는지 소상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폐에하?”



“요, 용사는 외교 정치라는 것을 아는가?”


”용사가 마왕만 잡으면 됐지 그것까지 알아야 합니까?“


”그러니까 어른의 사정이라는 얘기네. 그대가 용사로서 책무를 다하는 동안 그대의 명망을 들은 이웃왕국들에서 조력을 해주었다네.“


”조력이요? 처음 듣는데요.“


”왜. 있지 않은가. 매달 그대에게 주었던 지원금 말일세.“


”100골드요? 꼴랑? 원정대에 딸린 식구가 한둘인데 그걸로 이쑤시개로 이빨이나 긁겠습니까?“


”하, 하지만 100골드는 평민 백성 여럿이 반 년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인데······.“


”마왕 때려 잡는 거랑 그냥 집에서 둥가둥가 노는 거랑 스케일이 같니, 이 빡대가리, 아니지 대갈 폐하? 애들 고용비에 월급도 다달이 나가고 식비에 포션, 기타 잡화, 장비까지 구하려고 이웃 나라 퀘스트 클리어하면서 내가 사비로 충당했는데, 아니 했사옵니다.”


“아, 어쩐지 고맙다면서 금괴 더미를 주더라니······.”


“뭐 이 새끼야?“


”히익! 공주! 나를 지켜다오!“


저 뚱떙이가 자기 딸을 패밀리 쉴드로 써버리네.


”용사님. 그 동안 노고는 충분히 치하해야 마땅하나 안타깝게도 용사님께서 지금 은퇴를 하신다는 소식이 세간에 퍼지면 저희 왕국의 부흥은 정체될 것입니다. 타국의 지원이 끊기는 것은 물론 용사님의 이름 아래 활성화된 시장은 빠르게줄어들고 빈부격차가 늘어나게 될 것이며 백성들은 배를 주리며 피죽을 끓여 먹을 테죠.“


와. 딸은 더 하네. 그냥 백성을 방패로 써버려.


마왕성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구하지 말 걸.


”그러나 용사님의 뜻을 묵과하는 것 또한 도리가 맞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젊은 세대라 얘기는 통하네.


“때문에 간곡하게 요청하온데, 저희에게 유예를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유예?


“유예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현재 저희 왕국은 과거 유례 없던 부흥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이웃 왕국에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금으로 겨우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고 구축되기 위해서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후우.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나라는 브랜드 가치가 어마어마하니까 더 빨아먹겠다는 거 아니야.


일단 듣자. 저쪽 공주도 교섭을 하는 거니까. 교섭의 기본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 유예를 어느 정도로 잡고 계시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공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왕이 공백을 끊다시피 입을 열었다.


”3년. 3년일세.“


”3년이요?”


길다면 긴데 그렇다고 지난 여정에 비하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 것 같고.


그런데 그 동안 나보고 뭐하라고?


애초에 마왕도 잡고 세계평화가 찾아온 마당에 내가 뭐 할 일이 더 있나?


“그래. 3년. 그 동안 자네는··· 아르토리아 아카데미에 입학해줬으면 한다네!”


빠밤!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왕실 극악단이 방빠레를 울렸다.


그러더니 할 일 끝났는지 도로 문 닫고 조용히 나간다.


원정 떠날 때도 저러더니 한 결 같네.


“아르토리아 아카데미?”


“그래! 각 왕국의 온갖 주요 인사들의 자녀들이 한 데 모이고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교수로서 포진되어 있는 굴지의 아카데미! 용사, 그대는 아르토리아의 학생으로서 입학하여 학창생활을 보내기를 바라네!”


싫은데? 내가 왜?


”저는 아카데미에서 배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배우지 못하는 기술들 또한 능통해있고··· 그런데 왜 학생으로 입학하라는 겁니까? 강사나 교수라면 또 모를까.“


”그거야 그대는 젊지 않은가. 그 동안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바친 청춘, 더 늦기 전에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본심은?“


”영웅인 그대가 아르토리아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자녀들이 그대를 보러 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내게 약간의 후원이 오거나 그대가 제국의 왕녀와 맺어진다면 우리 왕국의 격이 오르고 나도 돈독 오를 때까지 돈 좀 만지고 우히히!“


“야.”


빡빡이인거뿐만 아니라 완전 돈독 오른 놈이었네?


나를 사교계라는 똥통에 밀어 넣어버리겠다는 말이잖아.


“그, 그대한테도 그렇게 나쁜 얘기만은 아닐걸? 아르토리아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육체미 모두 우수하고 촉망 받는 기대주들이야. 그대의 요망은 은퇴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아니었나? 달리 말하면 그 곳에서만큼 참한 여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걸?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그대와 가정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여식을 만나야 하지 않겠나?”


듣다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한데.


내가 쟤 말대로 한다는 게 왜 이렇게 아니꼽지?


”필요없습니다만.“


”제, 제발 부탁이야! 그래! 무엇하면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은 어떠한가? 자네라면 공주의 반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지.“


”더욱 필요없습니다만.“


”왜! 우리 딸이 어때서! 봐!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빵빵하고! 이쁘고! 참하고!“


”더더욱 필요없습니다만.“


”하앙. 이런 걸레짝만도 못한 취급. 태어나서 처음이야!“


구하지 말 걸.


용암에 떨어질 뻔 했을 때 손 잡아채지 말 걸.


가시 함정에 꼬챙이 될 뻔 했을 때 어깨 잡아주지 말 걸.


면전이라 참는데.


아무리 예쁘고 몸매가 좋아도 자기 앞가림 하나 하지 않고 사는 여자는 이제 질색이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3년! 딱 3년이면 되니깐! 눈 딱 감고 휴가 간다고 생각하고 내 말 좀 들어주게, 응? 3년 뒤에는 은퇴해도 뭐라 안 할 테니깐 딱 3년만! 응?“


와, 내가 살다살다 왕이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걸 다 보네.


그 정도야? 도대체 얼마나 받아처먹길래 한낱 민생한테 왕이 무릎을 꿇는 거겅?


···.그래. 3년. 마왕 잡는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쏜 살 같은 시간이다.


이렇게까지 왕이 애걸복걸 하는데, 그 동안 미운정 들기도 했고.


”딱 3년입니다.“


”응! 물론이지!“


”3년 뒤에도 번복하면 그 때는 진짜 확······.“


”히익! 알았어! 알았다고!“


이렇게 못 박아뒀는데 그 때 가서 또 번복하지는 않겠지.


진짜 또 이러면 그 때는 국보 검으로 왕궁 지붕 한가운데를 뚫어버릴 거야.


진짜 속는 셈 치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휴가 겸 해서 갔다 오자.


내가 호구지. 호구야.


“계약서 쓰시죠.“


”응!“


결국 나는 용사의 마지막 임무로 아카데미아로 가는 것이 결정됐다.


이때는 몰랐지.


내가 쓴 계약서에 내가 피눈물 흘리는 날이 올 거라고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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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은퇴 용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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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살풍경 23.03.09 22 0 11쪽
43 43. 나름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한 23.03.08 36 0 12쪽
42 42. 1교시 대환장 파티 (2) 23.03.07 30 0 13쪽
41 41. 1교시 대환장 파티 23.03.06 17 0 11쪽
40 40. 기습 23.03.05 20 0 14쪽
39 39. 용암 근처에서 노숙 23.03.04 22 0 13쪽
38 38. 탈락자는 아카데미 퇴출 (3) 23.03.03 21 0 12쪽
37 37. 탈락자는 아카데미 퇴출 23.03.02 28 0 10쪽
36 36. 종 쳐 (2) 23.03.01 34 0 10쪽
35 35. 종 쳐 23.02.28 31 0 10쪽
34 34. 정신교육과정 불나방 23.02.27 18 0 9쪽
33 33. 망나니 테스트 (2) 23.02.26 27 0 10쪽
32 32. 망나니 테스트 23.02.25 20 0 10쪽
31 30. 참교육 23.02.24 20 0 14쪽
30 30. 짹짹 23.02.23 22 0 14쪽
29 29. 할 일 투성이 23.02.22 18 0 16쪽
28 28. 적과의 불편한 동거 (4) 23.02.21 21 0 14쪽
27 27. 적과의 불편한 동거 (3) 23.02.20 23 0 13쪽
26 26. 적과의 불편한 동거 (2) 23.02.19 21 0 11쪽
25 25. 적과의 불편한 동거 23.02.18 23 0 11쪽
24 24. 결산 보고 23.02.17 25 0 11쪽
23 23. 낯선 천장이다 23.02.16 24 0 12쪽
22 22. 마무리는 용사의 몫 23.02.15 23 0 19쪽
21 21. 아이리스 아마게돈 23.02.14 26 0 17쪽
20 20. 배로 갚는다 (3) 23.02.13 24 0 15쪽
19 19. 배로 갚는다 (2) 23.02.12 22 0 18쪽
18 18. 배로 갚는다 23.02.11 25 0 10쪽
17 17. 뒤통수 얼얼하네 (2) 23.02.10 27 0 17쪽
16 16. 뒤통수 얼얼하네 23.02.09 2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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