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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오면 당신은 설 것이다.

아카데미 은퇴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만찬가
작품등록일 :
2023.01.25 09:01
최근연재일 :
2023.03.10 09:08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635
추천수 :
8
글자수 :
279,336

작성
23.02.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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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1. 아이리스 아마게돈

DUMMY

"아이리스!"


아즈엘카는 서로 뺨과 가슴을 잡아당기고 있는 둘 사이에 꼈다.


그녀의 부름에 한창 가슴을 쥐고 있던 아이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어라. 교장까지 여기에는 웬 일이야? 학생들도 다 밖에 나와 있고, 일광욕이라도 쐬러 나온 거야? 그런 것치곤 하늘이 새까만걸."


"지금 두 사람이 다툴 때가 아닙니다. 수십 만이 넘는 마족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진짜? 어디?"


아이리스는 그녀를 지나쳐 외벽 끄트머리에 기대어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었다.


"우와. 진짜 사방에서 떼거지로 몰려오잖아? 저게 대체 몇 마리야?"


"···아니지. 몇 명이냐고 말해야겠구나."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말을 바꿨다.


아이리스는 멀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족들의 마력에서 희미하게나마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마력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완전히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일반적인 마족과는 달리 인공적으로 개조된 마족의 경우에는 희미하게나마 사람의 마력이 흘러 나오니까.


그 양은 매우 극소량에 불과하지만 비공식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인 그녀의 마력 탐지 기술은 아득히 범인을 초월한지 오래였다.


사람을 마족으로 개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런 대규모의 인구를 단번에 마족으로 변하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누가 대륙에 마족의 피를 뿌렸구나."


때문에 용사가 지금 무엇을 하느라 부재중인지 전후사정을 듣지 않았음에도 대강 눈치챘다.


"바보 같은 용사."


이 정도의 일에 왜 자기를 부르지 않은 건가.


맨날 그렇게 자기 혼자 혹사하고, 자기 혼자 희생하고.


그렇게 희생했음에도 결국 이 사단이 났다.


"결국 뒤처리는 내가 해야 되는 거잖아."


'조금 정도는 나를 믿어줘도 될 텐데.'


심술이 튀어나온 작은 입 밖으로 조그맣게 불만을 털어놨다.


"아이리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당신이라면 저 마족들을 저지할 수 있겠죠."


"당신, 알고 있어? 저기 몰려 오고 있는 마족들 전부 사람이라는 거."


"그게······."


"표정 보니까 다 알고 있었나 보네. 마족의 피로 사람이 마족이 되었다는 거, 이미 대륙 전체가 마족의 피에 절여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거, 저 정도의 숫자가 오로지 아카데미로 몰려오고 있다는 이유."


"······."


아이리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적어도 원정대 내에서는 가장 이성적이었으며 두뇌를 담당했다. 때문에 저들이 일방적으로 아카데미를 향해 오는 것부터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을 시작으로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즈엘카 정도 되는 사람이 모를 리가 없다는 것까지 한 번에 파악했다.


그녀의 입장에서 아즈엘카는 방치를 한 입장이었고 그 말은 즉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어느 세력과 동조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왜 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데 입 한 번 뻥끗 안 했으면서 이제 와서 아카데미를 지키려고 안달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말해. 똑바로 설명 안 하면 이대로 텔레포트 해서 나 혼자 가버리는 수가 있어."


"제 입으로는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용사는 전후사정을 알고 있으니, 이 일이 끝나면 그에게 들을 수 있을 거에요."


이것들이 나만 빼고 둘이서 악의 집단과 맞서 싸우는 작당모의질을 하고 계셨다?


그래놓고 이 여자는 관계자인 주제에 용사에게 사정 설명하는 걸 떠넘겼다?


사람이었던 마족을 해치우는 것만으로도 죄악감이 상당한데 그걸 또 내게 떠넘기시겠다?


괘씸했다.


"나는 남한테 자기 일 떠넘기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여기 있는 학생들도 내 알 바 아니고."


"그럴 수가. 당신은 용사의 동료잖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동료지. 용사가 아니라. 그리고 해체했거든? 마왕 때려잡고 나서 대뜸 해체하고 선 그어버렸다고."


"네?"


원정대 멤버 사이에서 나온 얘기가 있었다.


마왕 원정대는 마왕을 잡는 것을 목표로 창립됐다.


그렇다면 마왕을 잡은 뒤에는 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결과, 용사는 그들과 결별을 택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래놓고 다시 앞에 나타난 게 하루도 되지 않았다.


결국 용사도 그 동안 동료들에게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은 게 틀림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툴툴대면서 퉁명스럽고 싸가지가 없긴 했지만 위기 상황만 되면 자기가 방패가 되고 어려운 일도 군말은 많았어도 결국 해준 용사였으니까.


그래서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구두굽으로 드롭킥 하나 날리고 용서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까 없어졌으니까 열불이 안 터질 리가.


결코 다시 얼굴을 볼 생각에 설레어서 밤을 새다가 깜빡 잠에 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부디 힘을 빌려주세요. 아카데미를, 학생을 구해주세요."


아즈엘카는 혼자서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숨을 쓴다면 가능했다.


실제로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어찌 사람이 이리도 간사한지, 그녀 이외에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나타나자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살고 싶어.'


아직 그녀는 살고 싶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었다.


여명 묵시록에게서 심장을 되찾아야 했고 교장으로서 아카데미와 함께 하고 싶었다.


때문에 그녀에게 현 상황에 대해 말할 수는 없어도 그저 허리를 숙여 간절하게 바랐다.


부디 해결해주기를.


아이리스는 그런 그녀의 뒤통수를 영 아니꼬운 표정으로 깔아봤다.


"흥!"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왕을 해치운 용사가 어디에서 죽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돌아올 곳은 이곳, 아르토리아 아카데미밖에 없지 않은가.


그 녀석에게 드롭킥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하다 못해 이곳은 사수를 해야 했다.


'딱히 그 이유밖에 없다고.'


아이리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득한 위쪽, 끝없이 펼쳐진 먹구름에서 그녀의 생명력의 일부를 비롯한 방대한 마력이 응집되어 있었다.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는 본 적 없었다.


그녀 말고는.


"저거 당신이 만든 거지? 생각하던 것보다 꽤 하네. 당신이라면 마왕 원정대에 지원했으면 받아줬을 수도 있었겠어."


이미 해체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어쨌든 저 정도 마력이면 무리없이 마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마력 받아간다."


아이리스는 키가 큰 모자를 벗었다.


마치 그것을 마녀의 항아리라도 되는 것 마냥 거꾸로 뒤집어 손으로 헤집었다.


우르르릉.


그녀의 손길이 만드는 흐름을 따라 짙은 먹구름이 순식간에 그녀의 모자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욱하던 하늘 끄트머리가 먹구름이 사라짐에 따라 빠르게 푸른 빛을 되찾고 태양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왕국 하나는 우습게 멸망 시킬 정도의 마력이 고작 그녀의 모자 안에 전부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다시 말해, 응축과 응축을 반복해 하나의 빛을 발하는 구체가 되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이리스 일대에서 심상치 않은 풍압이 계속해서 불어나오게 만들고 있었다.


"헤이즈. 그 무능한 여자는 어딨어?"


"무능한 여자라뇨. 그래봬도 우리들의 전위를 담당하던 기사였다구요!"


"아, 그래. 무뇌아. 어쨌든 어딨냐고."


"아카데미 정문에서 대기하라고 했어요. 아이리스가 마법을 사용하면 여기까지 피해가 말려드니까."


"그래."


나름대로 대처는 했다 이거지.


그런데 그걸로 될까?


저 정도의 수를 상대로 마법을 쓰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장점이라고는 막는 것밖에 없는 그 여자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부터 사용하려는 마법의 반동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교장.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법은 한 번 쓰는 걸로 상당한 대가를 요구해. 저 녀석들을 쓸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반동으로 여기까지 말려들 거야."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당신 안개술사잖아. 마력도 바닥 났는데 결계 같은 걸 칠 수나 있겠어?"


"걱정할 시간에 어떻게든 해주세요! 벌써 마족들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그래. 어떻게 되든 난 모른다?"


아이리스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 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썼다.


모자에 담겨 있던 방대한 마력이 순식간에 아이리스의 몸 안에 스며들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몸 안의 마력이 충만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조금 허기가 지는 느낌이네.'


"물의 근간이여. 나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쿠쿠쿠쿠!


"우, 우왓?!"


"지, 지진이다! 다들 숙여!"


아이리스가 주문을 읊기 시작하자 갑자기 땅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제대로 설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릎 안에 얼굴을 파묻으며 머리를 감쌌다.


단련된 아즈엘카조차 강력한 땅 울림에 잠깐 몸이 휘청거렸다.


"이, 이건 무슨 마법이지?"


고위급 땅 원소 속성 마법인가?


아니, 하지만 방금 그녀의 입에서는 물을 부르지 않았던가?


쿠콰콰콰콰콰!


이윽고 아카데미와 마족들 사이의 경계, 그 사방에서 물이 바닥을 뚫고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한 번 땅을 뚫은 물길은 그칠 줄 모르고 서로 몸을 비비고 맞대어 하나가 되었다.


물길과 물길은 이윽고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만들었으며 그럼에도 부족하여 더더욱 몸을 불려나갔다.


그 결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뻗어 있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었다.


어떤 왕국이건, 심지어 제국의 수도조차 집어삼킬 것 같이 거대한 물의 재앙.


"쓰나미?"


설마 지금 맨땅에서 쓰나미를 만들었다는 건가?


공기에도 수분이 존재해 대개 물이 없으면 공중에서 끌어 쓰는 경우는 봤지만.


이건 그 경우가 한참을 벗어났다.


거대한 강이나 바다 앞이라면 모를까 공기와 물 원소를 혼합한 안개 속성의 14서클 마법보다 단위 속성의 14서클 물 마법이 이곳에서는 더 끌어내기 어려울 텐데.


하지만 아직 그녀는 주문을 마치지 않았다.


"하늘이여. 오만한 시선을 낮추고 주인에게 경배하라."


쿠쿠쿠쿠!


"이번에는 또 뭐야?!"


이번에는 하늘에서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가뜩이나 지진 때문에 혼비백산이었던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 소리에 보호하던 머리를 들어올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갸아아악?! 저것들은 또 뭐야?!"


그리고 턱이고 눈이고 다 빠질 것처럼 얼굴이 나가버렸다.


아즈엘카 또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하늘에서 날벼락 대신에 불길에 휩싸인 혜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메테오······?"


역대 대마법사들조차 구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손에 꼽으며 파괴력만으로 역대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마법.


하지만 그들조차 기껏해야 한 두 개의 메테오를 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지금 그들의 앞에 떨어져 내리는 혜성의 개수는 무려 열 개가 넘었다.


땅에서는 쓰나미가 치솟아 올랐고 하늘에서는 열 개가 넘는 메테오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오늘이 대륙 종말의 날이던가?


'대륙의 사람들이 멸문 시킬 만 했네.'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이었지만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가문에서 살아남은 단 한 명이 14서클 마법을, 그것도 동시에 두 개나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마족 수십만 명은 안중에도 없었다. 14서클 마법 두 개가 하늘과 땅에서 시전되고 있는 마당에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전멸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것도 지금껏 그녀가 알던 14서클 위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신이여."


아직도 아이리스의 주문은 끝나지 않았다.


"또?!"


"아이리스는 원정대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었던 적이 적었으니까요. 한 번 발동하면 성이 풀릴 때까지 끝장을 보는 독불장군이에요."


아니.


그게 말이 되나?


14서클을 두 개나 시전하고도 충분하지 않다고?


최소 반 세기 이상을 살아온 그녀였기에 별의 별 경우를 다 겪어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 이 상황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하세요!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


"충분?"


"핫."


아즈엘카는 보았다.


은근히 고개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입꼬리 한쪽이 사악하리만치 씨익 올라간 것을.


"난 분명히 경고했다?"


저 말은 분명히 이 상황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서 내뱉은 것.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서 자기의 기분전환만을 위해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의 표정을, 아즈엘카는 처음 봤다.


책임을 오롯이 아즈엘카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선역을 맡아 마력 해소까지 쏠쏠하게 하겠다는 악마와도 같은 심보.


아즈엘카는 눈앞에서 사악하게 웃는 마녀를 더 이상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미쳤어. 미쳤다고."


미쳤거나 말거나 아이리스는 주문을 외웠다.


"신이여. 인간을 창조해 안주한 나태함 위에 역천한 사람이 여기에 있나니, 내가 곧 너의 주인이요, 하늘의 머리이다."


아이리스가 한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땅에서 솟아 오른 쓰나미와.


하늘에서 낙하하는 혜성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두 현상의 합일로 인해 거대한 충돌과 그에 따른 여파가 세상을 집어 삼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처음 보는 양상이 펼쳐졌다.


쓰나미를 이루고 있던 물의 원소와 메테오를 형성하던 땅과 불, 그리고 가속도를 더한 바람의 원소가 분자 단위로 쪼개져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무수한 마력은 빛이 되었고, 빛 뒤에 어둠이 비집고 나와 서로 얽히고 설키기를 반복했다.


밝은 오전 하늘에 새까만 우주가 형성되는 것 같았다.


빛과 어둠이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이듯 불균형하게 뭉쳐지더니 어둠 위에 빛이 막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즈엘카는 저 모양을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득히 먼 하늘, 행성 마저 가늠조차 안 되는 중력으로 끌어 당기는 힘을 가진 무형의 위협이 있었다고.


그 이름이 아마.


"블랙홀······?"


그래. 아마 그런 이름이었다.


이미 이건 14서클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아즈엘카는 장담했다.


만약 14서클 마법의 다음이 있다면, 그 종점이 바로 이 마법일 것이리라.


아니, 이미 이것을 마법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이것은 재앙이었다.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마력을 요하며 일대에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대참사 마법.


대륙 유일무이한 15서클 마법.


"신이여, 고개를 조아려라."


아이리스 아마게돈. 그녀는 들어올렸던 손을 아래로 내려서.


"탬페스트."


그것을 그대로 땅에 떨궜다.


구우우웅······


처음에 그것은 무거운 슬라임처럼 형태를 일그러뜨리면서 땅과 맞닿았다.


아니, 땅에 닿기 직전에 가까워진 땅을 소멸시켰다.


때문에 땅 위에 두 발 딛고 우두커니 서 있던 마족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기들을 향해 날아오는 빛을 막연히 바라보다가 어둠에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마족을 한 순간에 소멸 시킨 뒤, 그녀의 마법은 끊임없이 바닥에 파고 들었다.


이윽고, 섬광이 아카데미의 사방을 집어삼키더니.


쿠쿠쿠쿠.


다시 한 번 거대한 지진이 아카데미 건물 전체에 흔들렸다.


아니, 천축이 흔들렸다.


쓰나미에 비할 충격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법은 마족과 그 건너편의 땅을 전부 소멸시킨 것도 모자라 땅 아래까지 여파가 스며들었다.


제국과 각국의 원조 아래 튼튼하게 건조되고 개조된 아카데미의 지반조차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충격에 대비하라!"


"으아아앙! 엄마아아아아!!!"


"사람 살려어어어어!!!"


아즈엘카는 똑똑히 봤다.


마법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아카데미를 향해 뻗어 오고 있었다는 것을.


"꺄하하하하! 이거야! 이거라니까?! 아하하하하하!"


그리고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어 재끼는 아이리스와.


"괜찮아요. 아이리스가 마법을 쓰면 항상 이러니까요. 그 때마다 어떻게든 살았어요. 조금만 참아보세요."


태연하게 웃으면서 지진에 의해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헤이즈.


"엄마! 내 등에 타! 여기에서 나가야겠어!"


"공주님! 타세요! 빠져나가야겠어요!"


거대한 용으로 변한 융융과 그 뒤에 타서 하늘로 피신하는 쉐릴과 아리아나 공주.


그리고 기둥조차 갈라지고 있는 아르토리아 아카데미.


눈물 콧물 쏟으며 광인이 된 아르토리아 학생과 강사들까지.


이 세기말의 광경을 보다 못한 아즈엘카 교장은.


'와. 빛이다.'


마음을 닫고 죽은 눈으로 남일 처럼 세상을 바라봤다.


'언젠가 용사에게 아카데미를 부숴달라고 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부숴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윽고 아카데미는 하얀 빛에 감싸인 채.


그렇게 빛과 하나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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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나름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한 23.03.08 35 0 12쪽
42 42. 1교시 대환장 파티 (2) 23.03.07 29 0 13쪽
41 41. 1교시 대환장 파티 23.03.06 17 0 11쪽
40 40. 기습 23.03.05 19 0 14쪽
39 39. 용암 근처에서 노숙 23.03.04 22 0 13쪽
38 38. 탈락자는 아카데미 퇴출 (3) 23.03.03 20 0 12쪽
37 37. 탈락자는 아카데미 퇴출 23.03.02 28 0 10쪽
36 36. 종 쳐 (2) 23.03.01 34 0 10쪽
35 35. 종 쳐 23.02.28 31 0 10쪽
34 34. 정신교육과정 불나방 23.02.27 18 0 9쪽
33 33. 망나니 테스트 (2) 23.02.26 27 0 10쪽
32 32. 망나니 테스트 23.02.25 20 0 10쪽
31 30. 참교육 23.02.24 20 0 14쪽
30 30. 짹짹 23.02.23 22 0 14쪽
29 29. 할 일 투성이 23.02.22 18 0 16쪽
28 28. 적과의 불편한 동거 (4) 23.02.21 21 0 14쪽
27 27. 적과의 불편한 동거 (3) 23.02.20 23 0 13쪽
26 26. 적과의 불편한 동거 (2) 23.02.19 20 0 11쪽
25 25. 적과의 불편한 동거 23.02.18 23 0 11쪽
24 24. 결산 보고 23.02.17 23 0 11쪽
23 23. 낯선 천장이다 23.02.16 23 0 12쪽
22 22. 마무리는 용사의 몫 23.02.15 22 0 19쪽
» 21. 아이리스 아마게돈 23.02.14 25 0 17쪽
20 20. 배로 갚는다 (3) 23.02.13 23 0 15쪽
19 19. 배로 갚는다 (2) 23.02.12 22 0 18쪽
18 18. 배로 갚는다 23.02.11 24 0 10쪽
17 17. 뒤통수 얼얼하네 (2) 23.02.10 27 0 17쪽
16 16. 뒤통수 얼얼하네 23.02.09 2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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