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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3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46
조회
1,350
추천
47
글자
19쪽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이 화문수 패거리와 싸울 때 또 한쪽에서는 유리의 친구 셋이 눈을 마주치며 속닥거리고 있었다. 그중에 한 아가씨가 손가락으로 쥬맥을 가리킨다.


“어머, 저 사람 어제 그 사람 아니니?”


“유리 친구였다는 그 사람 맞지?”


“아니야. 저 사람은 내 남자친구야.”


“뭐? 네 남자친구? 어제 처음 만났잖아? 그런데 벌써 무슨 친구니?”


“응, 어젯밤에 늦게 나하고 둘이 만나서 친구를 하기로 했어.”


‘호호호! 이래야 니네들이 침을 안 바르지. 메롱!’ 하면서 속으로 웃는다.


“정말? 아이, 내가 한 발 늦었네. 아유 속상해. 싸움도 잘하고 멋진데······.”


“친구는 친구일 뿐이지. 먼저 넘어뜨린 사람이 임자야. 알았어?”


“야! 열 번을 찍어 봐라. 내 친구가 너한테 넘어가나.”


“열 번을 찍어서 안 넘어가면 백한 번을 찍으면 넘어가게 되어 있어.”


“얘! 백한 번을 어느 세월에 다 찍니? 그러다가 너 노처녀가 되겠다.”


“얘, 바보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 백한 번을 한 번에 찍는 비법(秘法)이 있어.”


“어? 정말? 백한 번을 한 번에 찍어? 나도 좀 알려 주라, 응?”


“내가 먼저 넘어뜨려 보고 천천히 알려 줄게. 알았지?”


“안 돼. 그때는 너무 늦잖아. 서로 기회가 공평해야지. 지금 알려 주라, 응?”


그렇게 입씨름을 하는 소리에 옆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눈총을 주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 아가씨는 말씨름을 하면서 아웅다웅했다.


아무래도 이래서는 오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쥬맥이 결단(決斷)을 내렸다. 무관에도 가야 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면 저들이 앞으로도 계속 적이 되어서 자신을 괴롭힐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발을 헛디딘 척하면서 뒤로 넘어지자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듯이 도검이 번개처럼 치고 들어온다.


일부러 무인들이 가장 창피스럽게 여긴다는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으로 어리숙하게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더 억척스럽게 밀어붙이는 다섯 명!


점점 뒤로 밀려가니 어느덧 등 뒤가 바로 하천이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공간이 없었다.


녀석들은 잘되었다는 듯이 쥬맥을 하천에 빠뜨리기 위해서 더욱 기세를 올렸다. 어떻게든 여러 사람 앞에서 톡톡히 창피를 주려고 말이다.


쥬맥은 도검을 피하며 옷이 몇 번 찢긴 뒤에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밀려서 하천(河川)으로 떨어졌다.


풍덩!


“어푸~ 어푸~ 사람 살려!”


“하하하하! 이놈 잘~ 빠졌다. 아~ 고소하다. 또 한번 우쭐대면 알지? 그때는 정말로 죽을 줄 알어.”


아래는 이 장이 넘는 제법 깊은 물인데 헤엄을 못 치는 것처럼 허우적거리니, 그제야 다섯은 통쾌(痛快)하다는 듯이 침을 뱉고 유유히 사라졌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실망했다는 듯이 발길을 돌려 모두 돌아가자, 수르가 허겁지겁 내려와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쥬맥이 손짓으로 말린 뒤 헤엄을 치고 나오는데 솜씨가 아주 능수능란했다. 그걸 보고 수르는 또 멍해졌고···.


소문이 발보다 빠르나 보다. 그렇게 한바탕 싸움박질을 하고 무관에 도착했는데 벌써 온 동네에 소문(所聞)이 쫙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보는 사람마다 쥬맥의 젖은 옷을 손가락질하며 마치 비웃듯이 웃었다.


그래도 쥬맥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화문수 일행도 다섯이 한곳에 모여서 쥬맥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그중에 한 녀석이 넷을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다섯이 하나를 공격한 건 좀 너무했지 않냐?”


“우리 아버지들이 다 저놈 때문에 돌아가셨잖아? 당해도 싸다 싸!”


그 말을 듣고 보니 함께 공격한 다섯 명의 아버지가 다 쥬맥에게서 풍토병이 전염되어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혹시 자기들도 전염될까 봐 옆에도 오지 못하게 괄시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말이다.


“그래도 쥬맥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쟤도 부모 형제도 없이 혼자서 사는 불쌍한 애잖아. 우리처럼 따돌림도 당했을 거고. 그리고 솔직히 무공도 우리보다 훨씬 세던데 뭘.”


“그래, 무술은 엄청 잘하더라. 우리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데 다섯이 덤벼서 겨우 이긴 거잖아? 혹시 일부러 져 준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제 우리 그 일은 잊자. 문수야, 너도 이제 잊어버려.”


“그래, 알았다. 불쌍한 놈들끼리 싸워서 뭘 하겠어. 우리나 저놈이나······.”


쥬맥은 아침부터 찢어진 옷에 생쥐처럼 물에 빠져서 왔다고 관장님께 꾸지람을 들었고, 싸운 녀석들은 미안한지 얼굴을 돌리고 외면을 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이후에는 괴롭히려 들지 않았다. 이제 한고비는 넘긴 것일까?


다시 점심때가 되어서 이번엔 수르와 함께 근처에 있는 만두 가게에 갔다.


속에 구수한 국물이 고기와 같이 들어 있는 찐만두를 사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유리가 또 친구들 셋과 함께 들어와서 뒤쪽 식탁 세 개 건너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쥬맥은 등 뒤쪽이라 보이지 않으니 수르만 살짝 손짓으로 유리와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아가씨들이 이것저것 몇 가지를 주문하더니 또 참새처럼 재잘대기 시작했다.


“와! 아침에 그 사람 잘 싸우던데. 혼자서 다섯하고 싸우다니 말이야.”


“그래도 막판에 창피하게 바닥을 구르고 물에 빠지고, 그게 뭐니?”


“나는 백한 번 안 찍을 테니까 너나 계속 친구하렴.”


“나두 포기.”


“너희들 방금 분명히 약속했어. 그 남자 그럼 이제 내 거다?”


“쉿! 들린다. 얘들아, 그 사람들 지금 우리 앞에 있어.”


“정말? 아유~ 창피해. 얘들아 조용히 먹고 얼른 가자. 쉿!”


그런데 그때 끝까지 친구를 하겠다던 아가씨가 유리에게 소곤거리며 물었다.


“유리야, 그런데 저 붉은 머리의 남자애는 이름이 뭐니? 지난번에 쥬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자 유리는 자기가 먹던 떡을 남 주기는 싫다는 표정으로 슬쩍 흘겨보더니 엉뚱한 이름을 툭 쏘았다.


“맥쥬야, 맥쥬!”


“어? 그런 이름도 있어? 그럼 성은?”


“성이 맥씨고 이름이 쥬야. 이 눈깔이 삔 지집애야.”


“그래도 네 눈보다는 내 눈이 더 낫다 얘. 하여튼 고맙다. 맥쮸~씨!”


“맥쥬라니깐! 히히히!”


그러자 아가씨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일부러 입술을 둥글게 말아서 앞으로 쭉 내밀면서 말했다.


“맥쮸~씨! 호호호호!”


“참! 너 어젯밤에 찾아가서 친구하기로 했다고 하지 않았니?”


“정말 친구하기로 했어 얘.”


“그런데 이름도 안 물어봤니?”


“집 앞까지 찾아가서 친구하기로 약속은 했는데, 이름은 깜박!”


“아유~ 또 속았네. 이 지지배가 저 혼자서 북치고 장구쳤네. 그지?”


“난 절대로 거짓말은 안 해. 정말 맘속으로는 친구를 하기로 했다니까.”


“혼자 맘속에서 만나서 혼자 맘속으로 친구하자고, 그지? 호호호호!”


쥬맥은 경지가 높으니 멀리서 하는 얘기도 옆에서 하는 것처럼 잘 듣는다는 것을 알면 모두 기겁(氣怯)을 하고 놀랄 것이다.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질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나누는 것을 들으며 둘은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말이다.


밖으로 나오자 장난기가 발동한 수르. 똑같이 입술을 삐죽하게 앞으로 내밀면서 여자 같은 목소리로 흉내를 냈다.


“맥쮸~씨!”


“하하하하! 너희들 때문에 내가 쥬가가 됐다가 이제는 맥가가 되었구나.”


둘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무관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마음을 확실하게 정리하니 어제보다는 기분이 훨씬 좋았다.



어느덧 무관에 다닌 지도 열흘이 흘렀다. 그래도 요즘은 별로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지낼 만했다.


저녁에 수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거실에 있는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요즘 운기조식은 잘하고 있냐? 지난번에 물고기 먹고 달라진 것은 없어?”


“야~ 그 물고기 정말 좋더라. 나는 몇 번 먹지도 않았는데 공력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애. 우리 엄마가 그런 보약은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드려야 한다고 요즘은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우리 아버지는 요즘 몸에 힘이 넘친다고 좋아서 난리다. 이러다가 이 나이에 동생을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정말로 고맙다야.”


“그래? 그럼 너 오늘은 그것보다 더 화끈한 것을 한번 먹어 볼래?”


“뭐? 화끈한 것? 독한 술?”


그러자 쥬맥이 침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빨간 버섯 같은 것을 가지고 나와서 찻물을 끓였다.


찻물이 끓자 잔에 따르고 약간 식힌 뒤에 버섯을 넣더니, 붉은빛으로 차가 우러나자 자기 것까지 건져서 수르의 찻잔에 넣었다.


그러면서 이상한 버섯이 든 찻잔을 수르의 앞으로 밀어 주는데······. 뭔가 있는 듯 얼굴에는 야릇한 웃음을 띠고 손짓으로 어서 마셔 보라고 권한다.


“이거 사람 몸에 엄청 좋은 차야. 영초이기 때문에 구하기도 무척 힘들고. 지난번에 먹은 물고기보다 훨씬 귀한 것이니까 식기 전에 어서 마셔 봐.”


둘이 붉은 기가 도는 차를 홀짝거리며 조금씩 마시는데 입안이 싸하면서도 향이 제법 괜찮았다. 그런데 차만 마시는데도 목구멍 안으로 뜨거운 기운이 넘실거리는 듯하다.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와! 쌉쌀하면서도 화끈하네. 이 버섯은 한 번 끓이고 버리냐? 아깝다.”


“그건 그냥 씹어서 먹는 거야. 쓰지만 공력 증진에는 엄청 좋거든.”


“그래?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되지?”


“너 줄려고 끓인 거야. 어서 먹어.”


“역시 너밖에 없다. 고맙다 친구야.”


몸에 좋다니 쓴 것을 참고 수르는 버섯을 꼭꼭 씹어 먹었다. 자기도 쥬맥처럼 빨리 내공을 높이고 싶었으니까.


일부러 맛있는 것처럼 버섯을 꿀꺽 삼킨 수르가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우쭐대는데······.


그런데 잠시 뒤에는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며 목을 움켜쥐고 캑캑거렸다.


“으악! 목이 꼭 불타는 것 같다.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얼른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해. 조금 있으면 또 무척 추울 거야. 참고 견디면 다 보약이 되는 거야.”


“나는 지금 뜨거워서 죽겠는데 너는 웃고 있어? 끝나고 보자, 응?”


그러면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쥬맥은 수르의 뒤에 앉아서 명문혈(命門穴)에 양손을 대고 수르의 운기를 도왔다. 이때부터 수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고.


벌겋던 수르의 얼굴이 이제는 하얗게 변하면서 추워서 벌벌 떨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모습이 역력한데 수 차례를 그렇게 지극한 양기와 음기가 교차되더니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그제야 편안한 얼굴로 운기조식에 들어가니 쥬맥도 명문혈에 댔던 손바닥을 떼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운기조식을 하던 수르가 가만히 눈을 뜨고 입으로 휴우~ 하면서 긴 숨을 토해 냈다.


마치 힘든 일을 마친 것처럼······.


“야! 미리 얘기를 해 줘야지 죽는 줄 알았잖아? 그런데 정말 몸에는 좋은가 보다. 갑자기 내공(內功)이 확 늘어난 느낌이야. 와~ 좋다.”


“거봐! 내가 귀한 거라고 했잖아.”


수르는 이렇게 열흘에 한 번씩 몇 차례 더 자오음양지(子午陰陽芝)를 얻어먹더니,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일 갑자에 이르자 매우 기뻐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모르게 비밀(秘密)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잘못하면 찾기 힘든 천고의 영초(靈草)를 쥬맥이 혼자서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누군가 탐내는 사람이 빼앗으려고 할 것이며, 도둑이 들 수도 있었다. 그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수르도 내공이 일 갑자에 이르자 임독양맥 중에서 독맥(督脈)이 완전히 타통 되었고 임맥(任脈)도 훨씬 기의 통로가 넓어졌다.


이형환위(以形換位)나 이화접목(移花接木) 수법이 정교해졌으며, 검에서는 검사가 번쩍거리고 쾌검을 구사하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빨라졌다.


무엇보다 전음을 구사할 수 있어서 둘이서 몰래 대화를 나누기에 좋았고.


또한 대주천을 하면서 축기(蓄氣)하는 효력이 훨씬 좋아졌고, 신법과 보법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보는 곳에서는 전음 외에는 평소처럼 경지를 감추기로 했다. 괜히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만약 2단계 수신의 경지에서 몇 달 만에 4단계 원신의 초일류(超一流)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지면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빨리 경지가 높아진 것은 내공뿐 아니라 쥬맥에게 무리에 대한 깨달음을 지도받은 것도 한몫했다.


* * * * *


어느덧 해가 바뀌어 환시력 십삼 년이 되었지만, 천인족이 지구에 이주한 이후 주변 위험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인구(人口)가 늘어서 칠만오천여 명에 이르니 이종족과의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무사가 조금 더 늘었다는 것뿐이다.


어떤 종족은 천만 명이 넘어가고, 가장 수가 적은 거인족(巨人族)만 하더라도 돌목족과 설인족을 합하면 사백만 명을 웃돌았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 정도면 중과부적(衆寡不敵)인데 적들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천인족과 한 번 전쟁을 치른 반인족, 소인족, 비월족이 그랬고, 조그만 다툼이었지만 거인족도 천인족을 적대시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또한 야차족도 마린챠와 미라챠가 복수를 위해서 전사들을 훈련시키면서 토납술을 가르치니 나날이 강해졌다.


천인족 입장에서 보면 점점 더 강해지는 주변 이종족과 부딪쳐야 할 판···.


그런데 지금 어느 종족보다 강해지고 있는 종족은 바로 반인족(半人族)이었다.


전에는 수가 훨씬 적은 거인족에게 기를 펴지 못했었다. 감당(堪當)하기 어려운 큰 덩치에 밀린 것인데······.


그러나 천인족과 전쟁을 치르고 난 뒤부터 대추장 울트의 지휘 아래 천인족을 모방한 토납술과 전투 훈련, 무기 개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수천 년간 못 했던 변화를 이뤄냈다.


그야말로 일대 혁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쟁에 특화(特化)된 만여 명의 전사를 길러서 거인족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다.


거인족은 원래 자잘한 일은 싫어해서 소금은 반인족을 협박하다시피 해서 반인족이 파라염호에서 생산한 소금을 물물 교환 형식으로 거저 얻어먹었다.


그런데 천인족과 더 좋은 조건으로 물물 교환을 시작한 이후로, 소금을 대부분 천인족과 교환하니 거인족과는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


반인족 입장에서 보면 이득이 많은 쪽으로 거래가 기우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니 콧대가 높은 거인들이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겠는가? 결국 남국에 눈이 뿌옇게 내리던 어느 날, 돌목족과 설인족의 최고수장인 두 자이얀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숙의했다.


그 결과는 반인족에게 힘으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 바로 그 말썽 많은 소금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고 대대적인 전쟁을 벌일 수는 없으니 각각 싸움을 잘하는 거인들을 오백 명씩 선발하여 총 천 명으로 들이치면, 감히 대적을 못 할 것이라고 안이(安易)한 판단을 내렸다. 반인족의 변화는 생각지 않고 옛날에 비추어서.


“마테이는 전사 천 명을 이끌고 가서 반인족에게 우리 거인들의 위대한 전투 혼을 보여 주고 오라.”


이렇게 자이얀의 특명이 떨어졌다.


그런데 반인족도 천인족과의 전쟁을 치른 뒤 다른 종족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정탐(偵探)부대를 전보다 배 이상 늘려서 정보력을 높인 것.


거인족 부대가 파밀산맥의 동쪽 끝에 다다를 즈음에는, 자신들을 공격(攻擊)하기 위하여 거인들 천여 명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사실 거인족 천여 명의 전력이면 다른 종족 오만 명 이상의 전력(戰力)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반인족에도 즉각 비상이 걸렸다. 이각족과 사각족의 최고수장인 칸드란 둘이 즉각 대책 협의에 들어갔다.


그 결과 사각족은 말처럼 잘 달리는 전사 만 명을, 이각족은 전투에 특화시켜서 육성하고 있는 만 명의 전사를 투입하여, 이번에 그 능력을 평가(評價)하기로 했다.


오만 명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각족의 최고수장을 맡고 있는 칸드란인 카린데가 반대했다.


그러면서 총대장을 이각족 대추장인 울트로 삼아 전투 관련 전권을 부여했다.


그러자 대추장 울트는 이미 적이 가까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부대를 꾸려서 거인족을 막으러 나갔다.


그 결과 파밀산맥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한대밀림(寒帶密林) 초입에서 거인들과 마주쳤는데······.



여기는 출전한 거인족 진영.


마테이는 총대장이 되자 자리가 사람을 우쭐하게 하는지 거만해졌다. 제3의 눈 마령안(魔靈眼)을 허옇게 치뜨고 멀리 있는 반인족의 진지를 노려보았다.


마테이는 천인족에 사절단(使節團)으로 갔다가 안다 선인에게 혼쭐이 났는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반인족은 거인족과 삼백 장(900m) 거리에 진지를 구축했는데, 거인족은 키가 커서 달리면 금방 도달하는 거리였다.


울트는 우선 진지 삼십 장 앞쪽에 나무와 쇠를 이용하여 만든 마름쇠(철질려)를 넓게 뿌리고 풀로 덮게 하였다.


그 마름쇠에는 독하다는 사미르전갈의 독(毒)을 잔뜩 묻혔고······.


마름쇠란 네 개의 뾰족한 발을 가진 것이라 아무렇게 던져 놓아도 송곳 같은 한 발은 항상 위를 향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은 거인족이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을 노린 것이다. 무거운 덩치로 내리밟으면 발바닥에 깊숙이 박히지 않겠는가?


더구나 거인들은 키가 커서 위에서 보면 작은 것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시력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단점을 예리하게 파고든 것이다.


그냥 마름쇠라면 발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여길 것이나 거기에 독이 발려 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독하다고 소문이 난 사미르전갈에서 추출한 독이 말이다.


그리고 전사들에게는 질 좋은 칼과 함께 청룡도와 비슷한 장창을 내주었는데, 이것은 천인족의 무기를 모방(模倣)한 것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스스로 못 하면 남을 보고 모방하여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인데, 울트는 그래도 그런 것은 잘했다.


그 외에도 독바늘을 설치한 그물, 독화살, 독과 기름을 섞은 독단지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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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1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2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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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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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1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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