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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4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01
조회
1,354
추천
46
글자
18쪽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마침내 내일이 천단.


전날 밤부터 여기저기에 예쁜 화등(花燈)이 내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에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들, 몰려다니며 놀기 바쁜 아이들, 모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들이다.


쥬맥은 천막집의 문을 열어 놓고 거실에 누워서 밖을 바라보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回想)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비율신 대족장이 어떤 아주머니 편에 여러 가지 음식을 싸서 보냈는데, 별로 입맛이 없어서 몇 입 먹다가 그만두었다.


그저 멍하니 달빛 아래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자신도 모르게 옛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 수르가 불쑥 들어서면서 혼자 뭐하고 있느냐는 듯이 퉁을 주었다.


“야, 청승맞게 혼자서 뭐하냐? 이런 날은 혼자 있으면 안 되니까 우리집에 가자. 우리 엄마가 너를 데려 오래.”


수르가 손목을 잡아끄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말린 물고기를 넣어 둔 독을 열어 보니, 아직도 두 꾸러미가 남아 있었다.


빈손으로 가기가 민망하여 한 꾸러미를 보자기에 싸고 있으니까 수르가 와서 보더니 못 하게 말렸다.


“야! 그 귀한 것을 또 주려고? 놔둬라. 괜찮으니까 그냥 가자.”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손을 잡아끌었다.


“임마, 너만 맨날 나한테 얻어먹지, 너의 부모님 생각은 안 하냐?”


“그래도 염치가 없잖아. 우리 엄마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


“누가 바래서 가지고 가냐?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대신 드리려고 그러지.”


결국 한 꾸러미를 싸서 들고 가니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수르의 아버지 야갈타였다.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면서 싱글벙글했다.


“지난번에도 엄청 잘 먹었는데 또 가져왔구나. 고맙다. 잘 먹을게.”


기분이 무척 좋은지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 물고기 덕분에 내공도 많이 늘었고, 낮일과 밤일(?)을 열심히 하여도 피곤한 줄을 모르고 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민망해진 수르 어머니는 부끄러워서 얼른 자리를 피해 버렸다.


물고기 덕분인지 쥬맥과 수르는 맛있는 고기와 음식에 수르 아버지가 특별히 내준 술까지 거나하게 한잔 얻어 마시고,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누가 쥬맥의 천막집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지? 눈을 비비고 자세히 살펴보니 예쁘장하고 눈이 별처럼 초롱초롱한 아가씨였다. 전에 가게에서 봤던 유리 친구라는······.


스무 살이 되니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났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무엇을 들킨 것처럼 얼른 뒤돌아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맥쥬 씨 맞아요?”


“아닌데요. 나는 맥쮸~인데요.”


그러자 짚이는 게 있는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밝게 웃었다.


“호호호호!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요? 유리가 얘기했어요?”


“아니요. 맥쮸~한테 들었는데요.”


“호호호! 아유~ 재미있어. 그런데 정말 이름이 맥쥬에요?”


“실은 쥬맥입니다. 어떻게 쥬맥을 맥쮸~라고 불러요?”


“어머! 정말이요? 유리 이 지지배가 나를 놀렸구나. 호호호호!”


그러더니 불쑥 무슨 꾸러미를 내밀었다.


“우리 엄마가 혼자 있으니까 가져다주래요. 한번 먹어 봐요.”


“누구 엄마요? 그런데 댁네 엄마가 나를 어떻게 알고 보내요?”


“숙녀한테 댁네가 뭐예요 댁네가.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두고서.”


“아니, 내 이름만 이상하게 부르고 자기 이름은 안 알려 주면서 뭘.”


쥬맥이 기분 좋게 취해서 약간 비틀거렸다. 진기운공으로 금방 술기운을 모두 몰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 알딸딸한 좋은 기분을 깨고 싶지 않았다.


또한 술기운을 빌려서 놀리고 싶으니 일부러 그런 것이었고. 그런 걸 보니 쥬맥도 앞에 있는 아가씨가 그다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 미안해요. 내 이름은 보유린이에요 보유린. 우리 서로 친구 할래요? 나는 남자친구도 없는데······.”


“보유린? 아니 뭘 그렇게 유린했기에 이름까지 유린이라고 지었어요?”


“내 이름은 그런 뜻이 아니거든요. 부드러운 이웃이라는 뜻이란 말이에요. 쉽게 말하면 나 부드러운 여자예요. 호호호호!”


“나는 여자친구가 많은데 왜 나를 유린하려고 그래요?”


쥬맥이 취한 척 비틀거리니까 보유린이 잽싸게 다가와서 팔짱을 끼면서 귀엽다는 듯이 흘겨보았다.


“내 친구들이 여자친구가 많아도 먼저 눕힌 사람이 임자라고 그랬거든요. 친한 친구가 백한 번을 한 번에 찍는 비법을 알려 준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호호호호!”


쥬맥은 산속에서 혼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도무지 눕히는 건 뭐고 또 백한 번은 뭔지 당최 모르겠다.


“나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런데 친구면 말 높이는 것 아닌데?”


“정말? 그럼 우리 서로 말을 놓을까? 유리 친구니까 나랑 동갑이잖아?”


“이 맥쮸~하고 친구를 하자고?”


“호호호! 앞으로 맥쮸~가 아니라 쮸 빼고 맥이라고 불러 줄게. 아니면 그냥 쮸~맥? 에이, 그러다가 주먹 되겠다.”


“아니, 그런데 유린이 어머니께서는 나를 어떻게 아셔?”


“응, 내가 남자친구 줄려고 몰래 가져왔어. 뭘 그렇게 따지고 물어봐?”


주먹으로 살짝 가슴을 치면서 앙탈을 부리듯이 흘겨보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이렇게 술기운을 빌려 쥬맥과 보유린은 친구가 되었다.


외모만 보면 육 척 반쯤 되는 키에 갸름하고 뽀얀 살결의 얼굴, 반달처럼 예쁜 눈매에 별처럼 초롱초롱한 눈빛, 오뚝한 코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몸매와 얼굴이었다.


술에 취해서 알딸딸한 쥬맥의 눈에는 이미 떠나간 유리보다도 앞에 있는 보유린이 훨씬 더 미인으로 보였다.


취한 척하면서 보유린의 부축을 받고 집에 들어온 쥬맥은 그대로 떨어져서 잠이 들었다. 그 모습에 보유린은 아쉽다는 듯이 발길을 돌렸고······.



어느덧 날이 밝은 천단 첫날.


천사장과 대신녀가 주관하고 한울도 함께 참석하여 천신제를 올린 뒤에 여기저기에서 많은 축제가 벌어졌다.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인형극이었으며, 어른들은 아무래도 젊은 무사들이 겨루는 영웅대회였다.


대연무장에는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까지는 상석(上席)에 자리를 잡았고, 바로 아래에는 대족장과 천령대 총대장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무가 벌어지는 무대는 찰흙에 모래를 섞어서 단단히 다지고 먼지가 일지 않도록 물을 뿌렸다.


그리고 사방 십오 장을 굵은 통나무로 세 자 높이의 목책을 둘러서 그 밖으로 밀려나도 패자가 되는 것이다.


비무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패배를 시인하거나, 심판관이 봐서 일방적으로 계속 밀리고 생명의 위험이 있으면 비무를 중단시킬 수 있었다.


그래도 무사들의 겨룸이기 때문에 부상자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출전자는 소부족 단위로 한 명씩 열여덟 명 즉 소족장 한 명당 무사 한 명을 추천(推薦)하고, 천령대 세 개 대에서 각각 여섯 명씩 추천하여 열여덟 명, 총 서른여섯 명이 겨루게 되었다.


제비뽑기를 하여 홀짝 두 명씩 맞붙고 한 번 진 사람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홀수일 때는 한 명이 부전승(不戰勝)으로 올라가고 최종 세 명이 남으면 돌아가며 싸워서 순위를 가린다.


쥬맥도 자주색 경장차림의 무복을 입고 머리는 거추장스럽지 않게 상투처럼 틀어 올렸다.


그리고, 손목에는 투갑을 차고 긴 장검을 등 뒤에 사선으로 걸머진 채 출전자(出戰者)들 틈에 서 있었다.


출전자 중에는 안명과 화문수도 자신만만한 얼굴로 서 있고, 그중에는 여자 무사도 다섯 명이나 끼어 있었다.


드디어 오늘 영웅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주변에 크게 울려 퍼졌다.


둥~둥~둥~ 두둥~ 두둥~


“와~ 드디어 시작이다. 누가 이번 대회의 영웅이 될까?”


“서른 이하의 미혼만 출전한대. 우승했다고 천인족 전체의 영웅은 아니지.”


“아니, 그래도 우리 천인족 청년 중에서는 영웅이잖아? 그게 그거지 뭐.”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데, 심판관이 큰 병 속에 제비를 넣어서 출전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내려왔다.


1차 대전자의 추첨을 하려는 것이다. 출전자들이 순서대로 제비를 뽑았다.


쥬맥은 첫 상대로 천령대 3대 출신의 건장한 이십대 후반(後半)의 무사와 맞붙게 되었다.


그 무사는 쥬맥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지 패기에 차 있었다. 물론 그러니까 출전을 했겠지만 말이다.


대기 중에도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듯이 면이 넓은 커다란 직도(直刀)를 꺼내서 휘두르며 보란듯이 시위를 했고.


쥬맥은 아홉 번째 출전이라 앞선 출전자들보다는 조금 여유(餘裕)가 있었다.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사람은 안명과 천령대 2대 출신의 무사인데, 칠 척 정도의 평균 키에 몸은 우람하며 날이 넓은 도를 사용했고,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보였다.


안명은 다섯 자 정도의 일반적인 길이에 날이 약간 넓은 검을 들었다.


고색창연한 손잡이에는 붉은 보석이 하나 박혀 있고, 오래되었으나 빛을 잃지 않은 파란색 수술이 달려 있었다.


도신에는 약간 붉은 빛이 흐르고 검의 날 부분이 예리하게 빛나는 것이,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寶劍)인 모양이었다.


심판관이 나와서 두 사람을 무대 가운데로 부르더니 인사를 시켰다.


“서로 인사하시오.”


“보돈타 대족장 산하의 안명입니다.”


“천령 2대의 주현이오”


둘이 마주 서서 포권을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몇 걸음씩 뒤로 물러서서 기수식을 취했다.


일반적으로 후배가 선공을 하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안명이 가볍게 공중으로 차고 오르며 태을청령검법(太乙靑靈劍法)으로 우에서 좌로 검을 내리그었다.


첫 출초(出招)는 선배에 대한 예의상 가볍게 출수한 것이다.


주현이 보법을 밟으며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더니, 번개처럼 몸을 낮추어서 옆으로 돌리며 도를 횡으로 휘저으니, ‘위잉’ 하는 검명이 울리며 바닥에서 모래가 떠올랐다.


그러자 안명이 가볍게 한 걸음 물러서며 피하더니 다시 둘이 마주 섰다. 서로 가볍게 한 수를 주고받으며 상대(相對)의 능력을 살핀 것.


안명이 본격적으로 태을청령심공을 운용하며 진기를 검에 주입했다. 그러자 검날이 예리하게 밝은 빛을 띠면서 검에 하얀 검기가 현현하니 주위에서 그것을 보고 서로 수군거렸다.


“와~ 저 나이에 벌써 검기를 발현하다니 역시 한울님의 손자다.”


“이번 대회는 안명이 틀림없이 우승 할 거야.”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에 안명은 얼굴에 득의(得意)의 표정을 지었고, 유리는 큰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안명 이겨라! 안명 이겨라!”


그러자 천령 2대에서는 수십 명이 모여서 주현을 응원했다.


“주현 이겨라! 주현 이겨라!”


이렇게 서로 자기편이 이겨라고 응원전을 펼치니 응원(應援)하는 소리로 넓은 연무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이번에는 안명이 태을청령검법 열여덟 초식 중 청룡출격(靑龍出擊) 초식을 펼치는데, 검기를 두른 검에서 마치 용 울음처럼 쿠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검이 마치 불빛처럼 붉은 괘적을 남기며 수많은 허초(虛招)와 실초(實招)의 변화를 보이자 꼭 용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듯했다.


그러나 주현은 침착하게 허초와 실초를 구분하며 도로 짧게 끊어서 치는데, 매우 실전 경험(經驗)이 많은 듯했다.


어떤 것은 피하고 어떤 것은 맞받아치며 점점 틈을 찾아 파고들었는데···.


안명은 내공의 우위와 신공의 신묘(神妙)함을 앞세워서 공격했고, 주현은 실리적으로 힘을 아끼면서 실전 경험을 살리고 있었다.


쉬 결판이 나지 않았고, 다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십여 초의 공방(攻防)을 주고받았다.


그러자 조바심이 난 안명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든 결정타를 날려야겠다는 듯이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말이다.


결국 안명은 내공이 일 갑자 이상이 아니면 펼칠 수 없다는 태을청령검법의 열세 번째 초식인 맹룡일타(猛龍一打)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태을청령신공으로 끌어올린 진기를 검병의 붉은 보석에 주입하자, 보석이 마치 용의 여의주처럼 붉게 빛나면서 불꽃같은 광채를 내뿜었다.


그러자 주변 삼 장에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그 열기를 타고 붉은 연무가 퍼져 나가면서 서서히 기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형성된 상대편 기의 영역에 빠지게 되면 움직임이 제약된다. 진기의 압력으로 마치 진흙밭에 빠진 것처럼 움직임은 점점 둔해지고, 시야는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해지고······.


내공이 비슷한 수준이 아니면 행동과 감각에 제약을 받아서 한순간에 승패가 결정되므로 주현은 바짝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명의 모든 힘이 실린 일격이 붉은 벼락같이 하늘로부터 직격(直擊)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어둠 속의 낙뢰처럼 떨어져 내리는데 주현은 이미 진기의 압력으로 몸을 피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큰 도신에 자신의 모든 진기를 주입하여 올려 치며 검을 막았다.


쩡엉~


마치 큰 종이 울리는 것처럼 도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이상한 이음(異音)이 섞여 나왔다.


쩌저저적~


분명 뭔가 금이 가는 소리다!


곧 그 실체가 드러나는데, 주현이 들고 있는 도의 넓다란 도신이 번개가 번져 나가듯이 금이 가더니, 기어코 산산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비무 상대자인 주현은 뒤로 쓰러져서 검붉은 피를 울컥 토해 냈고.


“크헉! 으으으~”


상대가 쓰러지자 울려 퍼지는 환호!


“와~ 안명이 이겼다!”


“안명! 안명! ······.”


사방에서 승자의 이름을 외치는 함성이 비무대를 가득 메운 가운데, 유리가 가장 앞장서서 열렬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승자인 것처럼······.


심판관이 나와서 주현의 상태를 살피더니 응급조치(應急措置)를 해 주고 안명의 왼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안명 승이오!”


목소리에 진기가 실린 듯 외침이 널리 퍼져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서 안명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퇴장하였고, 패자인 주현은 들것에 실려 나갔다.


한울이 손자의 승리에 기분이 좋아서 웃는데, 옆에 앉아 있던 대신녀가 봉목에 신기가 어린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며 웃더니 한마디를 건넸다.


“손자가 저렇게 출중(出衆)해서 좋으시겠어요. 우승도 가능하겠네요.”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천사장도 나서서 기분 좋으라고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명이가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데 그 말은 들은 한울은 기분이 좋다는 듯이 웃으면서도 그건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우리 명이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쥬맥이란 녀석이 너무 강해서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어릴 때 벌써 내공이 일 갑자였다면서요?”


“허긴 내공으로는 그 녀석을 당할 자가 없겠군요. 어쨌든 싸움이란 여러 변수가 작용하니 두고 봐야겠지요.”


“실제 싸움은 무공 실력이 삼 할이면 경험이 칠 할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말에 밑에서 그 말을 듣는 비율신 대족장은 웃음을 지었고, 보돈타 대족장은 뭘 잘못 먹은 듯이 울상을 지었다.



두 번째 대결은 천령대에 들어간 화문수와 이십 대 여무사(女武士)의 대결이었다. 심판관이 두 사람을 호명하여 앞으로 부르더니 인사를 시켰다.


“자~ 서로 인사하시오.”


“천령 1대의 화문수입니다.”


“야율린 대족장 산하의 비연수예요.”


서로 포권을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거리를 벌리며 마주 서서 공격 자세(姿勢)를 취했다.


통상 남자와 여자 무사가 비무를 할 때는, 나이 차가 크지 않으면 남자가 양보하여 여자 무사가 먼저 선공(先攻)을 하는 것이 예의였다.


그리고, 여자들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가슴이나 사타구니, 엉덩이 공격도 안 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었고.


그렇다고 그에 따른 감점 등이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예의를 차리다가 내 목숨을 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연수는 얇고 긴 검을 들었고, 화문수는 도를 들었다. 그런데 오늘 들고 나온 도의 모양이 좀 특이했다.


도인 듯 검인 듯한 모습인데 도처럼 날이 한쪽만 있고, 도신(刀身)에는 작은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었으며, 도병(도의 손잡이) 끝에는 작은 은방울이 장난감처럼 달려 있었다.


“화문수! 화문수!”


“비연수! 이겨라! 비연수! 이겨라!”


무대 둘레에서는 초반부터 서로 응원하는 함성이 대결하는 두 사람보다 더 격렬하게 응원전(應援戰)이 벌어졌다.


모두 여무사인 비연수가 먼저 선공을 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비연수가 기수식을 취하자마자 화문수가 먼저 선공(先攻)을 가하는 것 아닌가?


번개처럼 보법을 밟으며 다가서더니 몸을 낮추며 빙글 돌면서 도를 횡으로 긋는데, 갑자기 도에서 ‘삐이~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


관중들은 남자가 먼저 공격을 하자 야유를 보내며 비웃었는데, 화문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연속해서 맹렬히 공격을 가했다.


비연수는 도신에서 계속 ‘삐이~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머리가 어지러워 일단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어서 방어와 더불어 공격을 하는데, 머리를 뒤로 묶고 날씬한 몸매에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 제비와 같았다.


파밧! 사사사사삭!


한 번에 일 장 이상을 뛰어서 화문수를 가볍게 넘나들었고, 마치 독수리가 공중에서 내리꽂히며 사냥을 하듯이 수많은 검 빛이 화문수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햇살처럼 아름다운 검영이 파도처럼 물결치며 사방을 수놓았다. 마치 부챗살이 퍼지듯이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격렬한 비무가 시작되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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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1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3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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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2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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