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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앤별 작가님의 서재입니다.

세자빈 간택 주의보-21세기 대한제국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별앤별작가
그림/삽화
별앤별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2
최근연재일 :
2023.07.30 10:3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716
추천수 :
108
글자수 :
146,427

작성
23.05.24 10:30
조회
53
추천
4
글자
11쪽

아홉 번째 이야기

21세기의 대한제국! 재미있게 봐주세요~!




DUMMY

이 아이를 처음 본 건 열일곱살이었다.


항상 그 아이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슬픔이 보였다.


그럼에도 물을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먼저 말하지 않는 한, 먼저 물을 수 없기에.


내가 그 아이의 슬픔을 다 짊어줄 수는 없기에.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7년을 함께 지내왔는데, 그 아이가 세자라는 걸 이제야 알았는데도 여전히 그 아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친구가 싫지 않았다.


왜 였을까.


"너는 또 나한테 숨기는 거 없냐?"


윤창이 입을 열었다.


"어?"


"뭐 이미 만나고 있는 여자라던지 좋아하는 여자라던지 그런거."


"만나는 여자는 없지."


그러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


"그래, 알겠다."


그리고선 윤창은 이환의 잔에 술을 부어주었다.


"나 허락해주는거야?"


그러자 윤창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허락할게 뭐 있냐. 어차피 다 그 아이 선택일텐데. 걔가 내 말을 듣기나 하겠어?"


"큭, 그래?"


"그래도 혼례식 전 한 번은 따로 만나봐야하지 않겠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만나는 것 보다 그래도 한 번은 만나봐야지."


"전에 두 번 정도 만났어. 제대로는 아니지만. 아 세번이려나? 오늘도 만났으니까."


"세 번? 아니, 그 두 번은 뭔데?"


"그냥 어쩌다보니 몇 번 마주치게 되었어. 아, 나쁜 짓은 아니고 좀 도와주었다할까?"


애초에 그를 의심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가장 믿는 친구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연이 닿고 있었다.


"왜 그래?"


그러자 이환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윤창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너 잘못 걸렸어. 너 이제 큰일났다. 걔 엄청 많이 먹어, 그리고 엄청 손때도 맵고, 성격도 더러워. 너 나중에 잘못 걸리면 아주 큰일난다."


그에 이환이 웃으며 대답했다.


"큭, 그래? 알겠어. 혹시나 쫓겨나면 너가 나 좀 재워줘라."


"야야, 부부싸움은 둘이서 알아서 해결해."


그렇게 그 날 늦은 시각까지 그들은 웃으며 술잔을 이어갔다.


굳이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다 전달되고 있었다.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


연아의 방 문이 열렸다.


"엥? 엄마, 아빠?"


"아, 잠시 이야기 좀 할까?"


"? 응."


방에서 혼자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울고 있거나 화가 나 있을 줄 알았던 아이는 연아는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과 함께 편히 거실로 나왔다.


평소에도 무슨 일이든 깊게 생각하지 않고 웃고 넘기는 아이였지만 그렇다고 이번 일은 쉽게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시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많이 놀랐지?"


"음. 조금? 그런데 왜 말 안했어. 나 오늘 너무 놀랐잖아. 아직도 꿈꾸는 것 같아."


"미안해. 아주 예전에 아빠 군대 생활할 때 만났던 친구분이 계셨는데 엄마랑도 몇번 마주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랬던 친구가 있었어. 그러다 나중에 결혼한다고 하고선 그 모습을 티비에서 보여주더라. 그런데 바로 한 시간 뒤였나. 연락이 오더라. 속여서 미안하다고. 일부러 그런건 아니라면서 말이야."


"그렇구나."


"그 뒤로도 몇 번 만나기는 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자저하께서 태어나시고 그 뒤로 연락만 몇 번 주고 받았어. 그리고 너 태어나고 또 얼마 안가서 우리의 연락은 끊겼었어. 그게 왕실의 법도라 우리도 뭐라 할 수는 없었지."


그에 연아는 조용히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갔다.


"그렇게 잊은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연락이 왔더라. 이제 세자빈을 구하려고 한다고. 그런데 그 아이가 너였으면 하신대."


"왜? 굳이?"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대한이 대답했다.


"왕실이라는 곳은 가장 이 나라에서 높은 곳이지만 또 가장 외롭고 싸워야할 상대가 많은 곳이야. 권력이라는 건 서로 쥐고 싶어서 안달난 위치이기도 하지. 재벌가만 봐도 그렇잖아. 그런데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결국 목표가 같으면 적에서 아군이 되기도 하지. 아마 재벌들이 그럴거야. 그들이 한 팀이 되는 건 한순간일테니까."


"그렇구나."


당장 이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적에서 한 팀이 된다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


왕실이라는 곳은 정말 외롭고도 씁쓸하구나.


그래서 그런 걸까.


외롭고 씁쓸하던 그 위치에 홀로 있을 세자저하에게 힘은 되지 못할지라도 위로가 되어줄 상대가 되고 싶어졌다.


왜 였을까.


아무 힘도 없는 나지만, 그래도 왜인지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니 연아야,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너에게 절대 우리는 강요하지 않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 원래 권력 이런 거 싫어하잖아."


그래, 맞다.


나는 권력 사이에 다툼 그 복잡한 관계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그 얼굴(?)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흔들린다니.


이 말을 해도 되려나.


오히려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오히려 혼나겠지?


결국 연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조금만 생각해볼게. 그래도 결혼인데. 생각은 해봐야지?"


하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한과 시은은 안쓰럽다는 표정 가득한 얼굴로 연아를 바라보았다.


"...... 그래, 우리 딸. 네 선택이 무엇이든 우리는 너를 응원해. 연아야."


미안, 엄마. 아빠.


사실 나 이미 신혼집까지 상상해버렸어.


****


술에 잔뜩 취한 윤창이 이환에 기대어선 집으로 도착했다.


"야, 여기 맞아?"


"으하하하, 왜 우리 집을 말해? 우리 2차, 2차 가야지!"


"쉿쉿. 새벽이야, 임마!"


늦은 새벽에 들려오는 목청 소리.


여러 생각에 잠기어 잠들지 못하던 연아가 윤창의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오, 술에 그렇게 취했으면 곱게라도 들어와야지. 지금 몇시인줄 알아?!"


연아가 화를 내며 밖으러 나왔을 때 윤창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이환이었다.


"아...... 미안. 얘가 너무 취해서. 그렇다고 궁으로 데려갈 수는 없어서 여기로 왔어."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시끄러운 목소리에 잠에서 모두 깬 대한과 시은이 밖으러 몸을 돌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다 큰 애가 아직도 저렇게 술을 주체를 못해서야! 아, 저하......?"


"아, 안녕하세요."


"아, 윤창과 친구라고도 하셨죠? 미안해요. 얘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그만 얼른 돌아가 보세요. 다들 걱정하시겠네요."


"아,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 인사드리겠습니다."


"네, 다음에 뵈어요."


대한은 술에 잔뜩 취한 윤창을 데리고 급히 집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사라지고 연아는 홀로 남은 이환에게 용기내서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저! 그 예전에 뵌 적이 있는데 저 기억하세요?"


"네? 아, 네. 기억납니다."


"전에 그렇게 뵙고 제대로 감사의 인사도 못드렸는데 이리 다시 뵈어서 다행이에요. 그..... 전에 도와주신 덕분에 저 수시 합격해서 대학에 잘 다니고 있어요."


연아의 주절거리는 모습에 이환은 생각했다.


'술집에서 만난건 기억하지 못하나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왜인지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또 저희 오빠 친구분이실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요. 이런 연이 있었네요."


"그..... 저번에는 감사했어요. 오늘도 그렇고."


"아닙니다."


여전히 어색한 시각.


정적이 흐르면서 이환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만 돌아가보세요."


이렇게 가라고?


당연히 혼인에 관해 다시 한 번은 질문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는 이환에게 결국 연아가 목소리를 높여 입을 열었다.


"저!"


"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이었던걸까?


아직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외모 하나에 흔들렸던 사람인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그 때 나를 도와주었던 이유 때문일까.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는 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그 세자빈 간택에 대해 질문 해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연아의 행동에 이환은 말없이 그녀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네?"


"그 세자빈!“


"...... ......"


"그...... 지금 왕실이 세자빈이 필요하신 것 같은데 저 그거 그냥 제가 하면 안될까요?"


"......? 진심이십니까?"


"네, 진심입니다."


"제 부모님의 제안 때문인가요? 아니면 연아님 부모님의 제안 때문입니까?"


"그런 것도 있고."


나는 과연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그리고?"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왠지 슬퍼보였습니다. 아, 그렇다고 불쌍해서 그런건 아니고, 그..... 제 오빠 친구분이시기도 하니까 믿음도 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생기셨잖아요?"


나는 지금 내가 뭐라고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횡설수설한 연아의 행동을 조용히 바라보던 이환은 자신이 잘생겼다는 대답에 결국 얼굴을 붉히며 끝까지 연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혹시 거절하시려는 이유가 만나는 분이 계셔서 그런가요?"


"아니요. 만나는 사람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거절한 적도 없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러면 지금 연아님이 먼저 제게 청혼하시는 건가요?"


"아, 그렇게 되는건가요?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다시 물을게요. 저랑 할래요? 결혼이라는 거."


"...... 하죠."


"네?"


"결혼 해요, 우리."


그리고선 그가 대뜸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연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악수하자고요. 이제 부부가 될 사이인데 악수는 해야죠."


이 사람.


참 나를 매번 궁금하게 만든다.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피하려하지 않는다.


그가 흔드는 손을 바라보던 연아가 결국 미소를 지으며 잡고 있던 그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악수는 이렇게 해야죠.“


악수를 하니 그녀의 체온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낯선 안락함이었다.


악수가 처음이 아닌데 왜인지 그녀의 체온을 의식하자 손에서 심장이 뛰는 듯 무지막지하게 떨려왔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21세기의 대한제국!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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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서른 한 번 째 이야기 23.07.24 27 2 10쪽
30 서른 번째 이야기 23.07.23 2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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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 23.07.19 28 3 11쪽
27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 23.07.17 23 3 10쪽
26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23.07.16 23 3 9쪽
25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23.07.14 31 3 9쪽
24 스물 네 번째 이야기 23.07.12 28 3 9쪽
23 스물 세 번째 이야기 23.07.10 30 3 9쪽
22 스물 두 번째 이야기 23.07.09 29 3 10쪽
21 스물 한 번째 이야기 23.07.07 32 3 9쪽
20 스무 번째 이야기 23.07.05 34 3 9쪽
19 열 아홉 번째 이야기 23.07.03 32 3 9쪽
18 열 여덟 번째 이야기 23.07.02 33 3 10쪽
17 열 일곱 번째 이야기 23.06.30 33 3 9쪽
16 열 여섯 번째 이야기 23.06.28 36 3 11쪽
15 열 다섯 번째 이야기 23.06.04 43 3 9쪽
14 열 네 번째 이야기 23.06.02 48 3 10쪽
13 열 세 번째 이야기 23.05.31 50 3 9쪽
12 열 두 번째 이야기 23.05.29 50 3 9쪽
11 열 한 번째 이야기 23.05.28 49 3 10쪽
10 열 번째 이야기 23.05.26 53 3 11쪽
» 아홉 번째 이야기 23.05.24 54 4 11쪽
8 여덟 번째 이야기 23.05.22 60 4 9쪽
7 일곱 번째 이야기 23.05.21 64 4 9쪽
6 여섯 번째 이야기 23.05.19 68 4 9쪽
5 다섯 번째 이야기 23.05.17 72 4 9쪽
4 네 번째 이야기 +2 23.05.15 94 5 9쪽
3 세 번째 이야기 23.05.14 102 4 10쪽
2 두 번째 이야기 23.05.12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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