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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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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523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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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3)

DUMMY

파직! 파지직!


드래곤의 입속에 모여든 불꽃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처럼 일렁이자 푸른 전류가 배진석과 드래곤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동시에 드래곤의 입이 쩍 벌어지며 불길이 새어나왔다.


콰아아앙!


푸른 전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지자 드래곤의 입속에서 두 마력이 합쳐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끼에에엑!”


괴로운 듯 울부짖는 드래곤의 입속에서 핏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배진석의 독 기운이 묻었던 비늘은 금세 제 색을 찾아가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지만, 제아무리 두꺼운 비늘이라도 입속까지 보호하진 못했다.

드래곤이 허공에서 고통에 발버둥 치는 사이, 거뭇한 무언가가 땅으로 처참히 떨어졌다.


“아깝네요.”


앞에 선 조두현은 바닥에 떨어진 거뭇한 물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드래곤의 불길 속으로 제 몸을 직접 던진 탓에 형태도 거의 남진 않았지만, 분명 정세라의 모습을 띠고 있던 복제품이었다. 그 증거로 새까맣게 탄 피부에서 여전히 푸른 전류가 간간이 튀는 모습도 보였다.


“아쉬워 마라. 이 녀석을 잡고 나면 진짜를 가질 수 있다.”


“예, 길드장님.”


돌기둥 위에 선 배진석은 허리춤에 댄 주먹에 마력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 방향은 역시나 고통에 몸부림치는 드래곤을 향하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드래곤을 타격할 때와 다르게 이번엔 그 주먹에 모여든 마력이 그리 크진 않았다. 하지만 주먹 위에 모여든 마력의 양은 오히려 그보다도 많았다. 작은 공간에 마력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쏘아낸다면 마치 모든 걸 꿰뚫는 총알과도 같을 것이었다.

그 많은 양의 마력이 한곳에 몰리는 걸 눈치챈 드래곤이 날개를 힘껏 펄럭여 배진석을 향해 그 거대한 몸을 날려왔다.


“조두현!”


“예!”


고작 이름이 불렸을 뿐이지만, 조두현은 단숨에 상황 파악을 끝내고 몸을 움직였다. 회심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자신이 할 일은 시간을 버는 것. 오른팔을 잃은 복제품에 마력을 불어넣자 왼손에서 투명한 물결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더니 이내 거대한 파도로 뒤바뀌어 드래곤의 몸을 덮쳤다.


치이이익!


드래곤의 몸집도 넘어설 만큼 거대했던 파도가 순식간에 하얀 수증기를 일으키며 사그라졌다. 용암으로 가득한 화산 속에서 튀어나온 드래곤. 그 피부는 그저 빨갛기만 한 게 아니었고, 강철과도 같은 비늘이 한참을 달아올라 속부터 들어찬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순한 물로는 꺼뜨릴 수 없는 열기였다.


“키에에엑!”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진 않았다. 타격을 줄 정도의 위력은 없었지만,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을 드래곤은 물이라는 것을 처음 보기라도 하는 건지 자신의 열기에 하얗게 뿜어져 나온 수증기를 향해 짤막한 앞발을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조두현이 허공을 향해 마력을 흩뿌리자 공중에 조두현과 같은 모습을 한 분신들이 드래곤을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같은 크기의 마력을 뿌리는 분신들이 주변을 둘러싸자, 드래곤은 갈팡질팡하며 사방에 열기를 내뿜어댔다.

열기에 휩싸인 분신은 가차 없이 타들어 갔다. 새까맣게 그을리는 것도 있었고, 꼬리와 날개에 맞아 바닥에 처박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생명을 잃은 분신은 마치 신기루라도 보는 것처럼 스멀스멀 사라졌고, 비워진 자리엔 새로운 분신들이 나타나 자리를 메웠다.


“키에에에엑!”


단순히 허공에 마력을 뿌려대던 드래곤은 잔뜩 성난 목소리를 내지르더니 커다란 날개를 힘껏 펼쳤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랗게 보이던 날개가 쭉 펼쳐지자 그 길이가 족히 30미터는 되어 보였다.


쉬이익!


힘껏 펼쳐졌던 날개가 크게 펄럭였다. 그 거대한 날개가 가공할 속도로 펄럭이자 단숨에 거대한 돌풍이 일었다.


휘이이익!


양쪽 날개에서 동시에 일어난 돌풍이 드래곤을 중심으로 합쳐지자 거대한 소용돌이가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져 나갔다. 드래곤의 주변을 감싸고 농락하던 조두현의 분신은 그 위력적인 소용돌이에 휩쓸려 한낱 먼지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소용돌이 속에서 조금의 미동도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드래곤은 그 속에서 천천히 불길을 내뱉기 시작했다.

허공에서부터 시작된 돌풍은 마치 땅과 하늘을 잇기라도 할 것처럼 거대한 불기둥의 형태를 띠었다. 눈앞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면 복제품처럼 새까맣게 타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뼛가루도 남지 않을 듯 보였다.


“길드장님 더 이상은 -”


“허튼짓하는군.”


불길을 머금은 소용돌이는 조두현이 필사적으로 시간을 끄는 순간에도 마력을 쌓던 배진석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배진석의 피부가 조금씩 그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주먹에 마력을 차곡차곡 눌러 담기만 할뿐이었다.


“후웁!”


떠엉!


그리고 이내 권을 뻗어내자 마치 허공에 무언가를 때린 것처럼 거대한 파동이 크게 퍼졌다. 그리곤 그보다 반 박자는 뒤에 배진석의 주먹만 한 마력이 쏘아져 나갔다. 배진석의 주먹은 남들과 비교하기에 굉장히 큰 편에 속한다. 다만, 그래봐야 주먹은 주먹. 하늘과 땅을 이어버릴 듯 날아드는 거대한 불기둥에 비하면 보랏빛 마력은 고작 불길 속에 뛰어드는 한 마리의 불나방과도 같아 보였다.


파앙!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감히 불나방이라 부를 수 없었다. 허공에 보랏빛 선을 그리며 날아든 마력이 맞닿자 거대한 불기둥에 딱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끊임없이 회전하며 날아들던 불꽃의 소용돌이에 아주 잠깐이나마 구멍이 뚫린 게 보인 거다. 그러자 위력적이던 소용돌이는 그 열기만을 남겨둔 채로 서서히 위력을 잃었고, 반면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간 배진석의 권은 여전히 드래곤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황주찬은 확신할 수 있었다. 배진석이 뻗은 저 권은 그 위험하다던 드래곤도 잡을 만한 위력을 품고 있다고.


“말도 안 돼······.”


지금껏 알려진 드래곤들보다 눈앞에 나타난 녀석은 약한 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S급이 낀 파티에서 간신히 잡아낸다던 드래곤을 고작 주먹 한 번으로 쓰러뜨릴 수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직 닿지도 않은 공격이 저 거대한 드래곤을 뚫고 지나갈 거란 확신이 황주찬의 눈에 서렸다.

하지만.


“조금 더 날뛰거라.”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마치 온 대기를 울리는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고작 목소리일 뿐이지만, 그곳에 선 일행들은 등골이 오싹하게 저리는 걸 느꼈다.


쿠웅.


하지만 문제는 당장 눈앞의 드래곤이었다.


화르륵.


배진석이 뻗은 마력이 소용돌이를 뚫고 드래곤에게까지 닿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작 2초 남짓한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목소리가 울렸고, 드래곤의 모습이 뒤바뀌었다.


콰아아아아앙!


드래곤의 몸뚱어리에 검붉은 불꽃이 솟아오르는 순간, 배진석의 마력이 드래곤을 때렸다. 보랏빛 마력이 순식간에 공간을 뒤덮어 모습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방금과 같은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다면 제아무리 드래곤이어도 멀쩡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뭣!”


하지만 보랏빛 기운 속에서 검붉은 빛이 번쩍였다. 아주 잠깐 번쩍였던 빛의 정체를 알아내는 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아악!


마치 빛이 쏘아지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화력의 불꽃이 보랏빛 기운 속에서 날아들었다.

아주 순식간이었다. 충분히 위력적이긴 했으나, 그 위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에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을 얼추 알아내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 여, 연합장······.”


“······길드장님?”


황주찬과 조두현이 부르는 인물은 배진석 단 한 사람이었지만, 그 부름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면 불길에 휩쓸려 어딘가 튕겨 나갔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거다. 차라리 피부가 검게 탔다면 금방 회복해 반격을 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검붉은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선 자세 그대로 덩그러니 남은 하체였다. 잘려나간 허리춤엔 불꽃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불그스름한 그을림이 지어졌고, 상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 마, 말도 아, 안 돼.”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드래곤들도 여러 사람이 고생을 하긴 했지만, 누구 하나 목숨을 잃지 않고 무사히 공략을 마쳤다는 기사들만 넘쳐났다.

근데 단 한 번의 불꽃으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배진석이 죽었다.

배진석의 강함이 과장돼 있었다? 천만에. 방금 보여줬던 권은 제대로 명중시킨다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런 마력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을 약하다 칭한다면 강함의 기준은 뒤바꿀 필요가 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을 눈앞에서 직접 본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넘겨짚기 마련이다. 그것에 목숨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이나.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은 처참하다 못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하면서도, 감히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전장을 뒤덮을 듯 번져나가던 보랏빛 기운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속에서 비늘 사이사이로 검붉은 불길이 일렁이는 드래곤만이 유유히 날갯짓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두현씨.”


그래도 황주찬은 꽤 침착한 편이었다.

눈앞에 선 조두현은 조금 전의 불꽃을 본 이후로 미동도 없이 배진석의 반쪽짜리 시신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배진석의 말만 따르던 놈이었지.’


자질로만 보자면 조두현은 그리 뛰어난 헌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기괴한 능력과 상황을 그리는 판단력과 결단력만큼은 인정할만했다. 배진석이 정점에 가까운 무력을 가진 덕분에 길드장 자리를 도맡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연합장은 조두현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조두현이 믿고 따르던 배진석이 단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충격이 꽤 클 만도······.’


“하하하······.”


조두현의 처량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황주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크흐흐흐······.”


점점 커지는 웃음소리가 그저 처량하다고 생각 들던 감상을 뒤바꿨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마음껏 내뱉던 조두현의 손에서 마력이 흘렀다.


“벨프님! 감사합니다! 칠성의 그 녀석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 녀석을 가지고 녀석들을 잡아 들여 보겠습니다!”


“조두현씨. 지금 무슨······.”


조두현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력은 어느새 하체만 남은 배진석의 시신을 감싸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시신을 챙기는 걸 잊지 않은 거다.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던 황주찬은 이내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상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덩그러니 남은 배진석의 하체에서 끈적한 점액 같은 것이 부글거리더니 조금씩 빈 자리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이내 생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시신이 새로운 생명이라도 주어진 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던 황주찬은 어느새 보랏빛 기운이 주변을 뒤덮고 있다는 걸 뒤늦게 눈치챘다.


“커헉······!”


하지만 이미 독 기운은 황주찬의 온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목을 부여잡은 그는 천천히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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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복수(1) 23.06.20 69 2 14쪽
50 불길 속 눈꽃(6) 23.06.19 62 2 14쪽
49 불길 속 눈꽃(5) 23.06.18 69 2 14쪽
48 불길 속 눈꽃(4) 23.06.17 70 2 13쪽
47 불길 속 눈꽃(3) 23.06.16 75 2 14쪽
46 불길 속 눈꽃(2) 23.06.15 86 2 14쪽
45 불길 속 눈꽃(1) 23.06.14 86 1 13쪽
44 대장장이(4) 23.06.13 84 2 13쪽
43 대장장이(3) 23.06.12 81 2 13쪽
42 대장장이(2) 23.06.11 85 2 12쪽
41 대장장이(1) 23.06.10 94 2 13쪽
40 스승과 제자(5) 23.06.09 94 2 12쪽
39 스승과 제자(4) 23.06.08 89 1 13쪽
38 스승과 제자(3) 23.06.07 89 1 13쪽
37 스승과 제자(2) 23.06.06 98 2 14쪽
36 스승과 제자(1) 23.06.05 10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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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혹한의 균열(2) 23.06.01 107 2 14쪽
31 혹한의 균열(1) 23.05.31 117 3 13쪽
30 악마출현(7) 23.05.30 122 3 14쪽
29 악마출현(6) 23.05.29 119 3 14쪽
28 악마출현(5) 23.05.28 114 3 12쪽
27 악마출현(4) 23.05.27 12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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