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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앤별 작가님의 서재입니다.

세자빈 간택 주의보-21세기 대한제국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별앤별작가
그림/삽화
별앤별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2
최근연재일 :
2023.07.30 10:3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705
추천수 :
108
글자수 :
146,427

작성
23.06.04 10:30
조회
42
추천
3
글자
9쪽

열 다섯 번째 이야기

21세기의 대한제국! 재미있게 봐주세요~!




DUMMY

별궁이 열리면서 가장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긴 한복을 입은 조금 전 그 자리에 있던 이환이었다.


"저하!"


그리고 연아의 목소리에 반응한 이환은 몸을 돌리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어느새 같은 위치에서 걸어나가던 두 사람은 천천히 그림자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저하께서는 천문도 다 깨우치신 건가요?"


"저야 어릴 때 읽어왔던 학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세상에나. 저하께서는 정말 어릴 때부터 고생이 많으셨네요."


멈칫.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어릴 때 눈물조차 참아내며 읽어왔던 학문은 사실 어린 이환에게는 너무나 고통같은 일이었다.


한글 하나 외우는 것도 어색하던 어린 이환에게 학문은 더 고통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왕실에서 감춰야만 하던 황태자의 모습에 그는 매 순간 감정을 참아내야만 했다.


"저하? 혹 제가 실수했습니까?"


"아, 아닙니다. 그런거."


"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하, 혹여나 제가 실수하는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바로 고치겠습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비궁께서는 실수하는 건 전혀 없습니다. 이미 잘 하고 계십니다."


그에 연아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혀냈다.


그녀에 붉어진 볼을 바라보던 이환은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또 다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비궁은 답답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홀로 궁으로 오시지 않았습니까, 매 순간 가족들과 지내던 비궁이 하루 아침에 모르는 공간에 또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니 많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아직은 어색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오랜만에 공부하는 서책들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잔뜩 들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재미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갑작스럽게 홀로 지내야하니 외롭지 않습니까?"


"어찌 혼자라 하십니까? 저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녀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이환이 또 다시 걸음을 멈춰섰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눈치채지 연아는 걸음을 멈추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하께서 제 새로운 가족이자 제 남편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어찌 혼자라 하십니까? 저는 혼자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라 생각했다면 이 궁에도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저하만 보고 여기로 온 것입니다."


연아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아닙니다. 힘들 때면 같이 고민하고, 즐거울 때면 같이 웃고, 또 싸우더라도 금세 화해하고, 슬플 때면 같이 울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저하께 그런 사람이 되고자 세자빈이 된 것입니다."


연아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 갑작스러운 고백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선 다시 앞으로 걸어나아갔다.


****


부스러기가 작고 하찮은 것을 일컫는 말이라면 싸라기는 자잘하지만 매우 귀한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싸라기별이 하늘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비춰주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연아는 자신이 별빛에 반짝이는 줄도 모르고 호수에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참 예쁩니다. 궁이라는 곳이 참 넓으면서도 또 색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호수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자리에서 일어선 연아는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 반딧불이입니다. 시골에나 가야 보던 아이들인데 여기서도 보게 되네요?"


이환은 여전히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딧불이와 장난치는 연아의 모습에 그는 또 다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하는 짓마다 이상해, 참 특이해.'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연아에게 다가갔다.


"좀 기분이 풀리었습니까?"


"예?"


"피로가 좀 풀렸나 물었습니다. 온 몸의 긴장이 가득했을지라 이리 한번씩 산책하고 또 좋은 것을 보면 긴장이 풀어지지 않습니까?"


"아, 제가 걱정이 되어 이리 데려와 주신 겁니까?"


걱정?


걱정 때문일까.


그래, 친구의 동생이니 걱정이 안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맞습니다. 걱정이 되어 그런 것입니다."


그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연아는 얼굴을 또 다시 붉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는 또 다른 표정이었다.


"당연한 일이지요. 제 부인이기도 하지만 제 가장 친한 친구의 동생이지 않습니까? 친구의 동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아, 친구 동생......


그래서 이리 잘해주시는 거구나.


잠시 착각을 했다.


너무나 큰 욕심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동생,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것 역시 하나의 감정이니까.


그렇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씁쓸하기만 한 그의 대답이었다.


그의 행동은 매번 나를 놀라게도 만들지만 항상 끝은 실망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제 지고 가야할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익숙해져야하는 감정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저하. 저를 저하의 부인으로, 그리고 저하의 친구의 동생으로 이리 깊이 봐주시니 영광입니다. 저 역시 노력하겠습니다. 저하께 부족하지 않은 세자빈이 되겠습니다."


분명 서로 부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째서인지 친구의 동생이라는 표현이 씁쓸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먼저 시작한 단어였지만, 매번 뼈를 맞는 건 나였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어째서 상처는 내가 주었는데 이리 화가 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고 이환은 연아를 별궁으로 다시 데려다주고선 몸을 돌렸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선 다시 몸을 돌렸을 때에는 불빛 하나 없는 어두워진 별궁이 그려져있었다.


그녀가 침소에 들었나보다.


그에 다시 몸을 돌린 그는 다시 동궁전으로 걸어나섰다.


나가기 전에는 매번 기대 가득했던 감정에 있었지만 돌아올 때에는 더 많은 걱정이 가득했다.


표정이 어두워진 이환을 따라 어르신이 돌아왔다.


"저하, 어찌 이리 표정이 어두우신 겁니까? 혹 어디 불편하신 것입니까?"


"아닙니다. 어찌 여기 계신것입니까?"


"...... 저하께서 나가셨는데 한 명은 있어야지요. 그럼 소인은 다시 물러가보겠습니다."


어르신이 몸을 돌려 다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저!"


"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어느 순간부터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생각나다가도 또 마주하면 준비했던 말들이 기억에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들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어찌합니까?"


세자빈과의 이야기였다.


처음 느껴보는 간질거림, 긴장, 어색함, 실수, 고민.


연심이었다.


"빈궁마마와 잘 안되시는 겁니까?"


"예? 아닙니다. 빈궁이 아니라......"


하지만 여전히 웃고 있는 어르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더 속였다가는 나만 더 이상해져갈 것이다.


"예, 맞습니다. 빈궁을 보면 요즘 여러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그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상처만 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그러실 겁니다."


"예? 무엇이 말입니까?"


"사랑이란 너무나도 어려운 단어지요. 좋아하는 상대에게 항상 잘해주고 싶지만 또 그 사람 앞에만 나타나면 긴장하고 또 실수하고, 그러면서도 계속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랑이라뇨?! 아닙니다. 그 아이는 제 부인이기 전에 제 친구의 동생입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 뿐입니다."


"전하, 친구분의 동생을 사랑한다는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좋아할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 이제는 친구분의 동생이기 전에 전하의 부인이지 않습니까? 부부가 사랑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생각해보세요. 지금 전하께서 느끼시는 감정이 단순한 동생으로서의 걱정이신지, 아니면 사랑하는 연인으로서의 감정이신지 말입니다."


"...... ......"


"그리고 결정되시면 다시 물어봐주시겠습니까? 저 역시 모두 겪어봤고, 제게도 매 순간 생각나는 부인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소인은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이환은 조용히 자리에 기대어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흐음...... 사랑이라."


정말 이게 사랑이라고?


윤창의 동생이어서가 아니라?


하지만 몇 번 마주한 적도 없는데.


겨우 네 번 정도 만났을 뿐인데 이리 생각난단 말인가?


아니지, 사랑이라니.


그저 인류애일 뿐이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선 이환은 의자에 기대고선 창문 너머 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변함없이 반짝이는 하늘, 그리고 별.


그리고 여전히 흔들거리는 반딧불이.


연아가 그려졌다.


"으음?"


내가 미쳤구나.


어째서 또 그 아이가 생각난단 말인가?


이환은 결국 머리를 흔들고선 욕실로 몸을 돌렸다.




21세기의 대한제국!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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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 23.07.19 27 3 11쪽
27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 23.07.17 22 3 10쪽
26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23.07.16 23 3 9쪽
25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23.07.14 31 3 9쪽
24 스물 네 번째 이야기 23.07.12 28 3 9쪽
23 스물 세 번째 이야기 23.07.10 30 3 9쪽
22 스물 두 번째 이야기 23.07.09 28 3 10쪽
21 스물 한 번째 이야기 23.07.07 3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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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열 여섯 번째 이야기 23.06.28 3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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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열 번째 이야기 23.05.26 53 3 11쪽
9 아홉 번째 이야기 23.05.24 53 4 11쪽
8 여덟 번째 이야기 23.05.22 60 4 9쪽
7 일곱 번째 이야기 23.05.21 64 4 9쪽
6 여섯 번째 이야기 23.05.19 67 4 9쪽
5 다섯 번째 이야기 23.05.17 71 4 9쪽
4 네 번째 이야기 +2 23.05.15 94 5 9쪽
3 세 번째 이야기 23.05.14 102 4 10쪽
2 두 번째 이야기 23.05.12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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